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씹어먹는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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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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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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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 헤일리 화이트

DUMMY

“왜, 무슨 일인데.”

-내가 링크 하나 보낼 테니까 빨리 들어봐. 지금 당장!

“링크? 누군데 그···”

-일단 듣고 얘기해, 오케이? 보낸다!


전화가 끊겼다.


···뭐야.


곧 타이론에게서 사운드 클라우드 링크가 왔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계정이 하나 나왔다.

올라온 노래들은 죄다 커버곡이었다.


레드제플린의 『Black Dog』나 더 크렌베리스의 『Dreams』 같은 락음악 위주였다.


나는 아무거나 재생했다.


···오?


이 사람 누구야?

목소리가 왜 이렇게 좋아?


시원시원하고 날카로운 목소리.

밴드 파라모어의 헤일리 윌리엄스 같은 목소리였다.

거기에 에이브릴 라빈을 살짝 가미한?


노래가 끝나자마자 타이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거 누구야?”

-아까 그 가사도우미!

“농담하지 마.”

-나도 놀랐다니까? 그 백인 여자 진짜 미쳤어! 완전 보석이라고!


그 사람이라고?

이 정도로 노래할 정도면 이미 음반사랑 계약하고도 남았을 텐데?


“이 여자 이름이 뭐야?”

-헤일리 화이트.


헤일리 화이트, 헤일리 화이트······.

내 기억 속엔 없는 이름이다.


“계약한 음반사는 없는 거야?”

-응 없대.


그렇단 말이지······.


“타이론. 일단 미팅 날짜 좀 잡아줘. 같이 만나보자.”

-오케이. 일정 나오면 연락할게.


전화를 끊고 침대 옆 탁상에 핸드폰을 올려놨다.


일이 끊이지 않는구만.

아직 포스트 얼론은 시작도 안 했는데.


그나저나 헤일리 화이트?

그런 가수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물론 로컬 가수로만 활동했다면 내가 알 턱이 없다.

내가 미국에서 살았던 것도 아니고.

내가 아는 해외 가수는 어느 정도 유명한 가수들이다.

빌보드에 올랐거나, 내한을 했거나, 로컬에서 ‘유명’했거나.


헤일리 화이트.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누군지 모르겠다.


일단 자자.


중요한 건 헤일리 화이트가 아니라 카밀라 그레이다.


* * *


타이론에게 녹음할 때는 단둘이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작업자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아티스트가 불편해할지도 모르니까.

짬밥이 쌓인 아티스트라면 몰라도, 신인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녹음 진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케이. 나는 게스트룸에서 시간 좀 죽이지 뭐.”

“이해해 줘서 고마워.”

“고맙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타이론은 게스트룸으로 갔고, 나는 카밀라가 있는 작업실로 갔다.


아침 10시부터 진행한 녹음은 순조로웠다.


“연습 많이 했나 본데?”

“당연하지! 목 아껴가면서 연습하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티가 나네. 죽도록 연습한 티가.”

“그렇지?”


카밀라는 해맑게 웃었다.


카밀라가 열심히 연습해 준 덕에, 한 곡의 녹음이 끝났다.

그것도 한 타임(3시간 30분)만에.


“다음 곡도 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그래. 그럼 30분만 쉬었다가 하자.”

“좋아!”


나는 책상 앞 의자에서 일어나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너무 집중했더니 어지럽네.”

“그래? 간식 좀 줄까?”

“간식 좋지.”


그녀는 벽에 달린 빨간 버튼을 눌렀다.


곧 누군가 방에 들어왔다.


헤일리 화이트였다.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저희 간식 좀 가져다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곧 헤일리가 초콜릿과 과자 같은 것들이 올려진 쟁반을 가져왔다.


“고마워요, 헤일리!”


카밀라가 헤일리를 향해 눈인사를 했다.


나는 헤일리를 바라보았다.

헤일리는 나를 보고는 가볍게 목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혹시 헤일리 말이야······”

“왜? 관심 있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언제부터 여기서 일한 거야?”

“음······. 한 달 정도 됐나?”

“한 달 정도 됐으면 잘 아는 사이겠네?”

“잘 모르지. 업체를 통해서 고용한 거니까.”

“업체? 그러면 여기서 거주하는 게 아니야?”

“썬, 19세기도 아니고. 요새 같이 사는 가사 도우미는 드물어. 우린 서비스가 필요해서 돈을 지불하는 거고 저 사람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야.”


