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Epilogue part 2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달이 보인다.
흐릿하게 밝아오는 시야의 언저리에서 아주 크게 일그러진 모양의 달이 가장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막 그믐을 지나 초승의 손톱모양을 그리는 노란 달. 율하는 그 달이 차오르는 속도만큼이나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
“끄응.”
“......”
자신만 먼저 몸을 일으킨 것일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제법 기울어 보이는 달 만큼이나 늦은 시간. 물론 지금이 정확히 몇 시인지를 알 수는 없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늦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바로 당장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여자아이의 얼굴.
나임, 이나, 안이나임.
그리고 그런 자신을 부르는 방법들 가운데 이나라 불러줄 것을 종용했던 그녀가 어두운 달빛에 창백한 얼굴을 드러낸 채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성공했을까?
자신은 목적했던 데로 그녀를 다시 이 세상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에 성공했을까?
방금 전 까지 겪었던 경험에 의하면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아직까지 눈을 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그녀.
아니, 그녀뿐이 아니었다.
“이나, 콜린.”
대롱대롱.
물리적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리 가볍지 않은 영적인 감각이 아래로 살짝 처지는 느낌이 바로 옆의 머리에서 전달되었다. 그런 느낌을 바로 손으로 받들어 앞쪽으로 보다 안전하게 끌어 오는 그. 보통이라면 혼령이기에 잠을 잔다는 개념조차 없는 그녀도 이나와 마찬가지로 눈을 꼭 감은 채 아직 눈을 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후우.”
율하는 몸을 일으켰다.
가장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그 다음 자신의 소지품을 챙겨 본다.
전부 멀쩡하게 있었다. 자신이 물품을 두었던 모양 그대로, 만약 누가 실수로라도 손을 대게 될 경우 알게 될 흐트러짐 하나 없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약조한 대로 이곳의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자신이나 짐에 장난을 치지는 않은 것이 확실했다. 다행이라면 다행, 일단 율하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오전 3시 하고도 20분.
자신이 정령계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에 확인했던 시간이 어제 오후 6시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이미 이곳 마씨 분가의 다른 사람들도 잠에 들었을 시간일 터. 그렇기에 율하는 잠시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평일이었고, 그는 명백하게 내일 아침 일찍 학교를 가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곤란한 것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지?”
“으음.”
부스럭-
율하의 그 혼잣말이 흔들어 깨운 탓인가?
바로 옆에서 울려오는 부드러운 신음성.
그리고 그와 함께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
물론 누구인지는 안다.
아니, 애초에 단 한 명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하는 그쪽을 바라본 그 순간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멍하니 무방비해 보이는 얼굴. 평소의 날카롭고 조금은 사납게도 느껴지는 눈이 가벼운 찌푸림을 그린 채 멍하니 율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부스스 흘러내리는 머리칼이 살짝 드러난 그녀의 한쪽 쇄골을 가볍게 덮는다. 평소의 모습, 그리고 그 때 병실에서 햇살을 반사했을 때와는 또 다른 은빛을 반사하는 그녀의 머리칼. 틀림없이 그것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한 폭의 그림이나 다름없었다.
“율하?”
“아아.”
나지막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그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여기는?”
살짝 눈살을 찌푸린 그대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의문을 표하는 그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걸까? 그럴 수도 있다. 방금 전만 해도 그녀는 정령계의 안에서 꿈과 현실과 환상을 헤매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분명한 현실. 정령계도, 대정령이 보여준 환청도 아닌, 분명한 현실.
“현실.”
“현실?”
“응. 정확히는 마씨일가의 한양 분가라고 했어.”
“마씨일가? 설마 바루의 산 일족 아저씨들?”
“그렇다고 들었어.”
율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율하와는 달리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율하를 그저 바라볼 뿐인 그녀.
“어떻게?”
“그 날 이나가 최가에서 그렇게 된 다음 이나네 아버님께 연락했고 이나네 아버님께서 이나를 여기로 옮겼다고 들었어.”
“아빠가? 정말로 아빠가?”
“그래. 아까 전에 말했듯이 말이야.”
“꿈, 환각이 아냐?”
“그래. 아니야.”
율하는 단호하게 그렇게 선언한다.
