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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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웨
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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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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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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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2)

DUMMY

“꽤 정이 많이 들었나 보구나.”

“그러게.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


며칠이란 시간.

포테이는 왕위에 올랐고 사문은 그로부터 원하던 것을 받으며 다시 여정에 올랐다.

떠나던 그를 붙잡은 포테이는 촉촉한 눈으로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었다.


“해어질 때가 돼서야 스승님이라 부르고, 뒤늦게 내 소중함을 안 거지.”

“그렇다고 치지. 그보다 그건 어디에 쓰는 거지? 들어보니, 그걸 통해 뭔가를 이루려던 것 같던데.”


반묶음 머리에 비녀처럼 꽂아 둔 곰방대.

릴리스는 그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곰방대라고 하는 거야. 입에 물고 특정 말린 풀을 태워 연기를 빨아들이는 거지.”


사문은 주머니에서 말린 담뱃잎을 꺼내 곰방대의 끝에 채우고 잎에 물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기고 손가락을 튕기자, 곰방대 속의 잎에 불이 붙으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포테이는 맥브루어처럼 잘 나갈 상품을 팔아 경제력을 올릴 생각이야. 이게 그 잘나갈 상품이고.”

“그게?”

“중독성이 있고 기분을 고취하니까. 뭐, 그래도 의원 출신이라고 독성을 중화시키는 풀도 섞는다고 했지만.”


기분 고취에 따른 중독성만 있는 담배.

사문이 살던 곳에선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이곳에만 존재하는 풀을 섞는다면 가능했다.

다만, 그 만큼 맛이 떨어지기에 사문은 담뱃잎만을 태웠다.


“정말 그 계획이 성공할 거 같은가?”

“나쁘진 않을 거야.”


사문이 있던 곳에서 흡연율은 점점 떨어지긴 했으나, 그래도 꽤 높은 수준이었다.

거기다 맛은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해가 적고 중독성이 있는 만큼 실제로 시중에 풀려봐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잘 팔린다면 네치아는 많은 부를 손에 쥐고 더욱 강해지겠지.”


힘이 중요한 곳이었으나, 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거기다 강대국이 강대국인 이유는 힘을 통해 재력을 쌓고 그 재력으로 더욱 힘을 키우기 때문이었다.


네치아가 큰 경제력을 가진다면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꼭 좋은 건지는 모르겠네.”

“흠... 강해진다면 뭐든 상관없지.”


술과 담배가 주력 상품인 국가.

그다지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일단 너와 동행을 하긴 했으니, 어딜 가는 것인지는 말해 주는 게 어때?”


사문은 일단 발 닿는 대로 네치아를 떠났고 릴리스는 그런 그를 따라왔다.

애초에 방랑, 그 자체를 즐기는 그녀에게 사문과의 동행은 아무것도 아녔으나,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따라가는 건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나도 내가 어디로 간다고 말할 순 없어.”

“뭐?”

“지난밤, 별이 뜬 곳도 저곳이고 바람이 등 떠미는 곳도 저곳이긴 하니까. 멀긴 한데, 한 번 가보는 거야.”


사문은 산 너머 먼 곳을 가리켰다.


“나와 장난하자는 거구나?”

“왜?”

“네가 이상한 놈인 건 알았지만, 악마인 나를 데리고 저 멀리 가자는 거면 미친 거지.”


릴리스의 눈이 사문을 날카롭게 관통했다.


“아... 설마.”

“그래. 루멘 성국이 위치한 곳이 네가 가리킨 끝에 있단다.”

“자, 잠깐. 오해하진 말아. 난 저 끝에 그게 있는 줄 몰랐어. 그리고 가는 길일 수도 있고 방향만 알지 정확히 목적지는 거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당황하며 손을 마구 젓자, 릴리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거뒀다.


“도대체 네가 본 별이 무엇이기에 저곳으로 가려는 거지?”

“음... 아직 어리긴 하지만 강한 빛을 지닌 별이지.”

“훗날 영웅이 될 만한 이라는 건가?”


오랜 시간을 살아온 덕인지, 단 며칠이었지만, 사문이 하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릴리스였다.


