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퍼 보병 전술
드그덕 드그덕 드그덕 드그덕
프랑스 기병대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커다란 대로변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슈나이더 소대의 3분대는 벌벌 떨고 똥오줌을 지리며 양쪽 골목길에 숨어 있었다.
‘왜 하필 우리 분대가!!!’
드그덕 드그덕 드그덕 드그덕
프랑스 기병대가 대로변을 지나는 순간, 양 쪽 건물에서 슈나이더 소위의 1,2분대의 소총, 기관단총 사격이 쏟아졌고, 수류탄이 여기 저기서 날라왔다.
탕! 탕! 탕!
따앙! 땅!
채캉! 채캉! 채캉! 채캉!!
쿠과광!!콰광!
1,2분대의 집중 사격에 대로변은 이동 탄막 사격의 소규모 버전으로 시야가 제한되었다. 한스가 잠망경으로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규모는 작지만 포병 녀석들이 쏴주던 탄막이랑 비슷하군···’
먼지, 수류탄 파편, 흙먼지로 대로변은 뿌옇게 되었고 말의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히힝!! 이힝!!”
총알을 맞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말에서 떨어진 한 프랑스 기병의 몸이 이리저리 질질 끌려다녔다. 몸에 수류탄 파편이 박힌 말은 자신의 주인이었던 프랑스 기병의 몸을 세게 짓밟았다.
퍼억!!
말발굽에 프랑스 기병의 갈비뼈는 부서지고 속에 있던 내장이 짓뭉개졌다.
“히힝!! 이히히힝!!!”
갈비뼈가 드러난 어떤 말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쓰러진 프랑스 병사의 얼굴을 짓밟았다.
퍽!!
그렇게 1,2분대가 프랑스 기병대를 집중 사격하여 대로변에 탄막을 형성한 틈을 타서, 3분대는 잽싸게 기병대가 호위하고 있던 트럭을 급습했다.
타앙! 탕!
따앙! 땅!!
3분대원은 날뛰는 말을 보고 공포에 질려서 기관단총을 긁었다.
츠킁 츠킁 츠킁
거대한 말은 몸통에 여기저기 총알자국이 난 상태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서 울부짖었다.
“끼히힝!! 이히힝!!!”
말들의 비명 소리는 어찌나 소름끼치던지 건물 안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1,2분대원들의 귀청을 찢어놓았다.
“으으으···.”
슈나이더 소위가 외쳤다.
“빨리 가서 3분대를 지원해!!”
한편 트럭 안에 있던 프랑스 장교가 3분대원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탕!
“이 새끼가!!”
츠킁 츠킁 츠킁
그렇게 슈나이더 소대는 프랑스 장교들을 포로로 잡고 트럭 두 대를 노획하는 것에 성공했다. 한스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좋았어!!’
한편 말들은 계속해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고 이 광경을 본 슈나이더 소대의 병사들은 매우 불편해했다.
“너무 불쌍해!!”
“이..이럴수가..”
죽어가는 동물의 끔뻑거리는 눈을 보며 병사들은 경악했다. 한 병사가 참지 못하고 말의 머리를 향해 소총을 겨누는 순간, 한스가 외쳤다.
“이보게! 탄을 아끼게!!”
“네! 알겠습니다!”
신기하게도 병사들은 사람 시체에는 익숙해져도 말이 고통을 겪으며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는 것을 더 불편하게 느꼈다. 하지만 한스는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을 뿐더러 트럭 두 대를 노획했다는 것에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었다.
‘시가지에서 트럭은 병력 이송도 가능하고 유용하다!!전차 만으론 건물 점령은 불가능해!’
그 때, 오토바이병 플로리안의 연락을 받고 르노 FT 전차 소대가 한스와 슈나이더 소대가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플로리안이 외쳤다.
“프랑스 보병들이 점거하고 있는 5층짜리 건물이 있는데, 놈들이 기관총 사격을 하고 있어서 보병이 접근할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한스가 슈나이더 소위에게 물었다.
“자네 소대에 트럭 운전 가능한 병사 있나?”
“둘 있습니다!!”
그렇게 슈나이더 소대의 병사들은 둘로 나뉘어 트럭에 탑승하고, 르노 FT 전차 3대는 두 대의 트럭을 호위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끼긱 끼기기긱
한스 또한 플로리안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했다. 또 다시 여기저기서 총탄이 날라왔다.
