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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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er
작품등록일 :
2012.04.04 22:06
최근연재일 :
2012.04.04 22:06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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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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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글자수 :
197,360

작성
12.03.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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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오네이로이 - 사랑이란 24화 -

DUMMY

“ 이런…….”

수인은 몸을 일으켰다.

어두운 방.

시계의 째각거리는 소리만 방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잠시 아까 겪었던 상황을 생각했다.

라이라와의 입맞춤.

너무나 현실적인 감각이 자신의 입안을 휘감았다. 심장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뛰었다.

‘ 왜 그랬지……. 대체.’

수인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오래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의 사진들을 불러왔다.

‘ 혜인아…….’

이제는 너무나 오래된 추억만 같았다.

그녀와 사귀며 즐거웠던 기억들이 이 사진들에 전부 담겨 있었다.

같이 놀이동산에 가고, 동물원도 가고, 스키장에 가서 서로의 우스꽝 스러웠던 모습들도 전부 담겨져 있었다.

몇 장도 아니다.

수 백장이었다.

어찌나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던지, 미래의 사진작가가 되겠다며 끊임없이 사진을 찍던 그녀였다.

사진 속에 그녀는 다양했다.

웃고, 찡그리고, 당황해야하고, 때로는 알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사진만 봐도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정말 사랑했었는데…….

무엇이든지, 원하는데로 다 주고자 했었는데……….

문득 수인은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봤다.

잘려진 자신의 신체의 단면은 이질적이었다. 원래 무언가 있어야할 자리에 없다는 것은 마음을 참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수인의 곁에는 항상 혜인이가 있었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이 세상에서 아무 문제없는, 정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없다.

그녀가 없기 때문에 이질적이다.

항상 마음이 공허했다. 공허할 뿐만 아니라, 뭔가 지금의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이 사고를 당한 후 그녀의 이별통보가 아직도 생생하다.

잊고 싶었다.

부인하고 싶었고,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이 모든 원인은 내가 불구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 빌어먹을 상황에 처한 것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도 나를 진정 사랑했지만, 이런 내 모습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그녀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느껴지는 이 마음의 배신감은 뭔가.

이해한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를 저주했다.

나는 너를 위해 무엇이든지 주고자 준비되어 있었는데…….

너의 사랑은 겨우 이것 뿐이었나.

“ 큭큭.”

다시 생각해보니 웃기다.

얼마나 내 자신이 이중적인가. 그리고 이기적인가.

머리로는 이해한다면서, 마음은 그렇지 않다니.

어쩌면 내가 나의 마음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가. 이해한다 하면서, 나의 마음 속의 분노와 증오를 가리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만약 내가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나도 과연 지금의 내 바램처럼 그녀를 버리지 않았을까?

비참하다.

과거의 추억들이 나를 잡고 있는 것이 비참했고, 또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신이 비참했다.


- 삭제하시겠습니까?


수 백장의 사진들이 사라져간다.

그 동안 외로웠다.

세상의 그 누구도 이런 나를 바라보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외로웠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 동정하는 시선이 싫어 피했다.

내 마음의 공허함은 항상 누군가를 기다렸다.

비록 나를 버렸던 혜인이었을지라도.

어쩌면 그녀가 다시 돌아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가슴이 뛰었던 것이다.

라이라의 눈빛에, 입맞춤에 나의 가슴이 뛰었던 것이다.

가상세계에, 허상의 존재인 캐릭터에게 감정을 느낀 것이다.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는 두 달이 체 안되었지만, 게임 내에서는 거의 십개월이 넘는 기간을 접속해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외롭게 있었으니.


- 삭제가 완료되었습니다.


문득 사랑이란 뭘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사랑이란 뭐지?

흔히 사랑한다 말은 하는데, 사랑이 뭐냐고 질문하니까 대답이 궁색하다.

그냥 감정의 이끌림이 사랑인가?

그럼 부모님의 사랑은 어떤 사랑이지?

사랑이란 여러모습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음, 그럼 동성애는 뭐지?

갑자기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 그럼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뭐지…….”

현실이 아닌 곳에서의 느낀 감정.

이것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건가.

수인은 컴퓨터를 조작했다.

- 끼잉

순식간에 방안은 넓은 들판으로 변했다. 하늘은 어두웠다. 밤이다.

며칠 전, 하진과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바로 그 장소였다.

너무나 기억에 남아 파일로 장소를 기억해놨었는데.

‘ 이 어둠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했지. 아마.’