그래, 이건 꿈이 아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환각은 아니다. 다른 의미로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그것을 율하는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나. 나를 봐.”
“보고 있어.”
하지만 말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시선을 똑바로 하여 율하를 바라보고 있지 못했다. 율하가 보기에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선의 회피. 무엇을 망설이는 걸까? 무엇을 무서워하는 걸까?
“이나.”
“응.”
“날 보라니까.”
“......”
입술을 꼭 다물고 눈을 피하는 그녀.
그에 율하는 자신이 그녀에게 한 걸음을 더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단지 가까이 다가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
“뭘 그렇게 피하는 건지 원.”
양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돌려 바라보게 만드는 그.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아니 놀란 듯 몸이 살짝 굳기는 했지만 별 다른 저항 없이 돌아가며 율하를 마주보는 그녀. 달빛 때문일까? 아니면 착각일까? 자신을 마주보는 그녀의 볼 끝이 살짝 붉어지는 듯 했다.
“......그치만.”
여전히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리는 그녀.
“그치만?”
“......”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다.
평소 보였던 당찬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하지만 율하는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보다 더 작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한숨처럼 새어 흘러가는 ‘부끄러운 걸’이라는 문장을 말이다. 부끄럽다? 무엇이?
이어지는 잠깐의 상상. 그리고 이내 율하도 떠올렸다.
“......”
역시 순식간에 화악 하니 익는 얼굴.
그래, 지금의 그는 단지 그를 현실 세계로 데려왔고 무사한 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녀를 안정시켜야겠다는 마음만으로 가득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지금 이게 어떤 광경으로 보일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 아까 전 정령계에서 그녀가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를 떠올린 것이다.
흘러가는 밤의 시간, 달빛의 흐름 속에 어색한 침묵에 싸인 두 남녀.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율하...구나.”
“응?”
“정말로 율하라고.”
물끄러미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
“그, 그래. 나야.”
“정말이었네. 정말로 날 데리러 와 준 거였네. 꿈이, 환각이, 착각이 아니었네.”
“......”
“그래, 환각이 아니었어.”
“어?”
불쑥.
그렇게 말한 다음 반대로 자신이 손을 내밀어 율하의 뺨을 쓰다듬는 그녀. 그 온기를 느끼기 위함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까 전 부끄러워하던 모습과는 달리 물끄러미, 그저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그의 뺨에 손을 댈 뿐인 그녀.
“이, 이나야 너 말이야.”
“정말로...율하는 날 구하러 와 줬어.”
“하아. 당연하잖아.”
“당연? 당연한 걸까?”
“그래.”
“왜?”
“......”
“율하는 그게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자신이 왜 그녀를 데리러 온 게 당연한지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이나네 아버지께 말을 했던 것 처럼 그녀가 그렇게 된 게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렇다고 말을 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렇다면 무어라 말을 할 것인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녀의 표정. 하지만 율하가 거기에 대해 뭔가를 답하기도 전 그녀가 먼저 고개를 돌리며 살짝 그를 밀어낸다.
“미안.”
“어? 어?”
“그냥 도와주러 와 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난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
“하지만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돼?”
“뭔데?”
“율하가 했던 말 사실이야? 아빠가 날 여기로 데리고 왔다는 거, 사실이야?”
“아아. 그건 내가 말한 그대로.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그래, 사실이었으니까.
수아대장을 통해 연락이 닿자마자 바로 찾아왔던 그녀의 아버지. 그는 그 이후 여러 곳에 연락을 했고 그 가운데서 지금 그들이 있는 이 마씨일가의 사람들을 통해 그녀를 이곳을 데려와서 상세를 회복하게 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것은 그가 직접 목격했던 대로 틀림 없는 사실.
“그래, 사실이었구나.”
“이젠 믿어?”
“믿을 수밖에 없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다라....”
“율하가 보기에는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네.”
“글쎄.”
율하 역시 모호하게 말끝을 흐렸다.
이상하다고? 그래,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눈앞에서 반복해서 자신을 환상, 혹은 환각이라 여겼고, 자신이 전해주는 말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 그녀의 그 모습은 약간 과민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 할 수도 있는 것이리라. 게다가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고 계속해서 부정하는 그 모습은 확실히 무언가에 눌려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과연 그게 이상한 것일까?