쉬잇! 쉿!!
탕! 타앙!
플로리안은 속으로 절규했다.
‘장교 태우고 가니까 저격수들이 집중적으로 노리잖아!!’
한스가 외쳤다.
“좋았어 플로리안!! 자네 운전 솜씨가 좋으니 앞으로도 자네에게 맡기겠네!!”
‘나인!!!!!’
그렇게 가다가 플로리안이 외쳤다.
“저 쪽 건물입니다! 놈들 기관총 때문에 이 이상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한스는 르노 FT 전차 소대장에게 명령했다.
“트럭에서 보병 소대 내려서 건물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자네들이 건물에 고폭탄, 유산탄, 기관총을 발사해서 시선을 끈다!! 보병들이 모두 하차해서 진입하면 자네 중대로 복귀해!!”
그렇게 르노 FT 전차들은 산개해서 건물을 향해 고폭탄과 유산탄, 기관총을 발사했다.
퍼엉! 쿠과광!! 콰광!!
퍼엉! 쉬잇 콰과광!!!
드륵 드르르륵
건물 여기저기서 파편이 떨어지고 먼지가 폭풍처럼 사방을 뿌옇게 만들었다. 프랑스 기관총 사수들은 르노 FT 전차를 향해서 집중적으로 사격했다.
드륵 드르르륵
그 틈을 타 두 대의 트럭은 건물 옆에 붙이고 보병을 하차시켰다.
“수류탄 던지고 진입한다!!!!”
보병들은 창문으로 수류탄을 한꺼번에 집어넣었다.
쿠광!!콰광!!
수류탄이 터지면서 1층에 있던 모든 창문들이 박살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진입해!!”
그렇게 슈나이더 소대 보병들이 모두 하차하고, 두 대의 트럭은 빠른 속도로 자리를 이탈했다. 그 때까지도 르노 FT 전차들은 기관총과 포탄을 발사하며 시선을 끌다가, 트럭을 따라서 다시 이동했다. 트럭과 함께 플로리안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트럭이 있으니 보전협동이 더 쉽군! 이번 전투 끝나면 트럭 몇 대 더 지원받고 보병 부대도 내가 지휘할 수 있게 되면..’
한스는 보병 중대, 전차 부대, 공병 등을 거누린 기갑 연대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 때, 플로리안이 외쳤다.
“저..저기!!”
프랑스 병사가 독일 병사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고 있었다. 사이드카에 달린 기관총을 긁다가는 아군을 오사할 위험도 있어서 차마 총을 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스가 군도를 꺼내들며 외쳤다.
촤르르!!
“계속 달려!!”
프랑스 병사는 독일 병사의 목을 조르다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번쩍거렸고, 프랑스 병사의 목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피가 솟구쳤다. 피를 뒤집어 쓴 한스가 외쳤다.
“멈춰!!”
끼기기긱!
한스는 피를 뒤집어쓰고 쓰러져 있는 독일 병사에게 가서 외쳤다.
“괜찮나?”
플로리안의 오토바이가 멈추자 뒤따라오던 두 대의 트럭과 르노 FT 전차들도 정지했다.
“가..감사합니다!!”
한스가 말했다.
“보병 지원이 필요한 곳이 있을 수 있으니 트럭에 타게!! 플로리안! 1중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
한스도 잠시 피를 닦을 겸 트럭 안에 들어가서 숨을 골랐다. 트럭에는 아까 전에 보병들이 포로로 잡고 묶어 둔 프랑스 장교와 그 외 여러 무기, 짐들이 널려 있었다. 한스는 조금 출출하기 시작했다.
‘뭐 먹을 것 있나..’
트럭에는 프랑스군이 일본군한테 받았던 모찌떡이 잔뜩 있었다.
‘이게 뭐지?’
한스는 모찌떡을 베어 물어보았다.
‘맛있네?’
그런데 모찌떡을 먹어보니 목이 막히기 시작했다.
“켁..켁..”
한스는 허겁지겁 포도주를 먹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한스가 구해 준 병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어서 한스도 그 병사에게 모찌떡을 권했다.
“감사합니다!!”
그 병사는 굶었는지 허겁지겁 모찌떡을 먹었다.
