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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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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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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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DUMMY

“설명...은 나중에 듣겠다. 일단 저것들은 적인가?”


“지금은 그렇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문이 열리고 바로 저것들이 튀어나와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그렇구나. 확실히 저건 황실의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던 것. 그러하다면...배제의 대상이라는 이야기겠지.”


“군...주님?”


또각또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앞으로 다가서는 여인. 흔들리는 긴 꼬리와 함께 그녀는 율하의 바로 옆에서 허리를 숙인다. 아니, 단순히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지나지 않고 자신의 양 손을 바닥에 대고 마치 네발짐승이 하는 것과 같은 형상을 취해 보이는 그녀.


“본 군주를 호위하겠다는 그대의 실력은 잘 보았다. 그러면 이제 본 군주의 실력을 보여주도록 하지.”


율하가 단지 눈을 두 번 정도 껌뻑하는 순간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변한다.

마치 불타는 것처럼 붉은 털이 인상적인 한 마리의 적호의 모습이 되어 낮게 몸을 숙인 다음 앞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그녀.


“......”


율하는 그 모습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예상은 했던 일이다. 그녀의 일족, 즉 이 나라의 황실이라 할 수 있는 호인족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누구라도 수인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건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모습을, 그 변화의 장면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은 이야기가 다른 것이었다. 단지 바로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바닥에 양 팔을 댄 다음 두어 걸음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인간에서 변하는 그 모습은 경외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듣고 있나? 율하.”


“아, 네. 듣고 있습니다. 군주님.”


“이제부터 본 군주가 직접 이번 임무를 집행한다. 그대는 본 군주를 보좌하도록.”


“저어, 다른 요원들은 내려오지 않는 겁니까?”


“그들은 이런 일에 적합하지 않다. 물론 그들 또한 우수하지만 그들이 하기에 적합한 일은 따로 있는 법. 이런 곳의 이런 일은 나나 그대에게 어울리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군주님.”


율하는 일단 의문을 접고 상황에 전념하기로 한다.


“......”


거대한 적호가 몸을 낮춘 채 조심스럽게 마도인형들의 검은 그림자에 접근한다. 이곳은 산이나 숲이 아니기에 몸을 숨길만한 장애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어 빠르게 접근할 뿐인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마도인형들은 그런 그녀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눈앞에서 율하가 풀어 놓은 마도변환체를 이룬 콜린이 그들을 교란하고 공격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거대한 모습의 호랑이가 정면에서 다가감에도 불구하고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율하는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이해를 하고 경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하게 물질적인 현실만을 보아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으나 그가 지니는 영감을 조금만 날카롭게 끌어올려 영적인 흐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금방 이해 할 수 있는 것으로 지금 군주의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흐릿한 안개 같은 것이 일어 그녀의 모습을 가리는 중이었다.


율하야 뒤쪽에서 그녀가 그 방향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았기에 이상하게 보였을 뿐이지만 만약 자신도 정면에서 그것을 보았다면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의 모습과 기운을 감춘 채 마도인형을 향해 접근하는 그녀. 그러고 보면 아까 전 자신의 뒤쪽에 갑자기 그 모습을 드러낸 것 역시 이것 때문이었을까?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어째서?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율하는 일단 고개를 흔들고는 집중한다.

적당한 거리에 들어섰기 때문인지 그 자리에 멈추고는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는 군주를 보며 콜린을 잠시 거두어 들이는 율하.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허-어어엉!!”


그 넓은 지하 공동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거대한 포효를 남기며 그대로 도약하여 마도인형들을 향해 뛰어드는 그녀.


“퍽-퍼벅.”


적당한 거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느 정도 벌어진 그 거리를 단숨에 좁혀 날아들어 착지하는 동시에 양 팔을 교차로 휘둘러 두 마리의 마도인형의 머리를 단숨에 박살내는 그녀. 아니, 그 뿐이 아니었다.


“읏? 세상에.”


율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단지 모습을 드러내고 팔을 휘둘러 마도인형들을 부셔 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저 앞까지 다가설 때 까지는 그녀의 온 몸을 감싸고 있었을 뿐인, 거의 한계까지 응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던 기운을 마도인형들이 모여 있는 한 가운데서 그대로 풀어 놓는 그녀.

