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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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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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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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DUMMY

“으윽, 삭신이야.”


“수고했어. 율하.”


환주의 마수에 사로잡혀 오전의 시간을 완전히 빼앗겼던 율하가 고리의 임시 본부에서 빠져나온 것은 해가 남쪽 하늘에서 살짝 기우는 것이 보일 정도의 시간으로 정확히 오후 12시 하고도 24분 정도가 될 때였다.


자신이 서류 작업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신과 육체가 혼합된 노동은 한 건지 모를 정도로 혼미한 시간을 가졌던 그는 그 건물을 빠져 나오며 고개를 흔들었고 그 옆에서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는 콜린의 위로를 받았다.


“하여간 그래도 원하던 것은 얻었으니.”


“시간 말이지?”


“응. 적어도 만상회에 대처할 시간을 합당하게 벌었으며 또 개별적으로 움직일 여지도 얻었으니 이 정도는 액땜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리고...”


“그리고?”


“그가 내게 그걸 시킨 건 단지 날 괴롭히기 위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에에? 그건 율하가 너무 그 사람을 높게 보는 건 아니고?”


콜린은 방금 전까지 그런 꼴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런 말이 나오냐는 눈으로 율하를 바라본다. 그녀가 목격하기로도 그가 환주와 함께 하며 서류를 처리하던 그 광경은 일반적으로 상급자가 하급자를 구박하는 모습을 한참이나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 속이 배배 꼬이도록 비꼬고 타박하고, 글자 획 하나만으로도 트집을 잡고 말하지도 않은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등 보통 사람이었다고 하면 상을 뒤집어 엎고 한판 붙었어도 결코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거기에 대해 이정도로 인내심 있게 참아 내고도 더해 그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율하는 대체 어떤 생불이라는 말인가? 아니, 솔직한 말로 콜린 그녀가 알기로 율하의 성격이나 인내심은 일반인 보다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런 것을 참아 넘길 정도는 아니라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콩깍지가 씐 것일까?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한동안 고리의 서류를 볼 기회가 없었겠지.”


“그게 중요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적어도 오늘 오전을 투자함으로 인해 내가 여러가지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 그게 환주 그의 의도로 인한 것인지 아닌 지는 크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그렇다면 욕을 해야 하는 거 아냐?”


“음...그래도 되지만,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어.”


“...난 율하의 생각을 잘 모르겠어.”


“실은 좀 불쌍하기도 하고.”


“불쌍? 그 사람이?”


“음. 그렇잖아. 군주님의 이야기를 들어도...지금까지 그가 잘못을 저지른 일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의심 받고 미움 받는 다는 건 역시 조금 이상한 일이니까. 어쩌면 그것도 이 세계의 일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율하는 그렇게 이야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와는 달리 꽤나 맑아 보이는 하늘. 콜린은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어딘지 모를 저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율하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달라졌다.

무엇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율하는 전날에 비해 여러 가지가 변한 느낌이었다. 아마 그것은 자신의 인도로 그가 영계에서 영왕을 만나고 돌아온 다음. 혹시 이게 그가 말하던 레벨 상승이라는 것일까? 하지만 전과는 달리 아직은 율하가 이상한 스크린을 허공에 띄우고 무언가를 조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그런 작업 없이도 가능한 것일까? 그렇게 옆에서 아무런 말없이 율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콜린.


하긴, 그의 변화가 이상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변한 것은 그 만이 아니었으니까.


“율하.”


“응? 아아, 내가 좀 딴생각을 하고 있었나봐.”


“아니, 그건 괜찮아. 하지만 언제부터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야?”


“그걸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콜린은 어땠으면 좋겠어?”


“나? 내 의견?”


“음. 콜린은 나 보다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테니까.”


“하, 하지만 그건.”


“아니면 콜린은 또 다시 영계에 가야 그렇게 적극적이 되는 걸까?”


“으으으으- 놀리고 있어.”


콜린은 볼을 부풀리며 율하를 향해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런 그녀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그곳에서의 느낌은 여기에서는 나지 않는다. 그 때, 영계에서 그가 느꼈던 그녀의 촉감은 여기에서는 재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조급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 어떤 일에도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든 될 거야.”


“응?”


“모든 일들은 어떻게든 흘러갈 거야. 응, 그럴 거야.”


“피- 언제나와 같은 말을 하고 있어.”


“그런가? 하지만 그게 사실이니까. 위험한 일이 있어도, 조금 급한 일이 있어도 타이밍이 완전히 어긋나지 않으면 어떻게든 풀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지금 율하가 보는 풍경?”


“보는 건 아니고, 느껴져. 응. 그냥 그렇게. 물론 거기에 이르기까지 제법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도 보이지만 그래도 불가능은 아냐.”


“신기하네.”


“뭐가?”


