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새글

크라운객
작품등록일 :
2024.08.25 12:08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046
추천수 :
86
글자수 :
119,009

작성
24.08.31 23:21
조회
129
추천
3
글자
11쪽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DUMMY

타박 타박, 저벅저벅. 다양한 재질의 밑창들이 대리석과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여기는...병원인가?"


키 큰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혼잣말 하듯 물었다. 하얀 벽, 하얀 천장, 병원 특유의 가루약과 소독용 알코올 냄새까지. 합당한 추론이었다.


"그러고 보니...이쪽 지역에서 예전에 불치병 환자들이 사는 섬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거 아닐까?"


여자가 답한다. 영화의 초중반 즈음 육지의 선착장 직원이 해준 말을 떠올린다. 이 근처 어딘가에 과거 치료와 재활 시설이 들어찬 천사의 섬이 있었지만, 사실 생체실험과 불법 노동이 이루어지는 악마의 소굴이었다고.


"그건 백 년도 더 넘은 일일걸. 여기 전등 LED잖아. 봐봐라."


중년의 남자가 천장에 달린 긴 직사각형의 광원을 가리켰다. 백열전구도 형광등도 아니며, 계속 관리하는 듯 먼지 없이 깨끗한 모습이다.


"그런 곳은 지금까지 관리 못 해. 백열등이나 형광등을 LED로 바꾸는 건 떳떳해도 어지간히 연식 많은 곳은 안 하는데, 여기가 진짜 그 악마들의 병원이면 여기 시설이 이렇게 깔끔 하겠어?"

"하긴, 아저씨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전등이 LED라는 건 최소 십 년 전까지는 계속 써 온 건물이란 뜻이니까..."


사람들은 몇 발자국을 더 떼다가, 이내 멈춘다. 앞장서던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안 되겠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진주랑 민강 형을 데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 좀 더 준비를 해서 다시 와도 좋고."


"오~짝사랑 챙기는 거야?"


진주와 선두의 남자, 재윤이 게임 초반부터 같이 다녔던 걸 기억한 민정이 능글맞게 물었다.


"그, 그런 거 아냐! 내 말은, 여러 명이서 오면 그만큼 한 사람분의 위험 부담이 줄어드니까..."


끼이익—


...재윤의 말은 문이 굳게 닫히는 소리가 나며 완전히 끊겼다.


"으아아아악!!!!"


사람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뒤에 누구 들어온 거 맞지?"

"저희야 모르죠! 근데 여기 섬인데 바람도 안 부는 걸 보면, 저건 인위적으로 닫은 건 헉헉, 맞아요!"

"나, 나 오십견 있다 얘들아!"

"무릎 보전하고 죽을래요 무릎 버리고 살래요?"

"다들 조용히 좀 해봐요!"

"뛰는 것부터 조용히는 글렀잖아!"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정신없이 소리가 튀어나오는 가운데, 재윤이 고개를 휙, 휙 돌려보고는 크게 소리친다.


"그게 아니라, 우릴 쫓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안 나잖아!"


사람들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의 말이 사실인 것을 확인한 뒤 끼익 멈췄다.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는, 없다.


꿀꺽. 사람들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공포에서 결심으로, 당혹에서 각오로.


"어차피 앞으로 갈 수밖에 없겠네, 그러면."

"이제 좀 천천히 갈 수 있는거지? 방금 아저씨가 발목을 삐끗했거든."


덕만은 허리니 오십견이니 하는 곳을 퉁퉁 두드리며 않는 소리를 내는데, 그 모습을 본 재윤은 한 숨 돌리곤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천천히 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이미 다 왔어요."


처억, 허리에 짚고 있던 손을 쳐들고 검지손가락으로 복도 끝을 가리킨다.


"지금 저 문 안에서 소리가 나고 있거든요."


민정은 그 말에 몇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 숨죽여 집중했다.


-어헉, 끅...!

