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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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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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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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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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화. 대표팀

DUMMY

- 주말리그 전반기 중부권역 우승팀을 가릴 최종전이 잠시 후 시작됩니다. 남일고와 청진고, 청진고와 남일고 간의 경기, 제 옆에는 최영식 위원님이 나와 계십니다. 위원님,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전반기 최종 순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 네, 간단합니다. 청진고가 이기면 우승은 청진고입니다. 만약 남일고가 청진고를 잡으면 대전우수고와 청진고, 남일고 세 팀이 모두 6승 1패로 맞물리며 득실을 따지게 됩니다. 쉽게 말해 양 팀 모두 무조건 이겨야 하고, 특히 남일고는 이기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한 채 이겨야합니다


- 쉽지 않네요. 정말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혈전이 벌어지겠군요. 오늘 청진고의 선발은 백호, 남일고에서는 김서율의 뒤를 이은 새로운 에이스 남진우가 등판합니다


짝짝


“다들 주목!”


대전우수고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남일고는 강하다.


이제는 클리블랜드 선수가 된 김서율이 빠지긴 했지만, 지난 시즌 2학년이었던 중심 타선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다가 오늘 선발로 올라온 남진우 저놈은 상당히 좋은 공을 던진다. 디트로이트로 납치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청진 역시 작년과는 전혀 다른 팀이다.


“강유찬, 실수해도 괜찮지만 절대 겁먹어서는 안 돼. 앞으로 자주 좌익수에 배치될 거다. 익숙해져야 한다.”


“네, 감독님.”


오늘 경기 라인업은 현재 우리 팀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중견수 최승우, 포수 민주원, 1루수 장정우, 그리고 공격력 강화를 위해 강유찬이 좌익수에 배치되었다.


다른 팀에 가도 주전을 다툴 만큼 좋은 선수들이다. 그 외 나머지 포지션에도 자신의 역할 정도는 할 수 있는 녀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백호.”


“네, 감독님.”


“컨디션은 어때?”


“아주 좋습니다.”


“그래, 다들 들었지? 오늘 우리 에이스의 컨디션은 최고다. 그러니 두려울 건 하나도 없다. 가자, 가서 남일고를 잡고 2년 연속 주말리그 전반기 챔피언이 되는 거다. 다들 하나, 둘, 셋, 청진고 파이팅!”


“파이팅!”


마운드로 향하는 길, 수비수들이 한 번씩 내 등을 툭 치며 지나갔다.


그때마다 오른손 새끼손가락 끝이 아주 미묘하게 찌릿하다.


별 건 아니다. 어제 경기에서 홈으로 슬라이딩하다 살짝 불편을 느꼈을 뿐이다. 하루 이틀 정도 쉬면 바로 나을 수준이다.


다만,


“청진고 파이팅!”


“파이티이잉!”


전력투구를 하기는 좀 힘들 것 같다. 힘을 빼고 맞춰 잡는 피칭을 해야 할 것 같다.


상관없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것도 아니고,


100년 넘게 야구를 하며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겪은 일이다. 이런 걸 관리하는 건 내가 가장 잘 하는 일 중 하나다.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팀의 큰 형이자 살림꾼 역할을 자청했던 정우진, 혹은 박정진,


그 둘이 있었다면, 감독에게도 말하기 싫은 이 사정을 털어놓고 협조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지금쯤 뭘 하고 있으려나, 소식 한 번 없고.


딱히 연락을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그냥 좀 궁금해졌다.


“플레이 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심의 입에서 경기시작이 선언되었다.


남일고의 리드오프 이승구가 타석에 들어섰다.


**


‘흐음... 저놈’


뭔가 좀 이상하다. 이게 뭐라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아무튼 그렇다.


몽골인 급의 시력을 가진 강유찬이다 그런 강유찬의 눈이 저 멀리 마운드 위에 선 백호를 주시했다.


1번 타자를 상대로 던진 두 개의 공이 연속으로 볼로 판정되었다.


