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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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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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천명에 달하던 원정대는 백명도 안 되는 숫자만 남았다.

그렇지만 진짜 정예라 할만한 사람들만 모여서 그런지 사기는 더 높아졌다.

그런 분위기가 고조 될수록 제논은 오히려 더 신중해졌고.


“이상합니다. 대놓고 추격하라는 듯이 마나 사용 흔적을 남겼습니다. 2시대 마법까지 다룰 수 있는 자가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는데...”


제논의 얼굴은 갈수록 굳어가며 끝내 추격을 멈추려 했다.

물론 반대에 떠밀려 어떻게 할 수도 없었지만.


“스승님을 죽인 놈이 저 앞에 있는데 멈춘다고? 개소리 마시오. 난 혼자라도 가겠소.”


칼은 맨 앞에 서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곤 녹색의 빛에 솟아오르며 검날에 덮어씌워졌다.


“저번부터 묻고 싶었는데, 저거 도대체 뭐야? 광선검이야?”


탈레스는 매체에서나 보던, 레이져 칼을 보며 말했다.

SF 영화에서 나온 화려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던 어린 자신이 다시금 안에서 깨어나며.


호기심 가득한 탈레스에게 이올린은 알맞은 설명을 해주었다.


“기검이라 불리는 일종의 마법이죠. 기사들이 들으면 화내겠지만, 저것도 마나 변환의 일부라서.”


그녀의 말에 의하면 마나란 건 변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다루는 방식에 따라 어떤 종류의 마법사 혹은 저런 기사가 될지 결정된다고 했다.

그건 자기가 고를 수 있기보다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고.


“흠. 전하. 적이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형을 갖추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탈레스, 자넨 나서지 말고 전하를 잘 호위하게. 만만치 않은 상대 같으니.”


그때, 한동안 말이 없던 제논이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칼의 광선검 퍼포먼스에 힘입어 사기가 하늘 끝까지 올라간 사람들과는 다른, 아주 신중한 태도로.


“정지.”


낮지만, 매우 선명한 제논의 목소리에 떠들썩한 분위기는 사그라들었다.

모두 자세를 고쳐 잡고 전투태세를 취했고.

눈앞에 보란 듯이 희뿌연 안개가 뿌려져 있었으니까.

맑은 날씨에 잘 보이는 다른 곳과 명확하게 일부분만 안개가 가득 낀, 수상한 장소였다.


“전장의 안개 마법이다. 들어서는 순간 시야가 극히 축소될 거야.”


제논은 칼에게 조 편성을 명했고, 팀마다 자기가 데려온 마법사를 하나씩 넣어주었다.

그러는 사이, 탐사조를 먼저 보냈고.


이올린은 뛰어들려는 칼을 제지했고, 제논의 말을 기다렸다.

탈레스는 여전히 이올린 옆에 멀뚱히 서 있었고.


“전하. 탐사조와 연결된 마력실이 끊겼습니다. 안쪽 적의 종류와 수, 강한 정도가 전혀 파악이 안 되니 후퇴하는 게 좋겠습니다.”


제논은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칼을 비롯한 셀레스티얼의 용사들은 반대했고.

제논과 마법사들, 칼과 셀레스티얼의 용맹한 자들의 의견 대립이 길게 이어졌다.


이올린은 자기 부하가 아닌 자도 많았던 탓에 끼어들기 힘들었다.

칼은 왕녀의 부하였지만, 에우제너의 제자였기에 전하의 명이라도 이 건 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했고.


탈레스는 이올린 옆에서 구경하며 돌아가길 바랐다.

일대를 안개로 뒤덮을 수 있는 마법을 쓰는 자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칼 측으로 기울었다.


제논의 휘하 마법사들 역시, 대부분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가길 원치 않았기에.

백명에 달하는 인원이 일제히 출발했다.


“탈레스, 전하를 부탁하네.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이 올 것 같아. 일단 내 사람 하나를 보내 동굴의 셀레스티얼 사람들에게 지원을 오라고 해놨으니, 혹시나 우리가 패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게야.”


말을 마친 제논은 그럼 지원군이라도 도착하면 가자는 말조차 듣지 않는 칼 일행을 보조하기 위해 나섰다.

희뿌연 안개에 더해, 냄새와 소리까지 차단한 듯 새하얀 그곳에 들어간 이들의 소식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올린이 이따금 자기 옆에 하나 남은 마법사에게 뭔가 묻곤 했는데, 그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교란 마법도 있는 모양입니다. 계속 마력실이 엉킵니다. 아군 위치 파악이 전혀 안 됩니다.”


