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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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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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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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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DUMMY

현빈이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을 전한 직후, 신도시의 한 아파트 13층 현관 분위기는 아주 개판이었다.


"너 지금 말한거야?!"

"아브븝.(아차.)"

"아니, 그보다 왜 쫓겨나요? 사빈엄마랑 사빈아빠 완전 꿀 떨어지던데!"

"저도 지금 그걸 모르겠어요. 어떡하죠?"

[살다살다 이런 멍청이는 처음 본다. 겨우 거기에 입을 열어?]

'놀라서 그랬지.'

"아니 근데...사빈아, 아빠 소리 한 번만 더 해주라."

[어휴.]


아빠 소리를 처음 한 사빈, 집에서 쫓겨난 와중 아빠 소리 처음 들어본 현빈, 저녁식사에 초대됐더니 집주인 둘 중 하나가 나머지에게 쫓겨났다는 사실을 들은 선미, 졸지에 이 난장판을 1열 직관하게 된 명인까지 누구 하나 침착하질 못 하고 있는 채다.


"자자, 우선 진정!"


선미 씨가 박수를 두 번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남성들은 모두 떠들던 입을 다물었다.


"사빈엄마가 오늘 크리스마스니까 저녁 같이 먹자고 불렀는데, 손님 불러놓고 싸우신 거에요?"


그럴 사람들로는 안 보였는데, 선미 씨는 현빈이 쫓겨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그에게 질문했다.


"안 싸웠어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예주가 나가라고 밀길래..."


진짜 싸워서 내쫓긴 거면 서럽지나 않지, 현빈은 침울해진 목소리로 몇십분 전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어제 '성우 잡아놓고 하는 게임'(실제 콘텐츠 제목이 이랬다) 너튜브 생방송 이후 예약해 놨던 호텔에서 새벽부터 낮까지 자고,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예약해 놨던 케이크를 픽업 한 다음 고속버스 타고 집으로 왔는데, 도어락 열자마자 예주가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다는 것이다.


'...잘못한 게 없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혼자 뒀다고 그러나? 근데 일이고, 나도 있었잖아? 사빈은 몇 번의 결혼 경험으로 미루어 잘잘못을 따져보려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빈의 증언 상 그의 알리바이엔 아무런 과실이 없었다.


"아아~"


헌데 선미 씨는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사빈은 깜짝 놀랐다. 천 년 산 나도 모르는 걸 삼십 년 겨우 산 저 아이가 안다고?


사빈의 왕방울만해진 눈동자를 본 명인은 이마를 짚었다. 내가 이것까지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한다니, 라는 생각에서 나온 피곤이 그의 눈가에 끼여있었다.


[...나와 내 어미가 초대받은 건 저녁식사인데, 지금은 5시지.]

'그게 왜?'

[어휴. 네 아비는 내쫓긴 게 아니라 아직 들어오면 안 됐다는 거야.]

'들어오면 안 될 이유가 뭐가...아하.'


사빈은 그제야 현빈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한 이유를 짐작했다. 하여간 금슬 참 좋다니까.


마침 사빈의 집에서 현관문 밑으로 음식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사빈이 좋아하는 버터 향이 짙었다.


"잠시만요, 사빈엄마한테 전화 좀 해볼게요."


선미는 자신의 예상이 맞는지 확인할 목적으로, 최근기록 최상단에 떠 있는 예주의 전화번호를 꾹 눌러 옆으로 넘겼다.


-"여보세요, 선미 씨! 벌써 도착하셨어요? 앗뜨!"

"사빈엄마, 저희 지금 현관 앞에서 사빈아빠랑 같이 기다리고 있어요~"


설마 전화로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니겠지, 현빈은 스피커폰으로 틀어진 두 사람의 대화를 초조하게 듣고 있었다.


우선 결론만 말하자면, 예주의 다음 말은 '들어오지 말라'는 류의 표현이 맞긴 했다.


근데 좀 긴박해서 그렇지.


-"잠시만요, 1분만 아니 30초만! 거의 다 됐어요. 제가 열어드리러 갈 게요!"


내쫓기는 일에 타임 아웃이라도 있었나? 현빈은 어떤 정체모를 일이 자신 몰래 일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닫혀있는 현관문 너머로 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났다.


예주가 안쪽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벌컥!


철로 된 현관문이 삐빗거리는 도어락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부터 강하게 열렸고, 그곳엔 살짝 숨차 보이는 예주가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릇 놓는 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구요. 두 사람 다 들어와요!"


예주는 몇 번 숨을 몰아쉬더니 평소보다 상기되어 있는 어조로 위와 같이 말하고, 또 현빈에게는 살짝 다른 말을 했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나 쫓겨난 거 아니었어?"


기다리다니? 현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예주의 표정은 더 어리둥절했다.


"뭔 소리야? 내가 너를 왜 쫓아내?"

"아까 전에 안 돼, 나가! 이러면서 내 등 밀었잖아?"


뭐지? 부부는 서로를 향해 물음표 가득하게 말을 하더니, 곧이어 이 대화의 초점을 깨달은 예주가 약간 쑥스러워 하며 입을 열었다.


"크리스마스인데 너 어제오늘 엄청 바빴잖아."

"그래서 화난 거야?"


그게 아니라니까, 현빈의 얼빠진 물음에 예주는 그의 입을 손으로 막고 이어 설명했다.