그 거대한 기운의 압력은 제법 멀리에서 태세를 갖추고 있던 율하 자신까지 조금 버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세고 강인한 것이었다. 아니, 그 기운은 단지 거세고 강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화르르륵-


“크르릉, 커흥.”


그렇지 않아도 타오르는 것 같은 짙은 붉은 빛을 띠는 그녀의 주변에서 거세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기운이 화염의 기운을 띄며 그녀의 온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녀의 주변으로 부터 반경 2M 안쪽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붉은 화염. 그 화염과 붉은 털에 의해 지켜지는 그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불꽃의 범 그 자체.


게다가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물론이고 그녀가 한 번 내지를 포효에 뒤흔들린 마도인형들은 그 뒤로 한참을 정신을 못 차리고 그녀의 양 다리와 발톱, 그리고 이빨에 물려 사지가 해체된 다음 불타 소멸되기 시작한다.


“보좌나 지원이 필요한 수준이 아닌데 이건?”


율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은 다음 쓴 웃음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의 상관이며 황실의 한족의 일원이자 동시에 나라의 음지에서 일하는 고리의 수장인 이상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건 그가 생각하던 수준을 한참이나 넘어선 것.


저 압도적인 속도, 민첩함, 반사신경, 힘, 그리고 거기에 더한 불꽃의 힘까지.

과연 보통의 인간 가운데 몇몇이 그녀의 저 힘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 아니, 지금의 자신으로는 무리였다. 아무리 마도사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마도력을 갖춘 자신도 저 압도적이고 또한 균형 잡힌 힘을 막아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수아 대장이나 명환아저씨라면 또 어떨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수아대장으로는 무리. 또 명환아저씨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 분이 지닌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수인화를 이루어 지금처럼 불꽃범의 형상을 띤 그녀를 압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고 민첩함이나 속도, 특수한 능력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무게추가 군주 쪽으로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덕범할아버지...정도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거겠지?”


율하는 그리 결론을 내리며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지금 당장, 아니 한동안 그의 계획 속에 소군군주에 대항하거나 싸운다는 선택지가 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만약의 경우 그의 개인적인 [임무]와 고리의 [임무]가 상충 할 때 어떤 특정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온다면 이건 그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게 분명한 정보.


하지만 지금은 일단 그 둘이 상충되는 것도 아니니 그녀를 도와 눈 앞의 적들, 그러니까 마도인형들을 처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럼, 나도 게으름 피우면 안 되겠지.”


율하는 정면에서 날 뛰는 군주의 외곽과 사각지대에서 콜린을 움직여 남은 마도인형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그녀를 보조한다.


단지 콜린의 힘만으로는 조금 힘에 부쳤던 마도인형들을 소군군주의 압도적인 힘을 뒤에 업고 보다 손쉽게 제압한 그는 일단 콜린을 불러들여 그녀의 몸에 가해졌던 마도변환을 푼다.


“후에에-”


술법이 풀리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 콜린은 어지러운 눈을 하며 그대로 율하의 어깨에 풀썩 하니 널부러지는 콜린.


“괜찮아?”


“웅? 우웅. 좀 어지러워.”


“고마워. 그리고 좀 쉬고 있어.”


“응. 알겠어. 하지만 이걸로 끝일까?”


“모르겠어. 하지만 만약의 경우도 있으니까...”


“알겠어. 그럼 쉬고 있을 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애써 몸을 일으켜 율하의 어깨에서 부터 머리카락과 귓볼을 잡고 마치 바위라도 타듯 율하의 옆얼굴을 타고 머리 위로 올라가 그대로 풀썩 엎드리는 그녀.


“하아.”


물론 피곤을 토로하는 건 그녀뿐이 아니었다.


“이걸로 끝이더냐?”


마지막 남은 마도인형의 하나를 완전히 불태워 그 검은 재를 허공에 흩뿌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수인화를 풀고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오는 소군군주. 그녀의 온 몸에서 발산되는 하얀 김과 삐죽삐죽 뻗친 붉은 머리칼, 그리고 천천히 흔들리는 꼬리와 피곤한 표정으로 자신의 피로를 토로하며 율하를 향해 물끄러미 응시하며 그게 끝이냐고 묻는다.


“일단 문이 열리자마자 갑자기 튀어나온 건 그게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안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이야기로구나.”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지. 본 군주는 이 문까지의 안위를 확보하라고 명을 했을 뿐 저 안쪽에 대해서는 어떤 다른 명도 내린 기억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소군군주.


