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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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향馨香
작품등록일 :
2012.09.25 10:10
최근연재일 :
2014.12.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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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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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붉은 못 40화 - 도과(倒戈)

DUMMY

식사를 마치고 귀찮게 구는 이시스를 피해 결국 나무를 하나 골라 올라섰다. 이시스는 아무래도 이제는 비사가 좀 만만해진 모냥인지라 함부로 구는 것은 아니나 말만 좀 조심하면 자신과 놀아줄 수도 있는 상대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새로 입은 상처까지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자유로워진 왼팔과 몸에 들어온 적인의 미약한 한줄기가 본래 제 것 마냥 자리 잡았다. 경신이 아닌 팔다리의 힘으로 나무에 올랐다. 없어도 되지 않을까 여겼건만, 미약하나마 두 팔의 자유가 돌아오니 마음 깊은 안도감이 느껴졌다.

'간사한 것이다. 결국, 나도 별수 없는 작은 그릇이다.'

비사의 등에는 천으로 둘둘 말린 적인과, 여전히 피 묻은 천 집에 든 쌍익이 메여 있었다. 적인이 얼마 가지 않아 껍질을 불러들일 것이나 간만에 기운을 뿜어내고 있던 터라 그냥 내버려 두었다.

'적인도 보지 못할 만큼의 무언가...'

어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아는 것이 있느냐 하는 물음에 적인은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비사는 대체 이 모든 상황이 왜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말이 없이 고민에 빠진 비사를 적인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여전히 누구도 다가오지 않기에 그 뜻을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판국이니 우습게도 혹시라도 있을 의문의 적을 앉아서 기다리는 꼴이 되어가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수련장에서 사람들이 무리를 나눠 무언가 하고 있었다. 비사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검을 타고 희미하게 빛나는 주황빛이었다.

'검기. 그리 대단한 정도는 아니나.'

일전 페일렌스 공국에서 본 것만치 환하고 크지는 않았다. 유심히 지켜보는 와중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흩날리는 눈부신 금빛 머리칼이 시야를 스쳤다.

'타고난 검사라더니, 움직임이 가볍다.'

"쉐인 숙부의 기사단이래 봤자 흉내쟁이 사병 집합이라 그대를 공격한 자 중에는 없었을지도 모르는군. 이제야 피기 시작한 이들이라 이쪽도 어설픈 것이야 마찬가지지만 말이지."

비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검기를 내뿜는 자를 향해 시선을 두며 그가 말했다.

저 수련장에서 휘적휘적 거리는 모양새나 공격을 한 자들이나 그리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카일러스가 그 표정을 보더니 픽하고 웃었다.

"많이 어설픈가? 뜻을 품은 자 대부분이 전쟁 중에 죽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마치 유행이라도 쫓듯이 기사단에 입단하지. 저런 자들을 받지 않으면 인원이 유지도 되지 않을 정도야. 수도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내 인정하지. 그래도 저들은 아직 어리고 젊으니 변해 갈 것이지."

"이곳에서는 뭐라고 부르나."

비사는 검기라는 말을 딱히 무엇이라 말해야 하는지 선뜻 단어를 골라내지 못하고 저것이라며 눈짓과 함께 말했다.

"이곳이라니, 이 기사단을 말하는 건가?"

이 세계 자체를 뜻하는 것이었으나 카일러스는 질문의 뜻을 어긋나게 이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세계로 떨어져 내린 소녀의 일을.

이전 세이나 제닐에게 물을 수 없던 것들을 비사는 카일러스에게 묻기로 했다.

"이너드 소드(Inward Sword). 본질적인 검. 뭐, 여러 가지로 바꿔 부르긴 해도. 제각각, 형태도 색도 다르니 검은 쥔 자의 본질적인 내면이 드러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라에 저 정도의 형태는 몇이나 되나."

