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ia2085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요삼
작품등록일 :
2012.09.18 13:35
최근연재일 :
2012.09.18 13:35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1,550
추천수 :
3,480
글자수 :
129,512

작성
12.08.19 15:01
조회
10,805
추천
117
글자
6쪽

양아치 -15

DUMMY

15- 양아치



건은 얼굴을 꽉 찌푸렸다. 짜증 게이지가 80%정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선배님”

“니 선배 여기 없다.”

“술 사주세요.”

건은 걸음을 멈췄다. 상대도 걸음을 멈췄다. 빙글빙글 웃으며. 이 새낀 강적이다.


“인훈아.”

“예, 선배님”

“형, 공부 좀 하자. 학생은 공부를 해야 되는 거잖아?”

“중간고사, 학년 수석 하셨잖아요. 저를 밀어내시고. 아, 요즘 잠이 안 와요. 책임지셔야죠.”

“그래서 어제 술도 사줬잖냐? 아! 내 피 같은 돈.”

“그건 당연한 선배의 의무인 겁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우리 대화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우리 대화?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다. 난 남성 취향 아니거든?”

“저도 아녜요. 제 말은……”

“관심 없대도 그러네. 내가 왜 애들 노는 데서 재롱을 떨어야 하냐고?”

“그래서 제가 이렇게 깍듯이 모시고 있잖습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선배님. 삼고초려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술 값 뜯는 삼고초려도 있냐? 나는 일 없네.”

“아뇨. 이 건 선배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라니까요?”


“너 나 알아?”

“웬만큼은 요.”


건은 무심코 주먹을 들었다. 반쯤 올리다 힘없이 내렸다. 놈은 여전히 착해 보이는 얼굴로 벙글벙글 웃고 있었다. 건은 후- 한숨을 쉬었다. 정인훈. 정말 괜찮은 놈이다. 생각이 반듯하고 행동이 시원시원한데다 사교성도 좋아서 밉지 않았다. 그런데, 이놈이 언 놈에게 뭔 이야기를 들었는지 일주일 내내 졸졸 쫓아다녔다. 그것도 마지막 수업시간에. 무슨 고민인가 하고, 그저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술을 먹였더니, 아예 공식적으로 엮어보려고 작업 중이다. 준비한 타이틀도 있었다.


‘단과대 복학생 분과위원회 상임고문’


뭐 하는 자리냐고 물어봤더니, 학내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이란다. 복학생 중 고위 연장자가 맡아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복학생 위원회라고 해서 경로당 친목단계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권력기구였다. 소위 명문대 경영대학의 학생들의 파워게임은 현실 권력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때문에 사회 뺨치는 온갖 술수와 귀계가 난무한다. 대학에 정의와 진리의 전당은 사라졌다. 대신 돈과 미래와 네트워크를 따라 예비 엘리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인훈아”

“예, 선배님”

“내가 정말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저 한테는 말씀하셔도 됩니다.”

“나 돈 없다.”

“컥......”


인훈은 기침을 했다. 조금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요즘 대학은 돈 많아요. 화랑이나, 중천보다는 약하지만, 제가 움직일 수 있는 예산은 아주 충분하다고요. 선배님 돈 쓰게 할 일은 없습니다. 오늘 술 값은 제가 쏩니다.”


“인훈아”

“예.”

“나, 대학원 안 간다.”

“예?”


이번에는 어지간한 인훈도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요즘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거의가 아니라 전혀 없다. 특히 경영학과는 대학원에 가야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인맥, MBA를 비롯한 각종 자격, 협찬한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하는 각종 족보, 소위 ‘비급’들과 엄청난 인턴 기회들. 그리고 소위 ‘신 귀족’의 후원과 그들의 ‘패밀리어’로서의 혜택 등.


난다 긴다 하는 대한민국 천재들이 경영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모두 그 환상적인 대학원 과정에 있었던 것 아닌가? 그래서 현재 경영학과는 모든 전공을 까마득하게 압도하는 넘버 원 학과가 된지 오래다. 이 사람들에게 대학원과정은 스폰서가 넘친다. 공짜가 아니라 알토란 같은 수익사업이다.


“그런데, 왜 복학하셨어요?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뭐죠?”

이번에는 인훈이 정색하고 물었다.

“내가 꼭 할 일이 있다.” 건이 말했다. 인훈은 그 속에서 씁쓸한 정서를 읽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아마도......”

“제가 도울 수는 없는 일인가요?”

“내 일이거든.“

“도움이 될 수 일을 겁니다.”

“훗-” 건이 피식 웃었다.

“비웃었죠?”

“너 비웃어서 뭐가 나오겠냐? 너 요즘 무척 힘들다며?”

“솔직히 그렇기는 하죠. 솔직히, 선배께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인훈이 뒷머리를 긁었다.

“다칠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다친다.”

“이미 많이 다쳤어요.” 인훈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심각하냐?”

