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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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DUMMY

탈레스는 곧장 린벡 방어군에 합류했고 제논의 지시에 따라 남쪽과 동쪽 방면의 리자드맨 격파에 나섰다.

할 건 없었지만.


“왜 도망가는 거야?”


탈레스는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도망친 리자드맨도 그렇고, 이쪽에 있는 애들도 마구잡이로 튀고 있었다.

2왕자 군대의 몰골을 보니, 승리 직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자네가 한걸세. 저들은 강력한 개체 하나가 집단 전체를 이끈다고 하더군.”

“개인주의 성향도 강하고 서로 간 유대감도 깊지 않고, 또 부족 간 분열도 심해서 그런 것 같다더군.”

“리자드맨이 그렇게나 오래되고 강력한데도 이런 주변부에만 살고 소규모 부족으로 남은 이유라 들었네.”


제논은 멍청한 표정을 한 탈레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리자드맨이 패하긴 했지만, 교환 비율은 압도적으로 인간 측이 좋지 않았고 2왕자와 이올린의 사이도 있어 추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세력은 재빠르게 군을 재편했다.

리자드맨의 퇴각과 동시에 임시 동맹이 끝났음을 직감했기에.


“고대 혈통의 사우루스를 쓰러뜨린 아르케경이 여기에 당도했노라. 천명이 넘는 군대를 이끌면서도 단 한 명의 기사에 미치지 못하는 자들은 들으라.”

“여기에 남아 목숨을 버리던지, 아니면 린벡이 이올린 프리기아 전하의 영토임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물러나라.”


제논은 무슨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것처럼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2왕자의 군대는 중갑을 껴입은 기병 소수와 다수의 보병이었는데, 겁을 먹은 것 같진 않았다.

다만 얼굴엔 피로감이 잔뜩 묻어있었고, 대다수가 달아난 탓에 당혹감도 나타내고 있었다.

그 많던, 천명에 달하던 인원은 어디 가고 이올린 측과 2왕자 쪽 군대 규모가 비슷했다.


‘장비는 저쪽이 우세하고 우린 헬리오스 포랑 제논이 있으니, 화력이 더 좋겠네.’


탈레스는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서며 생각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싸울 필요는 없었다.

상대측에서 협상을 요청했고, 이올린이 응했기에.


“서로 당혹스러운 건 마찬가지요. 리자드맨이 이 근방에서 나타날 리 없건만.”

“강줄기를 타고 온 건지, 바다로 온 건진 모르겠지만 명백하게 3왕자가 의도적으로 저들을 놓아주었고, 남부 깊숙한 숲에서 고대 종족의 통합 정부가 탄생했을 가능성도 있소.”


제논은 상대측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올린의 요구가 담긴 문서를 건넸다.

2왕자의 초라해진 정규군은 별다른 이의제기도 없이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했고, 중요한 건은 상부로부터 지침이 온 후 답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저들은 탈레스를 보며, 제논보다도 더욱 경계하며 군을 물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 서야 쉴 참인지, 아니면 저대로 퇴각할 참인진 알 수 없었다.


이올린 측은 자리만 지킨 데다가, 제논과 칼의 활약으로 피해가 그리 크진 않았다.

애초에 방어 마법을 엄청나게 설치해 놓기도 했고.

이제 다 날아가긴 했지만.


“자질구레한 건 여기에 맡기고 탈레스 자넨 내게 오게.”


제논이 쉬려는 탈레스에게 달려오며 외쳤다.


‘시발. 또 뭘 시키려고.’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 탈레스는 휴식이 고팠다.

제논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지만.


“보수와 부상자 치료 같은 일들은 전하와 칼이 알아서 할 걸세. 우린 격퇴당한 2왕자의 함대를 정찰하고 여차하면 배를 강탈할 걸세.”


탈레스는 제논과 함께 날아가며 진지하게 의구심을 품었다.

자기가 왕녀와 함께 있는 건지, 강도들과 같이 있는 건지.


“아마 최소한의 방어 인원만 두고 전 부대를 밀어 넣었을 걸세. 고로 배는 우리 거지.”

“여긴 해안이 낮아 큰 배는 들어오지 못해. 마땅한 항구도 없어서 2왕자의 나뉘었던 육군처럼 라벤나에서 상륙해 올라오는 게 정석이네.”

“하지만 해군 놈들이 급하게 온다고 함대에서 작은 배로 병사들을 날랐을 테고, 방어 인원은 아주 빈약할 걸세.”


제논은 쉬지 않고 떠들었고, 탈레스는 얼굴을 구겼다.

진짜 별로 안 내켰다.

강탈도, 추가 업무도.


하지만 내뱉은 말도 있고 이들이 동료라 생각했기에 묵묵히 따르기로 했다.

