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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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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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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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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DUMMY

"진짜로~애들 크는 거 일일이 신경쓰기 어렵지 않아요?"

"제 말이요! 안 낳거나 못 낳은 애들한테는 하소연 하면 안 되고 해 본 애들은 이제 거기서 뛰면 더 힘들다~말 트이면 더 힘들다~저주야 그냥!"


깔깔 까르르, 한 공간에 모인 두 어머니의 수다는 끊길 줄 몰랐다. 예주와 현빈, 그리고 옆집에 이사 왔다는 젊은 여자는 블랙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니 근데, 그럼 두 분은 소꿉친구이신 거에요? 어쩜~너무 낭만적이다!"


그리 낭만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예주와 현빈은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초면인 사람한테 꺼낼 만한 화두는 아닐 거라는 판단이었다. 다행히도 화제는 처음 통성명할 때 말했던 직업 여부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이제 곧 복직하신다니 힘드시겠어요. 그럼 사빈이네는 아버지가 주 양육자 하시는 거에요?"

"주 양육자...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어차피 곧 어린이집 보낼 수 있으니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손 많이 가는 시기는 다 지났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예주와 현빈 둘 다 체력이 닿는 대로 양육에 힘썼지만, 신년이 오면 복직한 대기업 직원인 예주와 가끔씩 몰아 바쁘지만 프리랜서인 현빈 중 그나마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현빈이 사빈의 어린이집 등하원과 저녁을 담당하기로 결정했었다.


"하긴 요새 어린이집들도 종일반 부모는 선호를 안 한다더라고요. 저희집은 애 아빠가 없어서 걱정이에요~."

'...저 사람은 말이 참 많군.'


어른들이 대화하는 식탁이 잘 보이는 거실 매트 위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사빈은 갑작스러운 선미의 가정사 이야기를 듣곤 움찔했다.


'물론, 현대에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런 이야기를 초면에 꺼내고 다니던가? 한국의 가족 문화는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여기 미국 서부 아니고 동북아시아잖아?


유럽과 북미에서 산 세월만 600년이 넘고 동아시아 3국의 존재가 서양에 알려지는 걸 직접 보기도 했던 사빈은 혼란스러웠지만,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어른들은 알아서 화제를 바꿔 나갔다.


"근데 사빈이는 너무 예쁘다. 뭐 키즈모델이라거나, 그런 거 시킬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아, 안 그래도 영화 아주 잠깐 찍어보긴 했어요. 근데 편집되는 일도 많다고 하니까 진짜 나올지는 모르겠더라고요."


이선미는 일광욕을 하고 있던 사빈의 외모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더니, 그거 잘 됐다는 듯이 손바닥을 짝 쳤다.


"어머어머, 혹시 남수지 신작 드라마 알아요? 저희 애도 그거 오디션 보려고 했는데, 사빈이도 같이 나가보는 게 어때요?"

'뭐라고!'


각본가 남수지의 신작 드라마. 풍차돌리기 하면서 들어봐도 판타지 멜로 드라마 <비형랑>이야기였다. 사빈과 제페토 119가 차기작으로 낙점했는데 정작 바보부부가 시간이 안 돼 오디션 참가조차 못 할 지경인 바로 그!


"아, 죄송하지만 합격하더라도 저희는 시간이..."

"제가 사빈이랑 명인이 데리고 왔다갔다 하면 되죠!"


사빈은 들려오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누군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이렇게 기회가 오다니! 제페토119가 손을 써 둔 건가 했지만, 무엇이 됐든 간에 자신은 갑자기 찾아온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건 확실했다.


"에이, 그러기엔 너무 죄송..."


반짝반짝.


"죄송...한..."


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


격식있게 거절하려던 현빈은 무언가 아주 강렬한 시선이 자신을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들이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앗싸아아아아아아!!!!!!'


사빈은 쾌재를 불렀다. 겨울이었다.


***

그렇게 12월 1일 아침. 선우예주와 선우사빈, 이선민 씨와 서명인 군은 사빈이네 가족의 차를 타고 강남의 모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와, 그래도 오늘 날씨는 좀 따뜻해갖고 다행이에요~그저께 이 근처 들릴때는 진짜 날이! 어우, 완전 빙하기야."


이선미 씨는 며칠 전 세 사람의 집에서 그러했듯, 한 시도 쉴 틈 없이 계속해서 말을 쏟아냈다. 다행히도 내향인보다는 외향인에 가까운 예주는 큰 진력 소모 없이 선미 씨의 말을 적당히 받아칠 수 있었다.(I인 현빈은 사회성 소모가 극심해 집에 남은 대신 가구 정리를 하는 중이다.)


"사빈이는 엄마 아빠 소리 해요?"

"아니요, 그래서 걱정이에요. 상호작용은 확실한데 이상하게 맘마 같은 소리도 안 하고. 우아아 거리기만 하고."


휴우, 예주는 한숨을 쉬었다. 부모이니만큼 아이가 처음 엄마, 아빠소리를 하는 날을 계속 기다리곤 있는데, 돌이 넘도록 엉성한 발음으로라도 자신들을 불러 준 적이 없으니 원.


"에이, 그래도 상호작용 똑바로 되면 금방 할 거에요. 저희 명인이는 단어 몇 마디는 하는데 상호작용이 가끔 안 되거든요. 사빈이는 나중에 몰아 할려고 지금 좀 참는 거 아닐까요?"

'음, 그런 이유는 아닌데.'


