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씹어먹는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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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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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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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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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6. 타이론의 협상 능력

DUMMY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려, 타이론의 시점으로 가보자.


타이론은 선율이 지시한 대로 루이스 해리슨을 만나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 루이스! 요새 어떻게 지내!”

-어떻게 지내긴. 덕분에 잘 지내지.

“덕분에 잘 지낸다는 건, 일의 늪에 빠져 산다는 거겠지?”

-그래, 맞아. 곧 데뷔 앨범 작업에 들어가거든.

“앨범 작업? 뎀! 누구랑?”

-유스 머니 전속 프로듀서가 있어. 그들하고 할 거 같아.

“노 웨이!”


‘이런 배신자!’


타이론은 생각했다.


“그거 픽스된 거야?”

-아직 픽스된 건 아닌데······. 왜 그러는 건데?

“오 싯, 지금 어디야. 나 좀 만나.”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당연히 선율이 프로듀서가 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어렵게 됐다.


-나 지금 뉴올리언스야.

“뎀······.”


타이론은 생각했다.


‘팔콘처럼 날아오르게 생겼구만······.’


“기다려. 갈 테니까.”

-어디로? 여기 뉴올리언스로?

“그래. 거기 유스 머니 본사 있는 곳 맞지? 가면 샤샤도 만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엉덩이 의자에 딱 붙이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뉴올리언스로 날아갈 테니까.”


타이론은 전화를 끊자마자 국내선을 예약했다.


“뎀! 4시간!”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싫어하는 타이론이었다.


* * *


“타이론!”


공항에 마중 나와 있던 루이스가 타이론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요······. 루이스······.”


타이론은 기진맥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뎀, 나 감기조차도 걸린 적 없다고. 단지 비행기 타기 힘든 것뿐이야.”

“고생했겠네. 그나저나 나를 만나러 뉴올리언스까지 온 이유가 뭐야?”

“썬이 내게 오더를 내렸거든. 네 1집 정규 트랙이 다 나와서 네게 들려주라고.”

“버, 벌써?”


루이스는 기쁨 반 걱정 반인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무조건 썬이랑 하고 싶지! 하지만 회사에서 허락할까? 아직까진 내 말의 힘이 없어······.”

“헤이, 루이스! 낫띵 이즈 임파서블! 일단 부딪쳐 보자고. 샤샤는 어딨어?”

“내가 얘기해 놨어. 회사로 가자.”

“오케이! 뎀, 유스 머니! 나 릴 게인 빅팬인 거 알지?”

“릴 게인은 못 볼걸. 바빠서. 회사에 잘 안 나와.”

“아, 그래?”


타이론은 왠지 아까보다 더 기진맥진한 표정을 지었다.


* * *


“우리 구면이죠?”


샤샤가 타이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 정도로 자주 봤으면 당신은 내 시스터와 다름없어요.”


타이론은 너스레를 떨며 샤샤와 악수했다.


이곳은 유스 머니 사옥 1층에 있는 미팅룸 중 하나.

이 커다란 미팅룸에 샤샤와 루이스, 타이론 셋이 앉아있었다.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썬의 비트가 한두 개 필요할 거 같아서요.”

“왓? 샤샤, 정말 한두 개만 필요해요? 진짜 한두 개?”


타이론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번에 들었던 비트와 새로운 비트, 총 두 개면 될 거 같은데? 만일 새로운 비트가 별로면 앨범에 못 실을 수도 있어요.”

“샤샤. 나는 지금 프로듀싱 계약을 제안하러 온 거예요. 고작 한두 곡 싣는 계약을 하러 4시간 동안 날아오른 게 아니라고!”

“그래요? 몇 곡이나 준비되어 있는데요?”


샤샤가 퉁명스레 물었다.


“11곡. 싱글 발매할 『Me, Myself & You』까지 총 12곡.”


타이론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부터 들려줄 테니까 귓구멍 활짝 여시라고요.”


샤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샤샤도 선율의 비트를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신인 아티스트에게 신인 프로듀서를 붙일 수는 없는 노릇.

유스 머니에는 유능한 프로듀서가 많다.

게다가 그들은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프로듀서들.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는 없었기에 샤샤는 루이스의 데뷔 앨범 회의에서 선율을 제외했다.


그랬는데······.


타이론의 핸드폰에서 비트가 흘러나오자, 샤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없다’에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샤샤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탔다.


“뎀······. 이 비트 맛있는데?”


샤샤의 속삭임을 들은 타이론은 미소를 지었다.


“썬의 비트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같이 비트를 듣던 루이스도 미간을 찌푸리고 웃었다.

좋은 비트를 들었을 때 으레 짓는 표정 있잖은가.


