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ia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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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2.09.18 13:35
최근연재일 :
2012.09.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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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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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20

DUMMY

20- 양아치




“아우- 비듬 떨어지잖아요?”

“아오, 진짜......”


오지민기자가 원두 커피를 내밀었다. 입이 반쯤 튀어나와 머리를 벅벅 긁으며 투덜거리던 건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건네주는 커피를 받았다.


“이거, 우리 너무 빨리 보는 것 아녜요?” 건이 물었다.

“이틀이나 지났는데요?” 지민이 싱긋 웃었다.

“직장에서 할 일이 없나 보죠? 곧 잘리겠네”

“그럴지도 몰라요. 뭐, 그래도 상관 없어요.”

“간판 스타기자가 엄살은......”

“아뇨...... 사실 좀 심각해요.”


지민의 표정이 조금 침울해졌다. 건은 의자를 빼주었다. 지민이 무릎을 약간 굽혀 감사를 표한 후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건이 사는 동네 길목에 있는 조그만 카페다. 한적하면서도 정갈하고 옛 정취가 남아 있어서 건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번이 네 번째 만남이다.


“방송사 중에서는 꽤 경영상태가 우량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과 다른가 보죠?”

건이 물었다.

“회사야 그렇죠.”

“그럼 직원은 아니라는 말 인가요?”

“실력은 있는데 돈을 못 벌어서 제대로 처우를 못 받았죠. 건씨 덕택에 최근 뜬 다음에 좀 나아졌는데, 경영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갔어요.”

지민이 씁쓸하게 말했다.

“대주주가 지분을 팔아 넘겼나요? 어디죠?”

“Ch2 미디어 그룹. 경영진이 모두 바뀌었어요. 오늘 일어난 일이죠.”

“흠……”


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Ch2는 대한민국 제일의 거대 보수신문을 주축으로 구성된 최대 뉴스 미디어 그룹이다. 그와는 악연이 있는 사람이 있는 곳. 왠지 기분이 묘했다.


‘방영민이가 거기 있었지......’


“그럼 더 처우가 좋아지겠네요. Ch2는 급여가 엄청 센 곳인데.” 건이 말했다.

“그렇겠죠. 남아 있게 된다면. 그렇지만, 타락한 언론 바닥에서도 워낙 지저분한 마굴이라서 버티고 있을 자신이 없어요.”


지민이 커피를 홀짝홀짝 소리를 내며 마셨다. 건은 지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네 번째 만남. 그런데, 역시 편안하다. 오래된 친구 같다. 의무적으로 말을 걸지 않아도 별로 불편하지 않은. 나이가 동갑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그 동안 너무 외롭게 지내서 사람이 그리워 진 것 일까? 설마?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지민이 물었다.

“그냥”

“그냥?”

“바라보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돼요?”

“다른 여자한테도 그래요?”

“아뇨”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눈싸움 하듯 오래. 지민은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뭔가 이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날 말을 해야 되는데 문장이 구성되지 않았다. 그냥 킥- 하고 웃어버렸다. 사실은 그게 더 어색했다.


지민은 카페 테라스 너머 밖을 바라보았다. 어깨 위로 내려 앉은 늦가을 햇볕이 무겁다고 느꼈다. 창가에는 빨간 제라늄이 나무로 장식된 엔틱 풍 화분 속에서 요염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열린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익었던 얼굴이 조금 식었다. 바람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몇 가닥이 눈을 가렸다. 그냥 놔뒀다.


지민은 턱을 괴고 그저 창 밖을 바라보았다. 건도 말없이 음악을 듣고 있었다. 노란 은행잎이 제법 선명해졌다. 바람이 불어 낙엽이 이리저리 쓸려간다. 소슬한 가을 정경이 정겨웠다.


지민은 눈동자만 돌려 그를 흘깃 바라보았다. 호-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은 양파다. 만날수록 호기심만 늘어간다. 그녀 자신도 왜 소중한 저녁시간에 이곳에 와서 노닥거리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토록 사내라는 종족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드센 여자가 어떻게 이렇게 무방비 상태가 되어도 좋은 것일까?


