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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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er
작품등록일 :
2012.04.04 22:06
최근연재일 :
2012.04.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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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29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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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오네이로이 - 그녀를 본다 41화 -

DUMMY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 인연씨 계셨네요.”

“ 네. 뭐 이것저것 모을 게 있어서요. 그건 그렇고 혜인씨는 왜 다시 들어오셨어요?”

그녀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 잠이 잘 안와서요. 그냥, 밤하늘 좀 구경해볼까 해서들어와 봤어요.”

“ 아…….”

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이 안오는 날도 있을 수 있다. 자신도 그런 날에는 밤하늘을 본다. 오네이로이의 밤하늘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빨려들어갈 것 같은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잡념이 없어진다.

아름다움에 빠지게 되고, 숲의 고요함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해할 수 있다.

자신도 수 없이 많이 보아왔으니까.

그녀는 말을 마치고 야영지 근처 바위에 앉았다.

하늘을 본다.

수인은 그런 그녀의 옆 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그러지 말고 인연씨도 여기와서 같이 봐요.”

수인은 야영지 중앙에서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불을 정리했다.

불이 꺼지자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밤하늘의 별은, 더욱 빛났다.

“ 밤하늘의 별은 누워서 보는 거에요.”

수인이 드러누운 채로 말을 건넸다.

혜인도 그의 말을 듣고 눕는다.

과연 그의 말대로 고개를 올려보는 것과 누워서 보는 밤하늘은 달랐다.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도록 착각하게 만든다.

어두운 우주공간에 내가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만든다.

이 신비로움에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용히 숲의 부엉이 소리만 울린다.

‘ 뭐 때문일까.’

수인은 그녀를 보았다.

파란 아지랑이가 보인다. 비록 어둡지만, 아지랑이만은 확실하게 보였다. 슬픔의 감정, 자책의 감정 그러한 감정이 아지랑이를 통해 보여진다.

“ …… 인연씨는 혜성에 대해서 아세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수인이 고개를 돌렸다.

“ 혜성이라뇨?”

“ 혜성요. 먼지로 이루어진 그 혜성요.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그 혜성이 일정한 주기마다 지구를 돌잖아요.”

수인은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왜 여기서 혜성이야기가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표정이 진지했다. 수인은 그녀의 말 속에서 진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 ……저는 때때로 혜성이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해봐요. 그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홀로 여행을 하잖아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떠나, 고독히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외로울까요, 자신이 도착할 목적지는 알고 있는 걸까요? 여행의 의미는 알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자신이 혼자서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는 알고 있는 걸까요?”

목소리가 흔들린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파란 아지랑이가 더욱 진해진다.

아니, 영안을 의지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그녀의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 생각해보면 또 신기하기도 해요. 먼지와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진 약하고 약한 것이 혜성인데, 그 토록 오랜 기간 살아서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마지막에서는 목소리가 잠긴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 혜인아…….’

갑작스런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도 어지러워진다. 그 동안 그녀를 많이 원망했었는데. 미워했었는데. 그런 생각들이 갑자기 찢어지기 시작한다. 그 동안 생각해왔던 자신의 감정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 ……저는 제 자신이 혜성같다는 생각을 참으로 많이 해요. 어디서부터 왔는지, 왜 왔는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알지 못하는 혜성……. 요즘 들어 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는……, 제게 의지할 사람도 있었고, 함께 인생을 같이 할 사람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게 제 삶의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렇게 그와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죽으면 되겠구나…… 하고…….”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땅을 적신다.

“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살다가 죽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어느 날 제가 혼자가 되어 있더라구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곁을 떠나있더라구요. 전에는 그이와 떨어지면 못살 것 같았는데, 상상조차 못했었는데…….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그녀가 자신을 쳐다본다.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눈동자를 볼 때면, 자신의 마음도 울컥한다. 그럼 대체 왜 떠났냐고, 옆에 있어주면 되질 않았냐고 외치고 싶다.

