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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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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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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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DUMMY

“으음...비?”


어둑어둑해 진 하늘.

그 위를 보다 더 어둡게 덮고 있는 짙은 먹구름의 아래에서 한두방울 씩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힘없이 거리를 터벅터벅 걷고 있던 율하는 자신의 어깨에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에 약간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쏴아아아.

하지만 그렇게 한방울 두방울 쏟아져 내리던 빗방울은 이내 거센 빗줄기로 변했고 율하는 그 바로 옆에 있던 가게의 처마 끝으로 뛰어가 잠시 비를 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곤란하네.”


“오늘 일기예보 안 봤어?”


“아아.”


옆에서 둥둥 떠서 자신은 별로 관계가 없다는 듯 율하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콜린. 그녀의 말처럼 율하는 솔직히 오늘 일기 예보를 볼 시간이 없었다. 물론 처음 집을 나설 때 생각보다 하늘이 어둡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 때는 비냄새도 나지 않았고 습기도 덜 해서 비가 올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데다가 무엇보다도 설사 비가 온다고 해도 소군군주와 수아대장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일이 끝나고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 줄 거라 생각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집까지 태워달라고 하지.”


“그러게. 하지만 그럴 수 없었으니까.”


“응.”


율하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드는 말에 맞장구를 치는 그녀.

사실 아직 날이 막 어두워지기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까지 늦은 시간이 아닌 지금. 그렇기에 만약 오늘 군주를 수행하는 일을 잘 했다고 하면 이 시간에 이렇게 반쯤은 일방적으로 버림받듯 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이렇게 된 것은 그의 잘못은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응. 어쩔 수 없지.”


율하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꽤나 분위기가 좋았던 소군군주를 모시는 일, 아니 모시는 일이라는 이름 아래에 이루어진 기묘한 데이트를 떠올렸다. 물론 정식적인 데이트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에는 현재 반쯤은 전시 상황에 있는 한양시의 상황 때문에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그녀를 모시고 다녔던 하루. 그 덕에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군군주가 만족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망하지는 않은 것 까지는 확인했었다. 그래...거의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그 분이 남해왕이라고 했었던가.”


“그 황족 여자의 오빠라는 사람? 응. 전에 미궁에서 언뜻 율하에게 그렇게 말하기는 했던 것 같아. 그리고 천형인지, 병인지, 혹은 부작용인지로 앓아누웠다고 했었지.”


“...후우.”


“율하?”


“자신의 친족이, 형제자매가 아파서 위독하다는 건 역시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니겠지?”


“음. 그렇겠지.”


“그것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받는 것과 비교해서 어떤 게 더 괴로울까.”


“그건 비교 할 수 없는 거 아닐까?”


“응. 물론 그럴거야.”


“그리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또 다른 것이고. 하지만 역시 죽었다는 게 더 괴로울 것 같아.”


“콜린도 그렇게 생각해?”


“응. 왜냐하면 적어도 죽음은 일반적으로 삶과 격리되는 거잖아. 위독한 것은 그래도 아직 살아날 가능성이 무량대분의 일이라도 존재하지만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니까.”


“어쩐지 콜린이 그런 말을 하니 이상하네.”


“후후후. 그런가?”


율하는 그렇게 말하며 콜린을 바라본다.

그래, 지금 소군군주와 수아대장은 급히 남해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요양하고 있다는 남쪽 대구의 한 특수요양원으로 가기 위해 율하를 이곳에 내려 두고 떠난 상태였다. 한양으로 부터 대구까지는 그 거리가 거리인데다가 그가 위급하다는 것은 긴급을 요하는 일이었기에 율하로서는 차마 집까지 데려다 달라는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던 아까 전의 상황.


좋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각되었고, 소군 군주의 표정은 그가 보았던 그 어떤 때 보다 어두워졌다는 것을 그는 떠올렸다. 형제의 위독함. 형제의 죽음. 그리고 이미 죽어 자신의 수호령으로 존재하는 콜린. 율하는 그 틈새에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며 어떤 감정을 가지는 것이 정상인지 순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물론 그는 형제가 없었다.

