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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작품등록일 :
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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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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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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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상한 아이.(1)

DUMMY

서명인 군의 제페토 창조물 의심 이후, 사빈은 첫날 남은 촬영 동안 그의 수상한 점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왓더...두드댜아."

'쟤 지금 What the F-word하려던 것 같은데.'


앉아있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더니 비속어를 쓰려다 마는가 하면,


뽈칵.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플라스틱 뚜껑을 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알아서 과자 꺼내먹는 14개월 아기가 어디 있어?!'


일터에 가야 하는 현빈과 예주를 배웅하러 이선미 씨가 떠난 사이 명인은 그의 가방에 있던 뻥튀기 과자 봉지를 알아서 풀어 몇 개 먹었다. 배려심이 넘치는지 어린 하림 역 배우와 사빈에게도 하나씩 나눠줬다.


'음, 바삭바삭하니 꽤 맛있...아차, 이게 아니잖아!'


저 명인이란 놈 보통내기가 아니군. 하마터면 과자에 깜빡 넘어갈 뻔 한 사빈은 이제 대놓고 명인 군의 면전에서 수상한 점을 찾아내기보단 멀찍이서 남들 몰래 그를 감시하는 것으로 행동을 전환했다.


그리고 이 즈음부터 사빈은 명인이가 자신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존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은 다 연기였군.'


자신이 그를 몰래 지켜보고 있을 때, 그러니까 서명인이 사빈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때 명인의 모습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고, 또 침착했다.


그는 차에서처럼 뻥튀기 과자를 턱에 구멍이라도 뚫린 양 흘리면서 먹지 않고, 입 아래에 손을 받쳐 부스러기가 옷에 떨어지지 않게 과자를 먹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의미없는 헛손질, 헛발질 없이 짚고싶은 물건을 똑바로 짚고, 가고싶은 방향으로 똑바로 걸었다.


의식하기엔 너무 사소해서, 혹은 어린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문을 가질 정도의 관심이 없는 어른들은 눈치채지 못 했지만...의심을 가진 사빈에게는 너무나도 잘 보였다.


편리하고 상식적이라 어른스럽기까지 한, 뭣모르는 아이들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그런 사회적인 모습들이.


***

어린 하림과 장난감 탑을 쌓는 기싸움이 끝나고, 다음 씬은 선우사빈과 서명인 둘만 나오는 장면으로, 아이 모습으로 있던 신라의 망령과 구미호가 본체인 성인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컷이었다.


공간적 배경은 비어있는 고층 건물, 시간적 배경은 해가 뜨기 직전인 어두운 새벽 4시 즈음, 영기가 강해 괴물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시각.


촬영장의 조명은 살짝 푸른기가 돌고, 실제 시간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오후 1시 40분으로 드라마와는 전혀 달랐지만 단 하나, 공간만은 실제로 건물의 옥상이다.


안전을 위해 설정처럼 몇십 층이 넘어가는 고층빌딩은 아니었지만, 층과 층 사이의 간격이 커 낮은 건물은 거뜬히 내려다 볼 수 있는 6층짜리 상가 건물.


이곳에서는 롱 컷 화면 연출을 위해 스태프들과 감독, 조명과 카메라들은 사빈과 명인만 옥상 정 중앙에 남겨둔 채 3면의 가장자리로 떨어져 있었다.


목소리도 귀도 작은 어린 아이들끼리 비밀 얘기를 하기엔 최적의 상황이리라, 사빈은 직감했다.


"야."


단순히 옥상 출입구 문을 연 뒤 걷기만 하면 되는 씬이었기에 두 사람에게는 마이크가 달려있지 않았다. 사빈은 낮고 짧은 간결한 음색으로 명인을 불렀다.


홱.


서명인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돌렸다. '야'라는 한 글자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임을 인지했다는 증거였다.