오늘은 아주 꿀꿀한 날이다. 회사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 앉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문득, 생각나서 문자 하나 날리고, 그냥 이곳으로 왔다. 물론...... 그의 답장따위는 없었다. 나쁜 노.....름


도착했을 때 그가 카페에 앉아서 손을 흔드는 걸 보았다. 괜히 눈물이 날 뻔 했다.


“바람 안 맞아서 다행이네요.”

지민이 먼저 말을 걸었다. 왜 답장을 하지 않느냐는 질책을 담아서.

“그럴 일은 없어요.” 건이 말했다.

“무슨..... 뜻 이예요?” 지민이 다시 물었다.

“전화를 받을 사람이니까요.”


지민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표정에서 조금 쌉쌀하고도 달큼한 맛을 느꼈다. 깊은 커피 향이 배어 날 것만 같은. 입력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었지만, 이제야 그 세 가지 카테고리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걸까?


건은 지민이 건네준 커피를 홀짝이다가 말을 꺼냈다.

“여자 친구가 있었죠. 오래 전 일 이예요.”


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건의 시선은 창 밖을 향하고 있었다. 시선은 딱히 한곳에 머물지는 않았다. 미간이 조금 찌푸려져 있었다. 뭔가를 어렵게 기억을 떠올리려 하는 듯.


“그 친구는 항상 전화를 걸어주기를 바랐어요.”

“전화를 걸 사람?”

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걸었어요?” 지민이 물었다.

“아주 많이 걸었죠.”

“그 여자 친구 분이 많이 행복했겠네요.”

“글쎄요...... 그건 확신이 없어요. 그냥 그럴 거라고 믿고 있죠.”


건이 뒷머리를 어색하게 긁었다. 지민과 눈이 마주치자 머쓱하게 손을 내렸다. 손톱을 후- 불었다. 잘린 머리카락이 날렸다. 지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도 전화를 걸어요?”

“아뇨. 이젠 받지 않아요. 전화를 걸 의미가 없어졌죠.”

“차였네요.”

“그럴 만 했으니까요. 7년이나 잠수 탄 인간에게 뭘 기대하겠어요?”

건이 씁쓸하게 웃었다.

“7년이요? 군대 있을 때 휴가도 안 나왔어요? 전화는 할 수 있잖아요?”

지민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럴 사정이 안 되었거든요. 좀 특별한 곳이라서......”


건은 입을 다물었다. 눈길은 다시 바깥으로 향했다. 지민은 좀 더 묻고 싶었지만, 그가 구조하던 장면을 새삼 떠 올리며 입을 닫았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특수부대도 있다고 들었으니까.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불이 켜졌다. 퇴근 시간. 사람들이 많아졌다. 세상은 새벽에 한번, 저녁에 다시 한번 깨어난다.


“알고 싶은 게 있어요.” 지민이 다시 물었다.

“뭐가요?”

“전화를 걸 사람과, 받을 사람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지민이 물었다.


건이 올게 왔다는 듯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궁금해요?”

“많이”


“전화를 할 사람은 내가 원해서 찾는 사람이죠.”

“......”

“아니면 먼저 연락을 해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건 씨에게 소중한 사람이겠네요. 중요한 고객이거나 아니면 사...... “

지민은 잠깐 말을 멈췄다. 혀가 마구 꼬였다.

“무척...... 소중한 사람이거나.”


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의 이마에 약한 주름이 생겼다. 콧구멍 직경이 조금 커졌을지도 모른다.


“그럼, 전화를 받을 사람은 그 반대.......?”

지민은 말을 잇지 못하고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왠지 비참한 기분을 느꼈다. 오늘 참...... 왜 이러냐? 일진도 정말……


“그 항목에는 앞에 한 마디가 빠져 있지요.” 건이 담담하게 말했다.

“예.....”


지민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머리 속이 마구 헝클어져 있는 느낌이다.

“오해가 생길까 봐 생략했어요.” 건이 말했다.


“뭐, 그렇겠죠.”

지민은 창 밖을 바라보았다. 듣기 싫었다. 어깨가 축 늘어졌다.


“‘반드시’라는 단어죠.”

