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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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er
작품등록일 :
2012.04.04 22:06
최근연재일 :
2012.04.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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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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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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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이로이 - 그녀를 찾아서 29화 -

DUMMY

눈을 떴다.

평소와는 다른 너무나 조용한 마을의 아침.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변함없다.

‘ 어제 확실히 너무 마셨어.’

수인은 어제 있었던 광란의 밤을 생각했다. 뒷일 생각하고 술을 들이부었던.

덕분에 게임에 접속하고 처음으로, 아니 현실에서는 결코 마실 수 없는 양을 마심으로 남자의 자격을 증명했다.

‘ 그럴 수 밖에. 게임에서는…… 취하지 않는 걸.’

옵션조절로 맛도 없앨 수가 있었다.

본래 술을 그렇게 잘 마시는 편도 아니었지만, 술의 특유의 독한 향기를 조절하니 마시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주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면, 상태변화에 걸린다.

동작이 둔해지고, 특정 스킬레벨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싱크로율이 1인 수인에게 있어, 이것은 아주 치명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동작을 움직이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판, 술까지 마시면 통제불능이 아닌가.

‘ 어?’

팔에서 다른 이의 숨결이 느껴졌다.

라이라였다.

자신의 팔을 꼭 붙잡고 자는 모습이 꼭 어린애 같았다. 어제 술을 너무 마시다, 시야까지 잃어 블라인드상태가 된 자신을 누가 데리고 왔는가 했더니…….

‘ 정말, 못 말리겠네.’

그래도 고마웠다.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좋아해준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었지 않았나.

혼자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이토록 외로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옆에 있는 한 명, 한 명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헛되고 거짓된 옷들을 벗겨주었다. 내 자신의 내면을 가리고 있던, 헌 옷들이 사라지고 나의 진실된 모습을 발견했다.

외롭고, 누군가를 바라는 나의 이 연약한 마음을.

수인은 조용히 자리를 일어났다.

라이라가 깨지 않도록.

그리고 옷을 입는다. 앞으로의 여정에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씩 준비했다.

방 문을 나가기전 뒤돌아 자고 있는 라이라를 본다.

동시에 혜인이를 떠올렸다.

자신을 버린 그녀를 생각할 때면, 사랑이 뭔지 되물어 보게 된다.

혜인이는 어떤 나를 좋아했던 걸까. 라이라는 어떤 나를 보고 좋아하는 걸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럴 때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 속을 잠식한다.

만약 내가 여기서도 사지를 잃은 사람이었다면, 라이라가 지금처럼 나를 좋아했을까. 아무것도 없는 형편없는 사람이었다면 나를 지금처럼 좋아해줄까.

두려운 것일까?

혜인이가 떠났던 아픔을 또 다시 겪을 까봐? 그래서 이런 질문을 되뇌이는 것일까.

아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을 잃고, 알몸이 되어버린 내 자신이, 나의 마음 깊숙한 본성이 원하는 것 같다.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을 얻고자 한다.

‘ 그런 사랑이 있기는 한거냐.’

갑자기 이게 무슨 꼴인지 헛 웃음이 나온다.

그냥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라이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하면 된다.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고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의 그녀의 진심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수인은 방문을 나왔다.

마음 속의 공허함은 여전했다.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라이라로 인해, 내 마음의 빈공간이 더욱더 크게 보인다.

‘ 공허함, 왜 이렇게 허전한가. 젠장.’

요즘 따라 욕이 늘었다.

수인은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여관 안에는 어제의 축제로 밤새 술에 곯아 떨어진 장정들이 여럿이다.

“ 가려는 겐가?”

한센이 뒤에서 입을 열었다. 오우거에 때문에 부상을 입어 술을 마시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 네.”

“ 꽤 먼 여행을 떠나려는가 보구만.”

“ ……좀 걸릴듯 합니다.”

“ 어디로 가는데?”

“ 볼로냐입니다.”

“ 올 때 기념품 잊지 말어.”

“ 하하. 네, 잊지 않고 사올께요.”

“ 아니, 라이라한테 줄 거 말이야.”

한센이 씨익 웃는다.

“ 여자들은 보석같은 거에 약하다고. 그 쪽은 대도시가 많으니까 들려서 좋은 거 하나 준비해와.”

그런 의미였나.

수인도 뒤늦게 알아듣고 멋쩍게 웃는다.