-흑, 흐흑, 흐흐흐흐흐...


"...진짜네. 우리 좀 조용히 해야겠는데?"


벽에 댔던 귀를 조심스럽게 뗀 다음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논다.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지만, 재윤은 따를 수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젓는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다 들켰을 거야."

"야, 야! 좀 신중하게...!"


재윤은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롱 샷으로 잡힌 화면의 구도는 폭풍전야처럼 불길했다.


끼익—


그리고, 소리가 나던 곳의 철문을 열자 보인 건...


***

후우, 진주 역을 맡은 여배우와 함께 제단이 설치되어 있는 부활실 세트장 안에서 대기하던 사빈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느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 긴 장면을 원테이크로 촬영하는 걸 해냈다고?'


방금 막 부활실과 지하실 두 세트장의 공간을 나누어 놓던 철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씬 하나가 끝났다는 뜻이다.


"형, 나 거기 물 좀!"

"대사 한 번만 더 확인할게요!"


문 근처에선 여러 스테프들과 배우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음에 찍을 씬을 대비하고 있었다.


"선배님 진짜 허리 나가신 건 아시죠?"

"인마! 나 아직 50대야! 창창해!"


이번 씬이 끝나기 직전 문이 열렸을 때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다들 한없이 가벼워 보였지만, 똑같은 부분이 하나 있었다.


'...다들 눈이 반짝이는군.'


강렬하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 그 안에 담긴 연기와 이야기에 대한 갈망은 아까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빈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사빈은 그 모습들에 감탄했다.


'동선만 잡고 바로 찍은건데, 이걸 한 번에 성공하다니.'


주연 배우들 모두가 긴 거리를 전속력으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NG가 나면 정신력 부담이 큰 부분이었다. 때문에 다른 씬을 촬영할 때보다 유독 기합이 들어간 채로 시작했다지만...


'순간 내가 진짜 제단에 불러와져 있는 상태인 줄 알 뻔했어.'


천 년을 살아온 만큼 사빈의 지각 능력은 일반 인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헌데 연기임을 인식하고 있는 지금, 자신에게 '착각'을 일으킨 다는 건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헌데 저 배우들은 그걸 해냈다.


꿀꺽, 사빈은 침을 삼켰다.


'언젠가 나도 저들만큼 해야 한다는 거겠지.'


사빈은 생각했다. 내 눈이 마지막으로 저렇게 빛났던 것은 언제였던가. 전생? 전전생? 400년 전이었나, 아니면 천 년도 더 전이었나.


자신의 눈이 총기를 잃었음은 20번째 생이 시작되기 전부터 깨달았다. 설레일 게 없는, 도전하지 않는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이지 않나. 관성에 얽매여 아무런 감흥도 반짝임도 없이 하루하루를 죽이며 살아가는 자들.


사빈 역시 아주 오랫동안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다시금 저리 빛나는 눈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우라는 거, 뭔 이상한 놈이 강요해대니 한다고 했지만...'


자신의 눈이 열망에 빛나게끔 해 줄 수 있다면, 사빈 스스로 연기를 하고싶다 원하게 될 것임을, 그는 깨달았다.


"다음 씬 들어갑니다!"


짧은 휴식시간이 끝나고, 감독의 호령과 동시에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따 사빈을 안아들을 여배우인 한주희 역시 제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사빈이 숨어있다 나올 특수촬영장치를 작동시키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고, 자신의 분장과 화장이 섞이지 않도록 온 신경을 기울인다. 게다가...


"사빈아, 이따 누나랑 잘 해 보자!"


이렇듯 중간중간, 자신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저렇게 긍정적인 말들을 해주곤 했다.


실제 6개월짜리 아이는 어른의 저 말 같은 건 이해할 수 없을테니, 저런 표현을 아이에게 한다는 건 그만큼 저 사람의 다정함을 보여주는 행위다.


"아우."


