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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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조회수 :
780,176
추천수 :
10,203
글자수 :
1,738,667

작성
13.09.09 16:24
조회
1,513
추천
51
글자
19쪽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DUMMY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났네요.”


“네. 그러네요.”


“원하던 건 순조롭게 얻으셨나요?”


“거기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 말씀드리기가 좀 그러네요. 아하하.”


생각보다 빨리 끝난 봉령고에서의 일.

그래서인지 들어갈 때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는 태양의 위치를 바라보며 홍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네. 그 보다도 형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아까 전의 그건 꽤 압박이 심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건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게는 누님의 부적이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헌데 율하님.”


“네?”


“율하님께서는 대체 무엇을 하시고자 하시는 겁니까?”


“예?”


갑작스러운 홍우의 질문.

율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홍우를 올려다본다.

언제나처럼 반쯤 미소를 머금은 담담한 표정.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약간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눈동자만이 아니다.

그의 온몸에서 떠오르는 감정의 기운 또한 평소와는 명백히 다른 색을 띄고 있었다.


“...물론 제가 율하님을 추궁할 어떤 자격이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아닙니다. 형님.”


율하는 그 기운이, 그 색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금방 눈치 채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의심은 아니다. 불신도 아니다. 그런 종류의 부정적인 감정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열망. 마치 불꽃과도 같은 그런 뜨거운 열망의 기운이 그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는 것을 율하는 눈치 챘다.


“그러면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겁니까?”


“형님께서 무엇을 보셨는지, 무엇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저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입니다.”


“물론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요.”


“......”


“하지만 결국 율하님은 평범하게 끝날 분이 아닙니다. 율하님께서 설사 그것을 바라신다고 해도 세상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겠지요.”


“끄응.”


“율하님은 율하님이 지닌 힘과 지식, 그리고 인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계신다고는 느끼지 않으시는 지요.”


“형님. 저는...”


“네. 물론 저도 율하님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율하님의 계획은 물론이고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죠.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율하님이 세상에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세상은 율하님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율하는 홍우의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살짝 뜬금없다는 생각도 드는 이야기.

하지만 그건 결코 뜬금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홍우가 아까 자신과 수라의 이야기를 아주 조금만이라도 자세히 들었다고 하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론 율하의 생각으로는 만약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런 이야기보다 앞서서 다른 여러 이야기가 먼저 선행되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기도 했지만 그 이야기를 생략했다고 하면 이건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다.


“홍우형님께서는 제가 무언가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기에 율하는 반대로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율하님.”


“물론 제가 다소 특별하다는 건 압니다. 이제 와서 부정해 봐야 공허하기만 할 뿐이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삶을 누릴 권리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율하님께서 해 오신 일들을 보면...그런 삶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그건 저의 착각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바라서 한 것은 아닙니다.”


“제 이야기도 그런 것입니다. 율하님께서 원하시건, 원하시지 않건 세상은 율하님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그런 세상에 대해 율하님께서 수동적으로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능동적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는 거죠.”


“......”


“혹시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는 않겠죠. 네.”


율하는 한숨을 내쉬고는 홍우에게서 고개를 돌려 땅을 바라본다.“


“저는...율하님께서 준비를 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계획이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채비를 하셨으면 합니다.”


“어떤 채비 말입니까?”


“그건 율하님께서 정하실 일이죠.”


“그렇다면 제가 움직이지 않는 것 또한 저의 선택이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건 율하님께서 결국에는 후회하실 선택이기도 하겠지요.”


“......”


“저는 퇴마사입니다. 당연한 말로 예언가는 아니고 신탁을 받는 자도 아니기에 앞날을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어째서죠?”


“그건 예언조차 필요 없을 당연한 미래. 특히 이 나라에서는, 아니 이 [세상]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죠.”


“홍우 형님. 형님께서는 대체...”


“수라와 율하님의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두 분께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수라의 이야기를 들으신 겁니까?”


“머언 옛날. 지금의 문명이 서기 이전 아주 먼 옛날 마도문명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지금은 과거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하는 그런 내용이죠.”


“......”


율하는 가만히 홍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시대는 지금과는 달리 무척이나 번성했던 시대로 과학, 술법, 문명, 철학등 모든 분야에서 지금보다 몇 배나 높은 수준을 자랑했던 시대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도 갈등이 있었고, 혼란이 있었죠. 아니,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그런 시대에 걸맞은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홍우가 풀어 놓는 마도시대에 대한 이야기.

