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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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er
작품등록일 :
2012.04.04 22:06
최근연재일 :
2012.04.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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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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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이로이 - 직업, 영혼술사 33화 -

DUMMY

제 17화 직업, 영혼술사


시아스 마을을 뒤로하고 사흘째.

수인은 아직 마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근방 숲에서 머물고 있었다.

띠리리리리릭

서치스킬이 발동했다. 수인의 화면에 붉은 점들이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 이걸로 300개째.’

버섯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버섯이 아닌 것 같다.

주먹 두 개는 붙여 놓은 듯한 통통한 버섯이 나무 밑에서 자생하고 있었다.

흙내음이 물씬 풍긴다.

버섯은 수인의 손에 이끌려 쑤욱 뿌리째 뽑혀나오기 시작했다.

‘ 거참. 살아 있는 버섯이라니.’

이름이 지피머쉬룸(zippymushroom)란다.

언뜻 보면 그냥 자라는 식물 같지만, 실상은 살아있는 생물체였다. 나무 밑에서 기생하며 뿌리같은 촉수를 사용해 살아간다.

나무가 말라 죽으면 이동하여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녀석이었다.

뿌리째 뽑힌 지피머쉬룸은 기이하게도 꿈틀대기 시작한다. 큰 뿌리에 붙어 있던 작은 뿌리들이 오들오들 떨며 증기를 내뿜는다.

“ 괜히 미안하구나. 편히 보내주마.”

수인은 작은 칼을 꺼내 버섯의 머리 정 중앙 부분을 칼로 내리쳤다. 그러자 갈라진 부분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피가 충분히 흘러 나오고, 바르르 떨던 녀석의 움직임이 멈추자 신직보에 넣었다.


- 이 생명체는 신직보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신직보는 오로지 물체만 담을 수 있으며, 물체란 영혼이 없는 물질을 말합니다.


처음 녀석을 담으려 할때 뜨던 메시지였다.

마을 떠나기 전 사냥 때 보았던 새끼 레이크베어들을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어서 다시 찾아갔다. 녀석들이 충분히 사냥할 능력이 될만큼 충분한 식량을 주고 떠날 생각이었다.

며칠 동안 찾아가지 못해 혹여나 굶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되었다.

하지만 녀석들을 보고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에 웃음까지 나왔다. 어디서 구했는지 붉은 피를 툭툭 흘리며 맛나게 무엇가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 이것을 먹이면 되겠군.’

돈을 탈탈 털어 육포와 훈제생선등을 챙겨왔지만, 그 전에 주고 왔던 음식들이 전부 없어진 것을 보니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걱정했건만, 이 주변에는 녀석들이 구할 수 있는 음식들이 있던 것이다.

그 이후는 문제가 안되었다.

한 번 본것을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위치를 알려주는 서치 스킬로 주변의 지피머쉬룸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뽑아서 신직보에 넣으려고 할 때 문제가 생겼다. 녀석들을 신직보에 넣을 수가 없던 것이다.

그 때, 이 메시지를 보고 녀석들이 식물이 아니라, 생명체였음을 알았다. 또 신직보가 물체만을 담을 수 있음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 하지만 해법은 의외로 단순했어.’

수인은 메시지를 계속 읽으면서 영혼이 없는 것이 물체의 정의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칼을 꺼내 녀석들을 베었다.

붉은 피를 뿌리는 것이 놀랍고 섬뜻하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움직임이 멈춰 죽은 녀석들을 신직보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영혼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지 수인도 정확히 알 길은 없었지만, 어쨌든 죽은 시체는 물체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이 때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 그럼, 이 주변의 지피머쉬룸은 거의다 채취했고. 다른 것들이나 구해볼까.”

수인은 레이크베어가 육식몬스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먹을 것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었다.

지피머쉬룸같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원은 이 추운 겨울 숲에는 별로 없었다.

아니,

분명 숲에는 녀석들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양식들이 충분히 있을 터였지만, 레이크베어에 대해 잘 알지도, 숲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수인으로서는 구할 능력이 없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떠나기 전에 물어보기라도 할 걸.’

이 때부터는 사냥을 했다.

다행이 몬스터토벌을 하며, 이것저것 사냥법과 추적하는 법등에 대해 주워들은 것은 있어 한 두 마리 토끼나 사슴을 찾아 낼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서치스킬’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들을 잡고 나서는 불에 구워 훈제로 만들었다. 녀석들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불로 굽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그런 수인의 모습을 지켜본다.

지난 며칠 동안 지피머쉬룸도 가져다주고, 또 고기도 가져다 주던 그였다.

그런 그의 마음을 느꼈던 것일까.

세 마리의 새끼 레이크베어들은 차츰 경계심을 없앴다. 도리어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먼저 다가가 얼굴을 비비기도 한다. 훈제고기를 구울 때면, 냄새 때문인지 녀석들이 나란히 앉아 굽는 것을 지켜본다.

‘ 풉. 꼭 강아지같네.’

영락없는 순한 강아지다.

저번에 레이크베어와 싸운 기억 때문에, 녀석들이 은근히 무섭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덩치는 곰같지만 얼굴 생김새는 영락없는 진돗개가 아닌가.

‘ 그나저나 훈제하는 게 의외로 고된 작업이구나.’

지피머쉬룸과 사냥을 통해 잡은 동물들을 신직보에서 하나씩 꺼내 훈제를 한다. 잡은 숫자도 숫자지면, 무엇보다 훈제를 하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불로 직접 가져다 굽는 것이 아니라, 그 연기와 열기로만 굽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인은 하루종일 고기를 바꿔가며 작업했다.