착한 젊은이로군, 사빈은 그리 생각하며 제 작은 손을 치켜들어 배우의 손을 토닥였다.


"응? 열심히 하자는 건가? 아하하, 귀여워!"


젊은 여배우는 아이를 좋아하는 편인건지, 사빈의 손짓을 어린 아이들이 이유없이 하는 행동으로 이해하곤 보기 좋다는 듯 웃었다. 실제로는 노인이 지나가는 아이에게 칭찬하는 손짓에 가깝긴 했지만.


그렇게 다음 촬영이 시작됐다.


***

끼이익, 문이 열고 들어온 재윤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원래는 아주 새하얀 상태일 것 같은 금속제 벽에는 피가 튀어 있었다. 아주 새빨간 것이 난자하게.


우웅—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들은 세차게 돌아가고 바닥에 늘어트려진 갖가지 약 냄새가 쓰다. 재윤은 반사적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허억, 헉..."


당혹감에 숨이 쉬어지지도 않는 듯 했다. 고통스럽게 가슴을 붙잡고 겨우 정신을 붙잡은 채 다시 앞을 바라보니, 목이 뒤로 꺾이고 눈은 뒤집혔으며, 몸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밖으로 나와있는 정민강과...


"흐, 흐흡..."


그 옆에 주저앉은 채 숨죽여 울고있는 제 짝사랑 상대, 진주가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다던 그 예쁜 사람, 재윤과의 러브라인이 선명하던 대학생 진주. 그녀의 손은 이미 말라붙거나 아직도 흐르는, 다양한 시간대의 혈흔이 뒤덮고 있었다.


"...진주야, 너 왜 그래?"


진주의 눈빛은 어딘가 아득했으며, 또 짙었다. 너무나 깊어 무엇으로 얼룩진 건지조차 알 수 없이, 심연이라도 담겨있는 것처럼 새까만 빛을 내뿜는다.


다만 재윤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원래 사랑에 빠진 사람이 종종 진실이 아닌 다른 것을 보는 법이므로.


"진주야!"


남주인공인 재윤은 당장 달려나가 진주에게 제 외투를 걸져주고, 허리에 팔을 둘러 감싸안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진주야, 서진주! 너 괜찮아?"


진주는 재윤의 품에 기대 창백한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


"재윤아...쿨럭."

"진주 너, 말 하지 마."


재윤은 자신이 다 고통스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진주의 입이 피를 토해냈기 때문이다.


"재윤, 재윤아..."


그럼에도 진주는 계속해서 소리를 내뱉었다.


"진주 너 말하지 말라...!"

"왜 왔어?"


어? 재윤의 사고가 한순간 정지한다. 자신에게 '왜 왔냐'고 물어본다는 건, 질문을 하고 있는 진주는 여기 있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이라는 뜻 아닌가?


"왜 왔어?"


무언가 이상하다.


"왜 왔어? 왜 왔어?"


진주의 눈은 자신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그것이 아니었다. 눈은 실핏줄이 터져 시뻘갰고,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부축을 위해 잡은 팔이 억셌다. 나무토막이나 기다란 유리마냥...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지, 진주...."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왜 왔어?"


재윤은 이때서야 깨달았다. 이건 진주가 아니다. 진주일지언정 내가 아는 진주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대체 정제가 뭐지?


재윤은 제 사랑을 놓지도, 무엇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괴물을 떨치지도 못한 채 가만히 굳어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디에선가...


"응애! 응애애애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공지 +3 24.09.04 41 0 -
26 상상도 못한 나비효과.(1) NEW 10시간 전 7 0 10쪽
25 새로운 변화.(4) 24.09.17 9 0 11쪽
24 새로운 변화.(3) 24.09.16 14 0 8쪽
23 새로운 변화.(2) 24.09.14 25 1 11쪽
22 새로운 변화.(1) 24.09.13 30 1 10쪽
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2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5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2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4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5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1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5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3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7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7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4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2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0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3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5 1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