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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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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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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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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DUMMY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재윤은 고개를 휙휙 돌렸다. 방금 전, 진주를 발견하기 전에 했던 것처럼 단순히 주변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다.


맹수에게 쫓기는 사냥감이 그저 본능적으로 고개를 젓는 것에 가까웠다.


그 어느 곳에서도 아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그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전신의 털이 곤두선다.


타악!


재윤은 진주를 부축하던 팔을 뒤로 빼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소름끼치게도 자신에게 기대있던 진주는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무게중심이 완전히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끼긱. 진주는 그 상태 그대로, 오직 하늘을 향하고 있던 고개만을 직각으로 돌려 재윤을 쳐다봤다.


그리고 마치 기계처럼 일말의 높낮이 변화도 없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오지말았어야지!!!!!!"


진주는, 아니 진주였던 것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를 곧추 세우는 것만으로도 온 구멍에서 피가 흐르는 몸뚱아리를 이고 지며.


그러고는 천천히 재윤에게로 다가왔다.


한 발, 또 한 발.


재윤은 진주가 한 발 멀어질 때마다 자신도 한 발짝 뒤로 떨어졌다.


한 발, 또 한 발씩.


이윽고, 진주는 급작스레 재윤에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들 도망쳐!!"


재윤은 자신을 잡으려는 진주를 피하며 악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미쳤어. 진주도, 이 섬도, 상황도!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왜? 안에 무슨 일 있어?"

"문 열어볼까요?"

"우리 들어간다!"


바로 급하게 들어오느라 놓친 문의 손잡이는 그 힘으로 인해 밀려나, 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문 밖에 서 있던 세 명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안 돼, 들어오-


끼익—


-지 마!"


문장의 완성보다 닫힌 문이 열리는 것이 더 빨랐고,


"다 왔네?"


진주는 문 바로 앞에 있었다.


화아악—! 그대로 병실 안은 화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마치 민강의 피가 기름이라도 된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다 왔네! 다 왔다! 다 왔어! 다 왔다고!"


진주는 온 사방을 뛰어다니며 팔을 높이 들고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꼭...어린아이처럼.


"읍, 콜록, 콜록!"

"이거, 이거 다들 나가야...!"

"못 나가요, 다 막혔어요!"

"*발, 여기서 죽으라고?"


좌중은 혼란에 휩싸인다. 이성이 마비되고, 산소는 부족하다. 무언가를 해보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미약했다.


연기가 온 건물을 뒤덮는 와중에도 진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것은 저 혼자 무어라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이제내려오세요당신의육체가이렇게나많아요아버지이제당신이원하시는대로됐어요아버지만족하시나요이제야당신이옳았음을깨달아요아버지..."


진주와 민강을 제외한 살아있는 모든 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소름이 끼친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름이 끼치는 건 진주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도를 하는지 저주를 하는지 모를 말을 내뱉는 그의 몸이 발 아래서부터 흐물흐물하게 녹고 있다는 사실이다.


풀썩, 사람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기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재윤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쓰러진 게 아니라 죽었다는 사실을.


재윤은 눈물로 시야가 흐려질 뻔한 걸 겨우 참고 앞을 똑바로 바라봤다.


시야에 들어온 진주의 몸뚱아리는 모조리 녹아버려 이제는 두 팔꿈치 아랫부분을 제외한 신체는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남은 진주의 팔이 들고있는 건...


정신을 압도할 정도로 아름다운 어린아이다.


여러 사람들의 피를 뒤집어 쓴 채라서, 마치 방금 막 산모에게서 꺼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외양을 가진 갓난쟁이.


실제로 진주 역의 배우는 단지 녹색 천을 뒤집어쓰고, 바닥에 연결되어 있는 특수 공간에서 사빈을 올려 안아든 것 뿐이지만, 연기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사빈은 분명 갑자기 태어난 존재였다.


사빈은 핏방울이 맺힌 긴 속눈썹을 가만히 깜빡였다. 그리곤 천 년이 넘는 자신의 오랜 삶을 되돌아 보았다.


서른 번이 넘는 삶을 살며, 사빈에게는 갓 태어난 아이들을 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자신이 부모거나, 아니면 산파였던 때. 혹은 전쟁터나 사고 현장에서 죽은 임산부의 배를 갈라야 했을 때.


사빈은 그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입을 오물거린다.

그래서 사빈은 입을 오물거렸다.


신생아는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마냥, 어머니의 살과 피 대신 세상의 숨을 먹기 위해 뻐끔거린다.


그가 살면서 본, 죽은 이후 태어난 모든 사산아들처럼.


정말이지, 그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 같노라고, 그 순간을 본 촬영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히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몰아친다.


재윤은 컥, 컥 힘들게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불타고 있는 주변과 달리 차디찬 바닥과, 그 위에서 옷과 머리카락을 적시는 피 웅덩이는 재윤의 현실감을 한층 떨어트렸다.


정신은 아득해지고, 머리에선 자꾸만 과거의 일들이 떠오른다. 이게 주마등인가?


어린 시절과 사춘기, 성인기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지나가고, 재윤은 잣나무 섬에서 온 편지를 처음 받았을 때를 생각했다.


