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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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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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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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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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이.(2)

DUMMY

80억 지구에서 제페토119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사빈은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천 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빈이 만난 환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주 너머인지 어딘지에서 존재한다는 인공지능 제페토119 역시 자기 자신의 존재만큼 이상했고, 그런 비정상적인 존재들끼리만 소통이 가능하다는 건 그리 부자연스러운 사실이 아니니까.


애시당초 긴 세월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자신처럼 비현실적인 존재를 한 생애에 두 번이나 만날 거라고 생각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제 와서 한 명이 더 있다니. 아니, 한 명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십, 수천명이 더...


'큭.'


사빈은 아찔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지금 그런 사실들을 의식해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건 나중에 안전한 상황에서나 생각해 볼 문제니까.


대신 사빈은 다른 질문을 하나 만들어냈다.


'날 알고있나?'


방금 서명인은 네놈은 '늘' 말이 너무 많다며 사빈을 조롱했다. 이 말인즉 과거의 사빈을 알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허나 이상한 점은 사빈의 기억 속에서 서명인과 같은 이는 만난 적이 없단 사실이다. 아마 명인이 일방적으로 자신을 알고 있을 뿐이겠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명인의 대답은...


[알 만큼은 알지.]


위와 같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알고있는지에 대한 정봇값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이에 사빈은 명인이 화술이나 처세술에 일가견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은근슬쩍 간 좀 보려고 했더니, 정보를 기대할 순 없겠군. 사빈은 찝찝하게 남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나를 죽일 건가?'


얻을 것도 없으니 더 이상의 말 돌리기나 시간 벌기는 무용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그 말에 명인은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한쪽 눈썹을 슬쩍 올렸다.


[아니, 죽일 생각은 없지만...]


말을 고르는 건지 텔레파시가 잠시 끊겼다 이어진다.


[네놈이 하는 말이 여간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서. 잠시 화를 주체하지 못 했을 뿐이야.]


짜증? 화가 난다고? 사빈은 그가 하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찌됐든 죽일 계획은 아니었다는 말에 안도했다. 서른 번이 넘게 죽어봤어도 아픈 건 싫고 풍족한 환경은 아깝기 마련이니까.


'내가 뭘 했다고 그리 화를 내는데?'

[그건 못 말해주고.]


싱겁기는, 사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제페토가 만든 놈이냐고 물었지.]


사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기충격기를 가져다 대길래 답을 듣지는 못 할 줄 알았는데, 사빈은 퍽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페토가 만든 건 맞지만, 제페토119가 만든 건 아니야.]


...뭐라는 거지? 명인의 말은 사빈이 알고 있는 정보들에 이것저것 구멍을 내고 다시 꿰어야 했기에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제페토와 제페토119의 행위가 역이 성립한다는 건, 제페토라는 존재가 제페토119와는 별개로 있다는 뜻 아닌가?


이와 같은 추론을 해낸 사빈은 잠시 자신의 사고를 의심하다가, 이내 고개를 푸르르 털고는 제 눈 앞에 서 있는 유라시안 소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럼 제페토는 누군데?'

[그건 못 말해주지.]


명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얄밉게 웃기까지 해 사빈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열받네.


[설령 말해주고 싶어도...]


딱, 명인은 말을 끊더니 손가락을 튕기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방향대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들을 찾고 있는 스태프들이 보였다. 화재 신고가 다 끝난 모양이다.


[우리 둘이 개인적인 대화를 할 시간이 다 끝났으니, 어려울 것 같지?]


뭐 이런 놈이 다 있담, 사빈은 웃고있는 명인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먼저 제작진 쪽으로 걸어갔다.


'이거 완전히 휘둘렸군.'


