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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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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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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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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DUMMY

성우 조강현. 대중에게도 이름이 잘 알려진 준 연예인 성우로, 90년대 한국에서 방영된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의 남주연 캐릭터를 담당했었단다.


뭐,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애기 너무 이쁘네. 이제 몇 개월이에요?"

'이 수염난 아저씨가 자꾸 나한테 얼굴을 들이민다는 사실이다!'


낑낑. 선우사빈은 손을 흔들어 현빈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6개월이요. 작년 11월생이에요."

"11월생이 인기가 많다는데, 애가 안 봐도 앞길이 꽃길이다~"


우루루루루, 까꿍. 장성한 남매를 키운 중년의 성우는 사빈을 많이도 귀여워했다. 물론 사빈은 원하지 않았지만.


"어머, 애가 너무 이쁜데?"

"얘 걸어다니기 시작하면 맨날 길거리 캐스팅 받고 살겠다."


동료 성우들도 한 마디씩 얹었다. 갓난아기의 건강과 육아 방법에 대한 조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빈의 외모에 대한 감탄이었다.


"현빈씨, 혹시 이따 애 돌아다니다가 화면에 잡히면..."


사빈을 의자에 앉혀놓은 뒤, 조강현은 약간 기대하는 듯한 뉘앙스로 걱정했다. 원체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인지라, 실수로라도 사빈이 찍힌 컷들을 전부 자신의 구독자 50만 명, 반골드버튼 채널에 올리고 싶은 속내였다.


"아, 사빈이 엄청 얌전해서 그럴 일 없을 거에요."


다만 조강현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현빈이 다른 사람의 말에 감춰진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워 한다는 사실이다.


"아니, 그래도 애니까 혹시라도..."

"절대 없어요. 걱정 마세요!"


더불어 사람이 맑디 맑아, 나중에 와서야 속내를 알려주면 '헉, 그런 거였나요? 눈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같은 상태가 돼 말한 사람이 되려 미안해질 것이 틀림 없었다.


"그니까 움직여도 괜찮..."

"카메라 바로 옆에 둬도 하나도 안 건드리고 조용히 잘 있어요!"


아니, 좀 건드려주면 좋겠는데...


중년의 성우는 결국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화면에 잡힌다면 사빈이 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의 요청은 하지도 못한 채 울상이 된 얼굴로 너튜브 촬영에 들어갔다.


"편집자님. 여기 시작점 해주세요. 자 인사 들어갑니다. 하나~둘~셋!"

"안녕하세요~너튜브 시청자 여러분! 오늘의 컨텐츠는~<녹음 비하인드 라디오>입니다!"


와아아, 조강현의 주위로 둥글게 둘러앉은 성우들이 짧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소설 <조용한 숲 속에서 왕국을 세워버렸다>의 보이스드라마 성우들을 모셨습니다. 여기 주연 유진 성우님, 현빈 성우님이랑..."


흠, 사빈은 카메라의 살짝 뒤에 앉은 채 촬영장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다들 발성이 또렷하고 발음이 정석적이군. 현빈의 특징인 줄 알았는데, 직업적 특성이었나?"


아직까지는 배우와 큰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에 들리는 목소리를 만드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루스 그린우드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현빈입니다. 자주 실사화 캐스팅에 제 얼굴을 넣어주시던데, 전 목소리 연기만 잘 하지 연기는 못 해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얼굴 관리 잘 하겠습니다."


성우들이 앉은 순서대로 이름을 부른 뒤에, 똑같은 순서대로 일어나 각자 준비한 멘트대로 일어나 카메라에 인사하는 모습은 꽤나 흥미로웠다.


간혹 TV에서 연예인들이 떠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만, 그들 대부분의 발음은 저들만큼 완벽하진 못했다. 그러나 가끔 성우들 만큼 완벽한 자들도 몇 명 보였는데, 그들의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제페토, 이들을 제대로 봐 두라고 한 게 말하는 법 때문이었나?'


사빈은 제 손에 쥐어진 현빈의 핸드폰 화면에 말을 걸었다.


[그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뭔데?'

[곧 자연히 알게 되실 겁니다.]