제구도 제구지만 구속도 살짝 떨어진 느낌이다.


그럴 수 있다. 아무리 저놈이 괴물이라 해도 아직 고교생이고,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는 거니까.


강유찬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이 아닌, 지난 1년 간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머릿속에서 자동재생이 될 정도로 익숙해진 백호의 투구 폼이다.


뭔가, 뭔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다.


뻐어엉


“스트라이크! 아웃!”


다행히 백호가 남일고의 리드오프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걸 본 강유찬이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쩝 다셨다.


‘하긴, 지금 내가 남 걱정할 때가...’


그랬다. 지금 문제는 백호가 아니었다. 자신이었다.


아무리 수비부담이 덜한 좌익수라 해도 실전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올해 치른 여섯 번의 경기에서는 주로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경기 중후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혹은 대타로 출전했다 그대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에 몇 번 좌익수 자리에 선 적이 있긴 하지만 공을 처리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쉽게 말해 강유찬의 좌익수 수비는 백지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런데 주말리그 우승이 걸린 경기에 덜컥 주전좌익수로 출전하게 됐다.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나 실수를 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모든 걸 다 망치지 않을까?


그 순간, 남일고 2번 타자가 친 타구가 좌익수 쪽을 향해 날아왔다. 강유찬이 전력을 다해 그쪽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파울라인을 넘을 듯 말 듯 애매한, 안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안타가 될 타구.


보통의 고교 레벨 외야수라면 원바운드로 처리하거나 그냥 파울이 되길 빌어야 하는 타구다.


하지만 강유찬은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젠장, 백호 녀석 같으면 설렁설렁 뛰어와서 잡았을 텐데, 될까? 잡을 수 있을까?’


지금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말도 안 되는 타구들을 너무 쉽게 잡아내던 백호의 외야 수비 장면들이었다.


그 이미지를 따라, 머릿속 백호의 움직임을 따라 죽어라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타고난 빠른 발과 운동신경, 거기에 백호를 보고 깨달은 외야 수비의 노하우가 더해지며 파울라인 밖으로 떨어지려는 타구를 글러브 안으로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촤악




“아웃!”


자리에서 일어나 유니폼에 묻은 잔디와 먼지를 털어내는데 외야 관중석에 앉은 몇몇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마! 니 야구 잘 하네!”


“최고다! 부산으로 와! 주전 외야수 자리 비워둘 테니까!”


“너 정도면 당장 주전이 될 수 있을 거야!”


부산 팬이 왜 여기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피식 웃어넘겼다.


겨우 이 정도로 뭐 저리 호들갑을, 저기 마운드 위에 있는 괴물은 밥 먹듯이 하는 플레이다. 이런건 그냥 기본 중의 기본인 거다.


뻐엉


“스트라이크!”


다행이다.


방금 전보다 투구 폼이 한결 안정된 느낌이다. 이유가 뭔지 몰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듯하다.


뻐엉


“볼.”


그나저나 아까 에이전트 얘기가 나왔을 때는 솔직히 깜짝 놀랐다. 백호 놈이 등 뒤에 감시자라도 붙여놓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정말로 연락 온 곳이 있었다.


부산에 사는 삼촌의 소개를 받았다며 강유찬에게 접근한 에이전트가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과 손을 잡고 전략적으로 타이탄스 선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했단다.


생각 없다고 대답했다. 언제나 그렇듯 아버지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거절하긴 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에이전트가 날 찾아오다니, 정말 프로가 될 수 있는 건가?


내가?


그 순간, 또 한 번의 타격음과 함께 좌익수 쪽으로 타구가 날아왔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어지간하면 외야로 타구를 보내지 않는 백호가 벌써 두 번째 외야 플라이를 허용했다. 남일고 3번 타자가 친 타구가 유격수와 좌익수 가운데 애매한 지점을 향해 날아왔다.


원바운드로 처리해야 하는 안타성 타구,


하지만 강유찬의 머릿속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빠르게 시뮬레이션되었다.