“군주님.”


“그대는...여기가 어디인지, 저 안쪽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네? 아, 이곳은 인왕의 고대수로라 불리는 곳이며 저 안쪽은 나한의 제단이라 불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호오, 자세하게 알고 있군. 고리 내에서도 본 군주와 환주, 등호문주를 제외하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정보인데 말이지.”


“그게...말이지요.”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을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의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고개를 숙이는 율하. 하지만 그런 그녀의 시선은 곧 거두어진다.


“확실히, 이곳을 먼저 발견한 것은 그대. 딱히 그게 이상한 일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군주님.”


“그래, 그대의 말이 맞다. 이곳은 인왕의 고대수로, 혹은 고대미궁이라 불리는 고대의 유적으로 우리 황실의 안에서도 전설 내지 설화로만 내려오던 그런 신화속의 장소지.”


“그렇습니까?”


“그렇다. 그리고 가까이 오도록 하거라. 조금 힘을 썼기 때문인지 소리를 높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구나.”


“아, 송구스럽습니다.”


“......”


“군주님?”


“본 군주에게 올려보게 할 생각인가?”


“아? 아, 네. 송구하옵니다.”


율하는 그녀의 말에 가까이 다가가서 약간 계단 층처럼 되어 있는 문 앞쪽의 앉는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로 옆에서 마주보는 군주의 시선. 거기에는 약간의 의심, 그리고 호기심이 묻어 있었다.


“원래라면 이 앞쪽은 다른 고리의 요원들을 대동하지 않고 본 군주 혼자 들어갈 생각이었다.”


“네?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그건...당연합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물론 군주님은 강하시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적이라거나 그런 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들 가운데, 아니 전 인류 가운데 설사 군주님께서 가장 강하다고 하시더라도 그건 그 범주의 안에서의 일이지 다른 세상 전부를 포함하여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일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다면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그대는...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게 말을 하는 군.”


“말은 달라도 속 뜻과 마음은 같을 겁니다.”


“그러한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아니, 송구하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내어 군주님의 귀를 어지럽힐 뻔 했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 혹시 이 문을 연 것이 그대라고 말 하고 싶은 건가?”


“그것은...”


“과연, 그런 것도 있겠군. 확실히, 그건 그러하군.”


“소,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그건 제 권리를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니라.”


“알고 있다.”


“저는 그저...네?”


“알고 있다고 하였다. 어차피 이 안쪽에 있는 것은 어떤 금은보화, 어떤 특별한 힘이 있는 건 아닐 터이니 말이지.”


“......”


“본 군주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다름이 아니다. 본 군주도 그렇고, 본 군주의 선임이 되는 황실 내의 다른 한족들도 그렇고 이곳을 비롯한 고대의 미궁에 대해 조사를 꽤 오래 하였고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자 하였으나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


“그렇습니까?”


“그렇단다. 하지만 그런 것을 그대는, 아니 조금 편하게 말하겠다. 너는...아무렇지도 않게 찾아내고 관련된 정보를 적절하게 파악하는 구나. 본 군주가 조사하기로는 그대에게는 별 다른 정보원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지.”


“뒷 조사를 하셨다는 이야기군요.”


“기분이 나쁘다면 본 군주가 사과하도록 하겠다.”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죠. 저는 고리의 일원이며 고리는 국가의 근원이 되는 비밀을 다루는 기관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이해를 해 준다면 본 군주는 고맙지.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불안하다 말씀이십니까?”


“그래, 보통이라면 짙은 불쾌감을 나타내거나 해도 될 일에 지나치게 얌전하게 대응하는 것은 다른 마음이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지. 그래...환주, 그 자 처럼 말이다.”


“......”


“물론 이 전부는 본 군주의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불안과 갈등일 뿐이다. 고리 안에서 너의 입지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신입요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말이다.”


“군주님께서는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의심? 의심보다는 의혹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얼굴을 보다 가깝게 율하 쪽으로 하고는 냉정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군주님.”


“말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말을 해 준다면 본 군주는 그대를 좀 더 신뢰할 수 있게 되겠지.”