지금도, 현실에서도 형제자매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얼마 전의 여파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친구를 잃고 친구의 가족들을 잃었던 그 사고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지인의, 친인의 죽음.


그것은 생각보다 가벼운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각오를 해도 슬프며 아무리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움직이겠다고 마음먹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그것이다. 그는 그 때의 경험으로 그것을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죽음을 기다리는 자의 입장은 되어 본 적이 없기에 소군의 감정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건 죽음과 다를까?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죽음을 목도한 것과 죽음을 통보받은 것은 다를까?

그게 부모인 것과 형제인 것과 친구인 것은 또 다를까?

다르다면 어떤 점에서 다를까.

그런 사람을 위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콜린.”


“응?”


“이제와서 새삼스럽고 또 미안한 질문이기는 하지만...죽는다는 건 어때?”


“죽는 다는 거? 음...글쎄?”


이미 죽어 혼령의 상태로 존재하는 콜린을 향해 몹쓸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런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율하의 질문에 화를 내도 좋을 콜린이었으나 그리 무겁지 않고 그 질문을 받으며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일 뿐인 그녀.


“미안. 괜한 거 물었어.”


“으응. 괜찮아.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일단 무서웠던 것 같아.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는 꽤나 아팠고. 그 다음에는...잘 모르겠어. 하지만 유쾌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야.”


“그래?”


“응. 하지만 순간 고통에서 해방되기도 했으니까...”


“미안.”


“괜찮다니까. 어쨌거나 지금은 이미 다 지난 일인걸. 그리고 죽음 뒤에도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렇게 100년이라는 시간을 격해 율하를 만나게 되었으니 난 그걸로 만족할지도 모르는 거고. 에헤헤.”


콜린은 그렇게 말하며 율하의 어깨에 걸터 앉아 작은 다리를 흔들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

아무리 보아도 이 비는 금방 멈출 것 같지는 않았다.


“곤란하네.”


“무엇이?”


“응?”


차박차박-

생각보다 더 거세고 또 갑작스러운 빗줄기 때문에 순식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진 거리. 물론 아침에 일기예보를 듣고 미리 우산을 준비했던 몇몇은 걸음을 서둘러 어딘가로 걸어가는 모습이 간혹 보이기는 했지만 그 보다는 자신들처럼 처마 아래에서, 혹은 가게 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종로 거리의 한복판. 거기에서 율하는 상당히 낯익은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을 들었다.


고개를 돌려 한쪽을 바라본다.

빗줄기에 가로막혀 다른 소리들은 잘 들리지 않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 그 소리와 함께 자신의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의 기운. 그리고 그 아래에서 꽤나 큰 우산을 쓴 채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


“이, 이나?”


“응. 딩동댕.”


율하는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나타난 건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이나가 어떻게?”


“글쎄? 어떻게 일까?”


반가운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닌 무표정한 얼굴.

그것은 마치 학기 초에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것 같은 싸늘함이라고 할까?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녀의 그 표정과 말과 태도에 걸리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율하로서는 움찔 할 수 밖에 없었다.


“아하하...”


“데이트는 잘 했어?”


“에? 어. 그, 그러니까.”


“뉴스에도 아주 잘 나오더라. 응. 그래...아주 즐거워 보이던걸?”


“아하하하.”


“평생의 소원으로 아름다우신 [군. 주. 님]께 감히 데이트 신청을 한 [영. 웅. 님]과 그런 영웅님의 신청을 받아들여준 군주님의 미담. 응. 아주 감명 깊더라.”


“끄응.”


역시 율하는 일이 이렇게 되나 하고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율하를 여전히 무표정하게, 그리고 차갑게 바라보는 이나.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을 어떻게 금방 알게 된 걸까?


“......”


“이나야.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이야기? 이야기라면 지금 여기에서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러니까 말이지.”


율하는 한숨을 내 쉰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 것일까?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남자의 로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이게 잘못되거나 길어지면 상당히 피곤해진다는 것 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는 무엇?”


“저녁 혹시 먹었어?”


“그건 왜?”


“혹시 먹지 않았으면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


“말해 봐. 이율하씨.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차갑게 자신을 찌르는 그녀의 목소리.