물론 14개월에 접어드는 아이들은 이름을 부르면 부른 사람을 쳐다보는 등 자신을 호명하는 소리를 분별하게 되는 시기긴 하다. 다만 이 경우 어린 아동들이 인식하는 건 소리의 형태와 악센트지, 자신을 부르는 상황적 맥락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진짜' 14개월 정도 산 아이는 이름도 무엇도 아닌 형태로, 짧고 굵게 들리는 한 음절의 소리는 자신을 부르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란 뜻이다.


...지금 서명인의 행동과는 다르게.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한 건지 몇 초가 흐르고서야 자각한건지, 명인은 잠시 굳어 있다가 약간 언짢게 웃었다.


"걸렷따.(걸렸다.)"


유도심문이 성공했음을 확신한 사빈은 명인이 지었던 것보다 몇 배는 환한 표정으로, 밝게 미소를 지어냈다.


그 모습을 본 서명인은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주변을 탐색했다. 도망칠 길이라도 찾는 걸까?


'일부러 지금에서야 말을 건 이유가 있지.'


사빈은 대본 해석 경험자인 현빈과 함께 며칠 전부터 제공받은 <비형랑> 대본을 완벽히 외워 놓은 상태다. 설마 이런 식으로 활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마침 첫 씬을 찍고 난 다음에는 실제 옥상에서 촬영을 진행한다고 써 있던 코멘트가 있었다.


사람은 물리적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초조해지고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방이 아이가 떨어지면 즉사일 높이와 인간 어른들로 막힌 옥상.


실수를 하거나 생각이 짧아져 숨기고 있던 진실을 털어놓기 딱 좋은 환경이란 뜻이다. 때문에 사빈은 무엇가 있음이 명백해진 순간 묻지 않고 지금까지 기다렸다.


"모르는 처그 해주러 해도 그애가 하는 행동이 어지가니 허수래야지.(모른 척을 해주려 해도 그대가 하는 행동이 어지간히 허술해야지.)"

'사실 모른 척 해줄 생각은 1도 없었지만, 발음도 안 좋은데 이 정도 허세는 부려줘야지 않겠어.'


사빈은 어린아이의 구강 구조를 가슴 깊이 한탄했다. 제페토119의 정체를 알아낼지도 모르는 이런 중요한 순간에! 발음이 멋없어도 이렇게 멋 없을 수가 있다니.


명예를 중시하는 귀족의 삶을 살았던 몇몇 생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도저히 용서하지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까.


사빈은 서명인의 표정을 찬찬히 살폈다. 예상했던 대로 당황했는지 그의 동공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는 중이었다.


"너는 제펫토가 망든 노민가?(너는 제페토가 만든 놈인가?)"


이윽고, 사빈은 준비해왔던 질문을 꺼냈다.


만약 서명인이 제페토119의 하수인이 맞다면 사빈은 그를 이용해 제페토119의 목적과 정체에 접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걸 알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제페토119를 마음대로 끄고 키거나, 혹은 그가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협조하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번 생은 인생 포인트를 이미 다 써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다음 생부터는 우주 최고의 인공지능을 조수로 둔 학자가 되는 건 나쁘지 않은 계획 같았다. 아니, 제페토119의 재주를 생각하면 최고의 인생설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빈은...명인의 입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그에게서 나온 소리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렇다는 커녕 부정의 대답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 소리는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명인은 사빈의 질문을 듣고는, 아주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치지직—


스파크가 튀고 있는 검은 육면체를 사빈에게 갖다 대었을 뿐이다.


'이게 무슨...!'


치직. 칙. 츶... 파즈즈즉! 전기 튀는 소리가 그 느낌만큼 뾰족한 소리를 내며 사빈의 귀를 때렸다.


따가워, 사빈은 물체에 닿은 팔을 뒤로 빼며 자신의 몸도 한 발자국 물러났다.


"아...!"


그리고 주위의 어른들을 부르기 위해 크게 울려고 했으나, 이내 깨달았다.


