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박하는 얼굴천재 대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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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객
작품등록일 :
2024.08.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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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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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화.(1)

DUMMY

<육식식물>은 이틀 전에 베를린 영화제에서 국내보다 먼저 시연됐고, 이후 한국 내에서는 오늘이 첫 상영이다.


폭력과 잔인성 소재로 인해 성인가 영화였기에 사빈은 영화를 볼 수 없지만 예고편은 현빈과 예주 몰래 명인의 폰을 빌려서 봤다.


'이게 나라고?'

[그럼 너겠지 다른 놈이겠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두둥! 거리면서 배역을 소개하는 씬과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교차되는 샷 중 하나에 자신과 진주(주희 분)의 팔이 보이는 걸 확인했으니, 분명 촬영 의도대로 비중있는 편집을 받은 모양이었다.


"상영 중에는 대기실에서 아빠랑 있을거고, 영화 다 끝나면 주희 누나가 사빈이 안고 사람들한테 보여줄 거야~안 떨 수 있지?"

"응."


부우웅. 시사회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사빈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예전에는 몇십 명 앞에서 무신론 주장하다가 목 썰렸던 적도 있는데, 이 정도는 약과지.'


분위기는 그때와 많이 다르겠지만, 겨우 이 정도에 놀라는 건 천 년을 헛 산 것과 다름없으리라, 사빈은 생각했다.

***

몇 시간 뒤, 시사회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배우들이 분주해지며 스텝들의 안내에 따라 몇몇은 줄을 서기도 했다.


짝짝짝짝짝. 뭔가 엄청나게 웅장하고 격정적이거나 서정적이고 빠른 템포의 음악이 악쓰는 소리와 함께 한참을 들리더니, 결말부의 잔잔한 음악이 끝나자 대기실과 연결된 단상과 그 앞 객석에서부터 엄청난 박수 소리가 세차게 흘렀다.


영화가 끝난 모양이다. 관객들이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약간의 텀을 둔 뒤 배준욱은 가장 먼저 대기실을 나가 강당으로 향했다.


"다음 도준 배우님 올라가셔야 해요!"

"그럼 닭 발음은 달글 이라고...아, 예!"


현빈과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주연배우 최도준도 몇 분 뒤 스텝의 호명과 함께 무대로 올라갔다.


"네, 네. 조연배우에서 주연 두 분 순서고요, 이제 주희 씨 잠깐 내려오시면 사빈이 안겨주시면 돼요."


도준이 떠나자 곧바로 다가온 한 직원 사빈의 순서에 대해 사빈에게 안내했고, 그에 따라 현빈은 무대 위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옆에서 사빈을 안은 채 대기했다.


—"진주의 아버지이자 아들, '그 분' 모시겠습니다."

'휴, 드디어 내 차례인가.'


진행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시사회장 전체에 울렸고, 대기실에도 그 소리가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한주희 배우가 다급하게 잠깐 대기실로 들어와 사빈을 넘겨받았다.


'관객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선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네.'


배우에겐 여유와 분주함이 공존해야 하는 건가, 주희의 행동을 보며 직업적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던 사빈은 대기실 계단에서 진짜 무대로 올라가자 순간적으로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헉.'


사람이 많았다. 끽해야 열에서 스물 정도를 예상한 사빈은 자신을 안고 있던 한주희의 팔을 꽉 붙들었다.


'백 명은 넘게 와 있어.'


그 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가 사빈을 주의깊게 응시하고 있었다.


사빈은 몸을 뒤로 뺐다.

칠흑같은 어둠 속 앉아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그의 몸짓을 따라간다.


사람들의 눈동자 속 흰 공막의 빛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거 약간 무서운걸, 사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진행자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자~우리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분을 맡아준 선우사빈 어린이입니다,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이어진 관객들의 행동으로, 그들을 '무섭다'고 인식했던 사빈의 감상이 서서히, 아니 단번에 바뀌기 시작했다.


'...우와.'


와아아아, 크나큰 박수 소리가 천둥만큼 크게 나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사람들의 휘파람 소리도 섞였다.