“오해를 풀고 싶어서.”


“오해? 내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데?”


“아니, 이나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나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


“이나가 화를 내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한 번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데. 그리고 상담을 할 것도 있고.”


“......”


“안 돼?”


“이, 이번 한 번만이야.”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삐죽 내민 다음에 고개를 살짝 돌리는 그녀.

그녀는 그 다음 한 발자국 더 율하의 앞까지 다가와 가벼운 한숨과 함께 우산을 내민다.


“고, 고마워.”


“손은?”


“응?”


“듣기로는 오른손 다쳤다고 하던데. 봐.”


“아하하.”


“심각해 보이네.”


“지금은 괜찮아. 감염요소는 다 제거를 했으니까.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내가 여기 있다는 건...”


“그건 율하의 어깨 위에서 재미있다는 듯 푸른빛으로 반짝 거리는 수호령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 걸?”


“콜린?”


“에헤헤.”


싱긋 웃으며 재미있다는 듯 지금의 상황을 내려다보던 콜린이 이나와 율하를 번갈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끄, 끄응.”


“그런데 늦었네. 일러 준 건 점심 때 무렵이었는데.”


“나도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콜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약간은 큼직한, 아니 약간이 아니라 꽤나 큼직한 녹색 계열의 셔츠 하나만을 걸쳐 입은 것 같은 모양의 복장을 하고 나온 그녀. 그녀가 쓴 우산의 끝자락으로 내리는 빗방울이 그녀의 다리에 뚝뚝 떨어져 내린다. 마치 치마도, 바지도 입지 않은 것 같은, 말 그대로 하의실종이라 할 수 있는 과감한 모습으로 나온 그녀의 모습을 보며 살짝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던 율하.


“그래? 후후후, 그 차림을 보면 각오도 했던 것 같은데. 흐응.”


“벼, 별로.”


콜린이 여전히 장난스럽게 내 뱉는 말에 역시 고개를 돌리는 이나.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콜린을 제외한 율하와 이나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른다.


“예, 예쁘네.”


“빈말이겠지만 고마워.”


“그렇지는 않아.”


“글쎄. 그건 어떨지. 그보다도 자.”


“어?”


“나더러 들게 할 생각?”


“잠깐, 우산...하나야?”


“두개일 이유는 어디?”


“아하하.”


그렇게 우산을 받아드는 율하.

그리고 이나는 자연스럽게 우산을 받쳐 든 율하의 왼팔을 감싸듯이 잡는다.


“그, 그럼. 뭐 먹을래?”


“사실 저녁은 아무래도 좋아.”


“그래?”


“응. 그러니까 식당 같은 곳은 들어갈 필요는 없어. 그 대신... 이야기는 이대로 걸으면서 들었으면 좋겠어.”


“어, 어디까지?”


“글쎄? 어디까지일까?”


“제법 많이 걸어야 할 거야.”


“상관 있어?”


“...하긴.”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이야기인데? 참고로 기회는 단 한 번 뿐이야.”


“끄응.”


율하와 이나는 그대로 거리를 걷는다.

종로에서 부터 광화문의 거리를 지나 서대문 사거리에서 북관대로를 타고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는,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빗길을 함께 걷는 두 사람. 확실히 거리에는 평소보다도 더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


“그러니까 율하는...”


“응. 지금까지 제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고리라 부르는 제국의 정보단체의 신입요원이고 소군군주님은 그 단체의 대장이자 동시에 내 상관. 그래서 어제 괴물들의 일이 있을 때 그 분을 호위하기 위해 옆에 붙어 있던 것이고 그렇기에 그 분을 구할 수 있었던 거야.”


“율하가...고리.”


“혹시 들어 본 적은 있어?”


“응.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도 했어. 그게 고리일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이나는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율하가 하는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율하가 소군을 수행하며 미디어에 일부로 모습을 노출하는 등의 일을 한 게 어느 정도 선전효과를 위해 그런 것이며 지금 그녀는 그녀의 바로 손 윗 오라버니 되는 남해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로 급히 떠났기에 자신은 혼자 거기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는 것 까지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그랬구나.”