이런 일은 몇백년 만인데. 사빈은 당혹과 수치심에 얼굴에 열이 오른 것을 느꼈다. 앞으로는 당하고만 있진 말아야겠어, 라는 생각을 한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

사빈과 명인이 옥상 씬을 찍은 다음엔 1층으로 내려가 주연남배우 하늘과 조연남배우 정연석이 촬영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드라마는 아이 모습이었다가 변신을 푸는 연출을 옥상에서 떨어진 아이들이 지면에 착지할 땐 성인인 모습으로 표현할 의도였다.


즉, 저 두 성인 배우들의 첫 등장은 땅에 착지하는 다리라서, 두 사람 모두 아까부터 주구장창 점프만 하는 중이다.


탓! 탓!


'...배우도 다양한 의미로 쉽지 않군.'


정장 구두와 한복, 귀걸이에 철릭까지 걸치고 뛰는 그 모습은 꽤나 힘겨워 보였다. 사빈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좋아요, 컷!"


드디어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며 뛰는 데 성공했는지,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겨울이라 땀은 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다 지쳐보였다. 아직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기 전인데도 말이다.


[안 춥나?]


옥상에서 내려온 이후 아무런 대화도 없던 명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사빈은 바로 옆 플라스틱 의자와 쿠션 위에 앉아있는 그를 쳐다봤다.


[안 춥냐고.]


사빈이 제대로 말을 알아듣지 못 해서 돌아본 거라 생각했는지, 명인은 똑같은 소리를 한 번 더 반복했다. 그제야 사빈이 자신의 옷차림을 살펴보니 아까 스텝들이 둘러준 담요가 땅으로 흘러내려가 있었다.


'어쩐지 바람이 차갑더라니.'


사빈은 끄트머리만 살짝 제 무릎 위에 올라와 있는 랑랑이 담요를 끌어올려 제 어깨에 덮었다.


정말 날씨 때문에 불만이었던 건지, 명인은 사빈이 랑랑이들에게 다시 둘러쌓인 걸 확인하고는 저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구태여 사빈도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하던 대로 앞의 두 성인 배우나 구경했다.


"2팀만 남고 나머지 한 블럭 옮길게요~"


마침 사빈과 명인이 서 있던 건물 바로 옆에서 찍는 씬이 끝났는지, 아역 보호 겸 빈 배경 촬영을 담당할 스태프 몇 명 빼고는 다들 우루루 옆 골목으로 옮겨갔다.


그들을 보고 있자 하니 사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육식식물 촬영장에선 진짜 엄청나게 대접받았던 거구나.'


메인감독이 직접 캐스팅 했다곤 하지만, 육식식물 촬영장에서 사빈은 감독님 절친의 지인+꽤 유명한 보호자(현빈)의 효과로 사실상 초특급 호화 낙하산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음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마침 그 때는 한여름의 섬, 지금은 한겨울의 도시였으니 무의식적으로도 비교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잣나무 섬에서는 보호자들에게 아이스 매트도 내주고 손풍기도 하나씩 준 데다가 아역 중에서 가장 어렸던 사빈은 냉감인형, 냉감이불, 앉아있던 의자 주위로 얼음물이 든 대야까지 놓아줬으니.


그에 반해 지금은 꽁꽁 싸매져 있고 핫팩도 주기는 하지만, 단순히 아기라서 그런 거지 특별하게 관리받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챙겨줘야 하는 걸 살짝 귀찮아 하는 게 보였다.


이 쪽이 기본이란 걸 알긴 해도, 원래 인간은 대우가 좋아지는 건 잘 적응해도 낮아지는 건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해타산의 짐승 아닌가.


사빈은 오늘 처음 본 사이인 스태프들에게 묘한 섭섭함을 느꼈고, 앞으로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이름값이 필요할지 계산해 봤다.


'현빈이 젊은 성우 중에선 꽤 성공한 축이라고 했었지?'