'검 강을 내비치는 자나, 무형 검을 쓰는 자도 있는 것인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저 근처라면 보통 규모가 큰 기사단에는 둘 셋은 있지, 이 지부에도 네다섯. 저것보다는 못해도 어릴 때부터 칼을 든 자라면 뭐 재능이 있고 훈련만 받는다면, 더 어린 나이에도 얻은 자들은 많이 있다. 이너드를 발하기만 하는 자라면 생각보다 흔해."

"저 이상은?"

"정점으로 갈수록 급을 메긴다면 급격한 격차를 보이지. 뭐, 제국을 통틀면 여럿. 그리고 그 이상의 이상이라면, 셋. 일단은."

그 자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너드 소드에 다다른 자들은 규모가 좀 있다 싶은 기사단이면 한둘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정진은 그것을 얻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이었다.

"그 안에 포함되는군."

누구라고 이름을 지칭해 말하진 않았지만, 카일러스는 짐짓 눈웃음을 지었다.


비사가 느끼기에 이들은 이 이너드 라는 것을 자신처럼 신체의 어느 부위로 혹은 다른 것으로 응용할 줄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검을 통한 본질일까. 자신도 내공이 있다 하여 모든 문파의 것을 사용할 줄 알았던 것도 아니었고 경신의 모든 단계를 거쳐 오른 것도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자신의 알던 것과 이 세계의 운용은 조금 다른 듯했다.

"이곳은, 외부의 힘을 빌린다고 생각했다."

일전에 들었던 정령이니 마법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아직 정립되지 않은 비사였다.

"검이라는 게, 결국 제 손으로 쥐는 것이지. 어디서든. 강한 검을 들고자 하면 결국 그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요건도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지."

반복되는 이곳이라는 말이 어딘가 미묘하게 들리기 시작한 카일러스이었다.

"멀리서 왔나? 검을 든 자가 이너드를 잘 모르는 것 같군."

"아마도."

속내를 다 내보이는 듯하면서도 귀찮으리라 싶은 질문은 모두 피해 간다. 그 애매한 대답에 카일러스는 왜인지 웃음이 났다. 이시스가 저녁 내내 종알거린 것이 있어서, 카일러스는 말 수 적은 이에게 캐묻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서도 비사는 습관처럼 단문을 뱉어냈다.

"그렇다면, 그곳에도 저런 검사가 있는 것이군."

파삭-

비사의 손이 날카롭게 잔가지를 잘랐다. 아주 작은 기의 날. 가진 공력으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검이 아닌 신체로 이너드를 사용하는 것인가."

카일러스가 신기한 듯 묻는 것을 보니 역시 자신이 아는 검기의 수순과는 다른 듯했다.

"이너드라 불리는 것과 근본이 같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쪽에도 특이한 방식으로 이너드를 내보이는 자들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너드와 다를 수도 있다라."

카일러스가 비사를 흉내 내듯 이쪽이라는 단어를 섞어 말을 했다.

내려다보던 비사가 시선이 불편했는지 카일러스를 올려다보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호기심 어린 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아악. 비사가 발소리도 없이 뛰어내렸다.

'제법이군.'

비사의 움직임이 평범치 않게 느껴졌다. 어중이떠중이 연합 같은 수련생들의 옆으로 빠져나가는 비사를 보자니 그의 머릿속에 재미난 것이 떠올랐다.



지부 안에서 이스터의 숙소는 손님용의 깔끔한 방이었다. 옆으로는 이시스의 방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안을 채운 것들에는 화려하고 멋들어진 장식 하나 없었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는 단정함이 있는 갈색과 흰색으로 통일된 각이 살아 있는 가구들이었다. 창가에 의자를 가져다 놓은 이스터는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짧은 머리가 진청 빛을 내며 부드럽게 흩날렸다. 크고 또렷한 모양의 눈, 꾸미지 않아도 화려한 소녀의 얼굴이었다.

"이스터님. 차를 준비해 왔습니다."

시종 아이가 탁자 위의 찻잔에 조심스럽게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제 이스터라는 이름이 진짜가 된 것 같다.'