그건 지금까지 율하가 들었던 그 어떤 것 보다 상세하고 또한 직접적인 이야기이기도 했다. 단편적으로만 남아 있는 여러 유물이나 기록에 의해 재생산된 현대의 이야기가 아닌, 그 시대를 직접 살았던 자의 이야기. 그리고 또한...


“수라는 이야기했습니다. 율하님은 그 당시 그 혼란을 잠재운 구세주라고. 또 한편으로 안정된 세상을 멸망으로 몰아간 파괴신이라고요. 설사 그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그 후손일 것이라 말이지요.”


“......”


율하는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놈의 수라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입이 싼 녀석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물론 그것은 수라의 잘못은 아니었다. 애당초 비밀의 이야기도 아니었으며 홍우는 그 수라와 수라가 깃든 장군의 갑주의 주인으로 충분히 그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다음의 이야기.


“수라는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께서, 물론 지금의 당신은 아니겠지만 세상을 바로잡고, 또 멸망에 이르게 한 그 모든 것이 당신의 뜻대로가 아니었다고 말이지요.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또 주변의 상황에 흔들려 수동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말입니다.”


“수라가 직접 그렇게 말했다는 겁니까?”


“네. 물론 처음에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율하님과 제가 함께 악령들을 처리하러 갔을 때, 수라는 율하님을 알아보고 그 다음에 제게 그리 말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당신과 직접 만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에 저는 처음에 거부했습니다. 그가 율하님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몰랐던 것도 있지만 율하님의 의중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차에 제가 직접 장군의 갑주를 보고 싶다고 했던 건가요?”


“네.”


홍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 우연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필연이라고도 할 수 없다.

율하는 운명을 믿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보다 높은 저 위에서 정해진 운명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논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우연, 운명, 필연이라는 단어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다만 이것은 보다 인위적인 이끎.

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자신이 마도의 힘을 손에 넣은 것도, 인왕의 눈과 접해 1단계의 제약을 보다 빨리 풀 수 있었던 것 역시 그와 유사한 인위적인 이끎의 결과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그 주인공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자, 제 7천의 기계천사라 소개한 그녀 게이져.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보면 이건 수상해도 보통 수상한 일이 아니었다.


맨 처음 자신이 깨어났을 때는 분명히 이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고 했던 그녀인데 그 직후 그녀의 흔적을 볼 때 마다 이야기가 점점 달라졌다. 아니, 그녀의 이야기 뿐 아니라 그저 가상세계로서 완전히 새로 창조된 세상으로 보기에 이 세상은 너무나도 수상한 구석이 많았다.


뭘까?

이 세상은 대체 뭘까?

보다 상위 세상의 존재들은 이 세상에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자신은 또 누구일까?

왜 이런 곳에서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려 있는가?

또 왜 그러면서 자신은...거기에 대해 전혀 수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대수롭지 않게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율하님은 이 모든 것들이 우연이라 생각하십니까?”


“우연은 아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운명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글쎄요.”


율하는 말을 얼버무린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아주아주아주 솔직한 이야기로 그건 자신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저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 또한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미래 계획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역시, 그렇군요.”


“무엇이 말입니까?”


“율하님께서는 그냥 될대로 되라하고 살아가시는 것 같네요.”


“아뇨. 결코 그런 건...”


“아니요. 그렇습니다. 자신은 계획적이라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율하님께서는 그냥 지금 당장 닥친 일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그런 삶을 살고 계실 뿐입니다.”


“......”


“기분이 나쁘십니까?”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째서 수라가 제게 그런 말을 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건...”


“이대로라면 율하님은 다시 무언가에 의해 계속 이끌려 다닐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필시 그럴 것입니다. 물론 그것 또한 율하님의 선택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라면 수라가 말했던 그 때의 참사가 반복될 뿐입니다. 다만...그 주체가 누구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제가...주체가 된다고 해도 참사가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죠.”


“네?”


홍우는 갑작스럽게 내뱉어지는 율하의 그 말에 벙찐 표정으로 입을 살짝 벌린 채 눈을 껌뻑거렸다.


“아뇨. 아닙니다. 형님.”


하지만 그 직후 율하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형님. 하지만 저는 지금 제가 특별히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물론 형님의 말씀처럼 수동적일 수는 있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습니까.”


“네. 걱정을 해 주셨지만...저는 지금에 만족해요.”


사실은 아니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리고 홍우가 자신에게 하고자 하는 말도 충분히 이해는 했다.

