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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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웨
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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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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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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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디스(1)

DUMMY

“세상 쉽게 들어오네.”

“너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아 보이는데?”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매번 누굴 속이는 건 성격에 안 맞아.”


키마 왕국의 영토에 들어와 방문한 첫 도시, 이레미아.

사문은 발급받은 모험가 신분으로 입장했지만, 릴리스는 환각을 보여줘 통과했었다.


“그보다 꽤 소란스럽구나. 이전에 왔을 때는 활기차긴 했으나, 이 정도까진 아녔는데.”

“확실히, 사람들이 불안해 보이네. 이거 때문인가?”


한 건물의 벽에 붙은 종이, 최근 벌어진 한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카디스 해역. 머맨을 비롯한 해저 종족들의 침략 및 카리브디스의 등장으로 인근 항구 폐쇄. 현 국왕 텔레마 키마, 해저 종족과의 전쟁을 선포...]


“전쟁 났네. 정말 치고받는 걸 좋아한단 말이야.”


어딜 가나 전쟁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세계의 전력을 깎아 놓으려는 듯이.

사문은 의심을 마음 한편에 담아뒀다.


“이상하구나.”

“뭐가?”

“머맨 같은 이들이 뭍의 것들과 전쟁을 벌일 이유가 뭐가 있냐는 말이지.”

“전쟁이란 의외로 사소한 일로도 벌어지니까.”


머맨이 뭔지는 몰랐으나, 해저 종족이라면 사문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활동 영역이 바닷속인 만큼 인간들과 전쟁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의미 없는 전쟁이지.”

“그렇겠지.”


인간은 마법을 통해 물속에서 싸울 수 있지만, 주 활동 무대가 바다인 머멘을 상대로 유리하기란 어려웠다.

그와 반대로 지상에서 전투를 치를 시, 머멘은 활동력이 떨어져 인간을 이기긴 어려웠다.

결국 서로를 뿌리 뽑을 수 없는 전쟁이었다.


“하... 쓸데없는 소모전을 할 여유가 없는데, 계속해서 이런 일을 벌어지려 하네. 어느 잡놈이 그걸 원하는 거 같단 말이야.”

“마치 미래를 위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듯이 말하는구나.”

“하여간 눈치는 빨라서.”


그녀에게 미래에 모습을 드러낼 환란이란 존재를 보여줄까,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녔다.

그러나 미래를 안다고 꼭 좋은 건 아녔다.

포테이나 가룸 같은 경우에는 미래를 알고 대비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세계수가 세운 계획의 주역과 깊은 교감을 나눠야 했다.

미래를 안다면 교감보다는 목적이 우선시될지도 모르기에 계획은 틀어질 수도 있었다.

허나, 사문이 생각하듯 하늘이 내린 운명이라면 미래를 알 건, 모르 건 교감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지만, 하늘이 내린 인연이란 게 그리 많은 것도 아니기에 조금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미래에 큰 일이 닥치고 최대한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정도만 알아둬.”


그래도 사문은 하늘이 내린 인연일지 모른다고 98% 확신했다.


“그 정도는 네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지. 그래봤자, 고대의 전쟁만큼이나, 큰 일이 일어날까.”

“고대의 전쟁?”

“뭐, 성국에 갔을 때, 도서관을 뒤져보면 알게 될 거란다.”


릴리스는 복수하듯이 모든 걸 말하진 않았다.


“치사하긴... 일단 모험가 길드에 가봐야 하니, 다녀올게.” “이 가녀린 나를 혼자 두고 가다니, 매정하구나.”


릴리스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바라봤다.

사문은 순간, 심장이 덜컥했으나, 자연지기로 마구니를 떨쳐냈다.


“가녀리긴. 너한테 찝쩍거리다가 죽는 녀석이 안 나오면 다행이지.”

“그래. 다녀오너라. 나는 이 도시를 둘러보고 있을 테니.”


사문은 고개를 끄덕이곤 협회로 향했다.


‘정말 귀찮은 절차야.’

‘그러게. 어딜 가던 보고를 해야 한다는 거잖아.’