가능하다. 이건 잡을 수 있다.


떨어지는 타구를 향해 강유찬이 몸을 날렸다.


촤악




“아웃!”


- 멋진 수비입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를 강유찬이 잡아냅니다! 아, 저 선수 외야수비 능력이 대단하네요. 앞선 타자의 파울 타구를 잡아낸데 이어 두 번 연속 호수비를 펼칩니다


- 좋은 선수에요. 작년까지 청진고의 안방을 책임지다 올해 투수로 전업한 선수가 저렇게 외야 수비까지 볼 수 있다니, 정말 다재다능하군요. 청진고가 강해진 데는 분명 저 선수의 몫도 있습니다


간신히 잡았다. 조금만 슬라이딩이 늦었으면 안타가 됐을 거다.


역시,


난 천재가 아니다. 백호 놈이었다면 이보다 훨씬 쉽게 잡아냈을 거다.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등 뒤에서 관중들이 또 한 번 소리쳤다.


“강유찬! 부산에 와서 투타 겸업해! 내가 마! 팍팍 밀어주마!”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너는 버어어얼써~ 나를 이이이잊어어었나~”


대체 왜 중부권 고등학교 야구 경기가 열리는 구장에 와서 부산 타이탄스 응원가를 부르는 걸까, 그리고 별것도 아닌 플레이에 과장스러운 환호를 보내는 걸까.


저런 칭찬은 저기 저 괴물에게나 어울리는 것 아닌가? 아, 혹시 남일고 팬인가, 그래서 나를 놀리는 건가.


강유찬이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중간에 서 있던 백호가 강유찬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나이스 플레이.”


“뭐야, 너도 나 놀리냐.”


“...?”


“젠장, 두고 봐라. 이깟 좌익수 수비, 금방 익숙해질 테니까.”


**


시간이 흐르며 백호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어떤 구단의 스카우트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스카우트들이 지금 청진고와 남일고의 경기를 지켜보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어딘가 불편해보이지?”


“맞아, 큰 부상은 아닌 거 같은데 확실히 정상 컨디션은 아니야. 공 위력이 평소보다 못해.”


“흠, 그런데도 잘 막아내는군.”


“수비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 언뜻 보면 일부로 좌측으로 타구를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설마, 고교 선수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어쨌든 정말 탐나는 녀석이군. 안 그래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합격점을 넘어 만점을 주고 싶은 심정이야.”


“젠장, 경쟁률이 점점 더 올라가겠군. 이봐, 다들 우리한테 양보하는 건 어때? 너희들은 돈으로 선수를 사오면 되지만 우리는 신인을 키우지 못하면 바로 파산이라고.”


“흐흐, 그것 참 재미있는 농담이군. 그나저나 저기 청진고 좌익수, 저 녀석도 꽤 잘 하네.”


“감각이 있어. 저런 건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닌데. 흠, 사이즈가 좀만 컸어도...”


“아직 열여섯이니까. 모르는 거지. 좀 더 자랄 지도.”


“저 친구 부모님을 좀 만나봤으면 좋겠군. 그럼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대충 견적이 나올 텐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그라운드를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2회가 시작되었을 때, 청진의 감독과 코치도 백호의 상태를 눈치 챘다.


그만 내려오라는 감독의 말에 백호가 고개를 저었다.


“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글쎄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입니다.”


그 말을 한 백호가 본격적으로 맞춰 잡는 피칭을 시작했다. 삼진 수는 감소했지만 대신 투구 수 역시 함께 줄어들었다.


그런 백호가 9이닝을 삼진 일곱 개, 피안타 세 개, 볼넷 1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상할 정도로 좌측으로 타구가 집중되는 가운데 청진의 좌익수 강유찬은 스카우트들의 눈을 반짝거리게 할 호수비를 계속 선보였다.


이에 맞선 남일고의 투수진도 만만치 않았다.


백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챈 남일고 감독이 투수를 계속 교체하며 타자 백호와 정면 승부를 벌였다.