그간 학자로서의 생애 중에서도 이 정도의 노골적인, 그리고 긍정적인 환호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군인이었을 때는 오롯이 자신에게만 쏟아진 게 아니었다.


'이게 다 나한테 보내는 건가?'


이 순간, 사빈은 배우를 극 중에는 연기, 극 아래에서는 환호를 몸으로 느끼며 사는 사람이라 이해했다.


그들의 직업적 의의意義 중 하나가 이러한 대중의 찬사를 받기 위해서라고, 그저 성과에 따라오는 갈채가 아니라 그들의 한순간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보내오는 열렬한 응원을 느끼기 위해 있는 것이 배우라고, 순간 사빈은 그런 착각이 들었다.


쉽게 말하자면...짜릿했다는 거다.


물론 저 박수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선우사빈 자체보다는 성인공포영화 시사회에 깜짝 등장한 어린아이, 혹은 배준욱이 만들어낸 '그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박수라는 건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눈동자와 목소리가 정말로, 오롯이 자신에게 향하게 될 순간을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빈은 귀여워, 아기 너무 예쁘다 등의 사담을 하고 있는 관객들 방향으로 손을 흔들었다.


"와~!"

"아하하하!"


평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관객 시사회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웃음소리를 내며 그들 나름의 맞인사를 해줬다. 손인사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게 '안녕'이라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모든 모습들이 사빈의 눈에는 보였다.


시간이 지나며 박수는 멈추고, 사람들도 감독과 다른 배우들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사빈과 눈이 마주치는 이들은 꼭 웃어주었다.


사빈은 아주아주 오랜만에, 자신의 남은 생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만약 남은 것이 영원永遠이라면, 저들 또한 자신에게 영원히 기억되리라.


***

두다다다다.


시사회가 끝나고 집에 도착한 사빈은 옷만 잠옷으로 갈아입고 곧장 명인을 찾았다.


'서명인 게 어디 있느냐!'

[뭐 왜 또 왜 나 왜.]


며칠 전 <비형랑>의 겨울 씬 촬영이 끝나 집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있던 그는 자신을 찾는 사빈의 목소리에 비척비척 방에서 상반신만 쏙 나와 보였다.


거기 있었군, 사빈은 또다시 달려가 명인의 앞에 섰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안광에 명인은 질색하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잠깐잠깐, 문 닫지 말아라!'


그러고는 다시 독서의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안타깝게도 사빈의 힘이 더 셌다.


아 진짜 짜증나! 명인은 사빈이 찾아 올 때마다 언제나 그를 귀찮아 했다.


[본론만 말해.]

'핸드폰 좀 빌려다오.'


오늘도 그 때문이냐? 에휴, 한숨을 쉰 명인은 충전 중이던 핸드폰을 사빈에게 던지고 다시 책을 읽었다.


염력으로 핸드폰을 받은 사빈은 핸드폰을 키며 명인이 읽고 있는 책을 흘깃 훔쳐봤다.


<초등학생이 읽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의 책은 얇고 그림이 많았다. 메리 셸리의 1818년 작 SF소설을 쉽게 각색한 것이었다.


'읽으려면 원본을 읽지, 왜 어린이용을 읽나?'


자신이 참여할 수 있을 만한 아역배우 공모를 찾고 있던 사빈은 명인에게 물었다.


[진작에 읽었지. 다른 버전들도 읽는 것 뿐이야.]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다른 책을 추천해 줄까? 방법서설이나...아, 사르트르의 구토도 좋더군.'

[됐어.]

'자네는 늘 까칠해.'


이렇게 어린 시기엔 같이 대화를 할 친구를 만들기 어려우니 좀 친근하게 지내도 좋으련만, 사빈은 늘 자신에게 퉁명스레 대하던 3개월 간의 명인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놈 분명 I일 거야.


[아, 마침 친구 소리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나 혼자 생각하는 거에 갑자기 답하지 말라니까.'


내가 대화를 놓쳤었나 깜짝 놀란다고, 사빈은 질색하며 표정을 찡그렸다. 명인은 들리는데 어쩌라고, 싶은지 코웃음을 쳤다.