모험가는 협회의 지부가 있는 곳에 방문했을 시, 보고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주로 고위 랭크의 모험가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지명 의뢰를 받기 위함도 있었고 협회에서 한 지역에 큰 일이 생겼을 시, 빠른 동원을 하기 위함도 있었다.


“여기도 난리 났네.”


모험가 협회 이레미아 지부 또한 전쟁의 소식 탓에 혼란스러웠다.


“지부장님! 또 의뢰가 취소됐어요!”

“이번엔 또 뭔 의뢰야?”

“카디스로 향하는 상단이 상행을 포기해서 호위 의뢰를 취소하겠다고...”

“젠장... 벌써 몇 번째인지.”

“이 채취 의뢰는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하...”


지부장의 한숨은 깊었다.

상단이야,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특히나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시점에 전쟁터로 향할 이유가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며 기사들의 자원이 떨어질 시기가 되지 않는 이상, 상행 중단은 지속될 것이었다.


거기다 기존에 바다 인근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의 채취 의뢰를 받은 모험가들도 굳이 위험한 의뢰를 받아들일 일이 없었다.


바다와 붙어있는 것은 아녔으나, 비교적 가까운 도시였던 만큼 많은 의뢰가 바다와 관련이 있었고 그 탓에 의뢰 취소와 포기로 이레미아 지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방문 확인을 하려고 왔습니다만...”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접수원은 여러 서류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끼익... 쾅!

문을 강하게 열어젖히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지부장님!!!”

“아...”


등장한 한 접수원의 외침에 지부장의 얼굴이 불안으로 물들었다.


[전쟁 동원 의뢰.]

[도시 카디스 인근에 벌어진 전쟁에 동원을 요청... 토벌 수에 따른 은화 지급...]


의뢰자가 적혀있어야 할 위치에는 키마 왕국의 국왕 텔레마 키마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용병도 아니고 모험가도 전쟁에 동원되는구나.”


모험가는 국가를 따지지 않기에 조금 의문이 생겼다.


“상대가 머맨이나, 머메이드 같은 해저 종족이니까.”

“다릅니까?”


사문은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벽에 붙은 의뢰서를 확인하고 말을 건 이에게 물었다.

그는 붉은 비늘의 날개와 꼬리, 뿔을 지닌, 용인족이었다.

네치아에서 보긴 했으나, 무척이나 드물게 보인 종족이었다.


“자네는 편견이 없나 보군.”

“뭐,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신선, 차사, 돗가비, 용 등, 온갖 종족과 연을 맺어 봤던 사문은 의사소통만 가능하다면 교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 같은 용인이 보기에 머맨은 수인처럼 큰 관점에선 인간에 속하지. 얼마 전까지 이 나라도 머맨을 수인처럼 마물 취급하지 않았지만, 막상 전쟁이 벌어지니, 그들이 마물이라도 된 것처럼 모험가들에게 의뢰하고 있지 않나.”


간사했다.

인간, 적어도 수인이나, 엘프와의 전쟁이었으면 모험가에게 의뢰가 가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상에서 활동 제약이 많아서 쉽게 만나기 어렵고 인간과 닮은 점이 다른 종족에 비해 적은 그들은 쉽게 마물로 취급받았다.


“얼마나 지원할 거 같습니까?”

“개개인의 생각은... 글쎄, 지부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쾅!

순간, 한쪽에서 책상을 때리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지부장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거 누가 생각 없이 바로 벽에 걸레! 모험가 협회에 머맨이 없는 줄 알아!”

“죄, 죄송합니다. 당장 때겠습니다.”


한 접수원은 황급히 벽에 걸린 여러 장의 의뢰서를 수거했고 그걸 받아 든 지부장은 모두의 눈앞에서 찢어버렸다.


“저 두꺼운걸...”

“화끈하시네.”

“여기에도 한 녀석이 있었잖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였던 일부 모험가는 지부장의 행동을 통쾌하단 듯이 바라봤다.


“머맨 모험가가 있었습니까?”

“얼마 전까지는 있었지. 전쟁이 벌어졌단 소리가 나자마자, 사라지긴 했지만.”