“응. 그런 거야.”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두 사람. 꽤나 다정해 보이던데?”


“그래야지 실감나지.”


“그러니까 율하의 말은 그건 전부 연기?”


“아하하. 그, 그러니까.”


“콜린?”


“응.”


“콜린이 보기에는 어때?”


“음...세 번째 라이벌?”


“코, 콜린!”


“이율하군.”


“넵.”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 서는 그들.

그들의 오른쪽으로는 평소 그들이 다니던 대신고등학당의 교문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였고,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진다. 그리고 그 빗줄기만큼이나 차갑게 율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


“설명...해 보실까?”


“그, 그러니까 설명이고 뭐고.”


“아니면 지금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행위라 생각하는 걸까?”


“......그, 그러니까 그건.”


“지금 내가 괜한 질투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


“그건 사실 맞아. 이건 질투야.”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율하의 왼팔을 잡던 팔을 풀고 양손으로 율하의 볼을 잡는 그녀.


“으윽.”


“내가 왜 질투하는지 모를 정도로 둔한 남자인 걸까? 율하는?”


“......”


“그게 아니면 나로는 안 된다는 걸까?”


“......”


“내가 그토록 보냈던 신호들은 전혀 율하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걸까?”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장 같은 차가움에서 시작하여 한 마디, 한 마디가 계속될수록 점점 녹아내려 어느 덧 빗소리에 씻겨 내려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미지근하게 흔들린다.


“이나야.”


“물론 율하가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도, 그리고 율하가 인기가 많다는 것도 알지만...그렇다고 그래도 되는 거야?”


“그런 건 아냐.”


“그러면?”


“난 그저 선택을 할 수 없을 뿐이야. 할 상황도 아니고.”


“율하는...비겁해.”


“알고 있어.”


율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별 다른 말없이 여전히 자신의 얼굴을 잡고 있는 이나를 바라본다.


“알고 있다는 말 한마디면 다야?”


“지금으로서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어째서?”


“지금의 나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거든.”


“그건 율하가 고리이기 때문에?”


“아니, 그런 것과는 조금 달라.”


“그러면?”


“그건 지금 말 할 수 없어.”


“뭐?”


“그리고 이나 너한테는 참 미안한 말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나의 생각만큼 그렇게 착하지도 않고 욕심도 많아.”


“......”


“그래서 이나가 분명히 날 오래 동안 기다린다는 말을 들었고, 또 이나의 마음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이나의 속을 꽤나 썩일 것도 분명해.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 할 수 있어.”


“어떤 약속?”


“이 손 보여?”


율하는 자신의 오른 손을 들어올린다.

여전히 붕대와 거즈로 감싸여 있는 상처입은 손.

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손을 내려 그런 율하의 손을 잡는다.


“응.”


“이 손의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야기 했지?”


“그 황족의 여인, 소군군주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들었어.”


“맞아. 이번에 한양시에 공격을 가한 괴물들 가운데 하늘을 제압하는 참매의 우두머리가 내 뱉은 총알새라는 기생새에 의해 입은 상처야.”


“괴물 참매의 우두머리.”


“응. 이거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상처라고. 후유증도 심하고. 하지만...”


“하지만?”


“만약 이나가 위험에 처할 일이 있으면 이 상처보다 더 한 상처를 입을 것을 감수해서라도 이나를 지켜줄거야. 그게 어떤 일이라도.”


“......”


“지금 당장 약속 할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지만...그래.”


“이상해.”


“어?”


“그건 율하가 결국 대 놓고 한눈을 팔겠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 그, 그러니까 그건.”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말대로라면 그렇다는 이야기잖아. 하지만 이상한 건 그게 아냐.”


“그러면?‘


“왜 화를 내야 하는데...화가 나지 않을까?”


이나는 율하의 얼굴에서 손을 내리고 자신의 양손으로 율하의 상처 입은 손을 잡는다. 부드럽게, 자신의 손에 바람의 기운을 담아 율하의 손을 잡는 그녀. 그녀는 안타깝고 또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의 손을 바라본다.


“......”