“썩었어요. 대학은. 모든 젊은이들의 꿈을 착취하는 온상이 되었죠. 선출직 학생회는 의미가 없어졌어요. 다음 대부터는 신흥 학원 귀족이 대를 이어 장악하게 될 겁니다. 보셨잖아요? 벌써 막강한 배경을 가진 패거리들끼리 폭력까지 동원되고 있고요. 저도 협박을 받고 있어요. 이게 무슨 놈의 대학입니까?”

“왜? 바꿔보려고? 너 정도라면 편안한 미래가 보장되는 위치잖아?”

“그런 선배 님은 왜 그러셨어요?”

“......”


“K와는 무슨 관계죠?”

“글쎄......”


건이 콧구멍을 후볐다.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왕건이가 걸려 나왔다.


작가의말

오늘은 양이 무척 작죠? 글의 흐름상 여기에서 끊는 것이 좋을 듯 해서..... 다음편은 내일 오후 쯤 올릴 생각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제 블로그에 가시면 16편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글을 항상 블로그에 먼저 올리고 문피아에 올리고 있습니다.
(한산하다 못해 냉기가 도는 제 블로그 활성화 차원에서 이런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아니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이 이해를 하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해설: 전형적인 우리나라 법원 판결문 체가 이렇습니다. 일본식 돌려말하며 논점 흐리기 표현법의 수입품이죠. - 요약: 꼼수가 맞습니다. ioi)

제 블로그에 한류에 관한 긴- 시리즈 칼럼도 썼는데, 시간 되시면 읽어주시고 감평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조금 장황하지만, 양아치의 배경이 되는 한국의 근미래 세계관과 정치경제적 현상에 대해 작가가 적용한 관점을 보다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조만간 유료연재로 갈 생각입니다. 그동안 망설였던 이유가 제가 과연 계속 쓸 형편이 되느냐, 시간과 노력을 글쓰는 데 정말 투자할 각오가 되어 있느냐였습니다. '언제라도 사정이 생기면 연재를 접지 뭐.....' 하는 생각이 집필 과정에서도 몰입을 방해했었습니다. 판타지아도 그랬던 전례가 있었던지라...... 퇴로를 열고 눈치를 보았던 거죠.

또한, 그 동안 글쓰기를 멈춘 동안에 감각이 떨어져서 좋은 결과를 생산하지 못할까봐 두려움도 컸었습니다. 요즘 문피아나 장르쪽 경향과도 한참 동떨어져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상태로 어정쩡하게 가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깨지더라도 이름을 걸어놓고 제대로 쓴 다음, 독자분들의 현명한 가치판단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판타지아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판타지아가 상상력의 극한을 요구하는 과학/철학/인간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초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양아치'에서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좀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실세계에서 다소 부실하면서도 인간적인 초인들의 이야기로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판타지아에서 단문 혹은 인용, 설정으로 간략하게 처리된 '역사' 부분을 '이야기'로 보시게 될 겁니다. 과거 '에뜨랑제'와 '초인의길'의 관계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총 4부작이 될 것 같네요. 완성을 보려면 죽을 날까지 써야 될 것 같습니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antasia2085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양아치- 25 +52 12.09.18 16,825 124 14쪽
26 양아치 -24 +32 12.09.13 9,682 116 12쪽
25 양아치- 23 +45 12.09.04 11,596 134 10쪽
24 양아치- 22 +34 12.09.02 10,765 158 9쪽
23 양아치- 21 +37 12.08.31 10,851 145 10쪽
22 양아치 -20 +36 12.08.28 11,217 146 9쪽
21 양아치 -19 +57 12.08.24 11,075 167 12쪽
20 양아치- 18 +42 12.08.23 12,483 157 10쪽
19 양아치 -17 +27 12.08.21 11,348 125 11쪽
18 양아치 -16 +62 12.08.20 13,533 156 12쪽
» 양아치 -15 +29 12.08.19 10,806 117 6쪽
16 양아치 -14 +32 12.08.17 11,887 148 12쪽
15 양아치 -13 +61 12.08.16 11,877 157 16쪽
14 양아치- 12 +34 12.08.14 11,443 137 12쪽
13 양아치- 11 +24 12.08.14 11,169 119 12쪽
12 양아치 -10 +52 12.08.13 12,379 143 11쪽
11 양아치- 09 +32 12.08.12 12,402 127 14쪽
10 양아치- 08 +36 12.08.11 11,947 139 10쪽
9 양아치- 07 +34 12.08.11 11,982 119 12쪽
8 양아치 -06 +23 12.08.11 12,258 117 9쪽
7 양아치- 05 +15 12.08.11 12,552 119 10쪽
6 양아치 -04 +14 12.08.11 12,990 126 8쪽
5 양아치- 03 +11 12.08.11 12,805 108 9쪽
4 양아치 -02 +14 12.08.11 14,542 104 13쪽
3 (새 소설) 양아치 -01 +52 12.08.11 25,551 107 11쪽
2 독자 제위께..... +178 12.02.10 18,991 97 3쪽
1 요즘 근황, 에뜨랑제 관련 이야기 +133 10.12.09 26,538 6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