성우를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세간에선 이걸 덕후라고 하더라)은 다들 이름을 잘 알고, 일반인들도 목소리 들으면 아~들어봤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정도라고 하던데, 사빈은 아직 직접 SNS를 할 순 없으니 어느 정도인지 체감이 잘 되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해 본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쥐를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품의 한국 더빙에 몇 번 참여하기도 했고, 작년 최고 동접자 60만 명을 달성한 게임의 메인보스 캐릭터나...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보이스 웹드라마 등 이것저것 기록이 많긴 했는데.


배우로 환산하려 하니 감이 잘 안 잡히네, 사빈은 끙끙 골머리 앓는 소리를 냈다.


단순히 대중 평가만 비교해 보자면, 사빈 역시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름을 잘 알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얼굴 보면 이 사람 아는데! 정도의 반응은 나올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되려면...한국 기준으로 천만영화의 주연 정도는 돼야겠는데. 아니면 글로벌 흥행 영화의 분량 많은 조연.'


어느 쪽이든 시간이 꽤 걸리겠지, 사빈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역시 히에리온 오디션에 무조건 참여하고, 합격까지 할 필요가 있어.'


국내에서 아역배우에게 메인 캐릭터 역할을 줄 천만영화가 나올 리는 없을테니, 역시 답은 청소년이 대상인 해외 작품이었다. 안 그래도 인기가 많은 작품인데다가 국뽕 같은 집단적 자존심을 채워 주면 원래 안 봤을 사람들도 한 번쯤은 볼 테니까.


'그 때까지 최소한 4년인가.'


원래라면 금방 지나간다고 느꼈겠지만, 배우라는 목표를 처음 잡은 이번 생에서는 묘하게 체감되는 시간이 더뎠는데... 까마득하군. 사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날 저녁, 사빈은 첫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들린 마트에서 사 온 불고깃감으로 만든 덮밥으로 예주와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쉬는 중이었다.


하암.


사빈은 하품을 했다. 당장 내일도 촬영이 있어 일찍 서울로 출발해야 하는데, 현빈은 곧 자정인데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드라마 촬영 때부터 바빠진다고 하더니, 과장이 아니었군.'


몇 주 전 비형랑 오디션 권유가 막 왔던 때를 떠올렸다. 예주처럼 정해진 출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뭐가 바쁘냐고 원망하던 게 새삼 미안해졌다.


"사빈아. 이제 곧 화면에 아빠 나온다?"


와중에 예주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들뜬 모습으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튜브 생방송 화면이었는데, 《준비 중. 12월 25일 오전 12시 시작.》이라는 한글이 투박한 글씨체로 직직 쓰인 종이가 화면을 다 가린 채였다.


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실시간 댓글창을 보니 주연 캐릭터 성우들을 모아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설치부터 플레이까지 시켜보는 일을 할 모양이었다.


'...현빈이놈은 내일 못 따라오겠는걸.'


어쩐지 아까 예주와 현빈 둘이 호텔 이름을 확인하더라니, 이 생방송이 다 끝나면 막차가 다 끊길 예정인가보다.


내심 설마 배우도 저런 일이 일상이 되는 걸까 걱정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생방송 시작,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자정을 10초 앞두고 있었다.


10

9

8

7


얼굴만 보고 바로 잠들어야지. 사빈은 그리 생각했다.


6

5

4

3


어린아이한테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 시간까지 집에도 못 오고 일하는 현빈도 불쌍하지만 잠 못 드는 아이도 불쌍함을 사빈은 마음속으로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2


다만,


1


다음 순간 예주의 폰 위쪽에 뜬 기사 제목 알림창에 사빈의 눈꺼풀을 짓누르고 있던 잠은 한순간에 달아났다.


0.


[월드 베스트 셀러 '히에리온' 영화화 준비 시작...오는 4월부터 오디션 계획]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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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새로운 변화.(1) 24.09.13 30 1 10쪽
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3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6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3 1 12쪽
» 이상한 아이.(2) 24.09.09 63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5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6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2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6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4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30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8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8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5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3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3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1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4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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