“사실 이건 내 잘못이야. 원래라면 이런 반응을 보여서도 안 되는 거고...율하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응. 그건 이해를 해.”


“아니, 그건.”


“지금은 내 말을 들어. 난 분명히 율하에게 기다린다고 선언을 했고, 그 선언을 한 이상 그걸 지켰어야 했어. 하지만...흔들렸어. 초조했어. 믿지 못했어.”


“소군군주 때문에?”


“응. 화면에서 본 율하와 그 군주님의 태도...너무 다정했으니까. 그랬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몸을 기울여 율하의 손을 잡은 그대로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는 그녀. 두 사람을 덮는 빗줄기의 소리가 그 안에서 오가는 모든 소리를, 모든 모습을 그대로 덮는다.


“......”


“그러니까. 오늘은 이걸로 넘어갈게.”


“고, 고마워.”


“그리고 콜린.”


“에? 나?”


“응. 나...결심했어.”


“결심이라면?”


“전에 콜린이 했던 제안 받아들이겠어.”


“정말? 괜찮겠어?”


콜린은 지금까지 고요하게 그것을 바라보다가 몸을 반짝이며 이나의 옆으로 다가선다.


“응. 그런데 그거 오래 걸려?”


“아니, 별로.”


“그러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오늘 끝내자.”


“오늘?”


“응. 아니면 콜린도 준비가 필요해?”


“별로 그런 건 아니지만...음. 약간의 준비는 필요할까? 하지만 그건, 율하의 집에 대충은 다 있으니까.”


“그럼.”


“자, 잠깐 둘이 지금 무슨 이야기?”


율하는 자신도 모르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콜린과 이나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음. 전에 했던 이야기.”


“전에?”


“응. 율하...어차피 이번 주말에 만상회의 초대를 받으러 가기 전에 소영계에 들려 영감을 개발해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그게...”


“그걸 이나가 도와준다고 했어.”


“이나가?”


“응. 이나는 영계는 아니지만 정령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연 경험이 있어. 그 경험과 힘을 내가 조금만 다른 방향으로 이용하면 충분히 영계를 열 수 있을 거야.”


“전에는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어?”


“위험하지. 하지만 그래도 아무런 대비 없이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도 영계의 주인에게 물어볼 말도 있고.”


“......”


“에헤헤.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 율하네 집에 가면 되는 거야.”


“하아.”


“......”


그 두 사람의 사이에 낀 콜린.

이나는 다시 율하가 우산을 받쳐든 왼팔을 잡는다.

아까 보다 더 가깝게 그의 몸에 붙어 다가오는 그녀.


“가자. 나도 율하네 집...보고 싶어.”


“으윽.”


어떻게 들으면 무척이나 위험하게도 들릴 수 있는 그녀의 말.

하지만 율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집에 먹을 거 없는데.”


“그래? 그러면 올라가기 전에 장에 들리면 되겠네?”


“어? 어?”


“그렇지? 콜린?”


“응? 어차피 나는 음식을 먹지 않지만. 후후후. 그것도 재미있을 지도.”


두 여인, 물론 하나는 살아 있고 또 하나는 혼령의 상태라고는 하지만 두 여인의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율하. 그는 그저 그렇게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보다 더 나쁘고 복잡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기 위안과 함께.



“오빠?”


아니, 정정한다.

율하는 방금 전 이 보다도 더 나쁘고 복잡한 일이 없을 것이라 예단했던 자신의 판단에 대해 너무나도 섵부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북관대로를 따라 무악을 살짝 지나 자신의 집이 있는 산길을 따라 올라서 집 앞의 마당 앞에 도달한 두 사람.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요, 요우?”


“...누구?”


“흐응?”


파지직 하며 마주치는 요우와 이나의 시선.

하지만 이내 이나의 경우는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는 빗속에서도 도복 비슷한 옷을 차려 입은 채 거친 숨을 토해내는 어린 소녀. 사요우. 콜린에게 들었던 율하의 친한 동생이자 첫 번째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녀.


하지만 그에 비해 요우의 경우 이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물론 언듯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모습을 본 적도 없고, 소개를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 약간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이나를 바라보는 그녀.


