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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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DUMMY

탈레스는 전장 한가운데서 잠에 빠져들었다.

자기가 만들어 낸 구덩이 안에서, 흙벽에 기대어.

전투의 향방은 이제 알 길이 없다.

너무 많이 흘린 피는 그를 잠재웠으니까.


그리고 그때 그의 품속에 있는 휘장, 빠개진 해골의 눈이 붉게 빛났다.

한때 그레이의 소유였던 그것이.

그리고 탈레스는 기묘한 꿈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보이는 세계는 온통 불타는 땅이었는데, 그곳의 생명체 역시 특이했다.

외뿔을 달고서 두 발로 뛰어다니는 거대한 생명체, 사람 얼굴이 다닥다닥 붙어 떠다니는 정체불명의 물체, 전형적인 날카로운 손톱과 꼬리를 지닌 악마의 모양새 등.


희한한 것들이 모인 집합소에선 싸움이 계속 벌어졌다.

자기들끼리 다투고 물어뜯는 등, 먹을 것도 아니면서 죽고 죽이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저 기괴한 것들, 예측할 수 없는 게 어디선가 계속 나왔고.


탈레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마치 신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가 세상을 만든다면 이런 세계는 만들지 않았겠지만.


몸 곳곳에 가시가 돋아나 있고 머리에도 큰 뿔이 있는, 네 발로 뛰어다니는 생물을 구경할 때였다.

서늘한 느낌과 함께 무언가 탈레스 본인을 바라보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

섬뜩한 기분과 함께 정체 모를 공포에 휩싸인 그때, 탈레스는 눈을 떴다.


“뭐, 뭐야. 시발.”


탈레스가 외치며 눈을 뜬 곳은 어딘지 모를 방 안이었다.

아늑한 침대와 고풍스러운 가구들, 그리고 싱싱해 보이는 과일들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탈레스는 그걸 곧장 입에 넣었고.


그렇게 허겁지겁 퍼먹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제논이 나타났다.


“깨어났나? 고대 사우르스 학살자, 루시드의 빛이여.”


제논은 괴이한 말을 내뱉으며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잘 익은 고기와 갖가지 채소, 그리고 구운 생선과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수프까지.

추가로 이름 모를 파이와 음료가 디저트로 나왔고.


“죽이네. 얼마 만에 먹는 식사다운 식사냐.”


탈레스는 감격하며 허겁지겁 들이켰다.

여기 오고 통구이 고기를 제외하면 이렇게 맛있던 적이 없으니까.


제논은 그런 탈레스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간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일단 리자드맨 무리가 물러갔네만, 완전히 쫓아낸 것은 아닐세.”

“아주 전쟁에 도가 튼 놈들이었어. 부족 단위로 작은 약탈만 하는 놈들이란 인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그런 집단이었네.”


제논 역시 말린 과일을 먹으며 말했다.

패한 그놈들은 블루 리버의 강물을 따라 도망쳤고 아마 3왕자와 싸우고 있는, 혹은 조금 더 동부에 있는 리자드 무리와 합치려 하는 것 같다고.

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도 하나 더 건넸다.


“2왕자의 군대가 크게 패했네. 이형종이 갑자기 대거 등장해서 그들을 쓸어버렸어.”

“리자드맨 하고도 대립 중이고. 하나 확실해진 건 3왕자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일파란 거네.”


제논은 3왕자의 군대가 새로이 등장한 이형종 무리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리며 앞으로 이들과 동맹이 될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는 악마, 이형종, 리치 등 이 세계를 망치려는 기괴한 자들과는 손잡을 생각이 없네.”

“3왕자는 이제 우리의 확실한 적일세.”


하지만 2왕자 역시 지지하기 어렵단 말을 제논이 덧붙였다.

이유는 3왕자와 같았다.


“2왕자는 메헨나란 종교 집단과 손을 잡은 것 같네. 이 미치광이 신자들은 고대 생명체를 깨우거나 부르는 걸 좋아하거든.”

“아틀란티카 함대를 습격했던 그 괴수는 2왕자 측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네.”

“3왕자의 군대와 싸울 때, 기이한 고대 생명체들이 2왕자를 도왔다니.”


제논의 말은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대충 들어보면 여기 1시대, 2시대라 부르는 시기 전의 역사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 시대의 생명체 대부분은 죽었거나, 혹은 깊이 잠들어 있는데 그걸 깨우거나 혹은 복원 후, 길들이는 과정을 거쳐 군대로 쓴다고.

그리고 그걸 위해, 인신 공양을 한다고.

