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ia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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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2.09.18 13:35
최근연재일 :
2012.09.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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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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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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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아치- 12

DUMMY

12- 양아치



놈의 움직임이 그림같이 멈췄다. 건은 그런 놈을 무시하고 고개를 숙여 주변 바닥을 살폈다. 입에 청 테이프를 감고, 속옷이 벗겨진 채 누워있는 여인이 보였다. 그 옆에는 속옷으로 입을 틀어 막고, 두 손, 두 발이 각각 말뚝에 묶인 채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발육상태가 갓 입학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다리를 오므리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허벅지에 얼룩진 피가 보였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건은 그들의 눈에서 절박하고도 처연한 표정을 읽었다. 건은 눈을 꾹 감고 고개를 돌렸다.


눈을 천천히 떴다. 불안한 눈알 두 개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 아저씬 누구세요?”


덩치 큰 놈이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를 질렀다. 손에는 여자를 위협하던 칼이 여전히 들려 있었다. 아마 딸을 협박하여 엄마에게 못된 짓을 하려 했겠지. 그리고 딸까지 어찌하려 했을 거고. 아니면 그 반대거나. 놈의 칼끝이 심하게 떨렸다.


건은 놈을 쳐다보았다. 참 자-알 빠진 놈이다. 질투가 날 정도로. 건의 입가가 조금 비틀어졌다. 그는 여전히 궁금했다. 이런 놈들이 대체 뭐가 아쉬웠을까……. 주변을 다시 찬찬히 살폈다. 세 대의 DSLR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건은 그 용도를 짐작해 낼 수 있었다.


“놀래라”

건이 놈을 힐끗 바라보곤 피식 웃었다.

“예?” 놈이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갑자기 존대를 붙이니까 다른 사람인줄 알았잖아요?”

“예?”

“요샌 고삐리 새끼 말발이 제일 세다더니 넌 아닌게벼?”

“죄송합니다.”

“눈 깔아라. 내 얼굴 다시 쳐다보면 진짜로 뽑아버린다.”

놈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잘..... 잘못했습니다.”

“뭘?”

“무례를 저질러서......”

“뭘, 우리 사이에 새삼스럽게.”

건은 피식 웃으며 놈에게 성큼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놈이 고개를 숙인 채 흠칫 몸을 떨었다.

“그 칼 언제 쓸 거야?”

“예?” 놈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칼을 바라보았다.

“쓸 거면 빨리 써. 벌칙을 결정해야 하니까.”

“벌칙이요?”

“그런 게 있어. 어떡할래?”


놈은 바로 칼을 거꾸로 들고 손잡이를 앞으로 하여 건에게 내밀었다.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건은 칼을 받아 들고 칼끝으로 놈의 머리를 쿡쿡 찌른 뒤, 칼자루를 쥐고 천천히 일어났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옷가지를 하나하나 집어 들었다. 무릎 정도 내려오는 수수한 치마와 급하게 벗긴 듯 돌돌 말린 작은 속옷들이다. 건은 옷을 집어 들고 여자의 열린 몸을 차례로 덮어 주었다. 여자가 끙끙거리며 몸을 꿈틀거렸다. 건은 여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검지손가락을 세워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둘은 움직임을 멈췄다.


입에 붙였던 청 테이프를 천천히 떼어내고, 소녀의 입 속에 물린 것을 꺼냈다. 여자들은 끅끅- 소리를 냈지만, 시퍼런 칼날을 보며 함부로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여전히 두려움에 질려있는 눈동자를 굴리며 사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건은 여자들 팔 다리를 묶은 스타킹 끈을 칼로 툭툭 끊어냈다. 여자들은 가슴을 가리며 쪼그려 앉았다.


“옷을 천천히 챙겨 입고 조용하게 앉아 있어요. 금방 끝날 겁니다.”


건이 나직하게 말했다. 중년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사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미로움 까지. 두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코를 훌쩍거리긴 했지만 극도로 경직되었던 몸의 긴장이 약간씩 풀어지고 있었다.