“율하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렇게 될 것 같아. 변하는 것도 없고 확신할 수 있는 정보도 없는데 말이야.”


“그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거든. 나 역시.”


“그렇구나.”


“응.”


둘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솔직한 이야기로 지금 당장 어딘가로 움직일 곳이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옳은 이야기이리라. 율하는 이번 환주를 방문하는 일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스케쥴을 잡아 두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응? 뭐가?”


“적어도 저녁 때 까지는 나도 다른 할 일이 없는데.”


“정말? 다른 약속 안 잡아 둔 거야?”


“음. 콜린은 내가 다른 약속을 잡아 두기를 바래?”


“우웅.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계속 바빴으니까. 아니면 데이트거나.”


“으윽.”


“흐응, 그런 이유로 이렇게 시간이 비면 또 누군가 여자애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거나 할 것 같은데?”


“콜린은 내가 그러기를 바래?”


“우우웅.”


“지금 콜린이 하고 싶은 건 다른 거라 생각하는데?”


“내가...하고 싶은 것?”


콜린은 하늘 위에 살짝 걸터앉듯이 앉아 율하의 얼굴 앞으로 날아온다.

약간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표정. 그녀는 지금 율하가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진짜인지 의심스럽다는 눈을 껌뻑 거렸다.


“응. 콜린이 하고 싶은 것. 흔치 않은 기회라고.”


“흔치 않은 기회?”


“뭐,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후후후.”


자신이 그렇게 말을 해 두고도 멋쩍은 듯 시선을 돌리는 율하. 이번에는 아까 전과 반대로 콜린이 그런 율하를 보며 후후후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러네. 흔치 않은 기회네. 그것도 지금 한양에서 가장 핫한 남자 율하가 먼저 이렇게 데이트 신청을 해 주다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후우.”


“데이트 아냐?”


“아, 아니. 아닌 건 그게 아니고...”


“후후. 알아. 하지만 괜찮은 거야? 나 유령이잖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텐데.”


“알아. 콜린은 혼령, 동시에 내 수호령이지.”


“그래도 괜찮은 거야?”


“세상에 혼잣말을 하는 사람, 흔치는 않지만 없지도 않잖아?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고 말이야.”


“그럼 뭔데?”


“콜린의 마음.”


“내...마음?”


“아아.”


“그게 중요한 거야? 나는...율하에게는 허상이잖아.”


“콜린이 허상이면 다른 사람들도 허상이지.”


“하지만 나는 또 유령이고. 여기는 영계도 아니고, 또 나는 육체도 없고...”


“그러니까 중요한 건?”


“마음?”


“그래. 그리고 콜린, 난 이 세상을 단지 허상이라 생각하지 않아.”


“......”


“콜린이 그 날 이후 거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알고 있어. 아닌 척 해도, 괜찮은 척 해도 콜린이 살아온 이 세상이 가상이며 만들어졌다는 그 이야기에 풀이 죽은 것도 알고 있어.”


“웅. 그렇다면 그건 율하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내가 잘못 알고 있다고?”


“응. 난 거기에 대해서는 풀이 죽지 않았어. 오히려...”


“오히려?”


쏴아아아-

콜린은 잠시 입을 다물고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와 함께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제법 강한 바람.

율하의 머리칼과 옷깃이 그 바람에 강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콜린은 그 바람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삶과 죽음, 혼령과 육체라는 틈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둘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이는 것. 하지만 율하도, 콜린도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콜린?”


“아니야. 아무것도. 하지만...율하의 말이 맞아. 이건 흔히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지?”


그녀는 화사하게 웃었다.

마치 그녀의 웃음에 바람이 일어나기라도 하듯 따라서 거세지는 주변의 바람.

콜린은 조금 더 율하의 앞으로 다가와서 자신의 양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았다. 언제나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손길.


“......”


“한 가지만 약속해 줄 수 있어?”


“뭔데?”


“율하가 나를 위해 내 준 시간만큼은...다른 일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해 할애해 줄 수 있어?”


“그건 기본이겠지.”


“정말?”


“응. 약속할게.”


“후후후, 그럼 좋아.”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나의 수호령님.”


율하는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놓고 옆으로 돌아 자신의 손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손을 잡듯 다가서는 그녀를 바라보며 방긋 웃어 보였다.



“이거, 예쁘지 않아?”


“응. 예쁘네.”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려는 시간.

아직 완전히 밤이라고는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6시를 넘겨 해가 조금씩 넘어가려는 그 시간까지 강남의 거리를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한 악세서리 가게 앞의 진열대에 서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팔찌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응. 예쁘기는 한데...”


모호하게 말끝을 흐리며 율하의 어깨에 앉아 안색을 흐리는 콜린.


“음.”


율하 역시 그 이야기를 알아듣고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에헤헤.”


“그러게 말이야.”


“저어, 손님?”


