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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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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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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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DUMMY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리 높지 않은 통로의 천장을 미궁의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한참을 올려다보던 율하는 무언가 결심을 내린 것인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끄음.”


“괜찮은 거야?”


“약간 아파.”


“약간 아픈 것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나도 그래.”


율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콜린의 말처럼, 아니 그녀의 말이 아니라고 해도 지금 자신의 이 상태가 얼마나 말이 아닌지, 그리고 이런 상태나마 살아남은 것이 얼마나 행운이 따른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여전히 한쪽 구석에서 거대한 해골만을 남긴 채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강골 - 강조, 아니 가이젠 주르는 소름끼치도록 강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진심이었다면, 조금만 더 자기 자신에게 회의를 느끼지 않았다면...율하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면 저렇게 누워 있는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며 자신은 지금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잖아.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확실히 지금부터가 더 큰 문제지.”


율하는 콜린의 그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다섯이라고 했다.

물론 시스템이 완전히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운 지침을 준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런 가이젠 주르 같은 중간보스가 앞으로 다섯이 더 남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마 그 다섯은 첫 번째 수문장이었던 가이젠 주르보다 강하고 잔혹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은 그런 다섯 수문장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멀쩡할 때에도 힘든 것을 지금 이런 상태로, 한쪽 다리를 잃고 그 기능을 상실한 지금 이전과 같은 행운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 행운이 있다면...과연 그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지금 이 상태라면 보스의 앞에 가서는 율하는 목만 둥둥 뜬 채 다녀야 할 지도 몰라. 물론 그러고도 살아만 있다면 말이지.”


“끄응.”


“...그래도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거지?”


“어쩔 수 없잖아? 그게 가능했으면 아까 했어.”


“하긴.”


콜린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앉은 율하의 멀쩡한 한쪽 다리 위에 살짝 내려앉는다. 그리고는 머뭇머뭇 손을 뻗어 잘려나간 부위를 마도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접합]만 해 두었을 뿐인 그 부위를 살짝 매만지는 그녀.


“...아프지는 않아?”


“아파.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율하는 약간 서늘하게 느껴지는 콜린의 영촉을 느끼며 가볍게 한숨을 내 쉬었다.

아프다. 당연한 일이다. 다리가 잘려나간 일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 만큼 극심한 격통은 아니었다. 그건 마도의 힘일까? 아니면 가이젠 주르의 기술이 워낙 대단했던 것일까? 하긴, 그런 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


“어쨌거나 그래도 처음을 뚫었으니 이 다음은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어.”


“나아간다고? 어떻게?”


“당분간 이런 보스 전은 피할 거야. 그리고 거기에는 콜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내 도움 말이지?”


“응. 10할의 확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가이젠 주르는 콜린도 아지단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 말은 이런 수문장들은 대체로 영적인 감각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할 수 있어.”


“이들 또한 사령인데도?”


“그렇기 때문일 거야. 가이젠 주르도 그랬잖아? 사령의 힘에 뒤덮여 힘과 내구력이 더 강해지기는 했지만 자기 본래의 실력이나 감각은 떨어졌어. 그러니까 콜린이 내 길잡이가 되어 주고 앞으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아갈 생각이야.”


“그럼 지표는?”


“지표?”


“응. 율하가 그 세이브 포인트인지 뭔지를 향해 나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대체 그 세이브 포인트가 정확하게 뭘 말하는 말해주지 않았잖아.”


“......”


“율하?”


“아아. 미안. 하지만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 말 할 수가 없네.”


“말하기 곤란한 거야?”


“아니, 그런 의미가 아냐. 다만...나도 그게 정확하게 뭔지는 몰라.”


“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며 고개를 돌려 율하를 올려다 보는 콜린.

그런 그녀를 향해 율하는 약간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믿기는 힘들지만 사실이야. 게다가 여기에 그런 게 있다는 건 내가 알아낸 게 아니라 영왕님이 말씀하신 거고 말이지.”


“아. 맞아. 그랬었지. 하지만 그럼 대체 그걸 어떻게 찾을 생각인 거야?”


“그건 문제없어. 보면 알거든.”


“뭐, 뭐야. 대체 그게 뭐야?”


“사실이야. 게다가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말이지.”


“......”


