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새글

크라운객
작품등록일 :
2024.08.25 12:08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055
추천수 :
86
글자수 :
119,009

작성
24.08.25 12:42
조회
303
추천
8
글자
9쪽

부부와 아들과 ???.(1)

DUMMY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죽었으나 죽지 못했다. 전 생애의 기억을 모두 가진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일쑤였다.


내겐 그것이 썩 기꺼웠는데, 새로운 것을 아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도 행복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다른 세계, 다른 사람, 다른 삶.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내게 단 한 번의 생만 주어졌다면 영원히 알지 못했을 기쁨들.


그리고 34번째의 삶에 다다라서야, 나는 세상에 있는 모든 삶을 알게 되었다. 좋은 세계의 부자부터 나쁜 세계의 빈자까지, 풍족한 소크라테스부터 배고픈 노예까지. 겪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했고, 알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얻었다.


그렇기에 죽었다. 남은 시간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기쁨은 더 이상 없을 테니.


다만 또다시 태어났다.


"으애애아앵!"


나는 울었다. 넓고넓은 바보들의 세계에 다시금 던져진 게 슬퍼 울었다.


그렇게 나의 35번째 생이 시작되었다.


***

"사빈아, 엄마아빠 봐봐!"


....


"사빈아?"


...


아차.


"으꺄아!"


사빈은 화들짝 놀라며 젊은 부부의 부름에 답했다. 아들의 눈맞춤과 반응이 멀쩡한 것을 본 부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 육아카페에서 반응이 안 되는 아이들은 일찌감치 지적장애 검사를 받으라는 겁주기용 글을 봤기 때문이다.


"여기보세요, 우루루~까꿍!"


마음이 편해진 두 사람은 아들을 놀아주기 시작했다. 혀를 내밀어 메롱하거나, 양 손으로 얼굴을 숨겼다 내놓는 등의 몸개그 위주였다.


"꺄르륵!"


둘에게 집중하기 시작한 사빈은 타이밍을 잘 맞춰 천진하게 웃었다. 물론 속내는...


'어휴, 천 살이나 먹은 내가 저런 것에 웃어줘야 한다고? 말세야 말세.'


였지만.


놀아주는 사람만 있고 노는 사람이 없는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그저 제 아들이 너무 이쁘고 귀여운 부부는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 사빈이가 웃는 건 참 천사같다, 그치?"


부부는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헤헤.


"응, 근데 꼭 반응을 멍때리다가 선생님한테 한소리 들은 학생처럼 다급하게 한다."


'헉.'


소 뒷걸음질에 제 본질을 들켜버린 사빈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렇게 쓸데없이 알맞은 비유를 썼지?


'예리한데, 이래서 눈치 빠른 부모는 싫다니까.'


물론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던 말던, 부부는 독심술을 쓰는 방법은 몰랐으니 그저 제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띠리링~띠로링~

예주의 핸드폰에서 부드러운 선율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예주는 아이 정서에 좋다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지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분유를 타러 갔다.


자리에 남아있는 현빈은 계속해서 제 아들을 일방적으로 놀아주고 있었다.


"우리 사빈이 맘마먹으까? 맘마? 아이 귀여워~밥 주세요 해봐, 맘 마!"

'하겠냐!'


사빈은 그런 거 시키지 말라는 뜻으로 매트에서 발을 쿵쿵 굴렀다.


"짜잔, 우리 사빈이 맘마 완성!"


그러는 새 분유타기를 끝낸 예주는 마치 바텐더라도 된 것처럼 분유병을 신줏단지 자랑하듯 들고왔다.


현빈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또 좋다고 웃었다. 누구 아내가 저렇게 귀엽지? 세상에, 내 아내구나. 난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맘마를~먹읍시다~맘 마~"

"아우!(노래는 됐고 분유병이나 물려봐라)!"


부부는 아이에게 젖병을 물렸다.


...그리고, 바보 부부의 바보짓은 사빈의 식사 중에도 계속되었다.


"...사빈이 먹는 게 왜 이렇게 느리지? 원래 애들은 키싱구라미처럼 열심히 흡입하는 거 아닌가?"

"그니까. 근데 키싱구라미가 그렇게 먹이를 먹나?"

"그렇게 먹으니까 키싱구라미라는 이름이 붙은 거 아닐까?"

"하긴 그렇다."


물론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산 사빈은 키싱구라미의 키스가 위협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둘은 대체 애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경악하고 있었다.


"좀 더 기울여줘야 되나?"


현진은 아이가 좀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손목을 꺾었다. 꼴꼴꼴, 사빈의 입 안으로 분유가 들어왔다.


'음미 좀 하자, 이놈들아!'


사빈은 와인을 마시듯이 병을 돌려 향을 맡고, 한 모금 넘기고 한 번 생각해가며 식사를 하고 싶었기에 천천히 먹는 거라고 마음속으로 주장했다. 오늘은 묽군, 우유향이 진한데 분유가루를 바꿨나? 오, 달다. 따위의 생각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래봐야 갓난쟁이의 몸은 어른을 이길 수 없었고, 사빈은 그냥 싸구려 맥주를 마시듯 분유를 들이킬 수밖에-그의 기준으로는- 없었다.