일단 지금은 같은 팀이니.

이올린이 당장 필요한 게 많기도 하고.

탈레스는 적당한 위치에서 제논이 시킨 대사와 함께 제일 큰 배로 뛰어내렸다.


“여기에 이올린 프리기아의 근위대장, 어...뭐였더라? 어, 고대 사우르스 학살자 탈레스 아르케가 친히 왔노라.”

“그냥 항복해라. 하도 길게 대사를 줘서 외우질 못하겠다. 하나 골라. 뒤지던지, 그냥 항복하던지.”


잠이 덜 깬 선원 몇이 칼을 들고 나섰지만, 탈레스의 맨손에 정리되었다.

아주 넓은 배엔 열명 정도 되는 인원만 타고 있었고 이들은 손쉽게 무릎을 꿇었다.

탈레스는 배에 걸린 2왕자의 깃발을 내리도록 하고 전원을 묶어서 적당히 던져두었다.

그리고 옆에 다른 배를 강탈하러 간 제논을 기다렸다.


“전부 나포했네. 이제 한두 척은 2왕자의 육군에게 다시 팔걸세. 어차피 저들도 육로로 걸어가기엔 너무 멀 테니.”

“나머지는 근방 도시국가에 팔아야겠군.”


제논은 말을 마치며 탈레스를 들었고 곧장 해군의 육상 주둔지로 밀어 넣었다.


“대충 두드려 패서 묶어 놓게. 린벡에서 감시 인원이 올 때까진 하루 정도 걸릴걸세.”

“몰래 묶여 있는 배로 접근하는 인원이 없는지, 이들을 구출하러 오는 자는 없는지 잘 보게. 금방 오겠네.”


제논은 말을 마치고 다시 날아올랐다.

탈레스는 뚱한 표정으로 멍청하게 서 있는 병사 몇을 두드려 팼다.

진짜 깡패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자, 서로 묶어라. 확인해서 제대로 안 된 놈은 꿀밤 100대다.”

“그리고 여기에 다 모여 있어. 침낭이랑 먹을 건 어디에 있냐.”


탈레스는 육지에 캠프를 차리고 지키는 인원을 잡아다 묶어 놓고 말했다.

소수의 인원이 도망쳤지만, 어차피 대략 수십이 넘는 인원을 혼자 다 잡기란 무리였다.

의욕도 없었고.


그는 염장 고기와 맥주, 그리고 정체불명의 과일을 먹고 침낭에 드러누웠다.

피곤하기도 했고, 어차피 재네가 뭔 짓을 하려고 해도 충분히 대응할 자신이 있었다.

잘 묶어 놓기도 했고.


눈을 붙이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르지 못한 호흡소리와 투박한 발소리,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퇴 준비! 전원 퇴각한다! 리자드맨이 나타났다! 비상! 어서 폐하께 알려야 한다!”


얼추 오십 정도 되는 무리인 것 같았는데, 제논이 말한 해군 측 지휘관도 포함된 것 같았다.

탈레스는 몸을 일으키고 맨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기병에게로 몸을 날렸다.


쿵 -


갑옷을 껴입은 기사가 낙마했고, 탈레스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쪽 방면은 죄다 가벼운 무장이던데. 갑옷까지 껴입은 거 보면 너희가 간부인가 보네.”


탈레스는 평온한 얼굴로 피곤에 아주 찌든, 뒤질 것 같이 보이는 사령관으로 추측되는 인물에게 말했다.

그들은 대답 대신 칼을 내밀었다.


“워워. 진정하지 그래.”


탈레스는 넘어진 기사를 들어 무기를 든 이들에게 내던지며 말했다.

놈들은 엉망진창이었다.

날아간 기사에 의해서 말들이 엎어지고, 몇 놈은 그걸 보고 튀고.

어떤 놈들은 항복을 외치고.


이놈들에게 전의라곤 없었다.

뭐, 그럴만하긴 했다.

아틀란티카 함대를 내쫓고 쉬지도 못하고 린벡까지 온 게 며칠이던가.

추가로 리자드맨한테 쥐어 터진 다음에 하루 종일 여기까지 또 뛰어왔을 테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힘도 없고. 그렇지? 리자드맨은 이 형님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고.”

“근데 너네도 똑같이 되기 싫으면 저기 캠프에 묶인 애들 보이지? 알아서 똑같이 해. 검사해서 제대로 안 되면 머리통이 날아갈 거야.”


탈레스는 맨손으로 기사의 갑옷을 찢어버려 알몸으로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말했다.

이들은 겁에 질린 채 모두 무기를 던졌다.


