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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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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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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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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을 찾자!(2)

DUMMY

히에리온. 어원은 영웅을 뜻하는 영단어 히어로Hero와 고대 아테네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학원인 리케이온Lykeion의 합성어로, 자격이 있는 아이들을 비밀리에 모아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로 육성하는 학교의 명칭이자 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제목이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2억 부가 넘게 팔렸다. 영화화가 시작되면 더 팔리겠지. 가장 최근에 나온 <베일 속의 과학자>편이 출간 된 지 24시간 만에 전 세계에서 4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만에 하나 이 소설을 영화화 하는 작품에 출연할 수만 있다면, 이 시리즈 하나만으로 전 세계에 '선우사빈'이라는 배우의 존재를 각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미지가 고정되는 부작용이야 있겠지만...주연 중에서도 주인공을 맡는 게 아닌 이상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동양인한테 그 역할을 줄 리도 없고.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내가 하기엔 연령대가 너무 높아.'


히에리온 시리즈의 첫 번째 편에 해당하는 <영웅의 집합>은 주연들이 히어로 아카데미인 히에리온 초등부에 막 입학한 후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쓴 소설이다.


즉,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나이도 막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적어도 5세 이상에서 9세 까지가 마지노선이 되는 셈이다.


'그에 반해 나는 채 한 살도 안 되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나이 셈법은 좀 특이해서 11월 말에 태어난 자신은 이제 몇 달만 지나면 3살이 된다지만, 그래봐야 실제 신체 나이는 겨우 1살이 넘게 된다.


[영화 촬영 일정 정도야 얼마든지 변경 될 수 있죠.]

'...! 설마 제작사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내가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을 나이가 될 때까지 미뤄질 일이라도 있나?'


사빈은 약간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껏 제페토119가 이런 말을 할 때에는 늘 비슷한 일이 일어났으니까.


[아뇨?]

'...근데 왜 말해?'


괜히 김만 셌잖아. 사빈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핸드폰에다 꿀밤을 한 대 쿵 쥐어박았다. 사람 놀리니 좋냐.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나게 할 순 있단 뜻이니까요.]


얜 가끔씩 헛소리를 한다니까. 사빈은 제페토의 이상한 중얼임은 깔끔히 무시하고 파일을 다음 장으로 옮겼다.


'그럼 다음엔 어디 참여하면 좋을 것 같나?'


사빈의 물음에 제페토119는 잠시 계산하다가, 이윽고 화면을 원격 조종해 새로운 파일 하나를 띄웠다.


[드라마 '비형랑' 주연 아역 남아 배우 모집]


현대를 배경으로 대체역사 속의 신라를 오가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에서 메인 남주인공의 아역을 찾는 공고였다.


사빈은 거기 나와있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참동안 설명을 읽었다. 그리곤 씨익 웃었다.


'좋은 스토리인걸. 나도 찬성.'


그렇게, 현빈의 다음 차기작 후보가 결정됐다.


참고로 그날 오후, 히에리온 시리즈의 판권을 구입한 회사인 스톤월 픽처스의 대표는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오작동으로 일어난 사고였다.


제페토119는 자동차 회사에서 의도적으로 인공지능의 오류임을 입막음한 기사만 사빈에게 닿도록 조정했고, 그에 따라 사빈은 '제페토 너는 예언자라도 되나?'정도의 반응만 보인 채 자신이 히에리온 촬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순수히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본 제페토119는 생각했다. 아직은 당신이 죄책감을 느낄 때가 아니야. 아직은.


***

11월 24일, 사빈의 첫 생일이자 그의 돌잡이가 한창이던 때. 사빈과 인공지능은 연락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돌잡이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카메라와 마이크라...둘 중에 뭘 잡는 게 더 좋은거지?'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 사빈이지만, 그래도 고뇌에 고뇌를 거듭해서 하나를 집었다. 재밌으니까.


"와~잡았다!!"

"진짜 사빈이 배우라도 될 건가?"


와아아, 부부는 그 모습을 보며 즐겁게 반응했다.