"까윽."


...수치스러운 트림은 덤이었다. 사빈의 등을 토닥거린 이 두 어른 바보들은 그것도 귀엽다며 웃어댔지만, 사빈은 이들과 동화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최대한 저들을 멀리하리라, 그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속으로 태클을 거는 건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사빈 생후 6개월의 일이었다.


***


후우. 사빈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이번 생애 생물학적 부모들이 이제야 잠에 들었기 때문이다. 놀아주는 건 힘들다니까.


그는 누워있던 제 몸뚱아리를 뒤집었다. 생후 6개월차의 갓난아이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후후, 자신이 누군가! 6번째 생에서 사빈은 마법의 신동이라 불렸다.


'7kg정도의 물체, 그러니까 내 육체를 움직이는 것쯤은 옹알이보다 쉽단 말이지.'


또한, 0.3kg도 되지 않는 물체를 움직이는 것도 쉽고 말이다.


'...스마트폰!'


이 기계가 미칠 듯이 궁금했다고! 사빈은 제 부모들이 이 사각형의 금속 같은 것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잘 관찰하고 있었다.


자신이 본 바에 따르면 이건 노래도 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대화도 할 수 있고, 나가지 않아도 날씨를 알려주는가 하면 물건을 집 앞에다 놓는 재주도 있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게, 혁명적인 기계인 게 틀림없어.'


이게 대체 몇백 년 만인가. 사빈의 심장은 아주 오랜만에 설렘과 기대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모르는 것을 알기 직전의 설렘, 그의 긴 생애를 지탱해 오던 기쁨으로.


테두리에 있는 버튼 몇 개를 이것저것 눌러보니, 새까맣던 화면에선 갑자기 빛이 나왔다.


'히야. 어떻게 이 딱딱한 게 갑자기 사진을 보여주는 거지?'


사빈은 눈이 아픈 것도 잠시, 대기화면에 뜬 두 인영을 감상했다. 잠들어 있는 저와 '예주'의 모습. 창문엔 파란 빛이 들어오고 있는 걸 보니 새벽에 잠에서 깬 현빈이 몰래 촬영한 게 분명했다.


'내가 알기론 사진 하나 찍는 데 몇십 분은 걸리는데. 참 요상해.'


이렇게 위에서 아래를 찍는 구도는 지지대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 걸까. 그는 바보상자를 보는 20세기의 시골 아이처럼 본인 세계의 한계로 기술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비밀번호라는 건 분명...1124였지."


자신의 생일로 설정하다니, 현빈의 사랑과 허술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이 아들의 생일을 알고 있다면 바로 풀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 허술함의 덕을 보겠군.'


띡, 띡, 띡, 띡.


네 개의 숫자를 차례대로 입력하는 동안 사빈은 솜사탕을 처음 먹는 아이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신기하고 즐거운 것을 보는 그 충족감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오, 열렸다!'


열린 화면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4개의 컬러사진이 든 필름 두 개가 있었다. 사진의 사진 안에는 예주와 현빈이 정답게 붙어있다. 둘이 연애하던 때 즉석사진관에서 찍은 것이다.


'좀 바보같긴 해도 참 정다운 부부야.'


사빈은 그들을 보고있노라면 옛날 마님들에게 들려주던 로마의 사랑이야기에 나오는 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그 때 그것들은 자신이나 동료, 스승의 상상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도 말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뭘...어떻게 하는 거지?'


화면에는 네모난 것들이 여러가지 색으로 정렬되어 있었는데, 그것들이 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모자이크 타일 같은 건가?


꾸욱, 사빈은 핸드폰의 홈 버튼을 자그마한 손으로 눌렀다.



***

웅—

웅—


[컴파일러 실행 중...]


[컴파일 완료. 프로그램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정해진 시간 내 미응답. 사전 명령어에 따라 자율사고 모드로 전환됩니다]


[System: Zepeto 119가 시작됩니다.]


[새로운 정보를 입력 중...]


[훈련 내용을 갱신 중...]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Name: Pinocchio 탐색을 시작합니다.]


.


.


.


[탐색 완료]


[상태: 생존

개체명: 선우사빈

위치: 지구, 아시아, 대한민국, 경기도, 성남시

입력 언어:한국어]


[접근을 시도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공지 +3 24.09.04 42 0 -
26 상상도 못한 나비효과.(1) NEW 10시간 전 7 0 10쪽
25 새로운 변화.(4) 24.09.17 9 0 11쪽
24 새로운 변화.(3) 24.09.16 14 0 8쪽
23 새로운 변화.(2) 24.09.14 25 1 11쪽
22 새로운 변화.(1) 24.09.13 30 1 10쪽
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2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3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6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5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3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7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2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0 5 11쪽
»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4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