여기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는 식모랑 다른 개념인 것 같았다.


“얼마나 일하는데?”

“10 to 5.”

“그렇게 길게 일하진 않네?”

“너 진짜 관심 있구나?”

“아니라니까.”


괜히 민망해진 나는 말을 돌렸다.


“다 쉬었으면 두 번째 곡 녹음하자. 이번 것도 제대로 해보자.”

“네, 네. 알겠습니다. 30분이 아직 안 지났지만, 보스 말대로 해야죠.”


비꼬기는······.


* * *


두 번째 곡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하루에 두 곡.


보통 이렇게 금방 끝나지 않는다.

한 곡 녹음하는 데 삼일은 기본이고 일주일이나 걸리기도 한다.


한 곡에 이틀을 쓰는 것도 사실상 촉박한 것이었다.


이건 순전히 카밀라의 노력 덕분이다.

진짜 연습 많이 했나 보네.


그나저나 이 정도 속도라면 녹음이 금방 끝나겠는데?


“수고했어. 집 가서 튠하고 보내줄 테니까 들어봐. 다시 녹음하고 싶은 부분 있으면 말하고.”

“알겠어. 이젠 다음 곡 연습하면 돼?”

“응. 다음 곡은 좀 수월할 거야. 오리지널 R&B 곡이거든.”

“아, 그 3번 트랙? 좋아! 나 그 노래 진짜 좋아!”

“그래. 될 수 있으면 4번 트랙도 같이 연습해 줘. 내일도 두 곡 녹음해 보자.”

“응!”

“푹 쉬어.”


나는 작업실을 빠져나와 게스트룸으로 갔다.

게스트룸으로 들어가니 타이론이 헤일리 화이트와 얘기 중이었다.


“요, 썬! 다 끝났어?”

“응. 이제 가자.”

“아, 그 전에. 헤일리가 대화 좀 나누고 싶다는데.”

“그래?”


미팅 날짜를 빨리 잡았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5시 10분.


목소리 정리하는데 곡당 2시간이 걸린다고 치면······.


“우리 집 근처에서 보면 7시까진 시간 낼 수 있어. 어때, 나가서 얘기할래?”


헤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인 타운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 도착하니 시간은 5시 40분이었다.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아 샌드위치와 음료를 시켰다.


“어제 네 노래 들어봤어.”


샌드위치를 먹으며 말했다.


“정말로?”


헤일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 너 노래 잘하더라. 왜 음반사랑 계약을 안 한 거야? 너 정도면 조그만 음반사라도 컨텍이 왔을 텐데.”

“한 음반사에서는 팝 앨범을 낼 거 아니면 계약하지 말자고 하고, 한 음반사에서는 밴드를 구성해 오면 계약해 준다고 했었어. 나는 솔로로 펑크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다 퇴짜를 놓더라구.”


그러니까, 꽤나 센 고집 때문에 계약을 발로 찼다는 말이구만.


하긴, 이 당시는 팝펑크의 인기가 하락세를 그리는 시기다.

팝펑크의 아이콘이었던 에이브릴 라빈도 팝으로 노선을 튼 게 2010년대였으니 말이다.

그 뒤로 에이브릴 라빈의 인기도 점점 하락했지.


음반사에서는 이미 철 지난 장르로 활동한다는 아티스트와 계약하고 싶진 않았을 거다.


음악성도 음악성이지만, 상업성이 없으면 안 되는 시장이거든.

상업성만으로 놓고 보자면, 한국보다 그 기준이 더 높고 까다롭다.

돈 안 되는 건 안 하려고 한단 말이지.


“영국으로 갈까 생각 중이었어. 그래서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 일이 필요했고.”

“그래서 가사 도우미를 한 거야?”


내가 물었다.


“노 웨이. 가사 도우미 시급이 가장 낮잖아? 차라리 식당에서 팁 받고 일하는 게 더 많이 벌지 않아?”


헤일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타이론이 먼저 되물었다.


“아니. 저 집은 많이 챙겨줘.”

“시급 얼만데.”

“그건 비밀이지만, 50달러는 넘어.”

“5, 50달러?”


타이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싯······. 진짜 어마어마한 부자이긴 한가 보네.”