첫 타석에서 친 커다란 타구가 중견수에게 잡혔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앞 안타를 기록했지만 후속타자 불발로 결국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일고의 전략이 성공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오늘 경기 내내 백호 선수를 완벽히 막아냈던 남일고가 결국 핀치에 몰렸습니다. 투 아웃 이후 안타와 실책, 볼넷이 겹치며 베이스가 꽉 들어찼습니다


- 네, 결국 이렇게 되네요. 9회 말 투 아웃 주자 만루에 백호가 들어섭니다


어떤 식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끝내기냐, 연장이냐만이 남은 벼랑 끝 상황에 백호가 등장했다.


남일고 투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덕아웃을 바라보았지만 그를 도와줄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타석에 들어선 백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투수를 바라보았다.


시끌시끌한 응원단의 목소리가 마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처럼 들렸다.


평화로웠다. 그라운드 내 모든 사람들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지만 백호의 마음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배트를 돌려보았다. 경기 내내 계속되던 새끼손가락의 울림은 언제부터인가 느껴지지 않았다. 백호의 입 꼬리가 아주 살짝 솟아올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147km/h의 속도로 백호의 몸 쪽을 향해 날아왔고, 그 공을 향해 백호의 배트가 망설임 없이 돌았다.


따아아아악!


- 갑니다! 갑니다! 좌측! 좌측! 좌측! 으아아아! 갔어요! 넘어갔습니다! 홈런! 루상에 있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백호의 끝내기 만루 홈런! 청진고가 이겼습니다! 7연승을 기록한 청진고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주말리그 전반기 챔피언의 자리에 오릅니다!


덕아웃에 기댄 채 초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청진고 선수들이 우르르 그라운드로 쏟아져 들어왔다. 눈물 콧물을 주렁주렁 매단 강유찬이 백호에게 달려들다 뭔지 모를 기술에 걸려 잔디 위에 나뒹굴었다.


“야, 백호, 너 올...! 컥!”


“유니폼에 뭐 묻는 거 딱 질색이다. 붙지 마라.”


“뭐라는 거야! 어쨌든 이겼다! 이겼어! 우승이다!”


“백호야! 우리 여깄다! 아버지도 여기 오셨어! 여보, 어디 가요! 멀쩡한 통로를 두고 왜 안전망을 넘어가려는 건데! 내려와요! 내려오라고!”


그렇게 청진고가 창단 후 두 번째 우승과 함께 황금사자기 직행티켓을 따냈다.


백호의 이름값이 또 한 단계 상승했다.


전반기가 끝나고 일주일 후,


주말리그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그 하반기에서는 남일고가 반격에 성공했다.


백호 뒤에 등판한 강유찬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둬내며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백호는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서도 최우수선수상과 타격상, 우수 투수상 등의 개인상을 독식했다.


이제 백호는 고교야구를 넘어 한국 야구계 전체의 주목을 받는 최고의 유망주가 되었다. 일반 야구팬들 역시 백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KBO에서는 그를 지명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찾아왔다.


6월 셋째 주 월요일, LA올림픽에 참가할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의 명단이 확정 발표되었다.


<25세 이하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된 올림픽 야구 대표팀, 대학선수와 고교선수까지 포함된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


<계투 역할을 맡게 될 언더핸드 투수 유이준(백제대학교), 그리고 한국 야구 올림픽 대표팀 사상 첫 고교선수로 기록된 백호(청진고등학교)>


<KBO 관계자 “우리 야구의 미래를 위해 최대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발했다. 아마추어 선수 둘을 포함시킨 것도 그런 이유다. 잘 싸우리라 믿는다”>


<올림픽 대표팀 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백호 “할 수 있는 걸 하겠다”>


조완용과 그의 부인은 자신의 아들을 대표팀에 승선시키기 위해 오만 짓거리를 다 했다. 남편은 로비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부인은 자신이 소유한 인터넷 언론사를 통해 연일 백호를 헐뜯고 조상혁을 치켜세우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고교야구를 초토화시킨 백호는 이제 누군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국내 뿐 아니라 빅리그 팀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거기에 야구팬들의 지지가 너무나도 확고했다.


