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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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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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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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모험가(2)

DUMMY

“이런 식의 의뢰라면... 나쁘진 않네.”


모험가 등록은 어디까지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신분을 얻기 위해서였다.

의뢰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은 크게 없었다.

돗자리피고 점을 봐주는 걸로 웬만한 의뢰보다 많이 벌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아침에만 하더라도 벌써, 소문을 듣고 출발하려는 사문을 찾아온 손님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사문의 손에 쥐어진 의뢰서는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의뢰였다.


상단의 호위.

상단과 함께 이동하며 돈도 받고 숙식도 제공받는 훌륭한 의뢰였다.

목적지가 완전히 일치하진 않았지만, 근처이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도 없을 줄 알았던 의뢰는 의외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오... 이 원단! 이 디자인! 이 옷은 어디서 산 겁니까?”


사문의 옆에 착 달라붙은 여인.

의뢰를 맡긴 필라드 상단의 여주인, 사라 필라드였다.

굳이 말을 두고 마차를 태운, 사라는 사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너무 많은 것을 물었다.


“하...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흠, 실례되는 말이지만, 외형이 저희와 조금 다른 걸 보니, 어디 소수 민족이신가 보군요. 부족의 위치가 드러나기 때문입니까?”


사라는 스스로 오해하고 답을 내렸다.


‘나쁘지 않은 변명인데?’

‘그러게. 써먹으면 되겠네.’


두 뱀의 말에 일부 공감했다.


“예. 부족의 위치는 비밀입니다.”

“아... 그럼, 잠시 옷을 벗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아, 안 됩니다.”

“네? 아니, 겉옷만 벗어주시면 됩니다. 내부에 입은 옷의 형태와 겉옷의 안을 보기 위함입니다!”


사문도 당황하고 사라도 당황했다.


‘주인, 추하네. 어여쁜 처자가 좀 붙었다고 긴장해서는.’

‘그 나이 먹도록 아직도 총각 딱지를 못 뗐으니... 쯧쯧.’

‘시, 시끄러워! 도사는 원래 홀로...’

‘이미 속세에 잔뜩 물들었으면서.’


사문은 자신의 비밀에 얼굴을 붉혔다.

도사가 속세를 멀리하는 것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짧은 인간의 삶 동안 도를 닦기도 바쁘기 때문이었다.

수명이란 한계를 잊은 사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이번만입니다.”

“네! 그, 그런데 이거 비슷하게 만들어서 팔아도 되는 거죠?”

“그건 상관은 없습니다.”


일반적인 무복은 취향에 맞지 않아, 다른 형태의 한복이었다.

다만 무당답게 보이기 위해 조금 화려했었고, 그걸 또 죽이려고 얇고 검은 두루마기를 걸쳤었다.



‘옷부터 우유부단하지.’

‘옛날엔 저러지 않았는데...’


두 뱀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대신 제가 살 때, 싸게 주시는 겁니다.”


이 세계의 옷은 별로 취향에 맞지 않았다.

익숙한 계열의 옷이 늘어난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사라는 이미 두루마기와 저고리에 빠져 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녔다.


“독특하고 예쁘긴 한데, 요즘 유행은 몸의 라인이 드러나는 거라서 형태가 조금 변하겠네. 이거에 이름은 뭔가요?”

“두루마기입니다.”

“그렇군요. 이건 겉에 걸치는 거지만, 얇아서 라인이 잘 비치니까. 유행할 수 있겠어.”


젊은 상단주.

나이가 어린 만큼 그리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었으나, 대단했기에 그 나이에 상단주라는 지위를 가진 사라였다.


‘눈빛이 또렷하고 코와 균형이 맞으니, 돈은 좀 벌겠네. 콧구멍도 적당히 보이니 돈도 좀 쓸 줄 알겠어.’

‘그거 직업병이야.’

‘맞아. 얼굴부터 뜯어보는 거.’


사문은 그녀의 얼굴에서 돈복을 봤다.


“오늘은 쉽게 가긴 글렀네.”


다만 그녀의 얼굴은 돈복을 다 펼치지 못하고 단명할 상이었고 그건 오늘이었다.


“예? 무슨 말씀을 하셨어요?”

“옷 돌려주세요. 곧 나가 봐야 할 거 같네요.”

“무슨...”


사라는 사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멍하니 바라봤다.


“도, 도적이다!”