워후!

호우-.

싯!

뎀!


이런 추임새를 넣으면서 짓는 표정.


그들의 귀는 이미 선율의 비트에 중독됐다.


선율이 준비한 네 번째 비트의 인트로가 시작하자마자, 타이론이 음악을 멈췄다.


“뎀, 타이론! 왜 끈 거예요!”


샤샤가 소리쳤다.


“더 듣고 싶으면 선율을 픽하라고요, 샤샤! 선택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어요(Choose or Never)!”


타이론이 책상을 가볍게 내려치고는 말을 이어갔다.


“유스 머니에 유능한 프로듀서가 많은 거 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썬은 그냥 유능한 게 아니에요. 이놈은 그냥 대물이라고, 대물! 이런 놈을 놓치고 그냥 몇 곡만 챙겨가겠다고요? 뎀! 나 더 이상 유스 머니에 실망하고 싶지 않아요, 샤샤.”


타이론의 말에 샤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하아······. 생각 좀 할 시간을 줘요.”


샤샤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윗선이랑 대화를 좀 해봐야 할 거 같은데요.”


소극적인 태도로 말했다.


“오케이, 갑시다.”

“···쏘리, 왓?”

“부딪쳐 보자고요, 당장.”

“아니, 그건 제가 알아서···”

“헤이, 샤샤. 난 지금 썬의 대리인 자격으로 온 거예요. 면담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타이론의 말에 샤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올롸잇. 알겠어요.”


곧 샤샤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 나 샤샤예요. 지금 제임스 있어요? 따로 예약된 미팅은? 올롸잇, 퍼펙트. 지금 올라갈게요.”


샤샤는 전화를 끊고 고개로 미팅룸 밖을 가리키며 까딱거렸다.


“나가죠.”


* * *


타이론은 샤샤와 함께 3층에 있는 A&R부서로 갔다.


루이스는 1층 로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도 가서 도울···”

“놉. 네 도움까진 필요 없어, 루이스. 난 썬의 음악을 믿어.”


타이론은 루이스의 동행을 막았다.

음악가는 비즈니스 대화에서 제외한다.

그것이 타이론의 매니징 철칙 중 하나였다.


A&R부서로 들어가 안쪽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곧 비서가 앉아있는 인포 데스크가 나왔다.


“캐서린, 제임스한테 말했죠?”

“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올롸잇. 땡큐 캐서린.”


샤샤는 캐서린에게 윙크를 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타이론 역시 캐서린에게 가볍게 목례하고는 샤샤를 뒤따라 들어갔다.


“샤샤.”


책상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샤샤에게로 걸어왔다.


유스 머니의 치프 A&R, 제임스였다.

큰 키에 중후한 목소리, 덴젤 워싱턴을 닮은 멋진 남자였다.


제임스는 타이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제임스입니다.”

“타이론. 썬의 매니저입니다.”


제임스의 기운에 바짝 얼어붙은 타이론은 두 손으로 제임스의 손을 잡았다.


“샤샤가 이렇게 다급하게 날 보자고 할 정도면, 꽤 긴박한 사안이라는 뜻이겠죠? 일단 자리에 앉읍시다.”


제임스는 책상 앞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제임스는 상석에, 샤샤와 타이론은 마주 보고 앉았다.


“무슨 일인지부터 좀 들어봅시다.”

“아, 네.”


샤샤는 타이론과 나눴던 얘기를 제임스에게 전했다.


“아, 미스터 썬! 『Me, Myself & You』 비트를 쓴?”

“예, 썰.”


타이론이 경직된 자세로 대답했다.


“그 비트 진짜 좋던데? 이번 루이스 데뷔 앨범에도 미스터 썬의 비트를 실으려고 해요.”

“워후, 노노놉. 저는 비트 메이커가 아닌 프로듀서 계약을 하러 왔습니다.”

“프로듀서?”


제임스의 미간이 살짝 주름졌다.


“하지만 썬은 아직 커리어가 없는 프로듀서 아닌가요? 그런 그에게 어떻게 프로듀싱을 맡길 수 있겠어요? 게다가 유스 머니에는 유능한 프로듀서가 많은데.”

“맞는 말입니다. 썬은 증명한 게 하나도 없죠. 하지만, 썬의 실력은 이미 증명됐다고요.”


타이론은 최대한 정중한 말투로 대답했다.


“실력······. 무슨 실력 말이죠?”

“천 마디 말 보다 사진 한 장이 낫죠.”


타이론은 핸드폰을 꺼내 비트를 틀었다.


당황한 듯한 제임스는 이내 소파에서 일어났다.


“음······.”


곧 제임스의 고개가 뱀의 꼬리처럼 흐느적댔다.