“돈도 많고, 일하는 사람 함부로 안 대하고. 여러모로 좋은 곳이야, 저곳. 게다가,”


헤일리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여기서 썬도 만나게 됐잖아? 내겐 좋은 일터지.”

“아직 네 앨범 프로듀싱한다고 확답하지 않았는데.”

“아, 미안해. 내가 너무 섣불렀네.”


헤일리가 음료가 담긴 컵을 만지작거리며 겸연쩍게 대답했다.


헤일리 화이트.

내 데이터엔 없는 인물.

그렇다면, 이 아티스트의 흥망성쇠는 오롯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마케팅이 아무리 중요해진 시기라고 해도, 음악보다 중요하진 않으니까.


솔직히 프로듀싱을 맡고 싶긴 하다.


카밀라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그 실비치에서의 충격을 헤일리의 목소리에서도 받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 네 앨범을 프로듀싱하려면 적어도 내년은 되어야 할 거야.”

“그렇게나 오래 걸려?”

“헤이, 헤일리! 썬은 전도가 유망한 프로듀서라고! 당연히 바쁘지 않겠어?”


타이론이 끼어들었다.


“전도가 유망하다기보다는, 지금 계획된 일들이 있어서 그래. 그 일들을 마치면 네 프로듀싱을 시작할게. 단, 조건이 있어.”

“뭔데? 뭐든 말해봐.”

“첫 번째. 나는 현재 곡당 15,000달러를 받고 있어.”


물론 처음 받아보는 금액이지만, 이 대목에선 허세를 좀 부려주자.


“너는 그만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아직 안 된다는 거 알아. 그러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 줘.”

“그 대가라는 게 뭔데?”


헤일리가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네 스스로 유명해지기.”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내년이 가기 전까지, 네 사운드클라우드를 크게 키워. 팔로워 한 명당 1달러로 책정해 줄게. 만일 15,000명을 모은다면 1곡, 30,000명을 모은다면 2곡, 45,000명을 모은다면 3곡을 프로듀싱 해줄게. 받는 곡의 개수는 네 팔로워 수에 따라 달라질 거야.”


헤일리 화이트.

내가 봤을 때, 헤일리는 적어도 50,000명 정도는 모을 능력은 된다.


“그리고 하나 더. 너한테 맞는 트랙을 하나 보내줄게. 그 트랙의 멜로디를 만들어서 네 계정에 업로드해.”


이건 헤일리 화이트의 메이킹 능력을 보려는 것.


헤일리가 메이킹한 곡이 좋은 곡이라면, 팔로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다.

단 한 곡만으로도 팔로우를 늘릴 수 있는 게 바로 사운드 클라우드의 특징이니까.


어쩌면 내가 예상한 50,000명보다 더 모을 수도 있다.


내 트랙?

내 트랙은 당연히 좋지.

이건 허세가 아니다.

내 머릿속엔 10년 뒤에 나올 곡들까지 있다니까?

주가를 아는 트레이더 같은 거야.

주가를 아는 트레이더가 돈을 못 벌겠어?

게다가 백장호 밑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이래도 곡을 못쓰면 작곡가 그만둬야지.


“나한테 트랙을 주겠다고?”


헤일리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이 트랙 비는 받지 않을게. 단, 메이킹을 잘하지 못하면 팔로워가 늘지 않겠지? 온전히 너한테 달린 거야. 네 능력을 내게 보여줘.”


헤일리는 아랫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해볼게.”

“요, 헤일리! 지금 그 자신감 너무 멋진데! 나부터 팔로워할게! 요, 썬! 너도 해!”

“됐어.”


난 이미 했거든.


“그럼, 집에 가서 메일로 보내줄게.”

“응! 내 메일 주소는······.”


나는 헤일리의 메일 주소를 받았다.


“올롸잇, 올롸잇! 좋은 프로듀서 옆에는 좋은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법이지!”

“그래. 나 먼저 갈게. 타이론, 헤일리 좀 집까지 바래다줘. 부탁할게.”

“분부대로 합죠!”


나는 카페를 나와 집으로 걸어갔다.

가서 빨리 카밀라의 후작업을 해야 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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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두 번째 작업(3) 24.09.18 106 6 12쪽
24 24. 두 번째 작업(2) 24.09.18 102 5 12쪽
»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127 4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130 3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47 6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60 7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68 7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70 5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73 7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92 6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202 7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213 8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26 7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40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50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58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49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67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73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74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9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99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319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333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4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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