흠, 사빈은 그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의심한다고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 그냥 가만히 기다렸다. 가끔씩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강현 성우의 반짝이는 눈빛을 성심성의껏 무시해 준 건 덤이었다.


***

비하인드 썰을 푸는 1차 촬영이 끝나고, 또 다른 영상을 위한 2차 촬영이 시작되기 전, 성우들은 약 30분 가량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를 데려온 현빈은 이 때를 틈타 사빈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는데, 아기가 화면을 정말 단 한 번도 채우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조강현이 슬금슬금 그 옆으로 다가왔다.


"현빈 씨, 사빈이가 엄청 조용하던데?"

"아, 맞아요! 집에서도 엄청 얌전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복덩이네, 복덩이~"


아이 칭얼이는 소리라도 났다면 그 틈을 타 사실 지금 촬영장에 엄청 이쁘고 잘생기고 귀여운 아기가 있다고 자랑하려 했지만, 사빈은 정말이지 개미 기어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히 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근데 현빈 씨, 사빈이가 이렇게 잘생겼는데 세상에 내보여줄 생각은 없나? 인별이나~현빈 씨 개인 너튜브 채널도 있을 거 아냐."

"음..."


아님 내 채널이라던가, 내 채널이라던가, 내 채널이라든가. 조강현은 아쉬움이 들끓는 눈으로 현빈의 답을 기다렸다.


"사빈이가 원하는 게 아니면 딱히요! 제 채널도 보이스 샘플 올리는 용으로밖에 안 써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하하, 그렇구나~."


다만 사람이 없던 눈치가 갑자기 생길리는 없기에, 결국 조강현은 더더욱 슬퍼진 채 다음 촬영에 쓸 대본을 확인하러 떠났다.


'호오, 설마 제페토가 말한 게 이건가?'


그러나 1차 촬영 전에는 사빈이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현빈의 품에 안겨 분유를 마시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거, 내가 이용해 먹을 수 있겠는걸.'


후후후, 사빈은 사악하게 웃었다.


***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현빈 성우 당첨~!"

"아, 한 번만 봐주...압!"


푸왁, 쟁반 성우방 컨텐츠에서 대사를 절어버린 현빈은 곧장 생크림 마사지 형에 처해졌고,


"어, 현빈이 어디가?"

-코에 크림 들어가셨대요!


말을 하던 탓에 숨을 쉬며 크림을 맞은 현빈은 곧장 화장실로 향하느라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사빈이 이목을 끌어도 '으아아 죄송해요 주의시킬게요!' 하며 카메라 등장을 원천 차단할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조강현과 선우사빈, 둘 다 눈치챘다.


비록 둘 다 대화는 나눠본 적 없지만(애초에 한 쪽은 말을 못 한다) 지금 이 순간, 둘의 마음은 일치했다.


강현과 사빈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사빈은 아주 작게, 그러나 이 공간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칭얼거렸다.


"아우으으어어엉.(준비됐나, 조?)"


물론 조강현은 준비돼 있었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이고~애가 아빠 찾네! 아, 촬영장에 왜 애가 있냐고요? 이게 사실은 방금 그림 맞은 현빈 성우가 작년 11월 달에 애아빠가 됐거든요. 근데 오늘 딱 집이 전기도 수도도 끊겨가지고 우리가 데리고 오라고 했어요~근데 계속 조용히 있다가 지금 딱 우네, 허허허!"


조강현은 속으로 계획해 두던 멘트를 줄줄 읊어댔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던 성우와 스태프들은 깔깔 웃었다.


"야~이러면 어쩔 수 없이 애 달래주는 수밖에 없겠다! 아~근데 그러면 사빈이가 화면에 쫌 나올 수도 있는데?"

-성우님, 웃고있는 거 다 보여요!


직원의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끝으로, 사빈의 위치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테이블 정 중앙, 메인 카메라 바로 앞으로 이동되었다.


"아까 현빈이가 아기 원하면 카메라 앞에 세울 거라고 했거든요. 사빈아, 너도 나오고 싶었지~"

"우아!(그치!)"


사빈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곳의 어른들 대부분은 육아 상식이 있었기에 사빈이 나이에 정말 저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상황에 맞아 개그컷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오늘의 게스트는~현빈 성우님~아들입니다~!"


와아아,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박수가 이어졌다.