하지만...이해를 한다고 해도 그걸 받아들이는 건 상당히 다른 문제였다.


“그렇군요. 제가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아니에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율하는 그렇게 말하며 억지로 만들어 보인 웃음을 얼굴에 띄워 보인다.


“......”


그런 율하를 바라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홍우.

두 사람은 그렇게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시선을 조금 다른 쪽으로 돌릴 뿐이었다.


“형님.”


“네.”


“제가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형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만큼 생각 없이 살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아직 제 뜻대로 움직일 때가 아닌 것 뿐이죠.”


“율하님의 뜻. 그건 정말 율하님의 뜻입니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제가 거부하지 않는 뜻입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정말 자기 자신의 뜻만으로 살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습니까. 홍우 형님도 홍우형님이 처음부터 퇴마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을 먹어 그 길을 가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은...그렇다고 해야겠죠. 그렇군요. 율하님은 아직 동기를 찾자 못한 것 뿐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지금의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쁜 것은 아니리라.

율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몸을 완전히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러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오간다.

영왕의 이야기, 수라의 이야기, 그리고 홍우의 이야기.

틀린 이야기들은 아니다. 사실 자신이 이곳에 와서 들은 진지한 이야기 가운데 정말로 틀렸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 그 무엇하나 자신에게 와서 닿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공허한 느낌.

그건 누군의 말처럼 이 세계가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일까?

자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그런 인식 때문일까?

확신은 할 수 없다. 자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자기 자신에게 사람은 관대한 법이니 말이다. 다만 거기에 한 가지를 덧붙일 수는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무언가를 올바르게 이끌 능력 같은 건 없으니까.”


홍우로부터 약간 거리를 두어 홀로 봉령고에서 대전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던 율하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래, 자신은 자신이 없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대로 시행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그래서 좋았던 결과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특히 자신이 자신의 진짜 인생을 걸어 해보고자 했던 일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이후 그는 무언가를 주도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솔직히 모르겠다.

이성적으로는 알겠지만, 알만한 것들은 다 안다고 생각을 하지만 마음이 답답했다.

이제 와서는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최소 30년 이상의 경험과 기억이 있는 자신에게 있어 그리 무겁고 절대적인 내용도 아닌데...왜 이렇게 아직 그 기억에 자신이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래, 나는...아냐.”


최소한 지금 그는 틀리지 않았다.

아무리 수동적으로, 다른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움직여진다고 해도 거기에 큰 잘못이나 비도의적인 의도가 있지 않은 이상 거기에 맞추어 줄 용의가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게이져라고 하면, 자신을 이 세상으로 처음 인도한 그녀라고 하면,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거기에 따를 생각이었다.


“그녀는 천사, 적어도 나보다는 상위의 존재. 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겠지. 그러니까...해야지.”


율하는 결국 그렇게 결정을 내린다.

아니 결정 자체는 예전부터 내린 것.

단지 지금은 홍우가, 그리고 수라가 불러일으킨 마음의 풍파를 가라앉힌 것뿐이다.


일단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마도사가 되는 것.

수습이 아닌 정식 마도사가 되어 여러 가지 정보의 해금을 하는 것.

만약 그 이후에 그녀가 자신을 이끄는 이유가 불순한 것, 혹은 잘못된 것이라면 그 때 반항해도 좋은 것이리라. 설사 그 때는 이미 늦었을 지라고 해도 말이다.


“기분이 꿀꿀해.”


괜히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내면과 마주한 탓인지 율하는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거기에 대해 홍우나 다른 누구의 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기분이 상한 것은 상한 것.


“일단은 돌아갈까? 그나저나 이나는 뭐 하는 거지?”


율하는 문뜩 자신과 함께 와서 남양선자에게 따로 불려간 그녀를 떠올린다.

사실 오늘 그녀와 함께 이곳에 온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시계를 살펴 지금이 아직은 오후 4시를 조금 넘었을 뿐인 그런 시간이라는 것을 파악하고는 표정을 바꾸어 고개를 끄덕인다. 적당하다면 적당한 시간. 아니, 율하는 애초에 그녀와 저녁 대쯤에서야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이른 시간이라고도 해도 좋을 시간.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율하는 다시 한 번 오늘의 계획을 되새기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엇을 그리 혼자 기뻐하는 것이냐?”


“힉?”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율하는 자신이 정말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 것인지 흠칫 놀라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곳에는...