남는 시간에는 이제는 꽤 친해진 녀석들과 놀거나, 냄새를 맡고 접근한 다른 동물들을 쫓아내는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저번 토벌로 인해 위험한 몬스터들은 접근하지 않았지만 소형급 몬스터는 주변에 꽤 있었는지, 냄새를 맡고 쫓아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수인은 세 마리의 레이크베어들과 함께 녀석들을 물리쳤다. 장하게도 녀석들도 은혜는 아는지, 힘들게 싸우는 수인을 도와준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어린 녀석들인데도 두려움없이 싸우는 것에 놀란 수인이였다.

“ 그래도 중형급이라 이거지.”

그는 왠지 뿌듯했다.

비록 몬스터이지만 은혜를 알지 않은가. 자신이 녀석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녀석들이 고마웠다.

‘ 사람들이 이래서 애완동물을 키우나보네.’

사실 수인은 동물이 싫었다.

특히 집안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청소해주고.

무엇보다 집안에서 키우면 털날리고, 냄새까지 나지 않는가. 돈이나 들어가고, 이래저래 신경써줘야하는 애완동물은 대체 왜 키우지? 하는 그였다.

이제는 이해가 된다.

동물은 은혜를 알지 않은가.

알 뿐 아니라, 반드시 행동으로 보답한다.

또 항상 옆에 있어주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까지 한다.

수인은 그 동안 훈제를 구우면서 하도 심심해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사고가 나서 사지를 잃고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주변친구들이 떠나갈 때는 아무도 내 주변에 없다는 사실에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렸는지.

무엇보다 사고가 났을 때 매정하게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와 자신을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 부모님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체 왜 그랬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이었을까. 내가 뭘 잘못했기에 사고를 당해 사지를 잃게 되었을까.

고민했었다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용서하자, 그런 그들을 이해해보자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분노와 증오 때문에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고 넋두리를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헛된 것처럼, 그런 헛된 것들을 자신이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알았다며 한탄했다.

그럴 때 녀석들이 옆에 있었다.

이제는 꽤 친해져 강아지처럼 자신을 따르는 어린 레이크베어.

녀석들은 마냥 좋은지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마치 알아듣는 마냥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들의 모습이 귀엽기도, 신기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의 모습 때문에 마음이 풀렸다.

내 넋두리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했다.

생각해보니 그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신의 속내를 맘껏 터놓고 이야기했던 상대가 없지 않았었나.

그나마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혜인이와는 속내를 터놓을 정도로 깊은 사이였는데.

그래서일 것이다.

그녀가 떠난 것이 그토록 충격이었던 이유가.

“ 크릉!”

“ 크르르!”

녀석들이 배가 고프다고 울어댄다.

수인은 신직보에서 싱싱한 고기를 꺼낸다. 녀석들이 맛있게 고기를 먹는다.

겨우 사흘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이미 녀석들은 자신을 완전히 믿고 있었다.

마치 어미처럼.

사냥나갈 때 빼고는 자신의 곁에 떠나질 않았다. 항상 자신의 곁에 머무르며 애정을 표시했다.

그러니 더욱 애틋했다.

자신을 이렇게 따르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녀석들을 버리고 떠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고기가 전부 훈제가 되면 떠나야 했다.

탁탁.

모닥불이 타오른다.

어느 새 어두워졌다.

신직보의 고기도 이제는 없다. 모든 훈제 고기는 녀석들의 은신처 깊숙한 곳에 잘 보관해두었다.

녀석들이 스스로 사냥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 그 때까지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이다.

이제는 떠나야한다.

헌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 편안히도 자는구나.’

서로 몸을 웅크리고 바짝 붙어 자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얼마나 걱정없이 자는가.

그만큼 자신을 믿고 있는 것이리라.

‘ 미안하다.’

수인은 녀석들과 함께 지내며 즐거웠다.

하지만 동시에 미안했다.

녀석들이 이렇게된 것이 전부 자신 때문이 아니었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녀석들의 어미를 창으로 찔렀기 때문에 녀석들이 저렇게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미의 품에 있었을 것이다.

녀석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미의 원수인 것이다.

‘ 용서해주기 바란다. 반드시 살아남아라.’

수인은 등을 돌렸다.

점점 굴에서 멀어진다.

만일 자신이 어미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면 녀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배고픔과 추위에서 자신들을 구해준 인간이, 사실은 자신의 어미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았다면 녀석들은 어땠을까?

나를 받아줄 수 있었을까?

나와 지금과 같이 친해지고, 의지하고, 믿을 수 있었을까?

아마 끝까지 나를 적대시하며 거리를 두지 않았을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할 것 같다.

녀석들이 만일 알았다면,

내가 그들을 도와준 은인이라는 사실과 원수라는 이 두 가지의 사실 때문에 힘들었을 게다.

용서하고자, 이해하고자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증오가 남아있겠지.

자신이 그렇지 않았던가.

‘ 나도, 똑같은 놈이었구나.’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 동안 남들이 나에게 준 고통으로 인해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게 뭔가. 결국 나도 다른 존재에게 고통을 제공하는 그런 녀석일 뿐아닌가.

이렇게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이런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지 않은가.

마음이 낮아진다.

또 괴롭다.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증오의 대상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진다. 자신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주변 사람들, 친구들과 똑같은 놈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진다.

- 크릉…….

녀석들의 작은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굉장히 편안한.

괴로워보이던 수인의 표정이 서서히 풀어진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것일까.

그의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 보인다.


작가의말

수인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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