어느새 이 이름을 갖게 된 지도 3년이나 지나 있었다. 이스터 드 케인레스라는 이름은 가문의 권력을 등에 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른바, 대외용 이름이었다. 나이가 적은 이시스의 이름을 본떠 만들어진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하극상이 들어간 작명 같은 우스운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이스터의 어미가 세 번째로 선택한 재혼 상대가 케인레스 가의 사람이었으며, 이스터의 이름이 함께 가적을 옮겨 오는 것을 거절당하였기 때문이었다. 나이에 비해 아는 것이 많고 또한 사교계와 정치계에 대해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이스터가 이시스의 곁에 서길 바란 카일러스가 가주 자리에 오르며 한 일이었다.

피가 이어지진 않았으나 종자매(從姊妹)임과 동시에 가정교사가 된 셈이었다. 이스터는 카일러스가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썩은 가문 사정이 이러하여 모두가 이시스를 싸고돌기만 할 것이고, 어머니에게 길러진다면 그 틀에 갇힌 머리를 그대로 이어받고 말 것이다. 나는 내 누이가 어머니와 같은 인간으로 자라길 바라지 않는다. 아이라, 내가 아는 여성 중 가장 시야가 넓고 사고가 유연한 것이 너다. 네가 그 아이 곁에 있어주지 않겠느냐."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날의 카일러스는 절박해 보였다. 이스터는 카일러스에게 신뢰를 받는다 생각하니 그것이 뿌듯하게 느껴지었다. 다만, 왜 그리 자신의 어머니를 혐오하는 것인지를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스터였다.


적당히 식은 찻물이 마른 입술을 적시며 들어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차 한잔 여유로이 마시는 것도 호사스럽다 생각하였으니 얼마나 일상을 비틀어 놓을 만한 경험을 한 것인지 지금 다시 생각하니 등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이제는 낯설기만 하던 비사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는 했다.

'내 주변에 저런 행동방식의 사람이 있던가.'

꾸밈은커녕 할 말은 다하고 직설적이면서도 말하기 싫으면 뭐가 어찌 되던 내버려두는 언행이었다.

사교계의 꽃이었던 어머니. 화려함과 사치가 어머니의 세상을 이루는 주된 것이었다. 꽃이 피니, 가벼운 것들이 날려 들어왔다. 그녀 자신은 어머니와 닮지 않았다. 닮은 것은 곱고 화려한 얼굴 그뿐이었다. 오히려 정치에 뜻을 품은 세 번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버린 그녀에게 이점을 노리고 자신 주변을 가벼이 떠다니는 사람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거둬 드릴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리고 그만큼 눈치를 지니게 된 그녀였다.

강하고 싶었다. 그 힘의 근원이 권력이든 능력이든, 시끄러운 벌새들의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면 주변에 의해 끌려다니고 휩쓸리는 굴욕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과 달리 연약한 자신이 얼마나 못마땅했던가. 카일러스처럼 그 위에 군림할 수도 없었고, 레이너스처럼 초연할 수도 없었다. 더는 이시스처럼 어린아이도 아니었다.

그런 이스터의 앞에 비사가 나타났다. 이스터 자신이 밖으로 나가려면 어떠해야 하던가. 마차와 마부. 호위가 붙어 있었다. 지켜주지 않으면, 허락받지 않으면 나갈 수도 없었다. 얼굴이 구겨지도록 미소를 지어야 하는,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답다 말하며 칭찬 일색으로 버티고 앉아야 하는 수많은 불편한 자리에 잡혀가듯 나가 관심도 없는 그네들의 수다를 들으며 맞장구쳐야 하지 않던가.

비사에게는 자신이 동경한 세상에 대한 외경과 부러움이었다. 마약과 같다는 권력의 맛처럼, 강함이라는 것은 끊을 수 없는 인력을 가진 것이었다. 이스터에게도 분명 그 부름은 있었고, 그 부름을 스스로 원할 만큼 참아야만 하는 혐오의 세계가 자신을 품고 있었다.




기다리건 기다리지 않던 아침은 또다시 돌아 세상을 열었다.