‘나이 많은 것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건가?’

‘그럴지도 신선이나 차사들이랑은 그래도 말이 잘 통했으니까.’


한때 사문 또한 오래된 이들의 두루뭉술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들과 잦은 접촉과 나이를 먹어감, 경지의 상승에 따라 너무 많은 것을 보게 된 그는 그들처럼 변해가면서도 조금은 다른 노선을 탔었다.


‘심현이나, 강림 탓이지.’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사문을 옛 전쟁에서 자신들의 패로 사용하려 했던 신선과 차사의 이름이었다.


“갑자기 왜 미소를 짓는 거지? 네 속에 있는 것들과 대화를 나눈 건가?”

“음? 알고 있었어?”

“어렴풋이. 네 속에 뭔가가 깃들었고 네가 몸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 그들을 종속시키고 있다는 거까지.”

“그쯤이면 어렴풋은 아닌데?”


릴리스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어차피 비밀도 아녔으니까. 나와.”


사문이 말하자, 두 뱀이 품속에서 머리를 꺼내며 어깨 위로 올라갔다.


“오... 귀여운 아이들이구나.”

“우리가 아이란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닌데.”

“그렇지.”


강철이와 이시미는 사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존재였다.

허나, 릴리스와는 비교해 보기 전까진 모를 이들이었다.


“뱀의 몸을 지니고 있지만, 뱀은 아니구나. 처음 보는 존재야.”

“안 돼.”


릴리스는 탐구욕에 눈을 밝혔다.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말리는 거지?”

“당장이라도 다 뜯어볼 눈이야.”

“히익!”

“악독한 년.”


강철이와 이시미는 순식간에 사문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마음을 읽는 건가?”

“독심술에 재능은 없어. 정말로 네 눈이 그래.”

“눈빛만 그럴 뿐이지,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단다.”

“그럼, 됐다.”


과연 그녀에게 세계수가 세운 계획의 주역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보다 영웅이 될 별이라면 꽤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군.”


필연처럼 많은 일과 이에게 엮이며 성장한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 영웅이었다.


“뭐, 네 말처럼 재밌는 일이 일어날 수는 있지. 그런데 영웅이 될 별은 아니야.”

“그럼, 뭐지?”

“영웅은 밝게 빛나며 주변을 밝히는 별이지, 그러나 이번에 내가 본 별은 스스로 빛을 많은 별들에게 나눠줄 별이야.”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불씨를 나눠주는 별이었다.

영웅과는 다른 의미의 자기희생을 하기에 차이가 있었다.


“성국에 그럴 만한 존재라면... 그런가, 성녀가 태어났나 보네.”

“성녀?”

“신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것을 바치는 멍청하고 불쌍한 족속이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사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기분 나쁘네.”

“지난 일 가지고 열 내지 마.”

“아직 성녀가 비슷할지 모르잖아.”


두 뱀은 사문을 달래듯이 품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말했다.


“무슨 일이지?”

“아니야. 예전에 비슷한 소녀가 있었거든.”

“꽤나 불쌍한 소녀였나 보구나.”

“불쌍했지.”


타고난 자질을 노린 신선들에 의해 고통받았던 어린 소녀.

사문은 자신의 여동생을 떠올렸다.


“네가 보기에 이곳의 신은 어떤 존재인데?”


진정한 사문은 천천히 그녀에게 물었다.


“몰라.”

“다 아는 듯이 말하더니.”

“실제로 본 이는 없으니까. 아니 있긴 하지만, 죽었으니.”


릴리스 또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천사들은? 그들은 신을 봤을 거 아니야.”

“그 녀석들도 신을 실제로 본 녀석은 몇 안 돼. 대부분이 의지를 전달받을 뿐으로 알고 있어. 그것도 고위 계층의 녀석들만.”

“먼 존재네.”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존재.

옥황 또한 쉽게 마주할 수 없을 뿐, 선계에 사는 신선들의 왕이었기에 신선이라면 이유나 신분에 따라 마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곳의 신은 천사와는 또 다른 존재이기에 완전히 다른 구조였다.


“그런데 극혐하는 이유가 뭐야?”