‘뎀······. 저 양반 비트 들을 줄 아네.’


비트는 온몸으로 느끼는 것.

가만히 앉아서 비트를 감상한다?


“이거 물건이네?”


제임스가 말했다.


‘좋아. 이 양반도 넘어왔구만.’


타이론은 4번 트랙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래를 껐다.


“헤이, 타이론! 왜 중요한 대목에서 멈춘 거예요!”

“지금 우리 리스닝 파티 온 거 아니잖아요. 비즈니스를 하러 왔다구요, 비즈니스.”


왠지 기세등등해진 타이론이 아까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자세로 말했다.


“흠······. 오케이, 비트가 좋은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다.

비트를 잘 쓰는 것과 프로듀싱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오케이, 제임스. 썬이 어느 나라 출신인 줄 알고 있죠?”

“샤샤한테 들었어요. 한국이라고.”

“썬이 한국에서 프로듀싱한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들려줄게요. 이건 100프로 썬이 기획한 앨범들이에요. 가사 내용과 멜로디를 아티스트와 협업했다고요.”


타이론은 래퍼 화니의 앨범을 들려줬다.


제임스는 이번엔 놀란 표정으로 노래를 감상했다.

그의 입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화니의 앨범이 끝나자 이번엔 타이니의 앨범을 재생했다.

화니의 앨범보다는 트랙 수가 적었기에 금방 들을 수 있었다.


“이, 이게 다 미스터 썬이 프로듀싱한 앨범이라는 거죠?”

“그렇다니까요!”


본토보다 빠른, 아니 본토보다 앞서나가는 사운드에 제임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서 이 앨범의 인기가 ‘그렇게’ 높지 않은 이유는, 아직 힙합이 메인 스트림에 오르지 않아서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힙합이 메인 스트림에 오른 나라.

게다가 유스 머니는 힙합 전문 레코드.


제임스가 놀랄 법도 했다.


“이게 내 형제의 작품이라고요!”


타이론이 손가락으로 노래가 흘러나오는 핸드폰을 가리켰다.


“샤샤. 왜 이 앨범들은 내게 들려주지 않았어요?”


당연히 알 턱이 없지.

선율이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요, 제임스. 실력은 충분한데 커리어가 없는 프로듀서를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뭐라고 하는데요?”

“프리 쿠폰.”

“프리 쿠폰?”

“곡당 100,000달러나 받아먹는 프로듀서들보다 적어도 10분의 1 가격이라고요! 하지만 실력은 그들보다 뛰어나고. 이게 프리 쿠폰이 아니면 뭐겠어요?”


타이론의 말을 들은 제임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좋아요. 미스터 썬과 미팅을 잡아봅시다. 언제 시간 되죠?”

“썬은 지금 바빠요. 다른 가수 프로듀싱 중이라.”

“우리도 시간이 없어요. 내년 초에 루이스의 앨범을 발매하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미팅을 잡아야 하니까.”

“그 말인즉······.”

“프로듀서 계약 미팅이죠.”


제임스의 말에 타이론의 표정이 밝아졌다.


“뎀, 제임스, 뎀! 유스 머니 치프 A&R의 귀는 황금인 줄 알고 있었다고요!”


타이론이 제임스를 향해 하이파이브 자세를 취했다.

제임스가 흔쾌히 타이론의 하이파이브를 받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만들어 봅시다.”

“오케이, 제임스! 썬에게 한국의 빨리빨리를 보여달라고 할게요!”


* * *


“어떻게 됐어?”


1층 로비에서 타이론을 기다리던 루이스는 타이론을 보자마자 물었다.


“내가 누구야, 루이스! 무려 썬의 매니저라고! 제임스가 아주 뿅 가던데! 엑스터시를 해도 저 정도로 가진 않을 거라고!”


해맑게 웃던 타이론이 순간 멈칫하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썬이네! 내 말을 들었나 본데? 어디 CCTV라도 있나? ”


타이론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선율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게 뭔 소리야?”

“뭔데 그래?”

“썬이 지금 당장 애플 스토어에서 제일 비싼 맥북을 사라는데?”

“맥북?”

“그래, 맥북. 전화는 왜 못 한다는 거야?”


타이론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선율의 말대로 맥북을 사러 루이스와 함께 애플 스토어로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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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타이론의 협상 능력 NEW 10시간 전 56 2 13쪽
25 25. 두 번째 작업(3) 24.09.18 106 6 12쪽
24 24. 두 번째 작업(2) 24.09.18 102 5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126 4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130 3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47 6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60 7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68 7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70 5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73 7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92 6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202 7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213 8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26 7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40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50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57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49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67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73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74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9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99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319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333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4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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