적인은 지난밤, 비사를 조르듯 다릉거리더니 나무껍질로 자신을 감싸 들었다. 신성한 법력 그 자체인 조각들을 두르는 것이 저도 편한 것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싶은 비사였지만 그편이 등에 매달고 다니긴 편할 것이니 어차피 지난밤으로 적인의 외출은 끝이 날 것이었다. 휘몰아치던 검붉은 꽃잎들은 다시 나무껍질이 되었고, 그 손가락에는 다섯 장의 잎사귀들만이 남았다.


다시금, 사라졌던 손가락의 문신을 본 이시스의 표정이 미묘히 일그러졌다. 어쩌면 밤마다 그려 넣는 것이 아닐까 하고 슬쩍 손톱을 세워 긁어 보는 것을 비사는 그저 무심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대체 이건 잉크로 그렸다, 지웠다 하는 걸까. 비사가? 뭐 하러?'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에 그림을 그려 넣는 모습을 상상하는 이시스의 의문은 깊어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비사를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문의 비호 속으로 들어온 자신의 눈에 비사는 언뜻 약자로 보이기도 했다.

'으, 하지만 비사라면 사막에 혼자 떨어져도 잘 살아남을 거야.'


"괜찮으시다면 이것 써주지 않으시겠어요."

이스터의 조심스러운 물음이었다. 검을 넣을 새로운 집을 만들어 내밀었기에 비사는 쌍익을 피 묻은 천을 벗겨 내고 얇은 가죽으로 만든 집안에 넣었다. 피가 물드는 것이 덜하므로 이스터는 일부러 가죽을 택했다. 비사는 별 말없이 집어넣더니 다시 벽에 기대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비사 근처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여기저기 뜯어보던 이시스는 고개를 돌려 이스터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갈색에 버클이 달린 검은 가죽끈을 단 것이 피 얼룩진 천보다 훨씬 깔끔해 보였다. 그리고 정체 모를 나무칼에 대해서는 이것도 집을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 쌍익처럼 화려한 문양도 아닌데다 나무칼이니 딱히 감출 필요는 없겠지 싶어 같이 묶을 수 있도록 끈만을 연결하고 집은 관두기로 한 터였다.

'본 적 없는 머리와 눈, 낯선 무기와 검술. 어딘가 어색한 말투. 비사님은 대체 어느 지역 출신인 것일까.'

이런 무거운 것들을 두 개나 늘 등에 메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지. 애당초 이 나무칼은 어디에 쓰는 것인지 늘상 의문을 던져주는 비사였다.

"비사."

이시스가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비사가 이시스를 향해 눈을 움직였다. 이시스 역시 궁금한 것이 많은 터였다.

"근데, 비사는 어디서 왔어?"

"아렌스."

"헤에. 거기서 태어났어?"

"아니다."

"그럼 어디?"

"청황성국."

"에? 청화..뭐? 발음이 이상해. 어디 되게 쬐끄만 마을 출신인가보다. 들어본 적도 없어."

비사는 자신 또한 아는 것이 없기에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거기서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 돌아갈 생각도 없어 보이구 말이야."

어린아이들은 어째서 항상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짤막하게나마 답을 내어주던 비사가 입을 열지 않았다.

"엇, 말이 없는 걸 보니 진짜? 뭐 했어?"

그 무거운 입이 열리는 것을 이시스의 짧은 인내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비이사아~."

"이시스."

결국, 이스터의 제재가 있고 나서야 입이 삐죽 나오기 시작한 이시스였지만, 평소 비사의 언동을 생각하니 별수 없다 생각했는지 알았다는 듯이 조르는 것을 관두었다.

"뭐, 인제 와서 못 믿는 것도 아니지만."

이시스가 툴툴거리며 말을 뱉었다.

"믿는 것은 좋지 않다."

낮게 뱉어지는 목소리에 이스터는 비사의 말이 처음과는 달리 들려왔다. 처음엔 그저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무턱대고 남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로만 여겨졌으나 이번에는 비사 자신을 믿지 말라는 뜻으로 느껴졌다.