“그렇게 노려볼 건 없잖아. 그리고 정확히 그게 뭔지 모를 뿐이지 길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


율하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을 지탱하던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가볍게 허공을 휘저어 보인다. 그와 함께 마치 마술처럼 대기에서 분리되는 검붉은 기류가 흘러나왔고, 그 기류는 마치 테세우스의 실타래처럼 미궁의 길을 일러주듯 앞에 펼쳐진 여러 갈래 길 가운데 한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가장 위험한 길.”


“응?”


“적어도 이 기운이 가리키는 방향을 피해 가면 가장 큰 위험만큼은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편의 손을 들어 올려 반대로 푸른 기류를 만들어 보이는 그.


“이건 안전한 길?”


“안전까지는 모르지만 이 앞에는 영적인 흐름이 가장 적은 곳. 즉 영적인 존재감을 지닌 그 어떤 것도 없거나 혹은 가장 적은 길. 하지만 꼭 여기가 정답이라고도 할 수는 없어.”


“그럼 율하의 선택은?”


“뭐든 적당한 게 제일 좋은 법이지.”


율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몸을 일으켜 세운 다음 자신이 추출해 낸 두 색의 영적 기류 가운데 검붉은 기류가 가르키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적당한 게 제일이라며?”


“적당하잖아? 게다가 위험이란 가까이 둘 수록 가장 안전한 법이라고.”


“...즉 그걸 율하가 접근해 만나고 그게 율하를 인식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지?”


“응.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별로 시간도 없고.”


“시간? 아. 그랬지.”


콜린은 율하가 무얼 말하는 건지 눈치 채고 자신이 먼저 그 검붉은 기류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쭈욱 나아갔다. 아마도 율하가 말하는 그 시간이란 처음 이 미궁에 들어오기 전에 두렀던 생명력 흡수 마법으로 인해 그를 포함한 어떤 [살아 있는 존재]가 삼각산의 사신에게 들키지 전까지의 시간을 말하는 터. 지금이야 가이젠 주르에게 당한 상처에 더해 이미 한계치까지 떨어진 생명력으로 인해 아직 들키지 않았지만 그 마법이 날아가고 다시 생명이 회복되기 시작했으니 시간을 오래 끌면 끌 수록 불리하게 될 것이 뻔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는데.”


율하는 고개를 저으며 콜린이 먼저 한 발 먼저 날아 들어간 그 통로를 따라 천천히 따라간다. 그래, 콜린에게는 미안하며 다소 부담이 될 일이기는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율하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통로의 벽을 집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하나의 사건, 즉 이벤트일 뿐이라 생각했다.

가상세계라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세계의 퀘스트이자 동시에 이벤트.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을 그런 [갈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간 정착지라 할 수 있는 지금은 단지 그게 아니라는 걸 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사라센 제국의 대마도사였던 사령술사 홀스마이뉴.

어째서 자신이 처음 찾은 미궁인 인왕의 지하수로에 그의 일기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와 연계된 이곳 삼각산 아래의 미궁에는 그가 보스로 있는 것일까?


“...역시 우연은 아니겠지?”


그는 잠시 멈추어 서서 통로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그저 추가영상일 뿐이라 생각했던 사령술사 홀스마이뉴의 일기를 재차 곱씹어 보는 율하. 그래, 그 일기에 의하면 그가 처음부터 사악한 마도사였던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그는 좌절하고 타락하여 지금처럼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마 자신이 진행하는 이 임무를 통해 그 진실을 밝히고 나아가 마도사로서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혹은 새로운 마도사, 잘하면 상위 단계의 전직까지 가능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가 생각하기에 있어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에게 있어 그리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도사 홀스마이뉴의 배경.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에게서, 그리고 그가 발생시킨 2차 피해자에게서 율하는 낯설지 않은 데자뷰를 느꼈다.


“이 앞에 세 갈래 길이 있어.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에서는 무척이나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그래?”


그렇게 율하가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와중에 다시 돌아온 콜린이 전방의 상황을 전해 준다. 생각보다는 깊고 복잡하게 펼쳐진 던젼의 미로. 하지만 그 가운데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히 한정되어 있었고 그 주요지점에는 그런 위험요소들, 즉 중간보스들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그들이 가고자 하는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그런 중간보스들을 얼마만큼 피할 수 있는 가의 여부. 만약 이게 진짜 게임이라면 그걸 반드시 돌파하고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겠지만...


“그 가장 위험한 길은?”


“가운데. 하지만 꼭 거기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안쪽으로 연결되는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가능할 것 같아?”


“아직 확신은 못하지만. 응. 게다가 생각보다 여기 길이 복잡한 것 같기도 하고.”


“...콜린의 생각은 어때?”


