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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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작품등록일 :
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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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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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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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DUMMY

사실 사빈은 주연남배우 아역에 합격할 자신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넘어 확신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외모 수치는 자연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한계값에 가까운 47이다.


아마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 3대 아이돌 기획사에 쳐들어가서 '저 여기서 데뷔할 테니 이 회사 지분의 20%를 주세요!'라고 외쳐도 대표가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란 뜻이다.


데뷔는 몰라도 지분은 너무 과장된 거 아니냐고?


스텟을 최대치로 올릴 수 있는 건 50까지인데, 사빈은 천 년간 살면서 50의 외모 스텟을 가진 인간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 직후 사빈은 스스로의 눈을 파냈다.


맹세하건데 세상에 완벽이란 존재할 수 없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 인간은 부조리를 동반하고,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인간인 이상 모든 형이상적인 것들은 또한 그 역을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헌데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깨뜨리고 억지로 완벽을 완성해 내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건 관념의 붕괴다. 감정은 목줄을 놓치고 주인을 잃은 이성은 날뛰기 시작한다. 인간의 정신은 사라지며 육체만이 실체로 남아 완벽의 충족을 위해 자기파괴의 결말로 치닫게 된다.


세상이 유지되기 위한 한계 스텟은 49이고, 상식이 유지되기 위한 한계 스텟이 48이니 사빈의 47은 사실상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것이다.


헌데 어느 기획사가 미쳤다고 그걸 포기하겠는가? 아니, 미쳤어도 포기 못 하는 수준이다 그건.


이렇게 생겼으면 캐스팅은 무조건 해야 하는데, 이 페이스를 아무 역할에나 줄 순 없으니 당연히 사빈이 맡게 되는 건 가능한 역 중 가장 비중있는 캐릭터가 된다.


이번 오디션 중 가장 비중있는 캐릭터는 주연배우의 아역이니, 자연히 사빈이 맡게 되는 역도 그리 될 것이다.


'문제는 저놈, 서명인.'


얼굴은 꽤 뛰어나긴 하나 유라시안인 게 문제다. 현대와 과거의 한반도를 오가는 작품에서 유라시안이 등장하는 경우가 어디 흔하던가?


다만 다양성 존중이나, 혹은 '사실 고증이었다는 비형랑 외국인 아역ㅋㅋ'같은 바이럴이라도 생기길 원한다면 엑스트라의 자리 하나 정도는 맡을 수 있다.


'그치만 지금은 엑스트라 정도면 안 돼.'


그래, 문제가 곤란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사빈은 주연 아역을 맡는데 촬영 때 데리고 와 줄 보호자의 자식인 서명인이 한두 번 출연하고 마는 엑스트라라면 곤란해진다.


'신라 시대는 아역, 현대에 성인 배우랬고...과거를 최소한 4번은 오간다고 공고에 써 있었지.'


그 말은 16부작 촬영 중 자신의 촬영이 최소한 4번은 있다는 뜻이다.


즉 서명인의 어머니인 이선미 씨는 자신을 최소한 4번은 데리고 와 줘야 한다는 건데, 그 아들인 서명인이 촬영할 일이 많이 없으면 그림이 많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사빈은 주연 아역에 필요성 하나에서 힌트를 하나 찾아냈다.


'어린 시절도 꽤나 큰 비중으로 이야기에 필요하다는 건, 아역 중에도 주인공 말고 중요도가 높은 캐릭터가 있다는 거야.'


그 조연 아역 캐릭터를 서명인이 맡게 하자!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이, 이거 이러케 하라고!(아니, 이거 이렇게 하라고!)"

"시러~"


'이 자식, 말 지지리도 안 들어!'


13개월 아기의 제멋대로를 얕봤다.


사실 오디션의 내용은 별 게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만 하면 되고, 여주연 배우인 한주희가 다가와 말을 걸 때 즐겁게 웃어주면 끝이다.


'근데 설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거에서부터 막힐 줄 몰랐지, 나는!'


오디션을 준비한 드라마 측에서는 심사의 용이를 위해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유아용 완구 시리즈인 '랑랑이 약국놀이 세트'를 준비해 뒀는데, 명인이 이 놈은 취향이 아닌건지 약사발을 손에 쥐여줘도 다 내던져 버렸다.


아직 너무 어려서 못 잡는 거 아니냐고? 얘 아까 뻥튀기 과자는 한 손에 2개씩 4개를 한 번에 잘 잡았었다.


'환장하겠네, 진짜!'


원래 어린 아기들이 다 이랬었나? 내가 부모였을 때 내 자식은 어땠지? 아, 중세시대라서 이런 장난감이 있지도 않았구나. 하여간 요새 젊은 놈들은 시대를 잘 타고나서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도 몰라요!


배가 불러가지고. 에잉, 쯧쯧.


어느덧 아기 꼰대 모드가 켜진 선우사빈은 온갖 장난감을 다 내던지고 있는 서명인 앞을 서성이며 걸었다. 왔다갔다. 이리저리.


그리곤, 좋은 생각 하나를 떠올리고 박수를 짝! 쳤다.


'이봐, 제페토!'

[사빈,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저희의 명칭은 제페토가 아니라 제페토119...]


시끄러, 사빈은 제페토119의 말을 멋대로 끊고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즘 어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이 랑랑이 맞나?'


수호천사 특공대 랑랑이. 약칭 '랑랑이'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잘생기고 예쁜 인간 캐릭터들과 귀여운 수호천사 종족 '랑랑이'들, 그리고 화려하고 멋진 메카닉 폼의 랑랑이-변신 모드로 남아와 여아를 가리지 않고 어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TV시리즈다.