'비사님은 배신을 당한 것일까. 아니면, ...'

이스터는 언뜻 스치는 생각이 있기야 했으나 설마하니 아닐 거라며 혼자 고개를 살짝 저었다.


믿어 배신당하는 것과 믿는 것을 배신하는 것은 바람 앞의 나뭇잎 같은 것이었다. 이들의 생각이야 어떠하건 비사에게 있어서 그 말은 꽤나 버겁고 거추장스러운 말이었다.

사제지간이었던 윤허에게 배신당한 아비를 보더라도 남을 잘 믿는 자가 좋은 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첫 번째의 말은 그것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의 말은 비사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생각이 이어지자 비사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민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바로 그 믿음을 채근하는 목소리였다.

-"왜 죽이지 않은 것이야! 비사! 내 너를 그리 믿었건만!"-

아민이 자신에게 그런 목소리와 눈을 하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리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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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4 느리아리
    작성일
    12.09.04 12:50
    No. 1

    일에 치이는 와중에도 연재해주시니 감사.. ^_^;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빛과같이
    작성일
    12.09.04 14:16
    No. 2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09.04 14:18
    No. 3

    로페마님// 이해해주셔서 그저 감사를 ㅠ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빛과같이님// 매번 오늘도 ! 감사드립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아스라인
    작성일
    12.09.04 15:21
    No. 4

    우왕. 그림 잘 그리시네요. 오늘도 잘 봤구요.

    화려함과 사치가 어머니의 이루는 주된 것이었다. -> 어머니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DragonLo..
    작성일
    12.09.04 21:22
    No. 5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아스티자
    작성일
    12.09.05 08:58
    No. 6

    비사의 등라인이 예술이네요 부럽....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09.05 09:16
    No. 7

    아스라인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ㅠㅠ 으아 저는 왜이리 실수가 많은지. ㅎㅎ 어머니의 세상을 이루는 <-- 인데 세상을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ㅠㅠ 아스라인님 덕분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DragonLord님// 항상 매번 완전 감사합니다!

    아스티자님// 등짝... ㅎㅎ 오늘도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네라엘
    작성일
    12.09.07 23:44
    No. 8

    맙소사 일러스트라니!
    잘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sfartar
    작성일
    12.09.11 22:33
    No. 9

    예술 분야에 다재다능 하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09.11 22:34
    No. 10

    네라엘님// 맙소사! 감사합니다. ㅎㅎ

    계룡산님// 그저 이도저도 아니게 흉내나 내고 있지요. ㅎㅎ 언젠간 정말로 다재다능 해지고 싶습니다 파이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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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붉은 못 25화 - 동행(同行) +10 12.07.20 1,875 4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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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붉은 못 23화 - 사람의 손 +16 12.07.18 1,963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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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붉은 못 11화 - 낯선 감각 +11 12.06.24 2,148 35 12쪽
10 붉은 못 10화 - 낯선 감각 +9 12.06.22 2,367 36 10쪽
9 붉은 못 09화 - 동형(同形)의 하늘 +9 12.06.20 2,312 42 7쪽
8 붉은 못 08화 - 동형(同形)의 하늘 +15 12.06.17 2,478 54 17쪽
7 붉은 못 07화 - 동형(同形)의 하늘 +11 12.06.16 2,312 35 13쪽
6 붉은 못 06화 - 동형(同形)의 하늘 +8 12.06.14 2,640 46 9쪽
5 붉은 못 05화 - 죽은 태아(胎兒) +10 12.06.14 2,997 68 12쪽
4 붉은 못 04화 - 죽은 태아(胎兒) +14 12.06.13 2,917 46 8쪽
3 붉은 못 03화 - 죽은 태아(胎兒) +11 12.06.12 3,269 48 12쪽
2 붉은 못 02화 - 죽은 태아(胎兒) +17 12.06.10 5,691 85 26쪽
1 붉은 못 01화 - 이향(異鄕) +22 12.06.10 10,105 6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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