"너 요즘 고생하니까...그래서 서프라이즈로 뭐 좀 준비하려 했지."

"뭘 준비해?"


현빈은 예주가 대체 뭘 하고 있었다는 건지 싶어 고개를 살짝 들어 집 안을 훑어봤다. 바뀐 점을 집중해서 찾을 필요도 없이 어제 집에서 나올 때와 달라진 점이 한눈에 보였다.


갖가지 허브와 가염버터가 얹어진 랍스타와, 라즈베리잼과 함께 있는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 층층이 쌓아올려진 귤 탑과 긴 유리잔에 담겨있는 체리콕 같은 것들.


쉽게 말해서, 엄청나게 호화로운 메뉴가 올려진 식탁이 보였단 거다. 식탁보도 평소 쓰던 것이 아니라 흰 색에 화려한 패턴이 덮어져 있었다.


으잉? 그 모습을 본 현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명인은 혀를 내밀어 웩 하는 시늉을 했고, 사건의 전말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선미 씨는 입을 가린 채 광대가 승천할 정도로 웃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작게 서프라이즈 파티 하려던 거야. 하는 김에 친구랑 같이 하면 더 좋겠다 싶었고."


말로 설명하는 건 좀 민망한데, 예주가 홧홧하게 열이 오른 자신의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너가 예정 시간보다 빠르게 와서...우왓!"


귀가 빨개진 채 평소보다 확연히 작은 목소리로 말하던 예주의 시야가 갑자기 높아졌다.


현빈이 예주를 서 있던 그대로 안아들었기 때문이다.


"뭐야, 그런 거였으면 말을 하지!"

"야! 손님 앞에서 부끄럽게 뭐 해, 내려!"

"보기 좋은데 뭘요~계속 하세요!"

'오, 힘 좋네.'


예주는 허공에서 몇 바퀴 돌려진 다음에야 내려올 수 있었다.


"맞다, 사빈이가 아까 집 앞에서 나한테 아빠 소리 했다? 엄마 소리도 같이!"

"뭐?"


현빈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방금 일어난 사건을 설명했다. 아들의 첫 '엄마'소리를 놓쳤다는 사실에 예주는 아쉬워 했지만, 이제 엄마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것에 기대하는 감정이 더 커 보였다.


"사빈아!"


반짝거리는 눈으로 남편의 품에 안겨있는 제 아들을 쳐다봤으니 말이다.


에휴, 하는 수 없지. 사빈은 결국 입을 열었다.

"엄마."

"와아아아아아!"


이 소리를 듣길 엄청나게 고대하고 있던 건지, 예주는 환호하며 사빈을 안아줬다.


"아차, 이제 다들 식사 해야죠! 명인이도 해산물 먹나요?"

"잘 먹어요~그치?"


기쁨에 취해있던 예주와 현빈이 정신을 차리고, 세 성인과 두 아동은 크리스마스 만찬이 차려져 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오, 이거 맛있는데!'


아직 뜨거운 버터에다 작게 찢은 랍스터 살을 찍어먹은 사빈의 표정도 확연히 기뻐지기 시작했다.


'이 녀석도 기분 괜찮아 보이는걸.'


명인의 표정은 그와 옥상에서 대화했던 이후로 가장 부드러웠다. 블루 홀에서는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지금은 메이플 시럽이 발린 베이컨을 맛있게 먹고 있기도 했고.


'어, 이건 아는 노래다.'


TV밑의 블루투스 오디오에선 사빈에게도 익숙한 종류의 캐롤과, 그렇지 않은 캐롤들이 번갈아 가며 들렸다.


"아까 전에 블루 홀 오너분이 사빈아빠랑 엄마한테 명함 전해달라고 한 거 알아요?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광고 맡기고 싶다고~"


어른들의 잡담 소리가 집 전체에 은은하게 울린다. 그것이 꼭 캐롤에 다정한 편곡을 더한 것 같아 사빈의 귀가 즐거웠다.


'그러고 보니 부모가 있는 삶은 오랜만이었던가.'


아이의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는 몇백 년 전, 끽해야 대여섯 번 해 본 게 다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어쩐지 기분이 좋다. 어른들의 맥주와 콜라, 아이들의 우유잔이 건배사와 함께 부딪치는 소리도 좋고, 버터향이 해산물의 소금기와 뒤섞여 나는 맛있는 냄새도 좋았다.


사빈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

시간은 흘러흘러 사빈의 키가 조금 더 자라고, 계단을 자연스레 오르내릴 수 있는 시기가 된 2월 초.


복직한 예주의 팀은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바빠지고, 현빈은 크리스마스에 런칭됐던 게임이 슬슬 안정화되며 한가해지던 시기다.


그리고...


"사빈이, 혼자서 어른들이랑 있어도 괜찮겠어?"

"응!"


<육식식물>의 첫 시사회 날이기도 했다.


"이따 주희누나가 안아주면 칭얼거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해~"

"자신 있어!"


말하자면, 사빈이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얼굴을 비치는 날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Tmi:

사빈과 명인은 평균보다 발육이 빠른 편입니다. 샐러드도 아삭아삭 잘 먹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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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새로운 변화.(1) 24.09.13 30 1 10쪽
»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3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3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6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6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4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8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3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1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4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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