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ia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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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2.09.18 13:35
최근연재일 :
2012.09.18 13: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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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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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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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양아치- 03

DUMMY

03- 양아치




사내가 구한 사람은 일곱 명이 넘어갔다. 사내는 체력이 부치는지 부서진 차체를 붙잡고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늘어난 사람 무게 때문에 물에 드러난 버스 자체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위쪽에서 안타까운 탄식소리가 들렸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나서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른다. 조금 지나면 서두르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시신을 보전해야 하니까.


지민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고 청명한 날이다. 중천의 햇살이 따갑다. 지민은 다시 아래를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좁은 공간, 나뭇가지를 엮어서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제발! 아저씨, 조금만 더 노력해줘. 이게 빠를지, 구조대가 빠를지 모르지만.....망할, 구조대. 왜 이렇게 꾸물대는 거야!’


- 이거 실황이야?

권팀장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때렸다. 꽤나 흥분한 목소리다.

“ 한 남자가 지금 혼자서 여덟 명을 구했어요. 지금도 구하고 있는 중이고요.”

- 이 그림만 가지고는 방송이 단조롭긴 한데...... 전체 그림은 구할 수 있나? 다른 각도로는 안돼?

“지금 보시는 건 현재 카메라로 연결된 스트리밍이고, 같이 보낸 첨부 파일을 확인해 보세요. 거기 버스의 추락 직전 찍은 안쪽 동영상과, 추락 후 처음부터 찍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많이 흔들렸으니까 화질은 기대하지 마시고요. 편집하면 충분한 이야기 ‘꺼리’가 될 거예요.”

- 그럼..... 오기자도 그 버스 안에 타고 있었던 거야?

“예- “

- 허- 어떻게 된 거야?

“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근데, 생방송이 되긴 되는 거예요?”

- 재환이에게 연결했어. 지금 보고 있을 거야. 재환아 어떠냐?

- 형, 이거 대박인데? 바로 방송 연결했어. 앞에 그림은 그냥 틀어도 되겠어. 현장감이 그야말로 ‘짱’이야. 오기자, 대체 이런 걸 어떻게 구한 거야!


헤드셋을 타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요즘 방송용 소프트웨어는 정말 괜찮다. 컨퍼런스 모드(Conference mode)로 이런 환경에서도 공동작업이 되니까. 클라우드와 유틸리티 컴퓨팅으로 전문 소프트웨어를 전기처럼 요금을 내고 마구 끌어다 쓸 수 있으니 대형 방송국 부럽지 않다. 김재환 PD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오기자, 일단 기사 작성해서 업로드해. 자막으로 들어갈 거야. 지금 바로 방송 나가니까. 화면 확인해보고. 배터리는 충분해?

“길어야 세 시간? 예비는 없어요.”

- 그 정도면 충분해, 명진이 그리로 보낼 게. 그때까지 수고 좀 해 줘.

“그리고, 이쪽 전후 상황에 대한 팩트가 필요해요. 정확한 위치, 교통사고 원인, 사고주변 정황 등등, 현재 제 위치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보를 구할 수가 없어요.”

- 확인해서 알려줄게. 일단 그림이나 잘 잡고 있어.

“예- ”


지민은 숨을 크게 쉬었다. 거창하게 방송국이라고 해도, 스무 명 정도가 운영하는 사설 인터넷 방송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방송법 개정이 된 덕택에 방송 컨텐츠 제작업체가 사설 방송국을 개국하는 바람이 불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워낙 채널이 많이 생겨서 컨텐츠 제작/송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사건은 현장에서 잡아서 바로 컨텐츠로 만들어 뿌려야 하기 때문에 분산-공동작업은 필수다. 미디어도 스마트 TV, 모바일 TV,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등 워낙 많아서 특별한 저작도구가 필요하다.


노트북 화면 귀퉁이에 방송 화면이 떴다. on-air 사인이 위에서 깜빡였다. 현재 생방송 중인 화면이라는 뜻이다. 지민의 손가락이 노트북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스크립터를 타고 자막이 실시간으로 흘렀다. 요즘은 이렇게 음성과 텍스트가 결합된 방식을 선호한다. 이펙트 (효과)는 재희가 넣어줄 것이다. 앵커 선영의 목소리가 헤드셋에 울렸다.