“안 이상해?”
“평범한 반응은 아니지만, 사정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
생각보다도 초연하고 담담한 율하의 반응에 오히려 그녀가 조금 더 이상한 표정을 순간 지어 보인다. 그리고-
“이상해. 율하는.”
“윽, 내, 내가 이상한 거라고?”
“응. 그치만 그런 걸. 무슨 세상 다 산 사람 같은 반응.”
“그런가?”
“음, 글쎄. 하여간 고마워.”
배시시-
그 어떤 경계심도 깃들지 않은 천진한 웃음이 율하를 향한다.
그리고는 그대로 얼굴을 살짝 앞으로 숙이며 그대로 율하의 가슴께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는 그녀.
“이, 이나?”
순간 높아진 심박수와 떨리는 소리.
이번에는 반대로 율하가 그녀의 행동에 굳어진다.
쿵, 쿵, 쿵-
“응. 응.”
“......”
어색하게 허공에서 노는 손.
율하는 그 가운데 하나를 약간 망설인 끝에 그녀의 머리칼 위에 올려 놓고 가볍게 그것을 쓸어 본다.
“의외로 대담하네. 율하는.”
“그, 그런가?”
“아니면 소심한 건지도.”
그렇게 말을 한 다음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든다.
바로 코앞에서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
“대담한 건 내가 아니라 이나 너 같은데? 이거 꽤나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위험? 어째서?”
“그건...끄응.”
“후후. 글쎄. 위험한 걸까?”
의도를 잘 알 수 없는 그녀의 표정과 웃음과 말.
그건 자신을 남자로도 바라보지 않는 다는 걸까? 아니면 그 반대인 걸까?
“후우.”
“어차피...지금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응?”
“아니야. 아무것도.”
그렇게 말을 하며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율하로 부터 멀어진다.
아니, 멀어지려는 듯 잠시 몸을 뒤로 물렸던 그녀는 이내-
“츄-”
“!!??”
“이걸로 두 번째지?”
뒤로 잠깐 물러났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말을 하는 듯 다시 다가와 율하의 오른 쪽 뺨 언저리를 1초 간 적시고 사라지는 그녀의 입술.
“윽, 이, 이나 너?”
“싫어?”
“그,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괜찮아. 율하니까. 그리고 전에는 왼 쪽, 이번에는 오른 쪽이니까 중복은 아니지.”
“.....”
“하지만 그 이상은 아직.”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며 자신의 검지를 입술께에 가져다 대며 이번에는 진짜로 멀어져 몸을 완전히 일으킨다.
“아직?”
“왜? 아쉬워?”
“끄응. 그, 그거야.”
남자의 마음은 다 똑같은 법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고개를 돌리는 율하.
“변태.”
그런 그를 찌릿 하며 잠시 노려보는 그녀.
“누, 누가 변태라는 거야?”
“응? 음......글쎄?”
“끄응.”
“후후후. 그런데 율하야. 오늘은 며칠?”
“오늘? 아, 그래. 그렇구나. 자정이 지났으니 7월 12일, 화요일이야.”
“화요일? 내가 최가에서 그렇게 되었던 게......”
“지난 주 목요일이었어.”
“꽤 시간이 오래 지났구나.”
“그래, 그래서 걱정했어. 나도 이나네 아버지도, 수아대장님도, 반 친구들도.”
“그렇...구나.”
“어이 진짜라고.”
“후후, 그래. 믿을게. 왜냐하면 율하가 그렇게 말을 했으니까.”
“하아.”
“그리고 또 지나버렸네. 약속했던 토요일도.”
“응? 아아.”
물론 그녀가 그렇게 되는 사이에 그는 다른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었지만 그는 굳이 그것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오늘, 그리고 앞으로. 지나간 일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 것이리라.
“이나.”
“아직은 모르겠어.”
“어?”
율하가 무언가를 묻기도 전에 먼저 고개를 내 흔드는 그녀.
“나도 내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직은 모르겠어.”
아는 모양이었다.
묻지 않아도 이미 율하가 묻고자 하는 것을 짐작했던 듯 답을 하는 그녀.
