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ia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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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2.09.18 13:35
최근연재일 :
2012.09.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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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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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양아치- 18

DUMMY

18- 양아치



채강민은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오늘도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날씨가 선선해서 혼자 놀만했다. 그는 스스로 묻고 답했다. 차 안에서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백 번 낫지 않은가? 휴대전화가 울렸다. 채강민은 상대를 확인하곤 숨 넘어가기 직전에 받았다.


- 개코? 전화 빨리 안 받을래?

“아 쫌, 채소장이라고 불러주시죠.”

- 일은?

“잠복근무 중 입니다.”

- 일은?

상대의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자를 찾긴 했는데요. 확인해 봐야 알겠습니다.”

- 너무 느려


“확인할 만한 특징이 거의 없다는 건 아시죠? 얼굴도 몰라, 이름도 몰라, 키 180-185 정도, 장발에 근육 빵빵한 사나이. 지문도 없고, 성문도 없고, 그 흔한 CCTV기록도 없어요. 목격자라는 사람들은 전부 정줄 놓은 채 횡설수설 하고 있고. 날 보고 어쩌라고요. 이건 어떤 전문가도 이 이상은 못해요. 저도 검사님 부탁만 아니라면 이런 황당한 노가다는 때려죽여도 안 합니다. 벌써 한달 장사 공친 것 아시죠?”


- 내가 그래서 너에게 맡긴 것 아닌가?

“기다려 보세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투력이 거의 A급이 확실합니다. 꽤나 까다로운 ‘꾼’라는 이야기죠. 이런 놈을 어설프게 건드려서 잠수타면 다음 기회는 없다고요.”

- 아무튼 상황변화가 생기면 연락해. 돈 걱정하지 말고.

“ 라저.”


채강민은 껌을 쩝쩝 씹으며 시계를 보았다. 밤 10시 34분. 그의 판단이 옳다면 놈은 10시와 12시 사이에 이 길을 지나야 한다. 1개월째 이 길을 오가는 모든 사람을 모니터링했다. 사건 당일부터 주변 200미터 모든 가게와 동네 양아치, 외국계 한국인들, 동네 고삐리들을 찾아 다니며 족쳤다. 사건 당일 들었던 놈의 성향으로 봐서 결코 피하거나 숨을 것 같지는 않았다.


“위험한 놈이란 건 확실한데......용병인가?”


채강민은 벤치에 않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매우 유능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신중한 사람이다. 다리를 툭툭 쳤다. 다리에 묶은 대검은 든든한 그의 연장이다. 왼쪽 품 속에서 권총을 만져보았다. 신형 매그넘. 두툼하고 손에 꽉 차는 느낌. 그는 이 느낌이 좋았다. 총을 마음껏 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뒤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사설 탐정을 개업한지 5년째. 경찰 특수부에서 내부 감사에 걸려 징계를 먹은 후부터 공무원으로서의 승진 야망은 접었다.


그래서 그가 40대 중반 나이에 제2의 인생으로 선택한 것이 탐정이다. 공식적으로 살인과 폭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경호업과 탐정업은 몇 년전 허용된 이후 손발깨나 쓰는 선수들이 선호하는 쿨한 산업이다.


무장이 허용된 탐정업은 총기허용으로 촉발된 사회적 요구를 맞추기 위해 탄생한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다. 치안 공황이라고까지 불렀던 사회불안 상태에 직면한 한국 정치가들이 선택한 해법이기도 했다. 턱 없이 부족한 경찰력을 사설 영리 경찰로 보완한 모양새다.


이로써, 공공 경찰의 수사권은 더욱 위축되었고, 한국의 검찰은 기소권을 훨씬 견고하게 독점할 수 있었다. 영리 탐정 덕택에 검사는 무력을 가진 하청업체를 사조직처럼 부릴 수 있게 됨으로써 모든 권력기관을 압도하는 권력을 손에 넣었다. 특히 국산 경찰로 해결이 안 되는 다문화, 다국적이 연관된 강력 사건은 다국적 탐정/경호업체, 좀더 전문적인 것은 용병업체에게 맡길 수 있으니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있어 서로가 좋았다.


채강민의 눈이 반짝 빛났다. 공원길을 따라 한 사람이 흔들거리며 오고 있었다. 채강민은 혀로 입술을 닦았다.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느낌. 이 감은 틀린 적이 없다. 보는 순간 상대가 자신이 찾던 사람이란 걸 알았다. 늘그막에 한 달이나 현장 노가다를 뛴 성과다. 천천히 일어났다. 주머니 속 기계의 단축키를 꾹 눌렀다.


건은 벤치를 힐끗 바라보았다. 꽤 신경 쓰이는 자다. 입술 끝이 조금 올라갔다. 세상에는 우연이 없다. 계산을 해 보았다. 이런 인적 드문 밤길에 같은 사람을 두 번 이상 볼 확률이 얼마쯤 될까?


건이 걸음을 늦췄다. 상대가 일어나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오른 손이 점퍼 안쪽에 들어가 있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학생이죠?”

채강민이 말했다. 오른 손은 여전히 품속에 있었다. 건은 이어폰을 귀에서 뺐다. 상대는 자신의 신분을 안다. 재미있다.


“누구시죠?”

“아, 별일은 아니고......”


채강민은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카드. 열린 품 속에 가죽케이스로 갈무리해둔 권총 손잡이가 슬쩍 보였다. 무언의 시위다. 건은 카드를 받아서 슬쩍 훑어보았다.