밖에서 다른 모험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마차가 갑자기 멈추며 앞으로 몸이 쏠렸다.


“그렇게 됐습니다.”

“여, 여기요.”


사문은 건네받은 옷을 입고 마차의 밖으로 나왔다.


‘오, 꽤 많은데?’

‘어떻게 할 거야?’

수십에 달하는 도적 무리.

어디고 상단의 물품을 노리는 도적이 있긴 했지만, 그 수가 상당하기에 무슨 물건을 운반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뭐, 적당히 해야지.”


사문은 청실과 홍실을 뽑아 들고 도적 무리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천둥번개와 함께 바람이 불어오리라.’


팔괘(八卦)의 진(震)과 손(巽).

사문의 홍실은 청실의 검 면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자 홍실에 담긴 진, 벼락의 기운과 청실에 담긴 손, 바람의 기운이 뒤섞이며 뇌풍항(雷風恒)을 이뤘다.


번개를 품은 사문의 검이 적을 베자, 뒤따라온 바람이 상처를 더욱 크게 벌렸다.

뇌풍항은 변함없이 지속됨을 의미했다.

그랬던 만큼 사문의 검은 다음 적을 노렸고 바람은 계속해서 그의 뒤를 따랐다.


“끄아아아!”

“크윽!”


감전에 의해 굳은 몸이 상처가 벌어지는 고통에 움직임을 되찾으며 큰 비명을 불러왔다.


“이, 이 자식이!”


이 세계로 넘어오고 풍만한 마력을 받아들이며 조금은 힘을 되찾았지만, 모든 힘을 되찾은 건 아녔다.

그 탓에 단번에 쓰러뜨리지 못한 적이 사문을 향해 이를 꽉 깨물며 달려들었다.


‘바람이 가라앉은 벼락을 일으키리라.’


사문은 이번엔 앞과 달리 청실을 홍실의 위에 태웠다.

그러자, 더욱 강하게 벼락을 품은 바람이 그의 검에 휘몰아쳤다.


풍뢰익(風雷益).

바닥을 쓸 듯이 청실을 올려 치자, 번개를 품은 바람이 땅을 타고 적에게 향했다.

적의 발목을 스치며 지나간 바람은 곧 솟구치는 번개를 일으켰다.


“끄아아악!”


풍뢰익은 하나의 이익이 아닌 더 많은 이익을 쫒는다.

솟구친 벼락은 나무가 가지를 뻗는 듯한, 형태가 되었고 가지는 씨를 품은 열매가 아닌 벼락이라는 작은 씨앗을 품은 바람이란 열매를 떨어뜨렸다.


떨어진 바람이 살을 파고 들어가 벼락을 피워냈다.


“끄아!”

“제, 제기랄!”


사문 홀로 모든 도적을 상대한 건 아녔다.

다만, 가장 강해 보이는 이와 그 주변의 이들을 노렸던 만큼 도적의 제압은 손쉽게 끝났다.


‘적당히 했네.’

‘죽은 사람은 없어 보이네.’


손속에 사정을 뒀기에 감전에 의해 기절했을 뿐, 죽은 이는 없었다.


“역시 처음부터 B급을 받은 녀석은 다르네.”

“근데 저럴 수 있나?”

“마법사라면 가능할지도. 그런데 마법사가 언제부터 검을 썼냐?”


모험가들은 사문의 전투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법사가 아니고 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어떻게 합니까?”

“전투 중에 죽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원칙상으론 제압해서 관청에 넘겨야 하지.”

“그렇군요.”


모험가의 말에 담긴 속뜻은 죽여도 상관없다였다.

다만, 사문이 제압한 만큼 그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었다.


“단전을 폐해야 하나... 아니, 중단전을 사용하는 거네?”


두목으로 보이는 자의 몸에 손을 올리자, 그의 마력이 뭉친 곳을 알 수 있었다.

본래 있던 세계와 다른 방식의 운용에 조금 흥미가 끌렸다.


“단전? 그게 뭐지?”

“아, 그런 게 있죠. 그보다... 야, 야!”


사문은 두목의 가슴을 발로 차, 그를 깨웠다.


“끄으으... 이, 이 빌어먹...”

“욕하는 건 못 참지.”

“크억!”


사문은 그의 턱을 발로 차고 머리를 잡고 눈을 바라봤다.


“흠... 악독한 놈이네. 아주 악질이야.”


눈에 비친 그동안의 업과 새로 쌓아올릴 업.