“위험에 처하기 전에 돌아갔군요?”


용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 의뢰를 받는 녀석들은 상당수 될 거야. 모든 지부장이 헨리테 씨 같지는 않으니까.”


지부장의 이름은 헨리테였다.

사문은 조용히 헨리테의 눈을 바라봤다.


‘평소에는 우유부단하지만, 결정적일 때는 강단이 있고, 그 점에 끌리는 이들도 많구나. 워먼 만큼이나 인망이 있어.’

디아카테의 지부장은 직접 만나보지 못했으나, 잠시 의뢰 완료를 알리기 위해 방문했던 지부의 분위기를 보면 그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았다.


‘그 둘을 저 자리에 앉힌 협회장은 사람 볼 줄 아는 녀석인가?’


그러나 용인의 말이 있기에 더욱 눈을 들여다보며 협회장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으나, 헨리테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포기했다.


“그럼, 전쟁은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흠...”


용인은 조용히 사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여긴 너무 소란스러우니, 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는 게 어떤가?”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접수원에게 방문 보고를 하고요. 그리고 일행도 있는데, 괜찮습니까?”

“상관없다네.”


용인은 흔쾌히 답했고 잠시 후, 접수원에게 여유가 생겼을 때, 사문은 보고를 올리고 그와 함께 도시에 있을 릴리스의 기운을 쫓아갔다.


“또 맥브루어라면 안 마실 거야.”


릴리스와 만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눈 그들.

용인 모험가의 이름은 로주였다.

인근의 한 술집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은 릴리스는 사문을 보며 말했다.


“하... 술은 제가 사겠습니다.”

“그래 준다면야. 나야 감사하지.”


로주와 사문 또한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주문을 마친 사문은 로주에게 물었다.

그는 머멘과의 전쟁을 탐탁지 않게 바라봤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 남아있을 거 같지 않았다.

그의 눈을 통해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는 있지만, 그의 생각은 본 것을 바탕으로 유추해야 하기에 굳이 직접 보기보단 대화를 결정했다.


“아까 말했던 머맨 모험가, 멜린을 찾을 생각이지.”

“잘 아는 사이인가 보네요?”

“그쪽도 알다시피 용인 모험가는 적다네. 그리고 머맨 모험가는 그보다 적지. 일종의 동료애가 있었고 함께 의뢰를 수행한 적도 있다네.”

“친구라는 말을 참 어렵게 하시네요.”


로주는 멋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너 그거 오지랖이야.


릴리스는 사문의 생각을 예상하며 남들 몰래 말을 걸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머맨 한 명 정도는 알아둬도 나쁘진 않을 거 같거든.

-성녀는?

-... 아직 시간이 있어.


흉성들은 그녀가 빛을 나눠주지 못하도록 막을 뿐, 직접적인 해는 끼치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아직까진 그러했다.


-잘 생각해. 아무리 네가 대단한 힘을 지녔다고 해도 넌 개인이야.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질 수도, 해결할 수도 없어.

-잘 알고 있어.


사문은 이전에 벌어졌던 사건을 홀로 해결한 것은 아녔다.

많은 인과를 통해 지금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결국 홀로는 큰 뜻을 이룰 수 없기에 오지랖을 부려서라도 인연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그의 성격이 그러한 것도 있긴 했다.


“머맨... 아니, 멜린 씨는 어떻게 찾을 생각입니까?”


사문은 그의 눈이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너무 늦은 탓에 찾지 못했구나.’


한 머멘의 창을 들고 울부짖는 로주의 모습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카디스로 향할 생각이라네. 분명 그 친구도 고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카디스란 어떤 곳입니까?”

“내가 말했던 아름다운 도시야. 해상무역을 통해 여러 문화를 받아들였고 그만큼 문화가 발전한 곳이지.”


릴리스는 로주를 대신해 설명했고 그는 그녀의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디스가 아닌 건 분명하네.’


분노한 로주의 폴암에 몸이 찢긴 인간들.

그들의 갑옷은 키마의 기사들이 입은 것과는 다른 양식, 사문이 이전에 봤던 양식의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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