부를 친지는 없으니 구성원은 사빈, 예주, 현빈 그리고 전문 사진사 한 명이 다였다. 잔치는 생략하고 대신 돌잡이와 사빈의 설빔 차례를 주인공 삼아 찍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빈이 입고있는 한복은 검은 고양이를 컨셉으로 제작된 개량 한복이었다. 검은색을 베이스로 중간 중간 하얀색이 돋보이고, 포인트로 금색이 속속 들어가 있어 멋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디자인이었다. 물론 귀여움도.


"사빈아~여기 보고 웃어봐! 김치!"


띠롱. 바보부부가 열심히 제 아들을 웃기고 있을 때 핸드폰에선 디엠을 알리는 효과음이 몇 번 울렸다. 띠롱. 띠롱.


"무슨 일이야?"

"저번에 만들었던 사빈이 인별. 누가 디엠 보냈나봐."

"아는 사람이야?"

"아니, 프로필도 그냥 기본 이미지인데? 안녕하세요 선우사빈 어린이 보호자분, 저는..."


예주는 뚱뚱한 장문으로 온 다이렉트 메세지를 눈으로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인사치레 스킵하고, 칭찬 스킵하고, 본론은 거의 맨 뒷부분에 몰아져 있었다.


"드라마 캐스팅 담당자인데, 일주일 뒤에 오디션 볼 생각 없냐는데?"


예주는 순식간에 디엠 내용 스캔을 마치고 요점만을 현빈에게 전달했다. 마침 귀를 쫑긋 세워 듣고 있던 사빈은 그 내용이 자신이 기다리던 연락임을 알아챘다.


"아우! 아우!(나 할래! 할래!)"

"사빈이 하고싶어?"


사빈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하고싶어. 예주와 현빈은 그 반응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사빈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서로 무어라 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그렇게 몇 초 뒤, 웃는 얼굴로 사빈에게 통보했다.


"그래도 안 돼."

"으아어?"


사빈은 제 귀를 의심했다. 장 보면서도 자신이 손가락으로 과자를 가리키면 다 사주는 저 호구 아니 바보부부가 자신의 말을 거절한다고...?


근 1년동안 이렇게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는데도 거부당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사빈의 가슴 속에서 배신감이 끓어올랐다.


물론, 현빈과 예주의 그런 단호한 반응엔 다 이유가 있었다.


"난 신정 다음날에 바로 복직인데, 현빈이 너 시간 돼?"

"나 크리스마스 당일에 대형 프로젝트 참여한 거 런칭이야. 최소 두달 동안은 스케줄 꽉 찼어."


바로 더 이상 둘이 사빈의 촬영만을 위해 일정을 비울 수 없어서다. 1년으로 신청해 둔 예주의 육아휴직도 끝물이고, 연말과 연초는 성우인 현빈이 가장 바쁜 시즌이니까.


12월부터 2월, 4월부터 6월까지 총 6개월동안 촬영 후 5월부터 8월까지 방영하는 이 드라마에는 도무지 참여를 하고싶어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제페토, 무슨 좋은 방안 없나?'

[예주와 현빈을 죽이고 아역배우의 부모가 되고 싶어하는 이에게 당신을 입양보낼까요?]

'개소리 마라.'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을 하나. 사빈은 혀를 쯧 차고는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래봬도 그는 천 년 동안 지혜와 지식을 쌓은 학자 아닌가. 그의 머리로 찾아내지 못할 돌파구는 없다.


***

없어. 완전히 없어. 있었는데 없는 게 아니고 그냥 없어.


혼자 이동하려 해도 주변 시선이 문제고, 현빈이 참여한 프로젝트 런칭을 최대한 미룬다 해도 촬영 끝물에는 무조건 겹친다. 예주야 회사원이니 말할 것도 없지.


검색을 해 보니 아이에게 이벤트가 생겼는데 부모가 따라 갈 수 없는 경우에는 주변 친척이나 조부모한테 부탁한다길래, 예주와 현빈이 잠든 틈을 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 이 X발아! 너 지금 어디야!

