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주카 노획
NKVD가 웃통을 벗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바실리에게 물었다.
"이보게!! 자네 안 춥나!!!"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웠다.
'나한테 안 물어보서 다행이다!!!'
만약 NKVD가 크리스티안, 호르스트에게 말을 걸었다면 러시아어를 못한다는 것이 들통났을 것 이다. 참고로 오토는 크리스티안, 호르스트에게 혹시나 소련군이 말을 걸어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르메니아인 혼혈이라고 거짓말치라고 해두었다.
바실리가 대답했다.
"안 춥습니다!!!"
NKVD가 오토 일행에게 말했다.
"저 쪽 골목에서 내복 보급하고 있으니 가보게!! 아무리 정신력이 중요해도 동상 걸리면 전투 불가 되지 않나?"
오토가 엄격한 표정으로 바실리, 데니스, 크리스티안, 호르스트에게 외쳤다.
"이번에는 내복을 입게 해주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스탈린주의의 정신을 기억하게!!"
그렇게 오토는 바실리, 데니스, 크리스티안, 호르스트를 이끌고 내복을 보급받아서 입었다. 내복을 배급해주는 여군이 입을 크게 벌리고 황당한 표정으로 내복을 내주었다. 오토가 식은 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이 친구들은 불붙은 포탄 파편을 맞았소! 그래서 옷에 불똥이 튀어서 옷을 버릴 수 밖에 없었소!"
바실리, 데니스, 크리스티안, 호르스트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여군이 내복을 건네주며 속으로 씨부렸다.
'변태 새끼들...'
"저 건물 1층에 가면 군복 배급받을 수 있으니 가보십시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소련 여군이 말해준 건물로 걸어갔다. 군복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 이었다. 천만 다행히도 담당자 녀석이 어디로 간건지 자리에 없었고, 오토 일행은 군복을 긴빠이치는 것에 성공했다. 오토는 건물 밖으로 나온 다음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대전차 무기를 보관하는 곳이 있을텐데...'
그 때, NKVD가 오토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거기!!"
오토가 NKVD를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오?"
"신분증!!"
오토는 NKVD에게 신분증을 내밀었다. 이 신분증은 소련군 장교 포로에게서 노획한 것 이었다. NKVD가 물었다.
"스탈린주의와 레닌주의의 차이를 말해보시오!"
오토가 말했다.
"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한 해석이 다릅니다!"
NKVD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오토의 일행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여태까지 정치 장교들도 제대로 대답한 새끼가 없었는데...'
오토가 태연한척 물었다.
"스탈린 동지는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일반론을..."
NKVD가 말했다.
"대다수의 장교들이 제대로 대답 못하는데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군."
바실리, 데니스, 크리스티안, 호르스트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오토를 바라보았다. 데니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정도 정확히 말했으면 통과시키겠지?'
바실리가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 구체적으로 말했다!! 저러니까 오히려 수상해보여!!!'
NKVD가 오토에게 물었다.
"혹시 담배 있소? 내 담배가 다 떨어졌소."
오토는 주머니 속에서 소련군이 배급받는 마호르카 담배를 꺼내어 NKVD에게 건네주었다.
"고맙소."
NKVD는 담배를 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소련군이라면 늘 가지고 다니는 마호르카 담배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NKVD는 마호르카 담배갑을 슬쩍 살폈다. 이건 일선에 배급되는 소련군의 마호르카 담배갑이었다.
오토는 주머니에서 소련군에서 배급하는 편지지를 꺼내며 물었다.
"말아 피울 종이는 있소?"
오토는 태연한척 이야기했지만 손에서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NKVD는 오토가 내민 그 편지지 또한 눈여겨보았다. 소련군이 병사들에게 가족에게 편지를 쓰라고 배급해주는 그 편지지가 맞았다.
NKVD는 자신이 갖고 있던 편지지에 마호르카 담배를 넣고는 말아서 피우고는 마호르카 담배를 오토에게 돌려주었다.
"됐소. 가보시오."
그렇게 오토 일행이 검문소를 통과하려고 하는데, 다른 NKVD가 말했다.
"일행 중에 최소 두 명은 검문해야 하는거 잊었냐?"