“항복하겠소. 그대는 누구의 기사요? 바르다스? 아만타스? 누군진 모르겠지만 기사도를 지키고 상호 간의 존중을 바라겠소.”


아주 녹초가 된 지휘관이 탈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탈레스는 귀를 한 번 휘젓고는 다시 몸을 서로 묶을 것을 명령했다.

기사고 뭐고 싸울 의지가 없는 이들을 탈레스의 명에 따랐고, 캠프 구석에 박혔다.

그런 그들에게 탈레스는 먹을 것과 식수를 주었다.


“허업. 진짜 배고파 뒤질 것 같았어. 시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달리기만 한 게 도대체 며칠이야.”


적당히 배를 채운 이들은 뒤에서 속닥였는데, 탈레스의 귀엔 아주 속속 잘 들어왔다.


“시끄럽다. 전부 쳐자라!”


탈레스는 일갈하고 다시 침낭에 드러누웠다.

피로감이 가시질 않아서.

그리고 기술명을 고민하느라.


‘이 정도면 진짜 무협지에 나오는 수준인 것 같은데. 내가 투척 잘하니까 암기 관련 무공으로 이름을 붙일까.’

‘그러고 보니 이런 판타지 세계에서 마법을 써야 하는데, 무식한 싸움 관련된 것만 늘었네.’


탈레스는 여유 시간을 기술명 창작에 사용했다.

아는 게 만천화우밖에 없어서, 제1식으로 그친 탈레스의 무공이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이제 몸을 움직이면서도 목표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고, 여기에 룬마법을 곁들이면 고속 짤짤이 공격도 가능하단 걸 알았으니까.


추가로 새로운, 예측불허의 필살기도 생겼다.

단점이 자기 몸도 박살 내서 회복이 필요했지만.


‘그냥 룬 두 개 다 휘갈긴 다음에 강하게 땅을 박찬다. 그다음 땅으로 방향을 돌리고 그대로 돌진한다.’


거대 도마뱀의 몸을 한 방에 박살 낸 공격이었다.

나름 싸운 걸 복기하면서 확실하게 자기 걸로 만든 탈레스에게 상대측에서 협상을 걸어왔다.


“누구의 부하 인지만 알려 줄 수 없소? 나는 보리아라고 하오. 들어본 적 있을 거요.”

“빈손으로 태어나 10척의 배를 거느리게 된 행운의 보리아라고.”


상대측 사령관이었던 놈, 그놈 이름이 보리아였다.

보아하니 성도 없고, 귀족이 아닌 모양이었다.

2왕자 지지자가 무역상, 해운업자, 노잡이 등 평민이 많다더니 진짜 그런 모양이었다.


다만 평민을 사령관으로 쓴 건 좀 의아했다.

여긴 신분제 사회니까.


“나에겐 금이 많이 있소. 당장 날 무사히 보내준다면 만족할 만한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겠소.”


보리아는 탈레스에게 통하지도 않을 말을 계속 내뱉었다.

집이 몇 채가 있니, 모은 금화의 양이 얼마니.


“야. 그래서 지금 줄 수 있어? 너 그냥 안 주고 튀면 그만이잖아. 헛소리 그만하고 자.”


탈레스는 끝까지 자기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보리아를 겁박했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 마구 남발하는 게 좀 보기 싫었다.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제논이 슬슬 짜증 나기도 했고.

이래서 언제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 혹여나 안 된다면 목욕이랑 먹고 싶은 음식이라도 맘대로 고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에휴. 애초에 산에 간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지금 그 멧돼지 새끼 만나면 대가리 박살 낼 수 있는데.’


탈레스는 그리운 고향의 음식을 떠올리며 침낭에 몸을 맡겼다.

잊으려 해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고향의 음식들.


갓 튀긴 치킨에 얼음 담긴 시원한 콜라.

야들야들한 족발에 빨간 막국수.

두툼한 돈가스와 새하얀 밥.


이 외에도 먹었던 음식을 하나, 둘씩 떠올리며 말린 고기를 씹었다.

프리덴에서의 고무 고기보다야 낫지만, 맛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여긴 존나 짜거나, 맛의 존재가 사라졌거나. 이 새끼들 중간이 없어. 그래도 통으로 갓 구운 고기는 진짜 맛있었는데.’


탈레스는 이번에 일이 끝나면 반드시 제논에게 말해 어디 도시에 들러서 음식이라도 좀 싸와서, 뭐 좀 먹고 와야겠다 결심했다.

근처 강가에서 목욕도 좀 하고.


요즘 일만 하고 제대로 씻질 못했더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몸에서 나는 냄새도 심해졌고 머리도 자주 가렵고.


잡생각에 푹 빠진 탈레스를 향해 어두운 옷을 입은 인간 하나가 멀찍이서 다가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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