“꺼억..꺽..”
“이것도 들게.”
한스는 그 병사에게 포도주를 내밀며 속으로 생각했다.
‘계급이 상병이면 전투 경험이 꽤 있겠군..데리고 다니면서 척탄병으로 써먹어야..’
“자네 수류탄은 잘 던지나?”
“그..훈련소에서 배웠는데 전투 경험은 없습니다.”
‘엥?’
“전투 경험이 없다고?”
“항상 제가 후방에 있을 때만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오늘이 첫 전투입니다.”
그 병사가 씨익 웃으며 모찌떡을 먹는 모습을 보고 한스는 당장 그 병사의 아가리에 모찌떡을 모조리 쑤셔넣고 멱살을 잡고 트럭 밖으로 내동댕이 치고 싶었다.
‘으아악!!으아아악!!!!’
한스는 이등병 때부터 자신이 터무니없이 억울하게 많이 굴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만 이렇게 고생하는 동안 운 좋게 꿀빨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 한스가 속으로 이를 갈며 생각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나도 휴가를 갈 수 있을 거야..사령관한테 뇌물 바치면 바로 들어주겠지...’
그렇게 두 대의 트럭과 르노 FT 소대가 1중대에 복귀하였고, 한스는 프랑스 장교 포로를 후방으로 이송한 이후에, 아까 전에 방법대로 계속해서 주요 건물들을 점거해나가라고 명령했다. 때마침 근처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는 주요한 건물에 보병들을 추가 지원해야 했기에, 르노 FT 소대와 트럭으로 보병을 이송하는 것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한스는 모찌떡 한 상자와 포도주병 몇 개를 트럭에서 꺼내고는 티거에 탑승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여전히 랭스는 해가 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고, 전차병들은 엄청난 피로 속에서도 계속 전투하고 있었다. 한스는 동료들에게 모찌떡을 돌렸다.
“이거들 먹게.”
처음 보는 음식이었지만 달달해서 전차병들은 허겁지겁 모찌떡을 먹어치웠다.
“마..맛있습니다!!”
그런데 헤이든, 벤, 루이스, 프란츠 다들 목에 떡이 걸렸다.
“끄윽..끅..”
서둘러 포도주를 마셔서 목 뒤로 떡을 넘긴 다음, 전차병들은 비장하게 앞으로 전진했다.
끼긱 끼기기긱
이제 랭스 곳곳에서는 독일 정예 보병들이 건물을 점거해서 곳곳에 기관총을 설치해두고 있었다. 관측병들은 프랑스, 일본 병력이 자리잡고 있는 건물, 야포 진지, 기관총 진지의 위치, 적 보병의 사격 위치 등을 전령에게 전달하고, 전차 부대나 장갑차가 와서 이를 격파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몇 병사들은 건물 잔해 뒤에서 엄폐하고 엎드린 상태로 적군을 향해 사격하기도 했다.
타앙! 탕!
한스는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는 샅샅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건물 잔해, 골목, 건물 모서리 등등 모든 곳이 야포를 숨기기에 적합한 곳 이었다. 한스는 손에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서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다시 쏙 들어가는 것을 반복했다. 프랑스군이고 일본군이고 TIGER라고 크게 쓰여진 한스의 전차를 가장 먼저 노릴 것이 분명했다.
‘젠장!!다른 전차에도 티거라고 쓰라고 할걸!!’
그 때, 건물 잔해 속에 뭔가 빼꼼히 튀어나온 것 같은 것이 보였다. 한스는 잽싸게 해치 밑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벤에게 외쳤다.
“1시 방향!! 건물 잔해!! 고폭탄 발사해!!”
“장전 완료!! 발사!!”
퍼엉! 쉬잇
폭발과 함께 먼지와 포연이 뿌옇게 퍼지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날라갔다.
쿠과광!! 콰광!!
야포가 있었다가 격파된건지, 아니면 잘못 본 것인지 포탄이 폭발한 이후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한스는 뻘쭘해졌다.
‘내..내가 실수했나?젠장..괜히 우리 위치만 알리는 꼴이 되었네..’
끼긱 끼기기긱
그렇게 티거는 앞으로 계속 전진했다. 한편, 50m 옆에 있는 한 길가에서 티거가 포탄을 발사하는 소리를 듣고 무언가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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