“네?”


“혹시...TV에 나왔던 분 아니신가요?”


“네? 아, 그게 말이죠.”


“어머, 맞아. 맞아. 강북 쪽에서 군주님을 구하고 다른 구 자치군을 도와줬던 그 사람이야.”


“정말?”


“우와...”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 가게의 주인인지 점원인지 율하를 알아보고 말을 거는 동시에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다. 그러고 보면 자신은 유명인사였던가? 하지만 그게 이 정도 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율하는 순간 당황한다.


“혼자세요?”


“혹시 시간 되세요?”


“아하하, 죄, 죄송합니다.”


“앗?! 잠시만요!!”


율하는 급히 그 자리를 뛰어 벗어난다.

강북, 특히 종로나 은평, 도봉에 비해서는 제법 상황이 좋은지 번화가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 거리도 활기가 넘치는 강남의 복잡한 거리를 헤집고 다른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으슥한 곳으로 도망간 다음 한 숨을 돌리는 율하.


“하하하, 욕봤네.”


“으으으. 생각도 못했어.”


“율하는 유명인사니까.”


“끄응, 하지만 그거 순간일 텐데. 게다가 내가 뭔가 중요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후후후, 그거야 말로 율하의 생각이겠지.”


“에휴. 하여간...미안.”


“응? 왜?”


“그거, 마음에 들었으면 사 주려고 했는데.”


“하지만 그건...”


“알아. 지금 당장은 콜린이 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건 이 세계에서의 일이잖아?”


“에?”


“지금은 내가 비록 약하고 별 능력이 없어도 거기에 조금 영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영계에서 그걸 만들어 콜린이 할 수 있게 할 수 있으니까.”


“......”


“어라? 혹시 마음에 들지 않았어? 아니면...쓸데없는 생각이었나?”


“으응, 그런 건 아냐. 다만...기뻐서.”


“콜린.”


“응, 기뻐서. 율하가 그래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는 구나하고 말이야. 에헤헤.”


“콜린은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텐데.”


“자신감?”


“응. 자신감.”


“피이, 유령이 자신감을 가져봐야 유령일 뿐이지.”


콜린은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괜찮아. 보는 건 나니까.”


“피이-”


“그리고 말이지...콜린이 말했듯이 나도 말하고 싶어.”


“어떤 거?”


“나도 콜린의 편이야. 콜린이 무얼 하려고 하건 간 말이지.”


“......”


“내가 콜린에게 받은 것만큼 해 줄 수는 없지만 그거 하나만은 약속할 게. 나는 언제건 어디서건 콜린의 편이 되어 줄게.”


“......”


하지만 콜린은 율하의 그 말에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모호한 미소를 지은 채 율하를 바라볼 뿐이었다.

희미한 가로등의 불빛이 비치는 아래에서 그리 밝게는 보이지 않는 둘의 표정. 콜린은 율하를 바라보며 의미 모를 눈빛을 보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알고 있을까? 알고 있었던 것일까? 율하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 지, 어떤 계획이 있는 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계획을 안다면 저렇게 쉽게 자신의 편이 되어 줄 거라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콜린 더글라스.

그녀는 그녀 자신을 안다. 그리고 율하를 안다.

기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자부했다. 이나도, 소군도, 요우도, 다른 어떤 누구도 자신보다 율하에 대해 잘 안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확신했다. 그가 자신의 마음을, 계획을 알게 되면 막으려 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게 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막으려 들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이건 자신만의 이기적인 욕심이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이해해 주지 못할,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면 이상할 개인적이고 또 추악한 욕망이기 때문에. 하지만...


“고마워. 율하.”


“별 말을. 당연한 거야.”


“하지만 그런 말 쉽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콜린?”


“나와 율하는 달라. 율하는 이 세상의 주인공. 어떤 일을 해도 용납이 되는 사람이며 결국 그것은 이 세상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이 있지만...나는 아니니까.”


“콜린, 그건 대체 무슨 소리야.”


“아니, 아무 소리도 아니야. 다만 원론을 말하는 것 뿐이야. 나는 알고 있잖아? 율하가 이곳, 지금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가상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외부에서 찾아온 방문자, 구세주라는 것을. 그리고 그게 보다 높은 신이나 이런 자들에 의해 인정된 이상...율하가 하는 모든 일은 용납이 돼. 그렇기에 나도 언제나 율하의 편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거고 말이야. 하지만...나는 아니잖아?”


“......”


“응. 미안. 좋은 이야기에 이렇게 밖에 말하지 못해서.”


콜린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 처럼 멍하니, 백치미를 살짝 보인 채 받아들여야 하는 율하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진지하게 반응한 것이 실수라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율하는 이런 자신의 말만으로 무언가를 알아차릴 만큼 날카롭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야. 콜린의 말을 들어보니 나도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아.”