“의외인가? 본 군주도 의외로구나. 네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있다니...”


“구, 군주님.”


황족이자 군주인 소군.

그녀가 두 명의 수행원과 함께 이곳 최가의 복잡한 건물 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체 그녀가 왜 여기에?

아니, 달리 생각해 보면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어제인가 그저께인가에 불암 에 모습을 드러내어 황족의 이름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니 오늘이나 내일쯤에는 용산의 최가에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건 그리 이상하지 않은 일.


“그러고 보면 너는 이곳에 안면이 있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잘 되었구나. 그러면 본 군주를 잠시 도와주지 않겠나?”


소군은 그렇게 말하며 율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끄응, 그, 그것이 말입니다.”


“무언가 다른 약속이라도 있는 게냐?”


무어라 답을 해야 할까?

아니, 왜 하필 지금의 타이밍일까?

율하가 그렇게 소군과 함께 대전의 앞에서 무언가를 웅성거리는 그 사이.


“밖이 시끄럽구나.”


드르르륵-


“으윽.”


가장 최악의 타이밍에 대전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남양선자와 함께 이나가 밖을 내다본다.


“...”


“......”


서로 눈이 맞부딪히는 세 사람.

처음 소군군주는 남양선자를 먼저 바라보았지만 그 직후 무언가를 느꼈는지 그 옆에 있는 이나를 좀 더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은 이나 역시 마찬가지.


“어라, 이 분은?”


“......”


“......”


남양 선자가 소군군주를 눈치채고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정작 두 사람, 소군과 이나는 그저 침묵을 유지한 채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틈에서 가장 곤란한 것은 다름 아닌 율하.


그렇게 얼마의 시간동안 그 장소가 침묵아닌 침묵 속에 잠겨 있었을까.

마치 천추와도 같은 몇 초가 흐른 최가의 대전.

그리고...


“율하. 설명해 보도록.”


“응, 그래. 율하야. 설명을...아니, 소개를 부탁해.”


두 여인은 그렇게 가운데 낀 율하를 바라보았다.

지긋하게.


-


작가의말

완전 수라장 1초 전...

하지만 상식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이제 다음 파트면 이번 장도 끝...

 

아하하,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추석 전에 책 두권 분량을 더 써야 해서...

 

요새 일과는 아침에 6시쯤 기상, 운동, 9시까지 강남지옥을 헤치고 출근, 6시 칼퇴근 하여 카페로 글쓰러 본업 출근...11시 집에 와서 기절...이게 일과입니다. 얼른 끝내야 할텐데 말이죠. 끄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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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7 pseudoID
    작성일
    13.09.09 17:07
    No. 1

    잘 읽었습니다.
    율하는 될대로 되라 하다가 함정에 빠졌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3.09.09 17:13
    No. 2

    케 세라 세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만월이
    작성일
    13.09.09 17:16
    No. 3

    부러우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ShahEltz
    작성일
    13.09.09 17:18
    No. 4

    아자아자 화이팅!!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고냥남작
    작성일
    13.09.09 18:08
    No. 5

    내 여동생과 여친이 수라장.... 이라면 ..... 요우가 나와야!!! 뭐 요우파는 아닙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09.09 21:17
    No. 6

    홍우가 수라가 한말 율하에게 말하는도중이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군요.
    "수라는 제가 말했습니다."
    이 부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09.09 21:28
    No. 7

    음, 율하는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어요.
    서로 율하는 노리던지, 서로 가지려고 싸우던지 둘 중 하나.
    결과는 끝까지 살아남은 자들 중에서 율하를 따라가겠다고 하면 거부를 못 할꺼에요.
    율하는 말이죠.
    거부? 그랬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09.09 21:31
    No. 8

    기대하지요, 그 부분. 잘 써주기를 기대하지요. - 콜린
    그 부분은 아~주 멀었는데.. - 작가
    (기대 +_+).. - 독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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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17 1,294 28 24쪽
164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6 1,244 33 36쪽
163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4 1,544 36 22쪽
162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6 13.12.12 1,330 36 23쪽
161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3 13.12.10 1,454 31 21쪽
160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09 1,593 44 26쪽
159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05 1,684 34 26쪽
158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7 13.12.03 1,655 51 22쪽
157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30 1,545 35 25쪽
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9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14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7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45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56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11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40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8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83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6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7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5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7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9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6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9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90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8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61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8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4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1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2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7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7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7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3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3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2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5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7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3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2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3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2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7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2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5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3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7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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