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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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작품등록일 :
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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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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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첫 촬영.(3)

DUMMY

싸움 날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싸움이 난 게 현실이라니.


하아, 사빈은 한숨을 쉬었다.


'이 방법은 너무 직접적이라 좀 귀찮은데.'


그래도 능력이 있는 자신이 해결해 줘야지 어쩔 수 있나, 그리 생각하고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를 한 번 쳤다.


짝!


화악,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순 그 지대의 공기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아주 예민한 사람들만이 바람이 묘하게 강해지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그 소리는 미약했지만...


'대화소리의 파동을 강화시키면, 관중들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겠지.'


효과는 강대했다.


"내가 실수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어머니를 들먹여? 당신 미쳤어!"

"아니, 애초에 당신이 먼저 사과를 하던가! 그리고 나만 그랬냐?"


그들의 대화가 섬 전체로 생중계 되고 난 뒤 처음 난 말소리들이다.


'패드립을 했다고?'


아니, 이제 대한민국에서 6개월 산 자신도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몇십 년은 살았을 한국인 놈들이 뭐 하는 짓이냐. 사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진짜?"

"세상에나..."


물론 사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장소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놈이 왜 이러지?'


다만 현빈의 반응이 좀 달랐다. 놀랐다기 보다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후 몇 분 동안 싸움은 이어졌고, 그러는 와중에도 현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았다, 지나가는 지인을 부르려다가 포기하는 둥 가만히 있질 못했다.


'...뭔가 해결할 건덕지가 있는 모양인데.'


거기다 지켜보고 있어 보니, 현빈이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도 대충 짐작이 갔다.


'사람들이 너무 멀어.'


당사자가 아니니 나서기는 좀 그렇고, 대충 흘리듯이 말하면 될 일이겠지만 지금 멀리 이동하거나 사람을 부르는 소리를 내기엔 이목을 끌 게 뻔하다. 땡볕에 싸우는 이들까지 생겨버려서 다른 쪽은 개미 기어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한 상태니까.


'...내가 좀 도와주는 수 밖에 없나?'


깊은 고민 끝에, 사빈은 결심했다. 자신이 아량을 베풀어 현빈을 한 번만 도와주기로.


흐읍, 사빈은 숨을 강하게 들이켰다. 그리고는...


"으아아아아앙!!!!!!!"


우렁차게 울었다!


"잠깐, 사빈아...!"


물론 보호자인 현빈이 크게 당황했지만, 사람들의 이목은 자연스레 이 쪽으로 쏠렸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그리고 사빈은 울음을 뚝 그쳤다. 아무래도 신경이 거슬릴 수 밖에 없는 소리였으니 사람들은 아이가 더 울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하던 일을 계속 하거나 고개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싸움에 집중하던 사람들의 주의가 흐트러진 것이다.


"어휴, 큼..."

"거기 둘! 무슨 일입니까?"


한순간의 적막이 흐르자, 현장의 책임자들 몇몇은 그제야 자신의 맡은 바를 기억해냈다. 업무 인력들의 화합 유지 같은 것들을.


그렇게 두 사람과 팀장 몇몇은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대화하고, 나머지 인원은 재개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누가 일을 제대로 하겠는가? 개인의 의견을 덧대며 알아서 시시비비를 가리기나 하지.


"말 하는 거 들어보면 스테프 잘못이 큰 것 같은데."

"아니, 애초에 싸운 이유가 뭐래?"


대체로 스테프 쪽이 잘못한 것 같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야 처음 들은 소리가 어머니를 운운했다는 말이니까.


사빈과 현빈은 그런 대화를 대기 천막 한복판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원래 인간들은 다 이러지.'


제 일이 아닌 것에 관심을 쏟거나, 제 일임에도 관심을 쏟지 아니하거나.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계속해서 지켜봐온 모습이니 사빈에게는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뭐, 더 이상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아까는 사람들이 싸움구경에 집중하느라 영 촬영 준비가 더뎠지만, 지금이야 어찌됐든 제 할 일들은 하고 있으니.


이제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연기 뿐이야. 사빈은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가만히 올려안아지기만 하면 되는 역할을 연기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허나 위와 같은 사빈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왜냐하면 약 2분 뒤,


"누구 아까 대화 다 들은 사람 없어? 서로 말이 다르니 끝나질 않네!

"형, 저 아까..."

"오, 현빈이?"


고 감독이 싸움 중재를 위해 급조된 천막 안에서 나오며 외친 소리에 현빈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뭐야, 그걸 어떻게 들었는데?'


사빈은 휙 고개를 돌려 현빈을 바라봤다. 현빈은 사빈의 의문을 눈치채지 못한 채 제 귀여운 아들에게 한 번 웃어주고는 고 감독이 나왔던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도, 현빈이 보호해야 하는 사빈은 품에 안긴 채 같이 따라 들어갔다.

***

"—그러니까, 이쪽 유 배우님이 먼저 욕도 쓰고, 가정교육 안 받았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나 하고 있지...뭐 이렇게 말씀하셨단 거죠?"


현빈은 들어오자마자 엑스트라 배우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여론과는 완전히 다른 말을 꺼냈고, 이후 몇 번의 문답이 오가고서야 누군가가 겨우 위와 같은 정리를 해냈다.