캐릭터도 너무 많고 그에 상응하듯 캐릭터 제품들은 제곱으로 많아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만든다 하여 '돈지랑이' 라는 별칭이 만들어 지기도 했지만...큼큼, 어차피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4기 방영 중에 있으며 외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5700만 너튜버인 'lightfinix'가 영문 더빙판 리뷰를 진행하기도 했죠.]

'그럼 이 서명인이란 놈도 당연히 좋아하겠군.'


삐빅. 제페토119는 곧바로 응답하지 않고 약간의 뜸을 들였다. 아마 이민서 씨의 시청 기록 중 랑랑이 관련 영상 알고리즘을 파악하는 것이겠지.


[예,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와 관련하여 실행하고 싶은 계획이 있으신거죠?]


사빈의 예상대로 서명인은 랑랑이를 썩 좋아하는 편 같았다.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릴 것임을 직감한 사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리고 거기엔 인공지능인 네 도움이 필요하고.'

[명하시는 대로.]


이후 사빈은 제페토119에게 자신의 계획을 모조리 설명했다.


***

이윽고 시간은 흘러흘러, 심사 시작 시간인 오후 4시 하고도 1시간 가량이 더 지났다.


"자~대기번호 13번 아기 들어와 주세요!"


사빈은 13번, 서명인은 17번 순서였다. 이선미 씨와 아역배우 오디션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고 있던 예주는 아들을 품에 안고 오디션 심사장 안쪽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린이 그 앞에 앉혀주시고 보호자 분은 바깥쪽으로 나와주세요. 네, 네. 거기 의자에 앉아계시면 됩니다. 소리 내시면 안 돼요."


생각보다도 사무적인 분위기에 예주는 살짝 당황했다. 이래서 아까 먼저 오디션을 보던 아이들이 그렇게 울었던 건가?


예주는 혹여 자신의 아들도 놀라서 우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은...


"아우! 우아!"


음, 집에서보다 더 잘 놀고 있군. 너 아빠랑 엄마가 장난감 사 주는 건 거들떠도 안 보거나 한 번 놀고 말더니 여기선 왜 잘 노냐.


인간 롤러코스터나 미끄럼틀 놀이로 체력을 빼줘야 했던 지난날이 스쳐갔다. 집에서도 진작에 저랬으면 엄마아빠가 좀 더 편했을텐데 왜 이제서야...싶었지만, 그래도 건강하니 됐지.


물론 사빈이도 이유없이 갑자기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건 아니다.


'키즈폰을 여기...이렇게 끼우면!'


바로 장난감에다 음향 장치를 설치하느라 이리 만지작 저리 만지작 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우선 갑자기 소리가 필요할 일이 뭔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사빈과 제페토119의 계획은 이러했다. 장난감에서 신생아만 들을 수 있는 음역대로 랑랑이의 메인 ost를 틀어주는 거다. 그러면 랑랑이를 좋아하는 서명인은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물체에 관심을 갖고, 카메라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모습이 찍히겠지.


얼굴은 되니 촬영협조성만 좋으면 분명 나쁘지 않은 역할을 받게 될 거라는 예측에서 나온 계획이다.


'마침 명인이놈이 키즈폰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야. 후후, 역시 난 똑똑...'


딸깍. 장난감에서 키즈폰 본체와 크기가 딱 맞는 홈을 발견한 사빈이 기뻐하던 그 때였다.


"사빈아 안녕~누나 저번에 봤지?"

'뜨헛, 벌써!'


한주희가 너무 일찍 들어왔다. 아직 뒷처리를 다 못 했는데!


사빈은 들고있던 아이스크림 대형컵 모형을 재빠르게 등 뒤로 숨겼다. 원형 홈 안에 들어있는 사각형 물체, 그러니까 키즈폰이 달각거리는 소리가 오디션 심사장에 울려퍼졌다. 물론 그 정도로 큰 소리는 아니지만 사빈이 듣기엔 그렀다.


"어라~뒤에 숨긴 게 뭘까~?"


와중에 주희 씨는 뒤에 물건을 숨기는 게 사빈이만의 놀이일 거라 추측했는지, 거기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닌가! 사빈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거 아무것도 아냐. 관심 가지지 마.


"주희씨, 테스팅 비디오 들어갈게요~!"

'나, 나이스 타이밍!'


다행히 카메라 자리에 서 있던 직원 중 한 명이 적절한 때에 오디션 시작을 알렸기에, 뒤에 있던 아이스크림 컵으로 위장한 키즈폰을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

약 5분간 진행된, 13번 아역 지원자와 여주 한주희의 대화 리허설은 문제 없이 끝났다.


"고생하셨어요~"

"아니에요. 사빈아~다음에 또 보자!"


자신의 오디션 합격 여부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다. 다만...


사빈은 예주의 품에 안긴 채 저 너머 바닥에 나동그라진 '랑랑이 아이스크림 가게' 장난감에 시선을 고정했다.


'...뚜껑을 못 닫았어.'


뚜껑을 닫지 못해 장난감에서 슬쩍슬쩍 보이는 키즈폰 본체가 신경쓰였다.


후우, 그래도 음악 소리가 나는 건 서명인의 테스팅 때 뿐일테니, 14번에서 16번 지원자 아이들이 저걸 건들진 않겠지. 그리 생각하고 사빈은 심사장에서 나왔다.


...그리고, 설마가 역시나가 되어...


'쟤, 쟤가 그걸 왜 들고 나와!'


사빈은, 16번 지원자 아이가 심사장에서 나올 때, 그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키즈폰 본체를 똑똑히 봤다. 연파랑색에, 뒷면에 '명인'이라는 글씨가 써 있는 그것을.


'이놈 오디션은 어떡하라고오오오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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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2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2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4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5 3 11쪽
»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5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3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7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7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4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2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0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3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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