“내 생각?”


“응. 콜린이 볼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이대로 돌아가는 게 가장 상책이라고는 생각해.”


“상책은 상책이지. 확실히.”


“하지만 결국 그건 쓸 수 없는 수라는 거잖아?”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고 하면...내가 한 번 지나가 볼게.”


“콜린이?”


“응. 율하의 추측대로라고 하면 저 사령이나 사자의 군대, 그리고 중간보스들은 날 보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뒤로 들어가서 다른쪽과 연결된 길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가장 빠르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 추측은 추측일 뿐이야. 자칫 잘못하면.”


“응. 내가 위험해 질 수도 있는 거지?”


“......”


“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위험해져야 하는 길이라고 하면 그 확률이 보다 낮은 편이, 그리고 위험해지더라도 그 피해가 적은 쪽이, 그 피해가 있더라도 치명적인 손실이 되지 않을 쪽이 하는 편이 현명하겠지. 응.”


“콜린, 그건.”


“미리 말을 해 두지만 진심이야. 응. 이건 율하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한 협박이나 엄포가 아냐. 정말 그 길을 택해야 한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일 뿐이야.”


“그건 알고 있지만.”


율하는 살짝 망설였다.

물론 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얼 꾸미는 지 모를 사신을 막기 위해서는, 한양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일에 자신이...감히 콜린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이게 그런 정도의 가치를 지닌 일일까?


“어떻게 할까? 아니면 일단 여기는 지도에 표시 해두고 다른 길을 찾는 방법도 있어.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시간에 맞을 지는 확신하지 못해.”


“정말...우리는 확신하지 못하는 일 뿐이네.”


한숨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율하.


조금, 아니 상당히 한심했다.

물론 단지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나 회의와 함께 탈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약하다. 아니, 객관적으로 약한 건 아니다. 이 세계에 넘어온 지 채 1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여기까지 자기 자신을 키우고 인맥을 만들고 여러 가지를 한 건 결코 적은 업적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가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과연 자신이 잘하고 있는 지,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지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


“어쩔 수 없잖아?”


“아아.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부탁할게 콜린.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무조건 도망쳐 나와야 해.”


“피, 나도 알고 있어. 그리고...”


“응?”


“아, 아니. 아무것도.”


콜린은 그렇게 말을 얼버무리고는 여전히 허공에 아로새겨진 검붉은 기류를 따라 흘러들어간다. 그런 그녀가 사라진 뒤쪽을 바라보고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율하.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늦는데.”


“내가 확인해 볼까? 주인?”


“아지단.”


“주인인 수호령인 그녀처럼 먼 거리는 갈 수 없지만 마도서 주변 일정 범위는 인지 할 수 있다. 물론 그녀가 잘못되었다면 나 역시 그렇게 될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아니, 괜찮아. 그리고 아직 콜린은 무사해. 응. 적어도 그건 알고 있어.”


수호계약으로 연결된 콜린과 율하.

그렇기 때문에 율하는 그녀가 다소 늦는다고는 해도 아직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씩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을 애써 누른 채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른 다음...


“음.”


저벅저벅-

저 멀리에서, 그것도 안쪽에서 부터 울려오기 시작하는 걸음 소리.

누구? 그리고 무엇?

하지만 율하가 그것을 생각하고 미처 어떤 대비를 세우기도 전에 그가 대기하고 있던 그 안식처의 모퉁이를 돌아 그림자가 제법 크게 드리우기 시작한다.


“......”


숨을 죽인 채 그저 몸을 통로의 중간 쯤 놓인 바위틈에 숨기는 율하.

하지만...


“나오게.”


“크읏.”


아직 채 모습도 나타내지 않은 모퉁이에서 그림자가 손을 내 뻗는 모습이 보임과 동시에 율하는 자신을 옭아매는 기운에 얕은 신음을 흘렸다. 빠져나가려고 해 보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오히려 점점 더 강하게 자신을 옭아매며 통증을 주는 이 기운. 믿을 수 없었지만 이건 틀림없이 마도의 힘이었다.


“소용 없네. 이미 나는 그대가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크핫!”


온몸에 가해지는 강력한 격통과 저림 증상.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그 뿐이 아니라 율하는 자신을 잡아 묶은 그 기운이 자신을 잡아당기는 대로 그대로 끌려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욱신하는 상체. 마도의 힘으로 묶어 놓은 오른쪽 다리가 살짝 어긋나며 다시 그 틈새로 조금씩 핏물이 새어 흐르기 시작한다.