-?????


분명 엄마라고 지정돼 있는 사람이 받자마자 쌍욕을 하는 게 아닌가. 전화를 받은 여자는 늙은 목소리로 거친 입담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 횡설수설하고 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게 누가 봐도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새벽 6시에 취해 있는 사람한테 보호자 역을 맡길 순 없지.'


전화를 받은 사람이 진짜 자신의 조모인지는 모른다. 그치만 저장된 다른 연락처 중에 부모라고 추정할 만한 사람은 없었기에 결국 이 방법은 포기했다.


"하아아아아아."


사빈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모습을 본 바보부부는 요새 사빈이가 왜 저렇게 한숨을 많이 쉬지? 혹시 모르니 검색해보자. 12개월 아이 한숨...뭐 이런 식의 행동을 했으나, 근심에 빠진 사빈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드라마가 진짜 딱인데!'


채널 개국 10주년 기획이라는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각본가인 남수지, 십몇년 전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여름의 전학생'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하늘(예명, 본명은 하지성), 그리고 저번 영화 촬영을 같이 했던 배우 한주희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성공을 못 할래야 못 할 수가 없는 캐스팅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방영 시기가 <육식식물>개봉 시기와 겹쳐 사빈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기대해 볼 수 있단 것도 있지만, 굳이 더 재지 않더라도 현재 사빈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 중에선 가장 좋았다.


만약 이 작품을 놓치면 이만큼 주목받는 각본에서 사빈 연령대의 아역을 구하는 일이 또 오기나 할까? 비슷한 이름값의 작품이 근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오기를 바라는 건 나태하게 기적을 바라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못 하면 결국 딴 놈이 하게 된다.'


사빈은 첫 번째 생애서부터 아주아주 욕심이 많았다. 그건 대체로 학구열의 형태로 발현됐으나, 이번 생의 길은 배우로 정해졌으니 욕구 또한 무릇 그에 맞춰지는 법. 이 좋은 역할을 내가 못 하는 것도 싫지만 다른 사람이 하게 두는 건 더 싫었다.


'진짜 확 가출이라도 해 버려?'


하지만 현대 대한민국의 수사력으로 자신이 장기 가출을 하는 건 불가능하고, 촬영이 있을 때마다 몰래몰래 나갈 수도 없을 터다. 애초에 아역배우 활동 자체가 부모 허락이 없으면 못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 답이 없네. 사빈이 한 번 더 늘어지게 한숨을 쉬던 그 때였다.


띵동—띵동—


인터폰이 연결되는 기계음과 함께 새 집 전체에 초인종 소리가 청아하게 울렸다.


뒹굴거리던 사빈과 대화하던 현빈, 예주는 자신들이 하던 행동을 뚝 멈췄다. 더 이상 집 안에서는 개미 기어가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른 정체모를 사람은 몇 초 기다려 봐도 집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똑똑똑. 하고 현관문을 노크했다.


"계세요—? 저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인데요!"


들려온 건 젊은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전혀 모르는 목소리였다. 휴우, 그제야 예주와 현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네."

"그러게."


뭐가 아니라는 거지? 사빈은 그들의 대화에 크나큰 호기심이 생겼으나 해소할 순 없었다. 곧바로 예주가 잠시만요, 외치고는 현관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인데, 아이가 한 명 있어서 가끔 울음소리 날 수도 있다고 알려드리러 왔어요."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예주와 현빈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였다. 둘이 동안인 것임을 감안하면 실제 나이 차는 그리 크지 않을 터였다.


"어머, 저희도 애 있어요! 며칠 전에 막 돌 지났거든요."

"아 진짜요?"

"네, 잠깐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실래요?"

"저야 감사하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의 뉴 스윗 홈에 첫 번째 손님이 들어오게 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잡이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는 둘 다 방송업계를 의미하지만, 카메라는 감독, 마이크는 연예인이라고 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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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2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3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6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6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3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8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2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0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4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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