- 에이스 탐정사무소 소장 채강민


“탐정이시군요. 저에게 볼 일이라도?”


다시 카드를 돌려주면서 건이 물었다. 공인 탐정은 법적으로 수사권이 있다. 경찰처럼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새로 제정된 탐정법에 따라 한정된 범위 내에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다. 공권력이 위임해준 권위 때문이라기 보다는 탐정들이 노골적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탐정은 일반인들 몇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대단한 수준의 무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대형 탐정사무소는 조폭과 형 아우를 다툴 만큼 거칠고 폭력적인 무력 집단이다.


“사건 의뢰가 들어와서요. 폭력 상해에 고등학생 인질 협박 거액 갈취 사건이죠.”

채강민이 빙글빙글 웃으며 건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안색을 면밀하게 살폈다. 상대는 별로 긴장하는 표정은 아니다. 그런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가난한 학생에게서 뭘 알고 싶은지 모르겠네요.”

건이 말했다. 말투는 사무적이고 건조했다.

“한달 전쯤, 이 부근에서 사건이 있었는데, 한 사람이 애들 일곱을 아작을 내 놨다더군요. 일곱 명 전부가 앞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죠. 참 안 됐죠? 부모가 너무 불쌍해서 제 마음도 아프더군요.”


“애들이 맞을 짓을 했을지도 모르죠.”

건이 짧게 대꾸했다.


“뭐, 요즘 애들은 좀 싸가지가 없긴 하지. 그렇다고 그렇게 어린애를 그렇게 심하게 다져놓아야 되나. 범인을 만나면 내가 사람 사는 도리를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혹시 아는 게 있으신지?”

“수고가 많으시네요. 인성이 훌륭하신 탐정이시네.”

건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이제 우리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어느새 말이 짧아졌다. 채강민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시선은 여전히 건의 눈에 박혀 있었다.


“난 귀하에게 할 말도 없고, 해줄 말도 없습니다만.”

건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렇지만, 그가 ‘귀하’라는 극존칭을 쓸 때는 피아가 명확하게 갈렸을 때 쓰는 습관이라는 걸 채강민이 알 수는 없었다.


“곧 하게 될 거야.”

채강민은 느긋한 얼굴로 담배연기를 후 불었다. 담배연기는 건의 얼굴에서 부서지며 엷게 퍼졌다.


“속병이 있으신가 봐요?”

건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지만, 입술은 약간 비틀려 있고, 눈가도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었다.

“응?”

채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눈빛으로.


“입에서 썩은 내가 나서요. 아주 고약하네요.”

“뭐?”

“뼛속까지 썩어야 나는 냄샌데...... 빨리 병원에 가 보셔야 할 겁니다. 냄새로 봐서는 말기 암일지도 몰라요.”

“죽고 싶나?”

채강민이 오른손을 품속에 넣으며 싱긋 웃었다. 건이 어깨를 으쓱하며 손사래를 쳤다.

“에구, 천만에요. 나이도 어린데 아저씨보다는 오래 살아서 좋은 날을 봐야죠.”


채강민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이제 상황은 막연한 확신에서 확정이 되었다. 담배를 한 모금 길게 빤 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담배는 바닥에서 툭 튀기며 빨간 불똥을 튀겼다. 채강민은 담배를 발로 비벼 끄며 오른손을 천천히 꺼냈다.


“좋은 소식이 있고, 나쁜 소식이 있어. 어떤 것부터 들을래?”

건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은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겨눠져 있는 총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너를 노리는 사람은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야. 네가 저지른 일을 절대로 참지 않을 사람이지.”

“그게 나쁜 소식인가요?”

“아니 좋은 소식이야. 그들은 타협을 원하고 있어. 제발 죽이지는 말아달래. 기분 좋지?”

“......”


“그리고, 나쁜 소식은......” 채강민이 빙긋 웃었다.


건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네 사람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일본도를 든 사람, 대검과 도끼를 든 사람, 쇠구슬이 박힌 장갑을 낀 사람. 그리고 별 특징이 없는 여자사람. 그리고……


“내가 오랜만에 꼭지가 돌았다는 거지.”


채강민은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어깨 쪽이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찰칵 소리가 났다. 안전장치가 풀렸다.


“저..... 아주 궁금한 게 있는데요?”

건이 물었다. 시선은 여전히 총구를 똑바로 따라가고 있었다.

“말해.”

“이 건에 대해 의뢰한 사람들에게도 연락했어요?”

“아니. 우린 깔끔한 걸 좋아해. 다른 팀이 끼는 걸 싫어하지. 업계 상도의라는 게 있잖아? 이 건은 좀 크거든.”

“그거, 다행이다......”


건이 환하게 웃었다.


작가의말

이야기 흐름은 괜찮은지요?

연독률을 보니 2화 부터 평균 5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작업진행을 위해 꽤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료연재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제글을 높게 평가해 주셔서 계약이 성사되었네요. (가까운 곳입니다)

그래서 요즘 아주 긴장하고 있습니다. 에뜨랑제 이후 이런 글쓰기 긴장감은 오랜만이네요.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히 독자분들과의 약속은 중요한지라 다시 칼(자판)을 다듬어 보려고 합니다.

독자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글쓰기로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만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판타지아, 에뜨랑제 시즌 2, 초인의 길...... 벌어놓은 건 많은 데 수습할 시간을 내기가 참 힘들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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