이올린의 얼굴은 계속 창백해지며 하염없이 지원군이 올 방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탈레스는 그저 스트레칭이나 하고 있었고.


“탈레스. 혹시 저 안으로 내가 들어가면, 날 지켜줄 수 있나요?”


이올린은 탈레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동굴에 남은 셀레스티얼 군대가 이곳으로 지원군을 보내는 대신, 성 방어를 위해 빠르게 퇴각한단 말을 듣자마자.


“글세. 별로 좋은 생각 같진 않은데. 나 하나 끼어든다고 뭐 달라질까.”


탈레스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올린은 필사적이었다.

한참이나 부동자세인 탈레스를 향해 무릎까지 꿇을 정도로.


“저들이 죽으면 난 끝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달라는 건 뭐든 드릴게요.”

“우리 왕국은 지금, 보이지 않는 내전으로 망해가고 있어요. 저들이 마지막 희망이라고요.”


울부짖다시피 외치는 이올린에 당황한 탈레스는 움찔했다.

도대체 왜 이리 필사적인 건지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서.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엄청 강해요. 알 수 없는 희귀한 능력도 있으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제발 부탁해요.”


이올린이 탈레스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시발. 나 왜 이렇게 여자한테 약해. 나의 이성아, 제발 정신 차려라. 저긴 사지다. 죽으러 가는 거라고.’


탈레스는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그의 마음은 점점 이올린에게 기울고 있었다.


“시발. 진짜 마지막이야. 난 목숨 걸고 일할 생각이 없어!”


결국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길과 새하얗고 고운 피부의 아름다운 여인의 눈빛을 거절하지 못한 탈레스가 외쳤다.

그들은 마력실이란 걸 감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 마력실이라고 해도 보이지도 않고, 뭘 하는 건지 아무런 느낌이 없어서 그냥 사기꾼 같았지만.

마법이란 게 원래 그런 거니.


“와,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이네. 잘 따라와. 버거우면 말하고.”


끈, 물리적인 걸로도 연결된 이올린에게 탈레스가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희미하고 애매한, 이상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나...왜....살려...줘.”

“...버리지마. 죽이지마...”


탈레스의 귓가를 속삭이듯 처음 듣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한둘이 아니라, 몇 백명이나 될 것 같은 그들의 목소리가.


“환청인가? 교란 마법이란 게 이런 거야? 진짜 어마어마하네.”


탈레스는 이 세계의 새로운 마법에 놀라며 계속 나아갔다.

이따금 끈을 당겨 이올린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고.

그녀는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탈레스에 의지해 비틀거리며 겨우 걷고 있었다.


‘이럴 거면 왜 들어오자고 한 거야.’


탈레스는 구시렁거리며 눈을 의심했다.

무형의 기운, 그러니까 사람의 형체인데 공기처럼 만질 수 없는 것들이 그를 휙휙 지나쳐 갔기에.


“시발. 이번엔 유령이냐. 뭐 이딴 세계가 다 있어.”


탈레스는 그들이 겁만 줄 수 있을 뿐, 아무런 위해를 가할 수 없단 사실을 눈치챘다.

비명을 지르고 스쳐 지나가는데, 좀 놀랍기만 하지, 아무런 영향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올린은 정신적 타격이 큰 것인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탈레스는 그녀를 업고서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방향조차 분간이 되지 않게,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깔려있었으니까.


‘내가 중심부로 가고 있나? 방향을 못 잡겠어.’


탈레스는 잔뜩 긴장한 채 걸음을 옮겼다.

갈수록 기괴한 울음과 비명 소리가 강해졌다.

피 냄새도.


탈레스는 피 냄새에 민감했다.

로우힐에서 경험 덕분에.

짙은 피 냄새에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뗀 탈레스의 눈앞이 갑자기 밝아졌다.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혀 있어서.

태풍의 눈처럼 이곳, 가운데만 안개가 깔려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은 한창 싸움이 진행 중이었고.


“칼! 이런 제길. 셀레스티얼 용사들이여! 앞을 막아주시오!”

“빨리빨리들 영창 해라! 다 같이 뒤지고 합동으로 제사 치를 셈이냐.”

“반드시 순서를 지켜라! 물과 얼음 이후에 전격과 화염이 들어가야 한다!”