미라클교처럼.


“하나는 미라클교, 하나는 메헨나교. 칼디아 왕국의 왕자들은 권력에 미쳐 백성들을 전부 팔아먹을 모양일세.”


이어서 제논은 광신자 집단과 손잡은 나라들의 결말은 좋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부분 사람은 실험체가 되어 죽거나 혹은 아예 이지를 강탈당한 후 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스스로 세력을 세우는 것밖엔 없는데, 사실 별로 희망차진 않네.”

“전하의 정통성이 상당히 떨어지거든. 칼디아 왕국의 귀족들이 대부분 안 좋아하기도 하고.”


잘은 모르지만, 제논 이야길 들어보면 샤르데나 왕국 출신이 낳았단 사실이 큰 것 같았다.

추가로 결혼하면, 왕국의 상속권 다툼 문제도 있고.

여긴 왕의 직할령이 꽤 큰 왕국이었으니까.

아무래도 다른 세력의 침입을 경계하는 게 제일 큰 요인인 것 같았다.


“그런 놈들이 왜 희한한 종교는 끌어들였데. 자기들 주권은 지키고 싶어 하면서.”

“그야, 그들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니 그렇지. 실패한 사례가 훨씬 많은데도.”


탈레스의 질문에 제논이 답했다.

이어서 탈레스의 이야기가 시작됐고.

제논은 흥미롭게 들으면서도 몇 개는 정정 해줬다.


“리자드맨은 종류가 많네. 서부 개척 지대에도 리자드맨이 있는데 거기 놈들은 물 없는 사막에서도 잘 돌아다닌다고 하더군.”

“남부에도 그런 놈이 몇 있을지 몰라.”


탈레스의 추측이 아예 틀린 것은 아녔지만, 아무래도 종족 별 차이가 큰 모양이었다.

어떤 건 정말 습기 없이 못 버티는가 하면 또 어떤 건 괜찮다고 하니.


잡다한 이야기를 마친 탈레스는 자기 품에 있던 휘장을 꺼냈다.

꿈 이야기와 함께.


제논은 주의 깊게 들으면서도 휘장을 겁냈다.

만지면 안 되는 물건이라는 듯.


“괴이한 마력이 흐르고 있어. 만지기만 해도 자아를 상실할 수도 있겠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마나 저장 장치 같네. 일단 그레이와 그걸 알아보겠네.”

“예사 물건이 아닌 것 같으니, 미라클교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어.”


제논은 이상하게도 해골 휘장을 겁내며 말했다.

버니도 탈레스도 아무렇지 않게 잡던 이것을.


“비밀스러운 기사단의 증표 아니면 마법사의 물건 같네. 내 생각에 그레이는 그 물건과 관련된 자의 하수인이거나 혹은 그걸 지키려는 기사단의 일원 같네.”


제논은 특정 내성을 가진 사람, 혹은 그 물건 주인의 하수인만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잘 보관할 것을 요청했다.

전에 보았던 그리모어처럼 일반 사람이 잡으면 그냥 죽어버리거나 괴물처럼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탈레스는 그걸 아무렇게나 품에 넣었고, 뒤이어 자기가 쓰러진 후의 상황을 마저 들었다.

얼추 들으니 인간 포탄이 어마어마한 충격을 줘서 진형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그래서 기병과 전쟁 마차가 손쉽게 날뛸 수 있었고, 뒤이어 온 보병들에 의해 쫓아냈다고.


“다 자네가 한 일일세. 1시대 비행정에 2시대 유물까지 동원해도 할 수 없던 걸 인간 기사 하나가 해냈네.”

“자넨 전쟁 영웅일세.”


제논은 말을 마치며 시그나 연합의 감사 인사와 보상, 그리고 명예 작위가 기다릴 거란 말을 했다.

루시드를 도운 군대에 대한 설명도 해줬고.


“이젠 시그나 연합의 중심이라 할만한 세력일세. 강력한 세력 중 하나였는데, 다른 데서 힘을 못 쓴 것과는 달리 큰 성과를 냈으니.”

“아테나이란 도시 국가인데 시그나 연합에서 유일하게 파병한 곳일세.”


제논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는데, 몇 마디를 덧붙였다.

이제 사실상 맹주 역할을 하게 될 도시 같다고.

다른 곳에서 벌벌 떨며 이렇다 할 행동을 아무것도 못 한 것에 반해서 여긴 큰 전공을 올렸으니까.