“극혐?”

“극도로 혐오하는 이유 말이야.”

“아, 몰라. 그냥 생리적으로 싫어.”

“그게 뭐야?”

“모르겠는데, 맘에 안 드는 건 확실해.”


악마인 것은 맞으나, 뭔가 이질적인 듯한 릴리스.

그녀를 그리 느끼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뭔가를 알기 위해선 가봐야겠네.”

“흠...”

“왜? 겁나?”

“날 뭐로 보는 거지?”

“악마. 성국의 퇴치 대상.”


릴리스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사문을 바라봤다.


“약해빠진 것들이라면 모를까. 그깟 놈들이 내게 뭘 할 수 있을 리가.”

“잘났네. 그런데 기피하는 건 맞는 거 같은데?”

“작은 벌레들이 물어뜯는 것에 죽지는 않지만, 굳이 벌레 소굴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 그런 거란다.”

“어우...”


모기가 득실거리는 늪을 떠올리자,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그래도 따라올 거지?”

“굳이 내가 힘을 쓸 일이 없다면 들킬 일은 없지. 재밌는 일도 벌어질 거 같으니, 따라가도록 하마.”

“그래. 어째서 그 별 주변이 흉성으로 가득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자고.”


사문은 성국을 향해 나아갔으나, 도착하는 건 꽤 먼일이었다.


“그보다 이대로 가면 키마 왕국에 먼저 도달하겠어.”

“키마 왕국?”

“그래. 꽤 아름다운 도시도 있으니, 한 번 가볼 만한 곳이지. 다만, 성국으로 갈 생각이라면 그 도시를 볼 수는 없을 테지만.”


키마 왕국은 브리아 왕국과 발루아 제국에 비하면 작은 국가였다.


“아름다운 곳이라. 두 강대국 사이에서 잘도 아름다움을 유지했나 보네.”

“전쟁을 말하는 거구나.”

“그래. 발루아 제국과 브리아 왕국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고 들었으니까.”

“물론 두 강대국과 가까운 만큼 위태로워 보일 수는 있으나, 두 강대국이 굳이 다른 국가까지 관여시켜 적을 만들 이유는 없으니까.”

“정치는 참 어려운 것이야.”


사문은 고개를 저었다.


***


“이 바다는 모두의 것이다. 반드시 막아라!”

“예!”

“비열한 인간 놈들에게 바다의 분노를 보여 주거라!”

“예!”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의 한가운데.

거대한 배들 사이, 바닷속에서 날카로운 날을 세운 창이 배 위로 날아와 한 기사의 몸을 꿰뚫었다.

이어 날아온 창 또한 기사들을 마구 꿰뚫었으나, 이어 그들이 든 방패에 의해 막혔다.


배 위의 기사들이 쏜 활과 마법사들이 날린 마법이 바닷속에 모습을 감춘 이들에게 향했으나, 거친 바다는 그들의 공격을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무 많았던 공격이기에 일부는 파고들며 숨은 이들에게 적중했다.


푸르던 바다는 점점 그들의 피로 붉게 물들어갔다.


“어째서 저 놈들이...”

“어째서 이런 일을...”


서로가 서로에게 의문을 가지고 일어난 전투.

서로에게 해답을 듣지 못하게 막는 장벽.

거대한 파도가 솟구치며 배 한 척이 뒤집혔고 물밑에 있던 이들도 일부 뭔가에 죽었는지, 물속이 붉게 물들었다.


“카, 카리브디스다!”

“모두 대피하라!”

“일단 물러선다!”


물밑의 이들도 배 위의 이들도 모두 거대한 파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촉수를 피해 물러나기 시작했다.


“돌아가면 얼른 폐하께 이 사태를 전달하거라!”

“예!”


물러나는 배 위의 한 남성은 바다를 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장관이구나... 충분히 봤으니, 이만 배를 돌아가지.”

“예!”


한 배 위에서 망원경을 통해 모든 일을 바라보던 남성과 그 뒤에 후드를 뒤집어쓴 이.

남성이 망원경을 내리고 명령을 내리자, 배는 다른 배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지는 배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더니 끝내 멀어지자,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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