그들은 한국 야구에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백호라는 특급 신인이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며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오길 바랬다.


그렇게 백호의 올림픽 대표팀 승선이 만장일치에서 한 표 빠진 채로 결정되었다.


”쯧, 막상 가려니까 귀찮네. 그냥 조상혁 그놈한테 양보할 걸 그랬나.”


“와... 그 새끼가 들으면 피토하면서 쓰러질 소리네.”


“강유찬, 넌 나 없는 동안 최승우 저 놈 확실히 관리하고, 민주원 너는 괜히 입 털다가 상대 타자한테 얻어터지지 않게 조심하고.”


“민주원은 함부로 입을 나불거리지 않지. 그것보다 백호.”


“왜.”


“미국 가면 요기 베라의 묘지에 나 대신 꽃 한 송이만 놔 줄 수 있을까?”


“정신 나간 놈아. 그 양반 묘는 뉴저지 근처 어디에 있을 테고 올림픽은 LA에 열리는데 거길 어떻게 가라는 거야.”


“사나이라면 거리 따위는 중요치 않지.”


“그 사나인지 뭔지 너나 하고, 암튼 난 간다.”


청진고 야구부가 전반기 왕중왕 전인 황금사자기 대회를 준비하던 어느 날, 백호가 대표팀 소집명령을 받고 팀을 떠났다.


본래 운명에 존재하지 않았던 LA 올림픽을 향해 백호가 첫발을 내딛었다.


“아, 잠깐만 백호야.”


“네, 감독님.”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네.”


“거기 가면 아마 이상한 놈들도 섞여 있을 거야.”


“사람 사는 곳이니 그렇겠죠.”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음, 아무리 열 받아도 사람 때리고 그러면 안 된다. 모자란 놈들이라도 선배라는 걸 잊으면 안 돼.”


“...?”


“아, 주먹뿐만 아니라 말로도, 절대.”


“제가요? 사람을? 때려요? 말로?”


“그래, 니가 말로 사람을 얼마나 잘 패... 하긴, 원래 때린 사람은 발 쭉 뻗고 편히... 아, 반대인가? 아무튼 부탁한다. 백호야. 부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대회 치루고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다오.”


“당연하죠, 감독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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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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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7화. 대표팀 NEW +27 15시간 전 4,771 263 18쪽
37 036화. 올림픽? +22 24.09.21 6,989 283 13쪽
36 035화. 뒤바뀐 챔피언과 도전자 +17 24.09.20 8,113 319 17쪽
35 034화. 이겨내라 +17 24.09.19 9,046 302 13쪽
34 033화. 마지막 관문 +26 24.09.18 9,650 354 17쪽
33 032화. 청진고 +28 24.09.17 9,761 369 15쪽
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4 24.09.16 10,248 334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3 24.09.15 10,552 341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7 24.09.14 11,038 346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30 24.09.13 11,185 353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2 24.09.12 11,275 367 16쪽
27 026화. 피해라 +19 24.09.11 11,434 326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5 24.09.10 11,783 335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1 24.09.09 11,792 354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4 24.09.08 11,934 334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3 24.09.07 12,155 303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3 24.09.06 12,644 306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12,630 366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6 24.09.04 12,711 374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7 24.09.03 12,716 335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8 24.09.02 12,609 362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7 24.09.01 12,838 340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6 24.08.31 13,338 339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8 24.08.30 13,200 322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13,258 334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13,482 346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8 24.08.27 13,544 33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5 24.08.26 13,524 374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9 24.08.25 13,493 337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20 24.08.24 13,640 330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20 24.08.23 13,808 321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4,328 296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5,077 295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6 24.08.20 15,771 322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5 24.08.20 16,257 333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6 24.08.19 17,524 339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97 24.08.19 19,653 467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9 24.08.19 21,662 3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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