그리고 블랙 기업 과장답게, 또 새로운 업무를 배정했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우린 새로운 왕이 필요하네. 2왕자, 3왕자가 아닌, 다른 왕자가.”

“확실친 않지만, 1왕자의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문이네.”

“실종 당시 일가 전체가 사라진 걸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소문이 들려왔네.”

“동부에서 왕손과 시비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네.”


제논은 1왕자의 아들을 찾아 옹립하면 현재 전황을 완전히 뒤집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2왕자나 3왕자의 정통성에서 앞섬은 물론, 시그나 연합의 구원자, 탈레스가 있어 외교에도 좋은 상황이니까.

저들 세력에 비해 밀리지 않는 힘에 정통성을 더하면 2왕자나 3왕자에 밑에 있는 이들이 귀순 해올 가능성을 높게 쳤다.


다만 일이 쉬워 보이진 않았다.


“확실하지도 않고 위험해서 좀 꺼렸네만. 자네가 이번 일로 시그나 연합의 명예시민이 되었으니, 시도할 만하네.”


버거워하는 탈레스를 제논은 설득했다.

시그나 연합은 별개의 도시 국가라 개별 출입 권한을 다 따로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탈레스가 받는 건 어느 곳이건, 연합에 포함된 도시 국가라면 어디건 갈 수 있다는 모양이니까.


“쓸만한 자들도 모아서 추려주겠네. 자네는 그저 그들을 이끌고 그 시비와 1왕손이 발견되었다는 곳만 조사하면 되네.”

“혹여나 없다면 새롭게 전략을 짜야겠지만, 만약 생존만 해있다면 이 내전의 판도는 완전히 뒤집힐 걸세.”

“그렇게 내전을 종식하면 자네는 염원하던 마법도 배울 수 있고, 본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아도 좋고, 뭐든 할 수 있네.”

“남부에 한해서긴 하지만.”


탈레스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승낙했다.

어차피 전쟁은 계속 이어질 거라 여기 있어도 할 일이 가득하다.

이참에 이 임무 맡아서 쉬어가며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루시드랑 툴레랑 가깝다니, 이스마엘도 오랜만에 만나고.


결정을 마친 탈레스에게 제논은 며칠 간의 휴가를 주며 대기하란 말을 했다.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을 좀 찾아주겠다고.


아무래도 도시 국가들 사이엔 거리도 있고, 칼디아 왕국처럼 레인져를 운용하는 것도 아닌데, 리자드맨까지 난리를 쳐서 별의별 생물이 다 나올 거라고.


“남부는 좀 온순한 편이긴 해도, 강력한 생물이 없는 건 아닐세.”

“단일 생물 하나가 중대 단위를 박살 내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니, 사람을 좀 구해오겠네.”


제논의 말에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쉴 수 있으니 좋았다.

그리고 이제 영웅이 될 시간이었다.


“불멸의 영과 강건한 심장을 가진 자여! 하늘이 철인을 이 땅에 내리사, 흉포한 적들을 용맹하게 물리치니, 그 명성과 힘이 하늘에 맞닿았다.”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신실한 노력으로 우리에게 승리의 영예를 가져다주었으니, 그대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이에 시그나 연합은 우리의 대지와 산, 바다와 강, 어느 곳이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권리와 그 어떤 인간도 처벌하려 들거나 비난할 수 없음을 선포하노라.”


탈레스는 회장의 가운데 섰고, 대머리에 흰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 한 분이 이렇게 외쳤다.

좀 부끄럽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의 감사와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꽤 괜찮았다.

또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권리랑 금화, 아테나이란 도시에 집도 제공해 주겠단 말을 들었다.

여러모로 호감이 드는 도시였다.


‘캬. 이게 진정한 보상이지. 일할 맛 나게 해주네. 드디어 제대로 된 곳을 보는구나.’


탈레스는 웃음을 지우지 못하며 이어지는 논공행상을 보았다.

뭐 누가 누군지도 몰라서 크게 관심도 없었지만.

식사를 푸짐하게 마치고 난 뒤, 제논은 탈레스를 불러 후의 일정을 알렸다.


“며칠이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네만, 실력 있는 자를 구해 붙여주겠네. 상황이 상황인지라 지원자 적을 것 같네만, 어쨌든 구해올 테니, 툴레에서 기다리게.”

“자네 친구도 보고, 출발도 거기서 하는 걸로 하지. 내 금방 오겠네.”


제논은 말을 마치고 또 날아갔고, 탈레스는 좋은 음식과 칭찬을 즐겼다.

탈레스와 관계는 없지만 이곳의 피해는 커서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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