"아, 아니...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호자님은 아역 대기 장소 옆에 서 계셨잖아요. 그 거리에서 대화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데요?"


자신에게 유리하던 판도가 곧장 뒤바뀔 수 있음을 직감한 배우는 말까지 절어가며 이 상황의 헛점을 꼬집었고, 그건 꽤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비록 갑자기 이 말싸움 천막에 들어온 건 굉장히 어이가 없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사빈 역시 아까부터 그 부분이 의문스러웠다.


'못해도 거리가 50m는 됐을 거란 말이지.'


청각 강화를 쓰지 않으면 자신에게도 들리지 않는 거리였는데, 목소리 좀 좋은 민간인일 뿐인 현빈이 어떻게 그 대화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그치만 현빈 이놈이 아무렇게나 지르고 볼 타입은 아니란 말이야. 뭔가 방법이 있었나?'


있었다면 뭐였는지 자신도 좀 알고 싶다고 사빈이 생각하던 도중, 가만히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현빈은 몇 발자국 움직여 고 감독 옆에 섰다.


"형, 잠깐 귀 좀..."


속닥속닥.

그러고는 고 감독에게 말 몇 마디를 전했다. 어찌나 작은 소리였는지 품에 안겨있던 사빈에게조차도(심지어 궁금해서 귀를 쫑긋거리기까지 했는데!)들리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고 감독은 단번에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 감독, 잠깐 귀 좀 대 봐."


그리고 고 감독은 그걸 다시 배준욱에게로 전했다. 당연히도 이번 것 역시 사빈에겐 1도 들리지 않았다.


'나도 좀 듣자, 이놈들아!'

졸지에 호기심만 실컷 자극당하고 귀동냥도 못 한 사빈의 분통만 실컷 터진 셈이다.


하여튼 사빈의 심정이야 어찌됐든 간에, 논쟁의 결론은...


"이쪽 배우분이 잘못 하셨네."


초반과는 완전히 반대 노선으로, 깔끔하게 끝났다. 스테프 쪽도 결백한 건 아니지만, 죄의 경중이 배우 쪽이 더 무겁다는 식의 대화가 마지막으로 오갔고...


"현빈 씨가 대화 내용 알 수 있던 건 확실한데, 이게 현빈 씨 프라이버시라서 제대로 설명은 못 해줘요. 일단 유지석 배우님이 이쪽 스텝한테 사과부터 합시다."


배 감독의 권고로 상황은 완전히 정리됐다.


지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는 한참을 어물거리다가 마지못해 사과했고, 스테프는 자신도 완전히 잘한 것만은 아니라 미안하다며 맞사과를 하고는 천막에서 나와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갔다.


"잘 끝나서 다행이다, 그치 아들~"


현빈 역시 대기 천막으로 돌아와서는 사빈을 방석과 담요가 가득한 담요에 앉혀놓고는 일방적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평소에 이런 식의 말은 거의 다 무시하는 사빈이었지만...


"아우.(그래.)"

"엇, 사빈이 아빠한테 대답해 준 거야?"


오늘 보여준 모습은 꽤 마음에 들었으니. 포상의 의미로 대답 한 번 해 준 사빈은 현빈의 맑은 눈을 바라보곤 그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현빈이 저 놈은 꽤나 정의로운 성향이군. 일이 잘못 꼬이면 자신에게까지 역풍이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방금 전의 상황은 현빈이 나서주면 좋았겠지만, 나서지 않더라도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을 거다.


대화 중간부터 소리가 잘 들린 탓에 주변 사람들이 오해를 하긴 했지만, 결국 싸움의 주체는 유지석 배우와 스테프, 두 사람이었으니 그 둘이 알아서 잘 해결하리라 합리화 하곤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현빈은 미련하지만 좋은 사람 같은...


응?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던 사빈은 자신의 독백에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아니, 근데 이렇게 될 거면 애초에...'


청각 증폭을 쓰지 말았어야 했나? 괜히 내가 염력 쓴 것 때문에 타이밍 다 꼬인 거 아냐?


이거 잘못이라긴 뭐 하지만 내 책임이 아주 살짝, 코카콜라의 코카인 함유량만큼은 있는 것 같다며 고뇌하던 사빈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이긴 했습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제페토119에게 뼈까지 맞아버렸다.


'시끄러.'

[그치만 맞는 말이죠?]


결국 사빈은 앞으로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마법을 쓰지 않겠다 다짐하고는, 남은 대기 시간 동안 작고 말랑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수치의 의미였다.


***

그렇게 부끄러움과 정신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하늘에는 보름달이 높게 떠 있었다. 오후에 시작된 촬영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자자, 주연 배우분들 다 준비 됐습니까?"

"넵!"

"아역은요?"

"아역도 상태 좋아요! 안 울 것 같아요!"


영화에서 가장 불길한 장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하게 촬영되어야만 한다. 현장 전체를 확인한 배준욱 감독은 시나리오를 적어놓은 종이 뭉치를 높이 들었다.


"레디, 액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부턴 진짜 영화 촬영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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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2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5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5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3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7 5 10쪽
»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2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0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3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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