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사람의 불행은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도박중독자 어머니, 어린 두 자녀를 남겨두고 도망치듯 이혼해 양육비 한 푼 보내주지 않은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이 공부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한다. 니가 이런다고 뭐라도 되겠냐며, 차라리 그 시간에 나가 기술을 배우든 몸을 팔든 하라며 윽박지른다.

자식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방학엔 주중이고 주말이고 아르바이트에 나간다. 그러나 모친은 키워준 명목이라며 알바비를 모두 빼앗아가 학기 중엔 교통카드를 충전할 돈이 없어 학교까지 30분을 걸어간다.

또 다른 삶은 이렇다.

열렬한 종교 신자인 부모, 훈육이라며 매를 맞으니 여름용 반소매와 반바지 하나 없는 아이용 옷장.

목사는 학교보다 교회를 다니는 게 더 낫다고 설교한다. 어머니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하던 교과서와 필기노트를 치우고 그 자리에 성경을 놓는다.

나라의 권고로 다니게 된 학교엔 집에서보다 더한 폭력이 기다린다. 시험을 치려고 한들 망가진 필기구들과 돌파구를 찾지 못한 학습장애로 마킹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다.

오늘 이 두 사람은 한 자리에 서 있었다.

이들은 동반자살이나 집단상담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낳은 부모들이 은혜도 모르는 ㄴ, 사탄에 씌인 새ㄲ라 욕을 하던 그들은 지금 하얗고 화려한 조명 아래, 깨끗하게 반짝이는 대리석 위에 서 있다.

한 사람은 머메이드 라인의 흰 드레스를 입고,

한 사람은 비스포크로 제작된 검은 턱시도를 입은 채.

혼주석엔 그 누구도 자리하지 않았으나 하객은 신부의 대기업 동료들과 과학기술원 동창들, 신랑의 지인인 유명 성우와 연예인들이 채우고 있었다.

5월의 신부와 신랑은 서울 S 호텔의 웨딩홀에서 입을 맞췄다.

불행으로 시작된 삶이 끝나고, 행복과 축복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들의 신혼은 사랑과 행복이 가득했으며 다음해 설날 즈음에는 아내의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또다른 축복이 전해졌다.

"우리가 못 받은 거 다 해주자."

"우리가 받고 싶었던 것도 다 해주자!"

예주와 현빈은 임신 기간 동안 입버릇처럼 위 두 문장을 읊조리곤 했다.

그 말대로, 그들의 신혼집은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한 최대한의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육아 서적과 동화로만 가득 찬 책장, 푹신한 매트가 깔려있는 바닥. 벽과 가구의 모든 모서리에는 실리콘이 끼워져 있고 유아용 장난감들을 집 이곳저곳에 배치시켜 놨으니, 초보 엄마와 아빠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준비한 셈이다.

그렇게 11월 24일 10시 26분.

—응애! 응애애!

예정일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의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는 더없이 건강하고, 산모 또한 안전했다.

다만 부부가 도무지 예상할 수 없던 사실이 둘 있는데,

'난 분명 죽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아아아아!'

하나는 아이가 아이가 아니라는 것,

[System: Zepeto 119가 시작됩니다.]

둘은 아이의 불행이 사람이 아닌 AI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배우 선우사빈의 A부터 Z까지 보여드리기 위해 우선 그 부모의 결혼식을 준비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