남의 여자를 겁탈, 살인, 약탈.

두목은 붙잡히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악업을 쌓았을 녀석이었다.


사문의 검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결국 죽이는 건가?”

“책임자니까요. 딱히 죄를 뉘우칠 놈으로 보이지도 않았으니, 감옥에서 밥만 축내게 둘 순 없죠.”

“하, 너 제국 사람이 아니구나.”

“아셨어요? 뭐 얼굴에 적혀있긴 하죠.”


사문 눈에 모든 이들이 이국적으로 보였지만, 그들 눈엔 사문이 이국적이었다.


“제국은 저런 녀석들을 가만히 두지 않아. 보통 힘이 좋은 녀석들이니까, 강제 노역이나 노예병으로 전쟁에 동원하고 다스릴 수 없는 녀석들은 단두대에 올리지.”

“흠... 노예병이나 노역에 기한은 없는 겁니까?”

“잡범이라면 모를까, 사람을 공격한 녀석들에겐 자비가 없지.”

“나머지는 모두 넘기는 게 좋겠네요.”


갱생의 여지가 있는 녀석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녔다.

치른 죄의 값은 이승에서 치를 수 있을 때, 치러야 한다는 게 사문의 생각이었다.


‘물론 저승에서도 죗값을 한 번 더 치르겠지만.’

‘이곳에도 저승은 있겠지?’

‘없으면 죽은 녀석들이 어디로 가겠냐?’

‘있던, 없던, 일단 여기서 치러야지.’


한 모험가는 밧줄을 가져와 남은 도적들의 한 줄로 엮었다.


“저 많은 사람들을 끌고 가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네요.”

“그럼, 죽일까요?”

“아뇨. 학살극은 보고 싶지 않아요.”


사라는 죽은 두목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만약 쟤들한테 죽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못하지.’

‘죽은 자는 용서해 줄 수 없잖아. 그러니 살인의 업이 최악인 거고.’


시왕 지옥에서 모든 처벌을 받았음에도 육도윤회 중, 지옥도로 가서 환생하지 못하는 이들이 연쇄 살인범 같은 이들이었다.


“그럼, 출발하시죠.”


한 모험가가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자, 사문은 사라에게 말했다.


“네. 자, 잠시만요. 마차에 타셔야죠.”

“옷이라면 다 보지 않았나요?”

“아직 다 못 살펴봤어요.”


말에 탑승하려던 사문은 사라에게 붙잡혔다.

이후, 도살장 끌려가듯 마차 안으로 끌려갔고 모험가들은 부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마법사셨어요?”


고명한 마법사들이라면 비슷하게 따라 할 수는 있을 기술들이었다.

기사 중에서도 오라를 포기하고 마법을 부리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사문처럼 두 가지 속성을 선보이는 자는 거의 없었다.


“아닙니다. 고향에선 마법사보다는 도사라 불리긴 했습니다.”

“마도사요? 그럼, 흑마법을...”


마도사는 마법에 취해 어긋난 길을 걷는 이들이 많았고 대부분이 흑마법사로 전향했다 보니 어느새 상위 흑마법사를 지칭하는 말이 되어있었다.

사문의 말을 오해한 사라는 그의 옆에서 점점 멀어졌다.


“마도사가 아니라 도사요. 다른 겁니다.”

“아... 처음 듣는 말이다 보니. 실례를 범했네요.”

“아닙니다.”


이 세계에 없던 개념이기에 그녀의 무지는 죄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마법사나 도사나 다를 게 뭐야?’

‘다르지.’

‘다른가?’

‘뭐가? 마력으로 마법을 부리는 거나, 도력으로 도술을 부리는 거나. 여기선 마력이나 도력이나 큰 차이가 없잖아.’


사문은 두 뱀의 말에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자연지기와 닮은 마력.

그 근원이라 부를 것이 너무나 닮았기에 구분할 수 있지만, 구분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정도였다.


‘그래도 도사는 도사야. 마법사가 될 수 없어. 도를 걷는 이가 도사인데,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는 아니지.’

‘마란 법을 따르는 거나 도란 길을 걷는 거나, 거기서 거기지.’

‘역시 주인은 꼰대가 다 됐어.’


차마 부정할 순 없었다.


“그런데 도사가 뭐예요?”

“하... 마법사와 비슷합니다.”


그냥 받아들였다.

절대 꼰대란 소리가 듣기 싫어서가 아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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