별들이 보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있어서 그 희망의 빛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희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만 수인은 한가지 확신했다. 적어도 이 오네이로이가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이 절망적인 현실을 도피하게 한다고 말해도 좋다.

적어도 내게 살아갈 희망은 주고 있었다. 이 게임 가운데에서 내가 삶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면, 그래도 아직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면……

어쩌면,

이 게임이 내게 삶의 작은 희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이 계속 깊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잠에 빠졌다.

오랜만에 깊은 잠이다.



“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신가봐요?”

“ 좀 짠데?”

“ 윽! 그럴리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건만.”

“ 음음. 그래도 이 닭강정은 맛있어. 하진.”

“ 후후후. 나의 스페셜스 요리를 인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진은 수인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 다행이다. 그래도 삶의 의욕을 점점 되찾으시고 있구나.’

언제부터인가 식사를 제때하기 시작했다.

식사량도 늘었다.

그러니 자연히 몸도 건강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오네이로이 덕분일 게다.

“ 그건 그렇고. 하진.”

“ 네. 말씀하십시오.”

“ 수아는 요즘 뭐해.”

“ 아, 수아, 그 녀석이요? 원래는 저랑 같이 이곳에서 도련님이랑 있어야하는데. 뭐가 처리할 일이 많은지 한동안은 못 온다고 하더라구요. 뭐 금방 올겁니다.”

“ 그래? 잘되었네.”

“ ?”

“ 다음에 올 때, 캡슐 2개 더 집에 가져오라고 해.”

“ 그 말씀은?”

“ 너희도 게임해.”

“ 억!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하진은 갑작스러운 수인의 말에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 말 그대로야. 오네이로이 하라고. 혼자서 게임하고 있는데. 심심해서 말이야. 옆에 누구랑 같이 했으면 해서.”

“ 도련님. 저희는 도련님의 보디가드입니다.”

“ 또한 메이드지.”

“ 그, 그렇지요. 하지만 저희의 본 임무는 도련님을 지키는 겁니다.”

“ 지킨다고? 내가 무슨 중요인물이라도 되나? 여기 신경쓰는 사람 아마 아무도 없을 걸. 하여튼, 그런건 신경쓰지 말고 캡슐이나 좋은 걸로 두 개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가져와 설치해. 나도 잘 말해볼 테니까. 아들이 요즘 게임하면서 삶의 의욕을 찾고 있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어 요즘 시들시들하다고. 그럼 아마 금방 보내주실 걸.”

“ 끙. 도련님 제발.”

하진은 진땀을 흘렸다.

수인의 곁에서 그를 지켜본지 벌써 십년째다. 요즘 기운을 차리고 계셔서 마냥 좋아했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저, 빛나는 눈동자.

그것은 하진 자신과 수아를 부려먹으려는 장난끼 가득한 눈빛 아닌가.

‘ 휴우. 한동안 바빠지겠구만.’

하진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작가의말

요즘 테니스를 배운다.
오늘도 테니스를 쳤다. 생각보다 꽤 힘들었다. 치는게 힘든게 아니다.
내 몸의 잔뜩 들어간,
불필요한 힘을 빼는게 힘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8 직설법
    작성일
    12.03.11 00:36
    No. 1

    그런데... 일요일날에는 글 안올려도 연참대전에서 탈락안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강한강하지
    작성일
    12.03.12 22:58
    No. 2

    그건 잘 모르겠네요....
    연참대전을 해본 적이 없는지라.......
    둘은 게임에서도 보디가드가 될려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직설법
    작성일
    12.03.12 23:29
    No. 3

    강한강하지님, 아이뒤가 귀여우시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사류무사
    작성일
    12.03.14 14:10
    No. 4

    2년 후 ....
    검은양복의 하진은 ... 검은양복위.. 빨간레이스 달리 앞치마를 입고...
    빨간 고추장 닭강정 소스 를 들고 생각 한다 .. 몇해전 나에게 덤비덤 놈을 조질때 도 그놈 배에서 이런것들이 나왔지 하면서 ............

    그의 주먹은 돌덩어리 같다.. 그리고 그 주먹엔 빨간색 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한덩어리의 살덩어리 .. 점점 나에게 다가 온다...점 점...........

    상상 이 안갑니다.. 좀 바꿔 주세요 ..
    사지절단 주인공 밥좀먹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벨콧
    작성일
    12.03.24 08:56
    No. 5

    십년째?! 제가 뭐 놓쳤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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