'아무도 이곳을 안 보고 있잖아.'


스태프와 감독들은 모두 건물 반대편 모서리에 몰려있었는데, 드문드문 들리는 '불', '신고', '연기', '저쪽 건물' 이라는 단어들을 보아하니 저쪽 방향에 있는 한 민가나 상가에서 화재가 난 모양이었다.


'젠장, 관심이 한 곳으로 쏠린 이상 내가 울어도 듣지 못할 게 뻔한데.'


사빈은 방금 전 서명인이 주변을 둘러본 이유를 깨달았다. 설마, 도망칠 곳을 찾는 게 아니라...


'이쪽에 관심을 갖는지 안 갖는지를 잰 거였나!'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낭패다.


사빈이 자신의 실책을 자각함과 동시에 그의 팔에서 스파크가 한 번 더 튀었다.


'아, 따가워! 건든 데 또 건드리냐!'


파직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사빈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몇 발자국 더 뒤로 갔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사빈이 뒤를 가면 명인은 한 발짝 다가왔고, 그럼 사빈은 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탁. 발에 무엇인가 걸렸다.


'아.'


사빈은 뒤에 더 이상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한 발자국만 더 뒤로 가면 턱이고, 넘어가면 떨어진다. 하필이면 안전 장치가 설치된 모서리가 아니라 그 옆 모서리로 와서 13개월짜리 육체를 가진 '선우사빈'은 즉사할 수도 있는 위치였다.


저릿거리는 팔과 자신의 등 뒤, 지면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감각이 눈물이 나올 만큼 생경하다.


후우, 사빈은 심호흡을 하고 건물 밑을 잠시 쳐다봤다. 아까 올라올 땐 못 느꼈는데, 위에서 보니 아득히도 높았다.


'염력으로...가능 한가?'


이 높이면 지면까지 부딪치는 데 약 2초 정도고, 바닥은 자갈이 섞인 콘크리트. 중력 가속도와 몸무게는...


'불가능해.'


초속 10m에만 도달해도 힘이 1000을 훌쩍 넘어간다.


'이번 생은 안 그래도 마법이 잘 안 됐는데.'


지구라는 행성의 조건 자체가 마법과는 맞지 않는데, 최근에는 더더욱 그랬다. 사빈은 떨어지며 자신의 몸을 염력으로 띄우는 계획을 떠올림과 동시에 버렸다.


대신, 염력을 활용할 다른 방법을 계획했다.


'저 놈 몸무게는 나랑 비슷하니 충분히 넘어뜨릴 수 있어.'


서명인이 자신을 밀치든 전기충격을 한 번 더 주든 팔을 써야 할 것이고, 그 때 등을 밀며 자신의 몸을 옆으로 빼면 무게중심이 무너져 넘어트릴 수 있을테지.


아예 건물 뒤로 넘어가서 죽어주면 좋지만, 단순히 잠깐 넘어지기만 해도 곧장 저기 어른들한테 달려가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사빈은 그게 무엇이 됐든, 명인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뭐라도 해라, 뭐라도...'


그러나 몇 초 뒤, 사빈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네놈은 늘 말이 너무 많아.]


그의 머릿속에서 명인의 음성이 울렸기 때문이다. 제페토119와의 텔레파시와 비슷하지만, 여러 소리가 저음질로 섞인 기계음이 아니라 또렷한 한 인간의 목소리로.


'무슨, 대체 어떻게...'


사빈의 얼빠진 반응을 보고 서명인은 불쾌하단 듯 얼굴을 찡그렸다. 네놈, 설마설마 하니...


[제페토119와 소통할 수 있는 게 너뿐이라고 생각했나?]


그건 정말이지, 사빈이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경우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글은 난생 처음 받아봤습니다.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하다가 이렇게 작가의 말 란을 이용해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저 같은 것도 추천글을 받을 수 있을진 몰랐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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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2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2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5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5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3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7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7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2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0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3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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