"아 잊을 뻔했군. 이보시오!"
호르스트와 크리스티안은 억지로 태연한척 하며 아까 전에 오토가 가르쳐준 것들을 되새겨보았다.
'난 아르메니아인이고 머리가 검은색이 아닌건 혼혈이여서고 엄마쪽이 아르메니아인이고 아빠가 러시아인인데 엄마쪽에서 자라서 러시아어를 잘 할줄 모르고 지금 아르메니아 여자와 결혼해서 두 자식이 있고...'
'아르메니아에서 자랐지만 스탈린의 사상에 감화되어 자발적으로 입대했고...'
NKVD는 데니스를 지목했다.
"이보게 자네!"
데니스는 NKVD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NKVD가 물었다.
"붉은 군대에 입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데니스가 천천히 분명하게 말했다.
"적을 죽이기 위해서요."
데니스의 목소리에는 깊은 증오심이 서려 있었다. NKVD가 데니스를 보고 생각했다.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혀있는 녀석이군...'
"가보게!!"
그렇게 오토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검문소를 통과했다. 가다보니 소련군 장교가 신병들에게 M1 바주카 사용법을 훈련시켜주고 있었다.
"사용법은 대단히 쉽다!! 오른쪽 어깨에 올려놓고 발사한다!! 전차까지의 거리를 예측하고, 여기 이 가늠자와 가늠쇠를 이용하여 &%$@"
소련 병사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M1 바주카를 바라보았다. 소련 장교가 계속해서 설명했다.
"전차가 이동하고 있는 경우는 그 이동하는 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어서 조준하고 발사한다! 전차가 빠르게 이동하면 그만큼 방향을 더 틀어야 할 것 이다!"
한 병사가 손을 들어서 질문했다.
"어느 정도 방향을 틀어야 합니까?"
"나도 안 써봐서 모른다!! 이렇게 서서, 앉아서도 발사할 수 있다!! 도랑에 숨어있다가 파시스트의 전차를 향해 발사하면 된다!!! 혹은 덤불 속에 매복해있다가 파시스트의 전차를 향해 발사해도 된다!!"
오토 일행은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엿들었다.
'판처 파우스트와 비슷한데 화력은 어떨지 궁금하군...'
소련군 장교가 외쳤다.
"테스트에 의하면 이 M1 바주카로는 파시스트의 티거나 판터 전차의 정면 장갑은 격파할 수 없다!! 하지만 장갑차의 장갑은 격파 가능할 것 이다!!"
그 소련군 장교는 M1 바주카를 보고 머리를 굴렸다.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장교로서도 이걸 어떻게 쓰는게 효율적일지 잘 몰랐던 것 이다.
"티거나 판터의 궤도를 노리면 기동불가로 만들 수 있을 것 이다! 그리고 적의 기관총 진지를 타격할 때도 유용할 것 이다! 2인 1조로 운용할 것 이다!"
설명이 끝나고 병사들은 2명씩 조를 짠 다음 바주카를 하나씩 가져가기 시작했다. 소련군 병사들이 이걸 보고 투덜거렸다.
"이 파이프로 전차를 잡는다고?"
바실리와 데니스는 능숙하게 이들 틈에 끼어들어서 바주카를 하나씩 집어가며 말했다.
"좀 쓸만한 무기를 주면 좋을텐데 말일세!"
데니스는 일부러 바주카의 뒤쪽 끝을 자신의 가슴팍에 오도록 바주카를 잡은 다음 쏘는 시늉을 했다.
"그니까 이렇게 가슴팍에 끝이 오게 해서 발사하면 된다는거지?"
참고로 그렇게 바주카의 뒤쪽 끝을 가슴팍에 오도록 하고 발사하면 가슴팍에 구멍이 뚫린다. 데니스는 다른 소련군이 바주카를 쏘다가 죽으라고 일부러 잘못된 자세를 흉내냈던 것 이다. 바실리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악마같은 놈...'
지크프리트 4인조의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도 걸어와서는 바주카와 60mm 성형 작약탄을 챙겼다. 그 때, 소련 병사 마카로프가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를 보고는 수상하게 생각했다.
'못 보던 사람들인데...'