건이 성큼성큼 걸었다. 주저 앉아 있던 놈이 뭔가를 느꼈는지 앉은 채 급하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렇지만, 몇 걸음 가기도 전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질질 끌려갔다. 머리가죽이 통째로 빠지는 듯한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다. 입에서 거품이 줄줄 흘렀다. 놈은 자신을 위한 지옥문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다는 것을 예감했다.


* * *


“보상을 해야지? 그냥 몇 대 맞은 걸로 퉁치려고 했어?”

“보상이요?”

“응, 보상. 나 니들한테 맞았잖아?”

“........”

“보상이 무슨 뜻인지 몰라? 너희들 공부 참 디지게 안 했구나.”


건은 놈들을 수거하느라 약간의 수고를 했다. 지금 쭈그리고 앉은 건의 앞에는 여섯 놈이 뺨을 땅바닥에 대고 뒤로 손이 묶인 채 나란히 엎어져 있었다. 극악한 고통 때문에 이마로 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대장 한 놈만 빼놓고 모두 입에 양말이나 신발이 물려있어서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한 놈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마지막 놈. 제일 잘 생긴 놈이다. 대장인 듯 보이는 이놈은 아주 멀쩡하다. 다만 바지와 신발을 벗겨 놓아서 팬티바람으로 어정쩡하게 꿇어앉아 있었다.


“다 꺼냈냐?” 건이 놈에게 물었다.

“예”

놈이 바닥을 보며 머리를 주억거렸다. 놈들의 머리 앞에는 가방, 지갑, 휴대전화, 담배, 열쇠 따위가 한 무더기씩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이름이 뭐냐?”

“영식이요. 김영식” 놈이 고개를 들려다 화들짝 놀라 다시 숙였다.


“영식아.”

“예”

건이 스마트폰을 건넸다. 영식은 얼결에 받아 들었다.

“여기에 니들 이름과 민번, 전번, 주소, 엄마, 아빠이름을 모두 입력해. 차례차례. 빠짐없이. 딱 10분 준다.”

“예”


“영식아”

“예”

“거짓말은 나쁜 거지?”

“예”

“형은 거짓말을 아주 싫어해. 넌 이해해 줄 거야 그치?”

“예”

“네 몸값이 얼마쯤 되냐?”

“예?” 영식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굴러갔다.

“자꾸 말 시킬래? 쟤들처럼 좀 다지고 시작할까?”

“아, 아뇨.”

“늘 하던 짓거리 아냐? 잘 기억해봐. 딱 5분 준다.”

“예. 예.”

“요즘 고삐리 신장 하나에 한 이천오백 쯤 한다더라. 계산에 참고해. 싫으면 관 둬라. 내가 알아보지 뭐. 요즘 벌이가 영 신통찮아. 내가 돈 쓸 데가 많거든.”


놈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건은 툭툭 털고 일어난 뒤 여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모녀는 옷을 챙겨 입고, 서로 부둥켜 안은 채 불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자 소녀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옷을 챙겨 입고, 머리를 추스른 여인은 수수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편이었고, 이지적인 느낌을 풍겼다. 딸도 엄마를 닮아서인지 무척 귀엽고 예쁘장했다.


“좀 진정되셨나요?”

조금 떨어진 곳 나무에 기대어 서서 건이 물었다.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다.

“네. 네....” 여인이 말을 더듬었다. 어떻게 대응할지 눈치를 보는 중이리라.

“따님이신가요?”

“네.” 여인은 딸을 꼭 껴안으며 대답했다. 품 안에서 파들파들 흔들리는 떨림이 아프게 다가왔다.

“다치신 데는 없고요?”

“예, 예....”

“댁이 근처이신가요?”

“여기서..... 아주 가까워요.”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 때문인지 여인의 목소리는 조금씩 진정되었다.

“지금은 아마 정신이 없으실 겁니다. 따님은 더 놀랐을 거예요.”

“저어, 우리..... 가도 되나요?”

여인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상대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여자의 본능으로 알았는지도 모른다.

“물론이죠. 대한민국에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 더 있다가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건은 조금은 사무적으로, 조금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예? 왜죠?” 여인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 경계심이 다시 드는 듯 눈빛도 불안하게 떨렸다.

“예쁜 따님이 트라우마로 평생 고생하는 걸 보고 싶어요?”

여인은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트라우마요?”

