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ia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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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2.09.18 13:35
최근연재일 :
2012.09.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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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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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양아치 -04

DUMMY

04- 양아치




사내는 사람들이 기대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정말 빨랐고, 사내가 구조과정에서 취하는 일련의 동작과 문제해결 방법, 조치들이 구조과정의 교본이라 해도 좋을 만큼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웠다. 운 좋게도 지민이 보내는 영상은 한 호흡에 끊김 없이 잘 찍은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방송에 연결된 SNS 계정에서 댓글과 리트윗이 폭주하고 있었다.


팀장의 목소리가 헤드셋에서 울렸다. 아까보다 훨씬 흥분된 목소리다.


-섹션 3 확인해봐. 관련 정보를 모두 보냈어.


지민은 파일을 열었다. 사고개요, 원인추정, 경찰, 구조대 출동 현황 정보가 순서 없이 적혀있었다.


-판이 커졌다. 네가 원한대로 지상파, 케이블에 모두 알렸고, 우리 주소를 따갔어. 포털에 우리 방송주소가 긴급 메인으로 떴어. 지금 모든 지상파 방송사, 종편까지 모두 속보로 나가고 있을 거야. 처음으로 예비군 서버도 모두 열어놓은 상태야. 이제 오기자에게 달렸다. 쫄지말고 잘 해봐. 지금처럼만 하면 돼.


“당연히, 그래야죠.”


지민은 담담하게 대꾸하곤 눈길을 다시 아래로 돌렸다. 모든 포털에 긴급속보로 떴으면 현재 인터넷에 접속한 모든 인간에게 노출된다는 뜻이다. 플러그-인 광고가 엄청나게 붙었을 것이다. 대박이겠지. 사내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후아-

정말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벌써 열네 번째, 이번에는 후덕한 몸매를 가진 중년 여성으로 보인다. 거칠게 기침을 하는 것으로 보아 저 여인은 살아있었다. 지민은 시계를 보았다. 벌써 20분이 지났다. 지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지금까지 숨을 쉬고 있었지? 사내는 이번에는 버스 쪽이 아니라 강 기슭으로 여자를 끌고 나왔다. 지민이 있는 쪽이다. 주변을 둘러보는 지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쩌려고 그러지? 이쪽 기슭에는 전혀 공간이 없는데....”


지민의 손끝이 바쁘게 움직였다.


-열네 번째 생존자를 구출 중입니다. 중년 여인으로 보입니다.

-버스 쪽은 위험해서 더 이상 사고인원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쪽 상황도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S씨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워낙 상상을 뛰어넘는 분이니 뭔가 생각이 있을 텐데요……


지민은 주변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절벽이 면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물살이 빠르다. 사람을 뉘일 만한 공간은 전혀 없다. 중간에 물 위로 튀어나온 바위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사람 키만큼 높아서 위에서 밧줄로 도와주지 않으면 아래에서 위로 기어 오르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의 각도를 그 바위 쪽으로 조절했다. 그녀의 직감은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과연 사내는 바위 쪽으로 빠르게 헤엄쳐 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민은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사내는 한 손으로 바위 한쪽을 잡고, 다른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어, 발로 바위 옆을 돌려차기 하듯 후려쳤다. 그 반동으로, 두 사람이 수면 위로 들썩이며 거짓말 같이 솟아올랐다. 동시에 사내는 몸을 빙글 돌리며 다른 발로 한 번 더 바위를 박찼다. 두 사람이 공중으로 쑥 떠올랐다. 이어, 사내는 양쪽 무릎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번갈아 툭 쳐 올리더니 허리를 허공에서 부드럽게 뒤집으며 여자를 바위 쪽으로 던졌다. 여자는 겨우 한 사람이 앉을 만한 바위 위로 가볍게 툭 떨어졌다. 오징어처럼 바위에 배를 깔고 두 팔이 앞으로 축 늘어진 모양새였지만, 기절한 그녀에게 그 이상 안전하고 안정한 자세도 없을 것이다.


