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특성으로 대미궁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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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펠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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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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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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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이 공간은 아무리 봐도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일정 거리 이상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지.


그리고 광원이 없는데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지. 


‘지구가 아니니까 라고 말하고 나면 간단하기는 하지만.’


이 공간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궁금하다고 해서 지금 당장 내 의문을 해결할 수도 없고, 지금 내게 당면한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이 존재가 내게 적대적인지 친화적인지가 내게는 훨씬 중요한 문제였다.


잠시 다른 생각으로 긴장을 풀어 보려고 했지만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내 감각에 느껴지는 신호로 이 존재와 나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내 불안을 점점 크게 만들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 존재의 존재감이 점점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여태까지 이곳 대미궁에 들어와서 만나본 대미궁의 생명체는 두 종류였다.


내가 비만 고블린이라고 부르는 몬스터.


이놈은 내게 적대적이었지.


정확히는 사냥감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다음은 에이션트 놀이라는 잘생긴 개대가리들.


이 친구들은 예의도 바르고 친절했다.


그다음은 스켈레톤들이었는데 이것도 생명체로 취급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은 적대적이고 그다음은 친화적, 그리고 다시 적대적이었으니까 이번에는 친화적일 수도 있으려나?’


이런 내 가당치도 않은 예상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존재가 내뱉은 첫마디로 순식간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냄새, 난다··· 히히 오랜만에 먹을 거···. 츄르릅··· 빨리···.”


어림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내가 있는 무기고에 들어선 존재는 정말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었다.


기이하게 길어진 팔과 다리, 흉측하게 늘어진 턱, 거의 뼈 위에 근육만 남은 것 같은 마른 몸.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녀석의 가슴 한 가운데 자리한 거칠게 약동하는 붉게 빛나는 심장이었다.


‘내가 느낀 신호가 저 심장의 고동이었던 건가?’


지금도 느껴지는 신호에 맞춰 붉게 빛나는 것을 보면 맞는 것 같았다.


저 괴물의 존재감은 석상 뒤에 숨은 내 몸을 절로 떨리게 만들었다.


덜덜덜덜


‘진작 도망쳤어야 했어. 알량한 능력 좀 얻었다고 뭐라도 된 것 마냥 설칠 게 아니라.’


난 내 몸을 엄습해오는 공포에 맞서기는커녕 저 존재와 마주치기 전에 도망치지 않은 나를 탓하고 있었다.


“···히히. 거의 다 왔어. 맛있겠지? 맛있을 거야. 야들야들. 피는···아까워 흘리면 안 되는데···.”


저놈의 혼잣말에 난 거의 패닉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머리가 하얘지고 내가 지금 뭘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뚝, 뚝, 뚝


난 내 머리 위에 떨어지는 차가운 액체에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고 기겁했다.


이놈이 소리도 없이 걷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새 내 앞에 와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내 머리 위에 떨어진 차가운 액체는 녀석의 입에서 떨어진 침이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녀석은 멀리서 봤을 때 보다 100배는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


난 나를 바라보는 녀석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벌벌 떨고만 있었다.


“정말···오랜만이야. 따뜻한 식사. 매일 뼈만 핥는 건 지겨워···. 좋아 아주 좋아. 아껴 먹을까? 손가락부터? 아니야 맛있는 눈부터 먹을 거야. 히히···두 개니까···하, 하나는 아껴 먹어야지.”


“으아아아악!!!!”


공포에 질린 난 내 팔을 마구 휘저으며 녀석과의 거리를 벌리려고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아까 흑검을 휘두르며 익혔던 검을 다루는 기술 같은 건 내 머릿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난 그저 조금이라도 저 공포스런 존재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흑검에 느껴지는 감각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마구잡이로 휘두른 흑검은 녀석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녀석은 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내 공격거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내 발버둥은 그저 내 체력만을 낭비하게 할 뿐이었다.


녀석은 조금 떨어져서 재미있다는 듯이 내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히, 히, 싱싱해 보여···꿀꺽. 역시 한꺼번에 다 먹는 건 아까워···. 아껴먹어야지. 츄릅···.”


“으아아아!!!”