“이런, 미안하네. 하지만 그렇게 거칠게 다루지 않아서야 절대로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아서 말이네. 이...가여운 수호령과 마찬가지로 말이지.”


“무, 무슨?”


율하는 그 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로브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감싼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일까?

그리고 대체 무슨 목적일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는 무수한 생각들.

그리고 율하는 그 가운데 가장 최악이라 할 수 있는 한 가지 가정을 세워 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나약한 인간이군. 이런 인간이...내 첫 번째 수문장을 쓰러뜨렸다는 겐가?”


아니, 그건 가정이 아닌 현실이었다.

숨길 이유가 없다는 듯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만한 말을 내뱉는 그 존재.

그는 틀림 없이...


“당신이, 설마...”


“그래. 그렇다네. 나의 미궁을 침입한 침입자여. 내가 바로 대 사라센 제국의 대마도사였던 홀스마이뉴라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앙상한 손으로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내린다.

그러자 그 아래에 드러나는 초췌한 노인의 얼굴. 분명 그건 그가 영상을 통해 본 적이 있는 사라센의 대마도사 홀스마이뉴의 최후와 비슷했다. 하지만...


“당신...”


“클클, 이상한가? 하긴 네가 쓰러뜨린 가이젠 주르의 기억을 얻었다고 하면 내가 이 모습을 하고 있는 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


“입을 열지 않을 생각인가? 하긴, 좋네. 어차피 지금이라면 그대가 내게 좋은 감정을 가질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 난 자네를 적대할 생각은 없다네.”


“...무슨?”


율하는 상대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는 지금 이게 뭐가 뭔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대체 왜 홀스마이뉴가 직접 자신의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나타난단 말인가.

자신이 보낸 콜린은 어디에 있으며 홀스마이뉴가 어떻게 그녀를 파악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는 왜 자신을 적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이 자가 직접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시스템 상으로 어떠한 알림도 울리지 않는 것일까?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투성이인 상황.

자신은 여기에서 대체 무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믿지 못하나? 그래도 좋네. 그리고...사실 상관도 없고 말이지.”


“상관이 없다고?”


“그래. 내게 있어 중요한 건 그대가 지금의 세상의 플레이어라는 것. 단지 그것뿐이라네.”


“!!!”


“설마 모를 것이라 생각했던가?”


“아, 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할 거라 생각하는데?”


“호오, 하긴 그대는 아직 이 세상의 진정한 구조나 목적에 대해 알지 못하겠군.”


“진정한 구조? 목적?”


“클클, 그래. 하긴...알았다면 혼자서 무모하게 이런 곳으로 들어올 생각을 할 리가 없지.”


“......”


“자네는 이 세상이 가상세계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것까지...당신이 알고 있다고?”


“마도문명으로 부터 살아남은 자라네. 지금의 세상을 이루는 [인형]들과는 달리 나는 이 세상의 원 주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 모를 거라 생각했나?”


“이 세상의 원 주인.”


“하긴, 엄밀하게 따지자면 나조차도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군. 아니, 마도 문명 당시의 그 누구도 말이지.”


“......”


“음, 이해가 잘 가지 않나?”


“완전히는. 하지만 대충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


“클클, 그거면 족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아. 그거면 되었다고 하지 않나?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네. 자네의 목적, 자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지도 말이네.”


“...대체 당신은 뭘 어쩔 생각이지? 그리고 나한테 뭘 바라는 거지?”


“기세는 좋군. 그런 꼴을 하고서도 말이지.”


“약한 척 한다고 봐 줄 거 아니라면 상관 없잖아.”


“하긴 그렇지. 아아...그랬었지. 과거에도 말이야.”


“......”


“좋아. 어차피 밤은 깊고 이야기는 지루하니 긴 말은 필요 없겠지. 따라오게. 아니...그럴 것 없네. 내가 끌고 갈테니 말이야.”


“어, 어디로?”


“그대의 말로...[보스방]이라고 하던가? 어쨌건 이곳의 가장 깊숙한 곳, 나의 연구시리라네.”


“뭐? 우와아앗?”


그렇게 율하는 무언가 반항하거나 말을 걸 틈도 없이 그대로 어둠의 끈 같은 것에 온몸을 속박당한 채 그대로 질질 안쪽으로 끌려 들어갔다.


작가의말

슬럼프는 스럼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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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6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6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4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6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9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6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9 49 22쪽
»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8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60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8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7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7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3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1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3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1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5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7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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