대체 왜 그 마음을 자신이라고 모르겠나.

영원히 함께 하고 있을 줄 알았던 사람과 떨어진다는 그 기분.

혜인, 너는 알고 있어?

혜성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드넓은 우주 공간에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체, 홀로 여행한다는 것이 그 혜성에게 그토록 큰 문제였을까?

아니, 내가 볼 때 그 혜성은 외로운게 문제가 아니었을 거야.

고통스러웠겠지.

그 드넓은 우주 공간에 자신을 받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겠지. 그토록 수 많은 별과 행성들을 지나쳤어도, 먼지와 차가운 얼음밖에 없는 쓸모없는 자신을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겠지.

함께 했었던 친구들이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 가슴이 찢어졌었겠지.

그래서 혜성은 기쁘지 않았을까?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태양을 만났을 때, 지구를 만났을 때, 그렇게 아름답게 타면서 빛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저는 정말 나쁜 년이에요.”

그녀의 자책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사랑했던 사람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도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그녀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마음이 많이 진정되어 보인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녀가 눈을 감는다.

“ ……왜 그러셨나요. 왜, 같이 있어주지 못하신 거냐구요.”

수인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탓이다. 이해하고 싶었던 탓이다. 그토록 궁금했던 탓이다.

그녀는 그런 수인을 조용히 쳐다본다.

“ 자신이 없었어요. 변해버린 그 사람과 내가 계속 할 수 있을까……. 그이의 변한 모습을 보았을 때, 사랑했다던 나의 마음이 사라지는 제 자신을 보았을 때…… 그런 그이의 모습 때문에 겪을 어려움을 생각할 때면……. 자신이 없어지더라구요.”

그녀의 목소리가 처연하다.

이런 감정.

왠지 이제는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도 저런식으로 자책한 적이 있었다. 나의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했을 때, 결국 나도 똑같은 녀석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내 자신에 절망했을 때, 그 때 느꼈던 감정이다.

“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대체 그 동안 제가 사랑해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알지 못하게 되었어요. 현실 앞에서, 인생을 함께하려던 사람을 그리도 쉽게 버릴 수가 있다니.”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 이상하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제 모습이요. 하지만…… 인연씨는 왠지 남같지 않았어요. 사실 처음 볼 때부터 낯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 혜인아.’

지금이라도 밝히고 싶다.

내가 수인이라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생각은 입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자신을 돌아볼 때면. 현실을 돌아볼 때면.

“ 그래도, 고마웠어요.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줘서. 누군가에게는 꼭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풀리네요. 사실 이 문제 때문에 괴로워서 게임을 했었어요. 너무나 괴롭고 힘들다보니까, 게임으로 잊고 싶어지더라구요.”

울고 싶었다.

그녀가 차라리 못된 여자였으면. 자신을 버리고 떠나 잘먹고 잘살고 있다면 차라리 좋았을 뻔했다. 그랬다면 마음껏 저주라도 했을 텐데.

미워했을 텐데.

이제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녀도,

나처럼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팠다. 자기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그녀를 놓아주고 싶다.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어쩌면 이것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는 아닐까.

“ ……혜인씨.”

“ 네?”

“ 만약에, 만약에 제가 그 남자분이었다면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어떤 말을 해줘야 그녀가 편안해질 수 있을까.

“ 정말 혜인씨를 사랑했다면, 이런 혜인씨를 보고 용서했을 거에요. 이해했을 거에요. 사랑이란 건 원래 그런거니까요. 그러니…… 더 이상 그 일로 자책하지 마세요.”

해줄 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제는,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를 용서할 수 있다.

“ ……고마워요.”

마음이 가벼워진다.

기쁘고,

고맙다.


작가의말

그래도 오늘은 3시간 정도 글을 쓰네요.
호흡이 끊기면 곤란해서 40화 41화 한번에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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