[내 마음이지. 그래서 너 이제 곧 어린이집 다녀야 하는 거 알아?]

'어린이집?'


아아, 현대에 와서 생긴 개념이라 까먹고 있었네. 사빈은 집에 있던(그리고 몰래 읽은) 육아 서적과 제페토119가 보여준 한국인의 평균적인 삶의 궤도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생일이 늦은 편이었지. 한국 나이로는 벌써 3살이 다 됐었군. 근데 그건 왜?'


의무교육시설도 아니니 배우가 되는 데 크게 방해가 될 것 같진 않은데, 사빈은 뭣하러 명인이 굳이 말을 해줬는지가 궁금했다.


[나도 너랑 같이 다닐 거라서 거기 CCTV를 좀 해킹해 봤거든.]

'그런 것까지 하나?'

[할 수 있으니까. 너도 제페토119에게 요청하면 쉽게 할 수 있잖아.]

'전자기기는 이번 생이 처음이라 영 익숙치가 않더라고.'


나 참, 명인은 별 이유도 다 있다며 혀를 한 번 차고는 사빈이 들고 있던 폰에 저장된 파일 중 하나를 틀었다. 화면의 좌측 하단의 며칠 전 날짜가 기록되어 있는, 어린이집의 복도로 추정되는 CCTV였다.


'아무도 안 보이는데?'

[소리를 들어봐.]


핸드폰의 기본 소리 크기가 너무 작았기에, 사빈은 귀를 스피커 더 가까이에 댔다.


'오, 이제 좀 들리...는...'


근데 그 소리가, 사빈이 '선우사빈'으로서의 삶에서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짝! 탁!


다만 그의 아주 오랜 생 속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듣자마자 무엇인지 분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소리기도 했다.


...폭력의 소리 말이다.


'설마, 여기...'

[그래. 아직 알려지진 않은 모양이야. 눈치 챈 원생 부모들도 없을테고.]


사빈은 머리를 싸맸다. 망할, 이건 아니지!


***

치직—치지직, 치직. 칙.


[개체:선우사빈의 새로운 정보가 금일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레벨 상승 조건을 충족합니다.]


[개체: 선우사빈의 레벨 분류를 갱신하시겠습니까?]


[응답을 기다리는 중...]


[정해진 시간 내 미응답.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개체: 선우사빈의 분류는 자동 갱신됩니다.]


[기존 분류: Pinocchio-indeterminato

다음 분류: Pinocchio-convenuto]


[갱신 내용을 저장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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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새로운 변화.(2) 24.09.14 25 1 11쪽
» 새로운 변화.(1) 24.09.13 30 1 10쪽
21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2) 24.09.12 32 1 9쪽
20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1) 24.09.11 35 1 12쪽
19 맹신은 금물. 24.09.10 42 1 12쪽
18 이상한 아이.(2) 24.09.09 62 1 11쪽
17 이상한 아이.(1) 24.09.08 74 2 11쪽
16 합격했다. 24.09.07 75 3 11쪽
15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2) 24.09.06 81 3 11쪽
14 나 말고 다른 놈 합격이 더 중요해!(1) 24.09.05 96 3 10쪽
13 차기작을 찾자!(2) 24.09.03 105 3 12쪽
12 차기작을 찾자!(1) 24.09.02 113 3 10쪽
11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2) 24.09.01 122 4 10쪽
10 배우 선우사빈의 탄생.(1) 24.08.31 129 3 11쪽
9 첫 촬영.(4) 24.08.30 137 5 10쪽
8 첫 촬영.(3) 24.08.29 147 5 10쪽
7 첫 촬영.(2) 24.08.28 165 5 10쪽
6 첫 촬영.(1) 24.08.27 194 6 9쪽
5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2) 24.08.26 212 6 12쪽
4 외모 만렙 아기의 등장.(1) 24.08.25 242 6 11쪽
3 부부와 아들과 ???.(2) 24.08.25 260 5 11쪽
2 부부와 아들과 ???.(1) +1 24.08.25 303 8 9쪽
1 프롤로그. 결혼과 탄생 24.08.25 335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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