“그럼, 이대로 냅 둬도 괜찮을 것 같아요?” 건이 물었다.

“그건.....”

“공포는 공포의 원인을 제거할 때만 벗어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힘들고 괴로워도 오늘 일은 오늘 일로 마무리를 지어야 내일 깨끗하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얘는 지금 충격을 받았어요. 빨리 안정이 필요......”

“내일이면 충격이 더 커질 겁니다. 그 다음 날엔 밖에도 못 나가겠죠.”

“……”

“그렇게 집구석에 처박혀서 계속 찝찝하게 사시게? 그것도 평생을? 따님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 건 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용기라고 봅니다만. 본인도 그렇지만, 따님의 억울함은 언제 풀어 줄 거죠?”

건이 조금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

여인은 품 안에 안겨있는 딸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보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이런 끔찍한 곳에서……” 여인이 좀더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저기 카메라가 있더군요. 그것도 세 대나. 무슨 뜻인지 아시죠?” 건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예?"

"감당하실 수 있나요? 어머니?"


여인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날 믿나요?" 건이 물었다.

"......."

여인은 머뭇거렸지만, 고개를 저었다. 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못하는 게 정상이죠. 난 더 나쁜 놈이거든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

여인이 한참 건의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물었다.

"우리에게서 뭘 원하시는 거죠?"

"약간의 도움. 무리한 건 아녜요. 해가 되진 않을 겁니다."


건은 나무에 기대어 섰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 밤하늘은 보랏빛으로 지독하게 맑았다. 바람이 불었다. 10월의 밤은 선선했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얘를 어떻게 하시려는 거죠?”


건은 대답대신 소녀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소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팠니?”

건이 소녀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여인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질문자체가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것이었으니까. 소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다시 고였다.


“개한테 물려도 똑같이 아파. 그렇지?”

건이 말했다. 소녀가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넌, 그냥 미친 개한테 물린 거야. 어때? 물린 사람이 잘못한 걸까?”

소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떳떳하고 당당하게 물린 상처를 치료해야지. 물론 오늘 재수는 오지게 없었어. 그건 지나치게 예쁜 니 탓이다. 킥킥.....” 건이 웃었다. 소녀는 손가락을 불안하게 꼼지락거렸다.

“.......”

“아가씨 이름이 뭐지?”

소녀가 고개를 돌려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주요. 이연주” 소녀가 들릴락 말락 작게 말했다.

“레알? 엄청 예쁜 이름이네.” 건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빠 이름은 건이다. 유건. 외자야. 멋있지? 근데 아저씨라고 부르면 안 된다. 이래봬도 대-학생이거든.”

건이 근엄하게 말했다. 연주 얼굴이 웃고 있는 듯 조금 실룩거렸다.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사람 사이’의 벽 높이를 낮춘다. 그게 소통의 시작이다. 잘 된 시작은 놀라운 마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금부터 아까 무서운 미친개들과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이제 엄마와 네 약값을 받아내야 되는데, 오빤 연주 네 도움이 꼭 필요해. 도와줄 거지?”


건이 손을 내밀었다. 소녀가 머뭇머뭇 하더니 그의 손을 잡았다. 흙투성이 손. 팔뚝에 나있는 생채기와 고통을 참느라 반쯤은 부서져나간 까만 손톱이 건의 눈에 밟혔다.


“가시죠?” 건이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예?”

“살풀이 푸닥거리 하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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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4

  • 작성자
    Lv.99 발크리사
    작성일
    12.08.16 16:35
    No. 31

    최근에 에뜨랑제를 다시 봤었는데 이거 전작 판타지아2085가 알고보니
    에뜨랑제에서 유벌의 네명이 말해준 에피소드285의 10D의 발전을 한 세계관이더군요. 맞나요? 인간이 신이 된 세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크레이온
    작성일
    12.08.19 19:22
    No. 32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ashell
    작성일
    12.08.25 10:18
    No. 33

    아~ 완전 완전 완전 완전 완~~~전 맘에 들어요!! 건..!!! 너 완전 인정!!! 멋진자식...ㅠㅅ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pr*****
    작성일
    12.09.19 12:09
    No. 34

    건필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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