“......”
“원래라면 은의 숲으로 가야 하는 게 맞아. 가서 미처 하지 못한 성인식을 치러야 하는 게 원칙이야. 하지만 분명히 나는 그런 일족의 규칙을 깨고 대정령님을 성급하게 만났고, 그 결과 성인식 때 깨달아야 했던 걸 깨닫기는 했어. 하지만...그걸로 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그렇구나.”
“내가 답한 게 율하가 궁금해 했던 거 맞아?”
“응. 정확하게.”
내심 감탄하며 율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잠깐 눈을 감는다.
알 수 없다는 건 결국 그녀는 한 번은 고향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성인식등의 의식으로 인해 1년 내지 2년을 머물러야 한다고 하면......
“그렇구나. 그렇다면 조금 지났지만 아직 약속은 유효한 거지?”
“유효?”
“응. 토요일, 시간 낼 수 없었으니까.”
“그, 그건.”
“아니면 이번 주말에는 다른 약속이라도 있어?”
“아니, 아직은 없는데.”
“아직은?”
“.......아냐. 없어. 없을 거야.”
약간은 사나워지려는 그녀의 눈빛을 눈치 채고 곧 바로 말을 바꾸는 그.
“후후. 그러면 이번에는 반드시 약속 지켜야 해?”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건 어디의 어느 분이셨더라?”
“그러네. 후후. 문제는 나였었지?”
“딱히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 그렇게 말해주면 문제가 아닌 걸로 할 게.”
“응?”
“후후후.”
“끄응.”
잠깐 당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율하.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잘 풀렸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모든 일들이 잘 풀렸다.
물론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했다.
대정령이 보여주었던 광경, 대정령이 했던 말들, 그리고 자신이 했던 선언까지.
과연 자신은 잘 한 걸까?
정말로 자신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그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선언은, 그 마음은 진짜였다는 것.
그리고 분명 자신의 눈 앞에서 장난스럽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는 이 반인반요의 소녀 역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소중한 대상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율하야.”
“어?”
“......아니야 아무것도.”
무언가를 율하에게 말을 하려다가 잠시 망설이며 고개를 돌린다.
그래, 그녀도 사실 율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렇게 가볍게 스쳐지나가듯 간을 보는 형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웃는 얼굴로 감추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내계에서 자신을 찾아서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의 울림을,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을 때의 따스함을, 어깨를 잡았을 때의 강인함을, 이마를 기댔을 때의 고동을 말이다. 그리고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첫 인상 나빴던 소년은 자신에게 있어 특별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도 알고 있을까? 눈치를 챘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러도록 자신이 노골적으로 표를 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거기까지. 직은 확실하게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래, 아직은 말이다.
“응.”
묘하게 흘러가는 밤.
이미 이 둘에게 있어서 아침에 학교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은 조금 나중의 일인지도 몰랐다. 기묘하게, 그저 어색한 침묵 속에 흘러가는 밤의 시간.
“웅.”
“......”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서로 어깨를 대고 앉은 두 사람.
그 가운데 머리 하나가 이미 기울어진 초승달처럼 기울어진다.
다만 달과는 달리 그 머리의 아래에는 그것을 받쳐 줄 어깨가 있었을 뿐.
그리고-
“잘 자. 율하.”
“아아.”
다가올 새벽이 그들을 다시 깨울 때 까지, 새롭게 변할 하루가 그들을 다시 움직이게 할 때 까지 지금은 그 밤처럼 편안하게 쉴 것을 고한다. 흐르는 밤보다도 더 고요하게.
- 작가의말
이것으로 2화 종료.
마음은 어느 정도 나타내고 확인했지만 아직은 풋풋하게.
하지만 이것으로 먼저 선점효과를 노릴 수는 있게 되었군요. 그렇지만 다른 히로인들이 이대로 지켜 볼 수 있을 리가 없죠? 과연 다음의 반격은 어디에서 부터 어떻게?
ps. 이제는 정말 삼성 뿐이야....는 꿈. 기아도 한화도 지금까지는 불합격 뿐이네요. 취업의 무운!!!
ps2. 댓글, 댓글, 더 많은 댓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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