- 속보, 문막, 대형참사, 50명을 태운 고속버스가 약 40미터 아래로 추락.....

- KEMIB 방송 독점취재, 현장 중계

- 강릉에서 10시 15분에 출발한 서울행 강원고속버스가 11시 40분경 영동 고속도로 문막 근처에서 절벽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객은 45명 .....

- 구조본부 연락하겠습니다.


“역시...... 프로들.”


지민은 방송영상을 보면서 진심 감탄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사건보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고 있다. 커다란 경고 문구와 함께 첫 화면에는 지도화면이 떴다. 이어 위성으로 잡은 사고 위치가 줌으로 확대되며, 지민이 보내준 좌표의 현장으로 다가갔다. 그 아래에 사고 고속버스 정보와 탑승자 확인을 위한 연락처 정보 등이 문자로 흘러갔다. 아마 교통정보 사이트와 티켓 사이트는 승객확인을 위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보험사도 움직이고 있을 것이고.


지민은 스크립트를 써가면서 접속자 상황을 확인했다.


벌써 방송에 접속하는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위성이 보여주는 화면에는 영동고속도로 양 향방 도로가 나타났다. 연휴 마지막이라 가뜩이나 증가된 교통량이었는데 12중 추돌 사고에 차 두 대가 추돌 후 중앙분리대를 날아서 넘어가는 바람에 사고가 엄청나게 커졌다. 지금은 양쪽도로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사고처리 차량도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마 다른 고속도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있을 것이다.


위성화면이 보여줄 수 있는 해상도의 한계에 이르는 순간, 방송 영상은 지민이 현재 스트리밍(streaming)으로 보내는 현장 영상으로 대체되며 실제 상황을 보여준다. 이어 간략하게 편집된 추락하기 전 버스 안쪽의 풍경이 몇 개의 컷으로 돌아간다. 사고 직후 처참한 사람들의 모습, 화염에 노출된 급박한 상황이 현장감 있게 펼쳐진 뒤, 밖에서 잡은 컷으로 화면이 바뀐다. 나무 위에 위태롭게 걸린 버스의 모습. 버스가 추락하는 모습, 마구 흔들리는 영상 속에서 버스가 물 속에 처박히는 광경이 시간 표시와 함께 천천히 흘러갔다.


이 영상들은 직접 촬영한 지민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자신이 찍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으니까. 앵커 선영씨와 바로 합류한 사고 전문기자 김영훈기자가 적절한 애드립을 섞어 비장한 음성으로 중계하고 있는 중이다.


- 이 방송은 오지민 리포터가 현장에서 휴대용 카메라로 중계하고 있습니다.

- 구조 본부 연결되었습니다.

- 아직 구조대는 출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 물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분 되지 않습니다.

- 또 한 사람이 구조되고 있습니다.

- 여러 분은 지금 한 시민의 영웅적이고 감동적인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 편의상 저 분을 S씨라고 부르겠습니다. S는 수퍼(Super)의 약자입니다.

- 지금 열두 번째 사람이 구조되었습니다. 역시 구조된 사람의 허리 띠를 써서 묶고 있습니다.

- S 씨는 많이 지쳐 보입니다. 구조대는 대체 언제 오는 걸까요- 구조본부 상황실 다시 연결하겠습니다.

- 긴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을 확인하기 힘듭니다.

- 버스 안쪽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 버스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중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민은 힐끗 아래 쪽을 바라보았다. 매달린 사람들의 하중이 커지면서 버스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생존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긴 시간이 지났다. 카메라 줌을 통해 보는 사내는 차체에 두 손을 얹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등이 크게 움직이는 걸로 보아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듯 보였다.


지민은 다시 방송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방송의 접속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방송은 현재의 모습과 약 10분전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사고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내가 구조하는 장면을 숨 죽이며 보고 있을 것이다.


지민은 몰랐지만 사내가 한 사람을 구할 때마다 전국에서 함성이 터지고 있었다. 비록 10분전의 모습이지만 노련한 전문가가 펼치는 편집의 힘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급박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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