“이쪽은 안이나임. 내 친구야. 그리고 이쪽은 사요우로 내가 신세를 지고 있는 동생.”


“안이나임.”


“사요우.”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율하가 소개를 한 대로 안이나임, 이나, 혹은 나임이라고 불러주세요.”


먼저 손을 내미는 이나.


“저, 저는...요우에요.”


하지만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그녀.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흠뻑 젖었으며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나는 상관없다는 듯 그녀를 향해 손을 내민다.

우산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이 그녀의 손등을 두들기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는 그녀.


“괜찮아요.”


“아...네.”


쭈뼛 거리면서도 손을 내밀어 이나의 손을 꽉 잡는 그녀.

이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바람과 요우의 힘이 살짝 부딪힌다. 하지만 단지 그것 뿐, 그 이상의 충돌을 하지는 않는 그녀들. 아니, 이상하게 그 이상의 적대감이 들지 않았다.


분명히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나름대로 신경을 써야 하는 대상임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감정이 들지 않아 서로를 기이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


“당신이...아니, 언니가 전에 오빠에게 들었던 그 사람인가요?”


“이야기를 들었나요?”


“정확하게는 아니지만요.”


“아하하...그, 그런데 요우 너는 비 오는데 뭐 하고 있는 거야?”


“응? 수련.”


“수련?”


“응. 덕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힘. 적어도 다스릴 줄은 알아야 하니까. 그건 그렇고 오빠. 나 오빠한테 물어볼 게 있어.”


“어?”


눈을 가늘게 뜨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서서 율하를 올려다보는 그녀.


“설마...너.”


“응. 듣고 싶은데.”


아마도 요우 또한 이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비슷한 경로로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나에 비해서는 훨씬 가볍게 압박하는 그녀.


퍼-엉.


“흐윽.”


아니, 율하는 정정했다.

말과 태도는 가벼웠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옆으로 내지른 주먹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단지 허공을 격해 빗방울을 정확히 가격하는 것 만으로도 그게 터져나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옆으로 강하게 흔들리는 대기가 그녀의 심경을 대신 하는 모양이었다.


“어머, 요우도 들었나 보군요.”


“이나 언니도요?”


“잠깐, 이나. 너 한테는 설명했잖아.”


“응. 하지만 정말 믿을 수 있는 걸까?”


“아, 오빠 말은 쉽게 믿으면 안 되요.”


“역시 그렇지요?”


“응. 그러니까 좀 더 정확하게 추궁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잘 되었네요. 안 그래도 율하에게 그러려고 했는데. 아, 그것 때문에 율하네 집에 잠시 머물 생각인데 같이 올래요?”


“그럴 생각이었어요.”


눈을 반짝이며 순식간에 의기투합하는 두 사람.

물론 이나의 표정은 아까 전과는 달리 반쯤은 장난스럽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율하에게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는 게 아니었다.


“사, 살려줘.”


“기각.”


“안 돼.”


“힘 내. 율하. 아, 참고로 난 지금은 이나의 편이라 말이지. 에헤헤.”


두 사람, 아니 정확히 세 여인에게 둘러싸인 율하는 그렇게 빗속에 울리지 않을 비명을 지른다. 행복한지, 불행한지 그 누구도 함부로 판별할 수 없는 그런.


작가의말

누가 먼저이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건 하렘이자 동시에 하렘이 아닙니다.


ps. nice boat!!(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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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4 13.12.24 1,759 34 22쪽
167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7 13.12.23 1,422 31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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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17 1,294 28 24쪽
164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6 1,244 33 36쪽
163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4 1,544 36 22쪽
162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6 13.12.12 1,330 36 23쪽
161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3 13.12.10 1,454 31 21쪽
160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09 1,593 44 26쪽
159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05 1,684 34 26쪽
158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7 13.12.03 1,654 51 22쪽
157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30 1,545 35 25쪽
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9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14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6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45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56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11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40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8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83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6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6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4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6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9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6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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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8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60 4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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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8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2 6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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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7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3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3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2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5 64 24쪽
»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7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3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2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5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7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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