현빈이 코에 들어간 크림을 완전히 제거하고 돌아오기까지 10분 가량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동안 촬영장의 어른들은 아기 볼 만지고 다양한 각도로 카메라를 찍는 등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었다. 물론 손소독제는 당연히 수시로 뿌렸고 말이다.


"우와, 크림 완전 맵...어라? 사빈이 왜 테이블에 있어요?"

"내가 다 설명할게!"


다만 원래 '현빈 성우가 돌아오기 전에 카메라와 사빈이를 원상복귀 시키고 출연허락을 받자!'는 계획은 실패하고, 결국 처음부터 사빈이를 촬영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었다.


"아...죄송해요. 제가 눈치가 없어서 괜히 선배님이..."

"아아아냐 원래 미남은 눈치가 없어서 좋은거랬어 내가 다 늙어가지고 주책인거야. 자신감을 가져, 현빈이!"


예상했던 대로 현빈은 자신의 눈치없음을 자책했기에, 마음 불편할 일 없이 사빈이의 귀여움만을 정당하게 올릴 수 있도록 주강현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하여 결론은...

"네, 당연히 올리셔도 되죠!"


성공이었다.


"사빈이, 아저씨랑 하이파이브!"

"어아.(좋다.)"


덧붙여, 조강현은 남은 시간에 사빈이를 안고 촬영에 임하는 것에 대한 허락까지 받을 수 있었다!


모두가 기뻐했고, 심지어 촬영 담당자는 카메라를 줌 인/아웃 할 때마다 사빈이에 초점을 맞춰두는 주접을 선보였다.

***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은 깔끔히 끝났고, 현빈과 사빈은 스태프와 직원들의 아쉬움을 뒤로하며 건물을 나섰다. 마침 예주는 타이밍 맞게 차를 이끌고 건물 앞 도로에 진입하고 있어 세 사람은 기다리지 않고 반갑게 재회할 수 있었다.


사빈은 카 시트에 앉자마자 잠에 들었다. 속으로는 어린아이의 몸은 이래서 안 돼! 좀 놀자! 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현빈과 예주는 천사같이 앉고있는 아들이 그저 예뻤다.


"촬영 어땠어?"

"문제 없었어. 다들 사빈이 너무 예쁘다고 난리더라. 아, 강현 성우님이 앞으로 형으로 부르라 하셔서 그러기로 했어."

"엄청 좋았나보네. 다행이다."

"서점은 어땠어? 뭐 좀 샀어?"

"심리학 책 몇 권."


부부는 집에 도착하기까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고, 이야기는 사빈이를 깨운 뒤 집에 올라와 씻은 뒤에도 이어졌다.


"—그래서, 사빈이랑 같이 촬영한 거 다 올려도 된다고 했어."

"잘했네. 우리 팀원 중에도 그분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내 아들 나왔다고 자랑해야겠다."

"나는? 난 자랑 안 해줘?"

"넌 당연하고, 바보야."

'이런 대화는 나 잠들면 해라, 이놈들아.'


하하, 노곤노곤 해진 둘은 편안하게 웃었다. 사이에 껴서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사빈은 깨소금에 숨막혀 죽을 지경이긴 했지만.


"이러다 사빈이 되게 유명해지는 거 아닐까? 막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아기라던가..."

"에이, 설마. 세상 일이 그렇게 풀리면 누구나 다 연예인이게."


'이놈들은 가끔 왜 이렇게 비관적이람.'


사빈은 원래 부모들은 우리 자식이 천재인가봐, 세계최고인가봐, 뭐 이런 생각을 늘 하지 않던가?...싶었지만, 세상 모든 부모가 같은 생각을 할 순 없지, 라며 알아서 납득을 끝냈다.


하지만, 짜잔!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군요?


시작은 영상 편집이 모두 끝나고 조강현의 채널에 업로드까지 된 뒤, 트위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었다.


---

(영상) (영상)

(영상) (영상)

조숲왕 성우님들 노가리 현장에 엄청 귀여운 애기 있다ㄷㄷ다들 이거 보고 후회 없길...공익을 위해 작성됨.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빈과 예주의 외모 스텟은 10 초중반 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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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3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3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6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6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4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8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3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3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1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4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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