물론 사빈이 제 입으로 단어를 완성하지 않고, 아우, 으어아 같은 옹알이로만 의사를 표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야 부끄러우니까지.'


뭘 그런 당연한 말을. 30번이 넘는 세월 동안 터득한 것 중 하나는 안 좋은 발음으로 억지로 말하는 것보단 대충 소리 내는 게 훨씬 수치스러움이 덜하다는 것이거늘. 사빈은 검은색 카시트 위에 앉아 새초롬하게 팔짱을 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말씀하셨던 사빈이 출연한 영화가 뭐에요?"

"아, 배준욱 감독님 <육식식물>이요. 아직 개봉하려면 몇 달 남았어요."

"어머, 나 그 사람 영화 진짜 좋아하는데! 그런 데 나왔으면 사빈이는 이런 오디션 정도야 자동 합격하는 거 아니에요?"

"에이, 아역은 일반 배우들이랑은 다르죠. 실력보단 운이 더 크게 작용하는 면도 있고..."


하긴 그렇네요, 선미씨는 대충 수긍하고는 이야기의 화제를 또 다른 것으로 넘겼다. 주식 이야기였는데, 예주가 다니는 회사에서 곧 호재가 생길지도 모르는 이야기였기에 그리 뜬금없진 않았다.


다만 방금의 대화는 방심하고 있던 사빈에게 꽤나 크고 충격적인 가설 하나를 일깨웠다. 이거 생각해 보니...


'이 명인이란 놈이 안 되면 나도 출연 못 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나. 며칠 전 대화할 때의 뉘앙스도 같이 하자는 느낌이 강했고, 두 사람 다 떨어지거나 붙을 거라 생각한 거지, 한 쪽만 합격하는 건 가정을 안 하던데?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비형랑> 아역 공고의 제목은 남주연 배우의 아역 모집이었지만, 사실 조연과 엑스트라를 포함해 적재적소에 배치될 아역들 중 남아들 전체를 뽑는 오디션이었다. 여아는 내일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지금에야 떠올린 사빈은 생각했다.


설마...


'내가 이 놈까지 합격시켜야 하나?'


끼기기긱, 사빈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제 옆의 하얀색 카시트에 앉아있는 서명인 군(13개월)을 바라봤다.


실제로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인데, 보자마자 며칠 전 선미 씨가 '애 아빠가 없다'는 말을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마냥 가볍게 설명한 이유를 단박에 깨달을 만큼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얘가 탈락하면 사빈 자신도 자동 탈락이라는 게 더 중요해서 문제다.


'최소한 엑스트라라도 이 놈이 맡게 돼야 하는데.'


그것도 일반 엑스트라가 아니라, 자신이 주연 아역을 맡게 된다면 그 촬영이 있을 때는 계속 화면에 잡힐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있는 엑스트라.


사빈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찬찬히 서명인의 외양을 뜯어봤다. 애쉬브라운 색의 머리카락과 연갈색 눈동자, 깊은 아이홀과 쌍커풀, 오똑한 콧대...


앵글로색슨이나 게르만 문화권에서 몇 세기를 산 사빈에게야 어느 정도 아시안 이라는 느낌을 줬으나, 단일민족인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누가 봐도 유럽이나 미국계 백인일 터였다. 그것도 꽤나 잘생긴.


다르게 말하자면, 최소한 한국에서는 엑스트라 페이스가 아니란 소리다.


'이거 좀 난감하게 됐는걸.'


멜로 드라마에서 동성 아역배우 두 명이 비슷한 비중, 비슷한 빈도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맡은 비중이 작은 건 캐릭터성이 옅다는 뜻이므로 한 명으로 합치면 되고, 맡은 비중이 큰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아역배우 하나를 성인 조연 캐릭터를 위해 쓸 정도는 되어야 저 선미라는 놈이 날 데리고 와 줄 수 있을텐데.'


드라마 <비형랑>의 가장 큰 콘셉트는 로맨스였지만, 그 외에도 판타지나 액션이 있던 걸 사빈은 떠올렸다.


'아역도 계속 나올 정도로 비중있는 조연 한 명 쯤은 있겠지.'


당연히 주연 아역은 선우사빈 자신의 몫이니, 자신이 오디션에서 1위를 한다 치면...2위는 서명인이 가져가야만 하는 셈이었다. 운이 정말 정말 좋다는 전제 하에 마지노선은 4위 정도일까.


'...좋아.'


여기까지 계산하고 난 뒤, 사빈은 결심했다. 그리고 고개를 똑바로 들어 서명인을 응시했다.


'오늘 운수 좋은 줄 알아라.'

"맘마, 까까..."


처억. 사빈은 유아용 무색소 무설탕 뻥튀기 과자를 찾는 아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우웅—


그리고 염력을 사용해 아이의 손에 쥐어진 과자를 쏙 빼서 허공에 놓았다. 갑자기 맛있는 과자를 뺏긴 아이는 까까, 까까 중얼이며 손을 휘저었다.


"이아, 으아아?(이봐, 먹고싶나?)"


사빈은 과자를 서명인의 앞에 이리저리 흔들었고, 명인은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즈아, 으아우우...(좋아, 그렇다면...)"


건물 도착 예정 시간은 13시 반. 오디션 시작 시간은 16시.


'2시간 반 동안 특훈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족의 형태를 존중합니다. 등장인물의 가치관이나 사고는 제 것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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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맹신은 금물. 24.09.10 43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3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6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7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6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4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3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8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6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3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3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1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4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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