지민은 카메라를 빠르게 사내 쪽으로 돌렸다. 지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사내는 바위보다 훨씬 위쪽 허공에 떠 있었다. 허공에 누워 두 팔을 뒤쪽으로 좍 펼치고, 활강하듯 한껏 젖혀진 몸으로 우아한 원을 커다랗게 그리고 있었다. 젖은 머리에서 튀겨 나온 물방울에 빛이 산란되어 빛 무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 빛 방울이 수면에 반사된 햇빛과 어우러져 희뿌연 무지개가 아우라(Aura)처럼 그를 감싸고 있었다.


지민에게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카메라가 잡은 그림은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사내가 허공에서 고개를 슬쩍 돌렸고, 지민은 젖어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반짝이는 뭔가를 보았다. 전혀 근거는 없지만 지민은 그와 눈이 마주쳤다고 느꼈다. 씨익 웃을 때 나타나는, 그 익숙한 하얀 치열도. 사내는 그대로 다이빙 선수처럼 부드럽게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면에서 빛 무리가 꽃가루가 터지듯 반짝이며 수면을 따라 퍼져나갔다.


지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카메라를 움직이며 사내가 사라진 쪽을 훑었지만 사내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쌕쌕 거리며 숨죽이고 있던 헤드셋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방송국 식구들이 모두 접속한 모양이다.


-헐-

-헐-

-헐-

-후아-

-으으……

-진짜, 대-박!!

-오르가슴…… 쌀 거 같아.

-죽인다. 저 인간은 대체 누구야?

-레알! 예술이야. 영화라도 이렇게는 못할 거야.

-댓글 폭주 중. 현재 천 삼백 개. 거의 실시간 채팅 수준이야.

-서버가 터져나갈 것 같아. 엄청난 펌질 중.

-벌써 검색어 1위로 떴네......


지민은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무려 다섯 대가 동시에 떴다. 방송의 힘은 이렇게 크다. 지민은 나무 등걸에 몸을 기댔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지만, 왠지 힘이 쭉 빠졌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민은 카메라 각도를 버스에 맞춘 채 흘러가는 강물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헬기가 도착하고, 구조대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헬기의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더 이상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날, 지민은 사내를 다시 볼 수 없었다. 근거는 없지만 일부러 피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민의 손가락은 자판 위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솔직히 재미없었다. 사고를 당한 불쌍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만큼은 했다.


아래에서 구조대원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뒤집어진 버스의 안쪽에서 생존자 4명이 추가로 구조되었다. 그들은 버스 안쪽의 공기가 통하는 작은 공간에 몰려 있었다. 하나 같이 허리 띠를 엮어 안쪽에 매달려 있던 상태로. 그들이 버스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증언을 하게 될 것이다.


지민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흥분도 바람도 모두 잦아들었다. 무척 더웠다.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지민은 생각했다. 아까 일을 생각할수록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오늘 정말 운이 나빴던 걸까?’


그날 모든 뉴스는 모두 같은 화면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 버스 탑승자 46명 (운전사 포함)

- 버스 생존자 18 명 (부상자 포함)

- 사망자 55 명

- 총 부상자 188명

- 12 중 추돌, 중앙분리대 이탈 맞은 편 차선 차량과 충돌 다시 8중 추돌한 사고

- 사고 원인은 조사 중, 목격자에 따르면 무반동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차량들이 고속도로에서 총격전을 벌였다는 증언이 있으며, 경찰은 한국계 중국인과 한국 국적의 동남아 화교계 조직의 싸움…….

.......


그리고,

-이름없는 영웅이 18명의 고귀한 생명을 살렸다.

-어떤 전문가도 그렇게 효율적으로 구조할 수 없었을 것......

-감탄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실감 구조 현장 영상!!

- 시민 S, 그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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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아치 -02 +14 12.08.11 14,543 104 13쪽
3 (새 소설) 양아치 -01 +52 12.08.11 25,552 10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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