마카로프는 42세 였고, 부대 내에서 40대 병사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둘 밖에 없었고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는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마카로프가 크리스티안, 호르스트에게 물었다.
"이거 원! 나이가 드니 허리가 쑤시는군! 젊은 놈들 체력은 못 따라겠단 말이야! 그 쪽들은 어떻소?"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는 러시아어를 못 알아들었기에 어색하게 웃는 시늉을 했다. 바실리가 외쳤다.
"그 분들은 아르메니아 출신이오!"
마카로프가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의 얼굴을 관찰했다.
"아르메니아인 얼굴이 아닌데?"
데니스가 말했다.
"아르메니아 혼혈이라고 들었소!"
마카로프는 그럼에도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를 바라보았다.
"이거 2인 1조로 쓰는건데 왜 둘 다 하나씩 갖고 있소?"
마카로프의 동료, 골루베프가 외쳤다.
"뭘 그리 캐묻냐? 이거나 같이 테스트해보자고!"
마카로프는 여전히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를 의심했지만 골루베프와 함께 M1 바주카로 앉아쏴 자세를 연습했다.
크리스티안과 호르스트 또한 바주카를 하나씩 들고는 앉아쏴, 서서쏴 자세를 연습했다. 그러다가 다들 바쁜 틈을 타서 데니스, 바실리, 크리스티안, 호르스트는 골목으로 튀었다.
'지금이다!!!'
오토는 4인방이 노획한 성형 작약탄 또한 잡낭에 잔뜩 챙겼다. 그렇게 4인방은 바주카 4개와 성형작약탄을 노획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한창 전투 중이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오히려 평소보다 침투 임무가 쉽게 느껴졌다. 그 때, 마카로프와 골루베프가 오토 일행을 따라오면서 외쳤다.
"이봐!! 자네들!! 어디가나!!"
오토가 멈춰서서 마카로프, 골루베프에게 외쳤다.
"대대 지휘소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 친구들이 잠시 필요하네! 내가 자네 중대장에겐 말해두었네!!"
그 때, 골루베프가 아르메니아어로 외쳤다.
"자네들 아르메니아 출신 아니지?"
호르스트와 크리스티안은 모른척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골루베프가 외쳤다.
"파시스트다!!!"
마카로프가 재빨리 무릎을 꿇고는 M1 바주카를 오토 일행을 향해 발사할 준비를 했다. 오토가 외쳤다.
"우측 골목으로!!!"
마카로프가 M1 바주카를 발사했을 때, 오토 일행은 이미 우측 골목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쿠궁!!
M1 바주카에서 발사된 성형작약탄은 소련군의 취사차량에 명중했다. 취사차량에 있던 고기 스프와 통조림이 사방으로 튀었다. 오토 일행은 골목을 따라서 빠르게 달렸다.
"하수구로 들어가!!!"
그렇게 오토 일행은 잽싸게 하수구로 도망쳤고, 4개의 바주카와 성형작약탄을 노획하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에 성공했다.
슐레프 중대장이 오토 일행을 격려했다.
"수고했다!! 조만간 포위망을 벗어나면 이는 모두 상부에 그대로 보고할 것 이다!!"
오토는 자신이 노획한 바주카를 유심히 살폈다.
'아까 소련 장교에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판처 파우스트보다 약한 것 같은데...'
탄약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걸 테스트해볼 시간이 없었다.
"T-34은 격파 못하는거 아냐?"
"후면에 쏘면 어떨까?"
"경사 장갑에 쏴봤자 다 튕겨나오는거 아닌가?"
오토가 말했다.
"건물 2층이나 3층 창문에서 T-34 상부 장갑을 향해서 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생각해보니 2층에서 쏘면 T-34 경사 장갑에도 입사각이 수직이 되도록 이 바주카를 발사할 수 있을 것 이었다. 그렇게 4개의 바주카팀이 1인 2조로 편성되었다. 3개의 조는 소련군이 진입할 수 있는 루트의 건물 2층에 매복하였고, 나머지 1개 조는 지하실에 매복했다. 이 지하실에 매복한 1개 조는 소련군의 전차가 올 경우 궤도 쪽을 향해서 바주카를 발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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