편지를 받은 후에 새까만 배를 타고,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챙겨주고, 시체를 발견하고, 결백한 누군가를 죽이고, 탈출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섬을 탐색하다가...발견한 이곳. 사이비 지하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6명에서 7명으로 바뀐 퍼즐.


그들은 모두 온전한 모습이 아니었다.


퍼즐 속에서의 사람들이야 몸이 잘리든 말든 상관 없겠지만, 실제 세상에서 그 퍼즐을 재현한다면 참여한 자들은 모두 죽을 것이 틀림 없었다.


재윤은 가만히 누워, 서서히 눈을 감으며 헤아렸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진주, 자신, 민강, 덕만, 현우, 민정.


모두 6명이다.

그리고 저 아이 하나까지...7명.


제물은 우리였구나. 먼저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였어.

우리를 그 퍼즐처럼 죽여서 저 아이를 불러낸 거야.


그 생각을 끝으로, 재윤의 정신은 연기에 짓눌려 잠겼다.

***

"끝~!"

"고생하셨습니다~!"


'끝, 끝났다...'


'그것'의 부활과 재윤의 기절 씬 촬영이 끝났고, 그렇게 오늘의 촬영도 끝났다. 배 감독이 오늘을 아역이 필요한 씬 다 찍는 날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사빈의 <육식식물> 촬영이 다 끝난 것이기도 했다.


'너무 힘들었어. 드디어 집에 간다!'


아침부터 밤까지 대기하느라, 그리고 연기에 집중하느라 모든 체력을 다 써버린 사빈은 현빈의 품에서 노곤노곤하게 안겨있었다.


"도준이 너는 내일도 이 섬에 와야 하나?"

"엉. 아침씬 몇 개 떠 찍어야 한대. 사빈이 촬영은 오늘로 끝이지?"


현빈은 재윤 역을 맡은 도준과 인사하고, 저 멀찍이서 배준욱과 대화하던 고 감독에게 간단히 눈 인사를 하고는 섬의 출입장으로 향했다.


일찍 준비가 끝나거나, 혹은 친목에 대해 별 뜻이 없는 다른 배우와 보호자들 역시 오늘 촬영이 더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다들 그곳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가장 빨리 오는 배편의 시간이 그리 넉넉지는 못해서기도 하다.


"사빈이 오늘 즐거웠어요~?"


현빈은 거의 눈 뜬 채 자고 있을 정도로 피곤한 사빈에게 말을 걸며 떠들었다. 사빈에게는 큰 효과가 없겠지만, 아이에게 대화로 상호작용을 시도하면 언어 발달에 큰 효과가 있다는 글을 읽고 예주와 현빈이 유독 많이 하는 일이었다.


후후, 제 아들의 천사같은 모습(콩깍지일 뿐, 실상은 그냥 볼을 찌르려는 현빈의 손가락을 강스파이크로 쳐내는 모습이다.)을 감상한 현빈은 집으로 돌아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만히 생각했다.


우선 배준욱 감독님과 현직 아이돌 겸 배우인 최도준에게 추천받은 사빈이 전용 인별 계정을 만들어야 하고, 아까 도준이와 주희 배우님이 분장을 다 끝낸 사빈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첫 게시물로 올리고...


'아, 그러고 보니 이사갈 집도 알아봐야지. 아파트면 전세사기 같은 거 당할 일은 없나?'


미리 좀 찾아볼까, 싶은 생각으로 현빈은 메신저백에 넣어뒀던 자신의 검은색 핸드폰을 꺼냈다.


-[어머니: 2년이면 충분히 했다. 추석엔 사과하고 집에도 들려라. 너희 아버지가 많이 화나셨다.]


...화면을 키자마자 보인 건 메신저 어플의 알림 메세지. 현빈은 발신인이 누군지 확인하곤 읽지도 않은 채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현빈이 이 놈 이랬다 저랬다 뭐 하는거람.'


그 모습을 본 사빈은 약간의 의문을 가졌지만 곧 관뒀다. 현빈은 원체 좀 맹해서 넋 놓고 행동하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까.


"현빈이! 아직 안 출발했네!"


응?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현빈은 뒤를 돌아봤다.


"어, 형! 무슨 일 있어?"


고 감독이었다. 반가운 목소리로 현빈을 부른 그는 옆에 있던 사람의 목 둘레에 팔을 탁 걸쳤다.


"으이, 그런 건 아니고, 이 친구가 너랑 대화하고 싶다 해서~알짱거리길래 데려와 줬지!"


고 감독은 그 사람의 어깻죽지를 툭 쳤다. 키가 작은 남자는 그런 친근한 제스쳐에 살짝 당황하다 이내 현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이고, 다름이 아니라...인사 좀 드려야겠다 싶어서요."


그 사람은, 아침에 한 엑스트라 배우와 왁왁대며 싸우던 스테프였다. 하마터면 모든 잘못이 이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결론이 날 뻔한 걸 현빈에게 도움 받았던.


"아버님 아니었으면 전 진짜 나가리였는데, 그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기작부터는 사빈이가 말도 하고 행동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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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3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3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6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6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4 3 10쪽
»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3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8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6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3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3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1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4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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