“후후후, 율하는...순진해.”


“내가 순진하다고?”


“응. 거기에서는 조금 화를 내도 좋았을 텐데. 조금 더 주도권을 가져 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런 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니까.”


“알고 있어. 그게 율하니까.”


그녀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


“그러니까 받아들일게. 율하의 그 말.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준다는 그 말. 아주 기쁘게, 아주 고맙게. 그 대신 한 가지를 더 부탁해도 돼?”


“어떤 것?”


“나중에 내가 정말로 해달라고 하는 것 하나를 들어 주었으면 좋겠어. 그게 어떤 것이건 말이야.”


“소원을 들어 달라는 것?”


“응. 뭐, 별을 따다 달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후후후.”


“아하하. 응?”


띠리리리-

하지만 그 순간 율하의 주머니에서 울리기 시작하는 휴대전화의 신호.

자신이 진동, 혹은 무음으로 해 두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그것을 꺼내드는 율하. 그렇지만 이내 그는 잠시 망설인다.


“아-”


“괜찮아. 율하는 이미 약속을 지켰으니까. 받아도 돼.”


“괜찮은 거야?”


“응. 율하의 말처럼 나 오늘 하루 아주 즐거웠으니까. 율하와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고, 카페도 가고, 백화점도 가 보고, 게임 선터도 가고...응, 만족스러운 데이트였으니까. 어쩐지 다른 누군가를 위한 예행연습인 것 같기도 했지만.”


“아, 아니야. 그런 것.”


“농담. 그러니까 전화 받아. 계속 울잖아.”


“알겠어.”


율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본다.

군주나 혹은 수아 대장일 거라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요우에게서 걸려온 전화.

율하는 무슨 일이지 하며 통화를 누른다.


“여보세요?”


“오빠? 뭐야.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아아. 조금 일이 있어서.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목소리가...”


“그럴 만한 일이니까 그렇지.”


“무슨 일인데?”


“누군가가 오빠를 찾아왔어.”


“누구?”


“몰라. 물어도 대답하지 않아. 하지만 어쩐지 많이 불편한 몸으로 오빠를 찾았어.”


“그래? 누구지? 난 약속이 없었는데.”


“나도 그걸 물었는데 약속은 없다고 했어. 다만 조금 급한 일이라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오빠를 봐야 한다고 했어. 게다가 더 이상한 건 남자야.”


“...그래? 알겠어. 곧 갈게.”


“빨리 와.”


율하는 급히 소리치는 요우의 그 말에 알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무슨 일이야?”


“몰라. 누군가 우리 집 근처에 나를 찾는 사람이 왔나봐.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


“응. 그러니까 오늘은 이쯤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


“후후, 아까 말했듯이 데이트는 이미 끝났으니까.”


“어라? 벌써 집에 돌아가는 걸 보면 재미 없었던 건가?”


“바보. 아까 재미있었다고 했잖아.”


“그건 예의상의 말일 수도 있으니까.”


“...바보.”


“아하하, 그럼 가 볼까?”


“응.”


둘은 그렇게 둘만이 보냈던 짧은 시간을 뒤로 한 채 다시 그들의 집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일주일 동안 격조했습니다.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 출간을 위해 책 한권 분량을 수정하는 지라 TES에 다소 소홀했습니다. 이제 네크로세이지 전기도 7권 분량을 썼고, 으음....할게 많군요. 그리고 금요일에 면접을 하나 봐서 여러 모로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는 일단 TES에 집중을 조금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아, 그럼 율하를 찾아온 [남자]나부랭이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콜린의 계획은?


ps. 지난 화의 설문 조사의 결과는 충격과 공포로군요.


일단 현재까지의 집계에 의하면 콜린이 아홉표, 환주가 여덟표, 소구니 여섯표, 요우가 한표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하렘은 제외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라면...뭐, 어떻게든 나올겁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표도 받지 못한 이나는 참 안타깝군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인기도...(퍽)


이나  : 작가, 죽을래?


작가 : 너희도 AKB 48처럼 만들어 버릴 수도 있어!!


이나 : 작가에게 그 정도 인지도 가 있다고 보나봐?


작가 : 미안.


이나 : 아니, 내가 더 미안.


작가 : 질 수 없음...(이하 생략)


....넵,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외전은 이번 파트, 그러니까 다음 파트가 끝난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아아, 얼른 율하도 마도사 만들고, 기술도 올리고, 괴물도 끝내고 신시도 가고, 더글라스 떡밥도 해결해야 하는데...아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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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9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14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7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45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57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12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41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9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85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7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8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5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7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5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4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2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9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4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6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9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90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8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61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8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2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4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1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2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8 59 23쪽
»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8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8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3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3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2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7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5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7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3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2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4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9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2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7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2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5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4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6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3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80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8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4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1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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