“ 여자 오래 기다리게 하면 클난다. 늦지 않도록 하고. 자 그리고 이거 받아.”

“ 이건?”

“ 내가 소싯적에 쓰던 검이야. 뭐, 지금이야 창을 주로 쓰니까 쓸모없어졌지만. 이래봬도 왕년에는 기사였다고. 이 검도 그 때 구한 건데, 너 녀석한테는 과분할 꺼다.”


- 한센의 ‘개(改)-리파인소드’를 얻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그건 그렇고…….”

“ ……?”

“ 어제 라이라와는 뜨거운 밤을…….”

“ 그, 그런 적 없습니다.”

“ 어제 라이라가 자네와 같은 방에 들어가던데?”

한센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 아, 아 그건……. 제가 너무 취해서 데려다 주느라…….”

“ 책임지게.”

“ 헐.”

“ 남녀가 한 침대를 사용했으면 마땅히 남자쪽에서 책임을 져야지. 허튼 수작 부릴 생각 말게.”

뭔가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 같다.

그런데 입장바꿔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술취한 남자, 그리고 같은 방에 들어간 여인. 둘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다른 사람이 생각할 것이야 뻔하지 않은가.

‘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

“ 그리고 말이야. 인연 자네. 여행을 핑계로 그런 대도시 가서 몰래 다른 여자 만날 생각하지 말게. 그런 일이 있다면 내가 지옥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갑자기 때 아닌 잔소리가 시작된다.

라이라를 끔찍이 아꼈던 한센이다. 그래서 그런가. 자신이 시아버지라도 되는 양 행세한다.

‘ 이제 이곳과도 한동안 이별 이구나.’

수인은 마을의 입구에 섰다.

처음 한센을 만나고, 이 마을에 자경단으로 들어왔을 때를 회상했다.

그 때는 이곳에서 이토록 오래 머물지는 상상조차 못했다. 대장간일을 배우고, 어부일도 배우고, 창과 검을 쓰는 일도 배웠다.

이것저것 다 배우는 와중에, 마을 사람들의 일도 도와주면서,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졌었다. 사실 어떤 유저가 자신처럼 이런 마을에 오래 머물 것인가.

그 동안 정들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미 이곳은 자신에게 있어 고향이 되었다.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 금방 끝내고 돌아오겠습니다.’

수인은 ‘서치스킬’을 가동했다.

자신이 집중하는 어떤 대상이든 찾아주는 이 알수 없는 스킬을 그 날 이후로 ‘서치스킬’이라 불렀다.

띠릭

멀리 표시가 되었다.

그 동안 혜인이라 예상되는 사람은 어디로 떠나지 않은 듯, 도시 근처에 있었다.

‘ 아차, 그 녀석들을 잊을 뻔했네.’

수인은 서치 대상을 바꿨다.

‘ 잘 있으려나 모르겠네. 먼저 들렸다 가야지.’

숲 쪽이었다.

구해주었던 세 마리의 레이크베어를, 그는 잊지 않고 있었다. 어미가 없이 두려워하고 있을 녀석들을 떠올리자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아무것도 의지할 것이 없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

수인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과제가 너무 많아 얼마 못올렸군요.
즐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1 강한강하지
    작성일
    12.03.15 21:31
    No. 1

    주인공의 점차 성장하는 모습, 멋집니다.
    라이라를 잊으면 절대 용서 못 할 것 같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Tant
    작성일
    12.03.15 23:04
    No. 2

    라이라 잊으면 배때기에 칼빵노일듯...
    '작은 한센을 건드리면 아주 ㅇ되는거에요'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만월이
    작성일
    12.03.16 03:23
    No. 3

    서치 스킬에 제한은 없나요?? 너무 전지전능하심.. ㅠㅠ

    부러운주인공같으니라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Picktion
    작성일
    12.03.16 05:20
    No. 4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주인공 캡슐안에 있는 장치가 빛을 보는건가요..
    왠지 살짝 판타지 요소가 나올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술용
    작성일
    12.03.16 08:31
    No. 5

    잘보고 있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2522
    작성일
    12.04.01 00:38
    No. 6

    뒷일 생각하고 술을 마신다는 부분..
    생각하지 않고로 바꾸셔야 겠는데요? ㅋㅋ

    잔잔하고 좋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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