난 정말 필사적으로 내 손에 들린 흑검을 휘둘렀다.


다만 내 공격은 녀석을 향하지 못했다.


팔은 필사적으로 흑검을 휘둘러 댔지만, 내 발은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뒤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과도한 흥분에 의한 내 발악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휘둘러 대던 흑검이 가벼운 것도 아닌데, 내 힘이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이런 과격한 동작을 계속할 수는 없었으니까.


“헉, 헉, 헉, 헉.”


난 순식간에 지쳐서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순간은 나를 먹어 치우려는 괴물에게는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같았다.


- 팟


순식간에 나를 향해 몸을 날린 괴물은 그 비정상적으로 긴 턱을 쫙 벌린 채 내 살점을 탐해오기 시작했다.


콰직!!!


“크아아악”


놈의 강력한 치악력은 내가 차고 있던 아대를 깨버리고 내 팔의 살점을 순식간에 뜯어 가버렸다.


난, 마치 팔에 뜨거운 화상을 입은 것만 같은 통증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비명을 질렀다.


쩝, 쩝, 쩝


내 팔의 아대는 박살이 났지만, 그 덕에 내 팔의 많은 부분을 지킬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내 팔은 그대로 절단되었을 것 같았다.


녀석이 내 살점을 음미하는 동안 내가 느끼는 고통이 지금까지 느껴왔던 녀석에 대한 공포를 상쇄시켜 줬다.


덕분에 난 녀석을 만난 이후 최대한 냉정하게 현재의 내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저 괴물, 뭔가 이상한 능력을 갖춘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마주친 것만으로 내가 이렇게까지 공포에 떨었다는 건 말도 안 돼.’


조금은 맑아진 정신으로 냉정하게 생각하자 녀석을 만나고 나서 지금까지의 내 행동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끔찍하게 생긴 괴물을 마주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공포에 질린다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이 만난 것은 아니어도 대미궁에 들어와서 평범한 인간이 봤을 때 끔찍하다고 할 만한 괴물들은 이미 많나 봤다.


그렇다면 결론은 저 괴물이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내 생각이 맞든 틀리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중요한 건 지금이라도 내가 정신을 차렸다는 거야.’


난 정신을 가다듬고 녀석에게 맞설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팔에서 올라오는 고통은 아까보다는 견딜만했고, 근육까지 크게 다친 것은 아닌지 팔도 움직일 만 해 보였다.


꿀꺽


“맛있어, 마,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건 정말 너무··· 좋아. 조금만 더 먹을···게”


내 살점을 삼킨 괴물은 다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내 손에 든 흑검이 전해주는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대로 자세를 잡고 녀석의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후 - 웅


소리 없이 다가온 녀석은 순식간에 자신의 긴팔을 내게 휘둘러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팔에서 전해지는 고통 덕에 공포에서 벗어난 나는 조금 전까지의 힘없는 피식자가 아니었다.


슈 - 악




내가 휘두른 흑검은 녀석의 공격을 제대로 튕겨 낼 수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튕겨질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녀석은 상체가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


난 크게 한 발을 내디디며 녀석의 가슴을 노리고 흑검을 힘차게 베어나갔다.


카가각


‘크윽, 뭐가 이렇게 단단해.’


내 공격은 녀석의 가슴 부분에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녀석의 피부는 마치 잘 말린 가쓰오부시처럼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파밧


내 공격을 받아낸 녀석은 조금 놀랐는지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맛있었는데···맛···있었는데···조금 아파···피 아깝지만 조금 버려야겠어···.”


난 저 괴물이 내뱉는 헛소리에 욕이라도 뱉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데 쓸 힘마저도 아끼고 아껴서 저놈을 상대해야 할 때였다.


‘생각보다 녀석의 속도에 반응할 수 있었어. 이건 거의 흑검 덕이겠지만, 어쨌든 반격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은 있어.’


분명히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녀석이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녀석의 가슴에는 처음에는 없던 긴 한줄기 검흔이 남아 있었으니까.


다만 아주 미세하게 긁힌 자국 같다는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조금 더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지금은 좀 더 집중할 때였다.