“!”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려던 지민이 멈칫했다. 고개를 돌렸다. 다시 건과 눈이 마주쳤다. 건의 어깨를 으쓱하더니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창 밖을 향해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어떤 경우에도 거절 할 수 없는 사람......”

“……”


지민은 순간 턱 막히려는 숨을 골랐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이 카테고리에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문데, 지민씨가 세 번째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직접 선택한 건 지민씨가 처음이고요. 나도 무척 놀랐어요.”


건이 다시 지민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지민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지민은 완성된 문장을 되뇌어 보았다.


- 반드시 전화를 받아야 할 사람......-


지민은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가급적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짝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도록.


“그런데요......” 지민이 다시 말했다.

“예”

“다른 두 사람은 누구예요?”


작가의말

연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요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크게 보급되면서 장르소설 시장이 커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대여점 위주의 시장이 이북과 전자출판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이지요.

그래서, 과거 꾸준하게 작품의 품질을 유지해왔던 작가들이 빛을 보고 있습니다. 최소 5권 많게는 30권까지도 종이책으로 인쇄해야 했던 부담이 없어졌고, 더구나 독자의 입장에서도 책꽂이를 차지하게 만드는 부담이 없어서 비용적 측면과 편의적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법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보, 예스24등 대형 유통업체 입장도 과거와는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시절에는 공간을 차지하는 장르쪽 도서를 전시할 공간도 없었고, 돈이 되긴 하지만 나름 꺼려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요즘 원소스 멀티유즈 바람을 타고 장르쪽 아이디어와 개념들이 드라마에도 진출하는 터라 이쪽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연재를 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입니다. 연재는 아무래도 조회수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매우 자극적이며 쉬운 소재를 쓰려는 유혹이 강하죠.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선정적이거나 폭력 인플레이션, 혹은 무리한 설정을 많이 넣는 것을 봅니다. 맛을 내려고 조미료를 왕창 집어 넣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인기가 생기면 바로 출판하는 모드로 가려는 의도 일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조급함은 현재 열리고 있는 시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는 품질을 관리할 때 입니다. 5년이 넘어도 새로운 독자가 볼것이고, 10년이 넘어도 작품이 괜찮으면 살아 남습니다. 아주 잘써서 레전드가 되면 그야말로 스테디셀러에 등극하게 되겠죠. 연재 후 이북으로도 살아남을 것이고, 스마트폰, 태블릿 앱으로도 쓰이게 될 것입니다. 잘 된 작품이라면 말이죠.

터미네이터1은 30년된 작품이지만 여전히 잘 팔립니다. 그게 디지털 시장의 특징이지요. 그렇지만 반대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작가, 작품은 그냥 묻혀지게 되어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종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누가 옛날 걸 찾아서 읽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볼게 많은데......

그래서, 저는 가급적 제대로된 완결을 볼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호흡을 조금 길게 가져가면서, 느리더라도 살아 남을 만한 품질을 가진 글. 이왕 쓰기로 했다면 제대로 써야죠. 특히 돈을 받겠다고 생각했다면 글 뿐만 아니라, 상품 자체에도 가치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재는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비록 진행이 느리고 답답할 수도 있을 겁니다. 터트릴 때 잘 터지지 않아서 불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못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도 유혹을 많이 받습니다.) 양아치의 세계관은 판타지아와 에뜨랑제와도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근 미래를 다루기 때문에 현대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네요.

여러가지 상상을 합니다. 개연성을 넣으려고 무던히 무대장치를 고민합니다. 저는 이 작업이 재미있습니다. 현대의 판타지적 영웅. 배트맨이 나올 수도 있고, 스파이더맨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각시탈이 나올 수도 있겠죠.

한국에서는 어떤 영웅이 나올까요? 제가 꿈꾸는 영웅은 매우 지혜롭고, 네트워크와 첨단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잘 이해하는,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거악에 맞서 싸울만한 능력이 있는 넘, 그러면서도 약간은 속물적인...... (결국 비슷해졌네요.) 뭐 그런 넘입니다.

금주에 교보에도 에뜨랑제가 풀린다고 하네요. 연재는 북큐브에 하게 됩니다. 다음 주 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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