제논의 악을 쓰는듯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몸에 구멍이 뻥 뚫려 앉아 있는 칼이 보였고.


“저건...또 뭔데...”


탈레스는 이올린을 내려놓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역겨운 생명체였다.

전신이 새빨간, 정체불명의 새하얀 뼈들이 접합된 움직이는 거대한 뼈.

아마 혹등고래가 저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컸다.


인간형의 괴물, 거인이었는데, 몸 마디마디가 모두 다른 동물의 뼈였다.

사람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제일 많았고.

무수히 많은 뼈마디 안엔 심장으로 보이는 것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고, 그건 고무호스 같은 혈관을 따라 피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이 괴물은 전신이 핏물을 뒤집어쓴 모양새처럼 되었고.


뚱뚱한 배, 짧은 다리, 굉장히 긴 팔과 그냥 붙여만 놓은 듯한 머리.

성의 없는 이 생명체는 인간 전사들을 도륙 내고 있었다.

분명 백명에 가까운 인원이 출발했는데 싸우고 있는 건 스무명도 안 되어 보였다.

그 괴물이 서 있는 가운데 구덩이엔 피가 호수를 이룰 만큼 핏물이 가득했고, 아예 박살 난 시체가 수없이 깔려있었다.


탈레스는 전의를 상실했다.

처음 보는 저 기괴한 생명체는 크고 긴팔 한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두 동강 내어버렸으니까.


“꼬마야. 네가 내 물건을 탐낸 놈이더냐?”


그때 탈레스의 등 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서 본 그자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했다.

검은 두건 망토를 걸쳤는데, 보이는 모든 부위도 검었다.

얼굴은 입술만 드러난 형태였는데, 입술이 없고 잇몸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

올려봐야 할 정도로 키도 꽤 컸고.


오른손엔 길고 큰 검은 낫, 왼손엔 동굴에서 봤던 검은 그리모어를 든 채로 탈레스를 노려보았는데, 몸에선 무형의 검은 기운이 풀풀 날렸다.

탈레스는 긴장한 채로 주먹을 강하게 쥐고 마주했다.


그 괴물은 서서히 탈레스에게 다가갔다.

그가 몸을 옮긴 자리마다 땅이 썩었고 그곳에선 기이한 생명체들이 기어 나왔다.

거대 지렁이 같은 것부터, 좀비 쥐, 뼈다귀 인간, 악취를 풍기며 날아다니는 새까지.


“어떻게 인간이 그곳의 비밀을 풀었지? 누가 보냈나? 자드인가? 전쟁이라도 할 셈인가?”


음산한 목소리의 주인은 가까이 다가와 얼어붙은 탈레스의 얼굴을 자기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의 손은 모두 뼈였는데, 그것 역시 모두 새카맸다.


탈레스는 비로소 그를 정면으로 마주했고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비명을 지를 뻔할걸, 겨우 삼킨 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혀를 씹었다.


눈에 보인 놈의 모습은 정말 호러 영화가 따로 없었다.

살점 없는 사람 얼굴, 텅 빈 눈에선 거미와 지렁이 같은 것이 기어다녔고 뼈 곳곳엔 기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굴에서 봤던 그런 특이한 문양들이.


“잘 대답하면 나의 사도로 삼아주마. 아가야, 누가 너의 주인이더냐?”

“날 섬기면 넌 영생을 얻을 것이다.”


입도 움직이지 않고 혀도 없는데, 저것의 말은 생생히 귀에 꽂혔다.

사방에 스피커를 틀어 놓은 것처럼, 탈레스의 귀에 저 검은 해골의 말이 생생히 들렸다.


탈레스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끝내 정신을 놓치지 않았다.

마주칠 때부터 기묘하게 몸이 굳어가는 것을, 혀를 강하게 씹어, 피를 마시는 걸로 깨뜨린 것이다.


그렇게 움직임을 되찾은 탈레스는 곧장 왼손으로 허공에 아까 배운 룬문자를 그렸고, 오른손을 내질렀다.

오른발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 정도로 강하게 땅을 박차면서.


“시발 놈아. 니미 좆이다. 좆같이 생긴 새끼야.”


이 지대를 가득히 메우는 거대한 외침과 함께 탈레스가 기괴한 그 뼈다귀에게 돌진했다.

주변의 모두가 소리에 놀라 뒤돌아봤고.

그리고 탈레스의 몸은 바람으로 휘감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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