난 흑검을 쥔 두손에 힘을 주고 녀석의 다음 공격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이 내게서 점점 멀어지더니 내 시야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뭐지? 저 정도 상처에 포기한 건가?’


슈 - 욱


“큭!!”


갑자기 내 뒤쪽에서 내 머리를 노린 공격이 들어왔다.


난 정말 나도 모르게 그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물론 정타만.


녀석의 공격은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녀석의 공격이 스친 볼이 후끈거리는 통증을 내게 남겼다.


어디서 공격한 거지?


이곳은 시야가 상당히 제한된 공간이었다.


녀석은 영악하게도 내 시야 밖에서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녀석은 이 공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병신 같은 말만 내뱉어서 머리를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제길.’


녀석이 이 공간에서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도 이용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녀석의 위치와 거리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에는 당황해서 그것을 이용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활용할 때였다.


‘네가 시야 밖에서 나를 때린다면 난 네 시야 밖에서 태워주겠어.’


난 녀석의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며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녀석이 내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 처음 써봤던 그물을 이미지화하며 녀석이 멈추는 순간을 기다렸다.


‘지금!’


슈 - 악


녀석의 원거리 공격은 자신의 팔을 늘려서 쏘아내는 것이었다.


캡X사의 스트리트 파X터에 나오는 달심이 쓰는 기술 같았다.


‘불을 안 뿜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난 녀석이 멈춘 순간 바로 몸을 옆으로 날리며 녀석의 팔이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녀석의 팔이 날아온 어둠 속으로 내가 준비한 번개의 그물을 쏘아냈다.


파지지지직


“크에에에엑!!!”


내가 번개의 그물을 쏘아낸 이유는 혹시라도 놈이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쏘아낸 번개의 그물은 내가 생각 한 것 이상으로 빨라서 녀석은 피해내지 못했다.


난 녀석의 비명이 들리는 지점으로 재빠르게 달려 나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아직 번개가 남아 녀석을 지져대고 있었고, 괴물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난 흑검을 머리 위로 크게 들어 녀석의 몸을 내리 치기 시작했다.


처음 반격 했을 때와는 다르게 녀석의 몸이 패이며 내 공격이 먹혀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녀석의 몸뚱이는 얼마나 튼튼한 건지 벤다는 느낌보다는 패인다는 느낌이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퍽, 퍽, 퍽, 퍽, 퍽


얼마나 내리쳤을까?


뚝,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목이 떨어져 나가며 녀석의 움직임도 멈춰버렸다.


“헉, 헉, 헉 죽은···.”


난 나도 모르게 나올 뻔했던 부활의 주문을 간신히 멈추고 녀석의 시체를 바라봤다.


내가 한 거지만 녀석의 몸은 성한 곳 하나 없이 온몸이 패인 상처들로 가득 남아 있었다.


단지 이상한 점이라면 녀석의 심장만은 여전히 붉게 빛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순간.


푸스스스


붉게 박동하는 붉은 심장만을 놔둔 채 녀석을 이루고 있던 단단한 몸은 검은 먼지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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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24.09.14 90 4 13쪽
24 24 24.09.13 101 2 13쪽
23 23 24.09.12 107 3 12쪽
22 22 24.09.11 115 4 11쪽
21 21 24.09.10 113 4 12쪽
20 20 24.09.09 117 5 12쪽
19 19 24.09.08 133 4 13쪽
18 18 24.09.07 148 4 12쪽
17 17 24.09.06 143 3 13쪽
16 16 +1 24.09.05 150 7 13쪽
15 15 24.09.04 155 6 12쪽
14 14 24.09.03 168 7 14쪽
13 13 +1 24.09.02 177 6 13쪽
12 12 +1 24.09.01 175 5 12쪽
11 11 +1 24.08.31 183 6 12쪽
» 10 +1 24.08.30 188 7 12쪽
9 09 +1 24.08.29 190 7 13쪽
8 08 +1 24.08.28 205 7 11쪽
7 07 +1 24.08.27 215 8 13쪽
6 06 +1 24.08.26 220 9 12쪽
5 05 +1 24.08.25 22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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