율하는 소군군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건 그가 어느 정도 조심하려 했던 것이기도 했다. 자신은 이제 17세일뿐인 일개 고등학당 1학년의 학생일 뿐이다. 별 다른 빽이나 정보원은 고사하고 고정적인 수입도 일정하지 않은, 어느 순간 이 땅에 뚝 하니 떨어진 어린 학생인 자신이 이런 유적을 척척 찾아내고, 그 정당한 이름을 알아내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알아맞히는 건 분명 의심스러운 일인 건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제가...문을 연 것에 대한 말씀이시겠지요?”


율하는 반쯤 포기한 듯 한숨을 내 뱉었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너도 부정하지는 않는 구나.”


“...소리가 들려온다고 하면 혹시 군주님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소리? 그건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 입니다. 저는 어디에서 어떤 정보를 얻는 건 아닙니다. 다만 군주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저는 꽤나 영적인 감각이 발달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이 영감이라는 건 단순히 [영혼]에 대한 것을 넘어 세상의 흐름에 대한 것도 제게 종종 이야기 해 주기도 하며 점점 이 힘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영감이라는 게 네게 알려준다는 거냐? 미궁에 대한 정보를?”


“사실 정말로 이 고대수로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건 우연이었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고자 하여 찾은 것도 아니고 우연과 사건이 겹쳐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곳을 발견한 순간 영감이 제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곳은 인왕과 관련된 고대의 유적이며 그와 관련된 정보와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말입니다.”


율하는 그녀에게 절반정도는 과장과 거짓을 섞어, 그렇지만 비교적 자세하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어차피 그녀에게 자신은 다른 세상의 사람이며 모든 것이 시스템 창을 통해 전달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콜린처럼 자신의 수호령이자 자신의 반쪽이라면 모르겠지만 소군군주는 그의 상관이자 군주일 뿐 타인에 불과한 이상 모든 것을 밝힐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특별한 모순을 발생시켜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각색하여 이야기 하면 되는 것.


그리고 마침 적당하게 그는 영감이 있으며 그 사실은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된 상태. 그 영감이 자신에게 말을 해 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어느 정도는 이 일을 매끄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감이라...”


“믿기지 않으신다면-”


“그래, 본 군주는 너의 이야기를 10할 믿을 수는 없구나.”


“......”


“허나 그래도 9할 5푼 정도는 진실이라 믿어주도록 하마.”


“구, 군주님.”


“잊지 말도록. 본 군주는 고리의 지도자이자 관리자. 제국의 모든 정보를 관리하며 그 진실 유무를 판단하는 자. 비록 9할 5푼의 진실에 5푼의 거짓을 섞었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 낼 재주는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군주님. 그것은 제가...”


“아니, 되었다. 9할 5푼 정도면 충분히 진실 된 이야기라 봐야겠지. 그리고 그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도 아니고 말이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하심은?”


“본 군주는 그대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가보다 더 의아한 것이 있다.”


“...나한의 제단을 지키는 문을 연 것 말씀이십니까?”


“그러하다. 그것 역시 영감으로 알게 되었다고 하는 건가?”


“아, 그건 아닙니다. 다만 시험을 통과했을 뿐입니다.”


“시험?”


“그렇습니다. 문이, 문을 지키는 나한들이 제게 이야기 했습니다. 나한의 제단을 열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거부되거나 실패하게 되면 더는 문을 열 자격을 지니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저는 군주님께 말씀을 드릴 여지도 없이 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건 다른 요원들로부터는 듣지 못한 말이로구나.”


“그건 그럴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자격시험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저는 만족했지만 다른 분들은 아마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조건?”


“이미 군주님께서도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한의 제단과 인왕의 수로는 고대로부터 유래된 [마도력]에 의한 것으로 저는....”


“그렇군. 너는 마도서를 지닌 마도사라 하였던가? 영감에 마도사라...그 전부가 그대를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하는 겐가?”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도사가 아직은 아닙니다. 그 초입에 서서 그 길을 걷기로 결심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가?”


“네. 그렇습니다.”


“좋다. 방금 전의 그 말은 10할 진실이로군.”


“군주님.”


“...조금 쓸데없는 참견이자 이야기가 되었지만 본 군주는 조금 더 그대를 신뢰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협조에 고맙게 생각한다.”


“이로서 저에 대한 의혹과 의심을 조금이라도 거두실 수 있다고 하면 오히려 제가 감사한 일이지요.”


“...그대는 확실히 기이하군.”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진실을 숨기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대는 대부분 본 군주에게 사실을 말하며 정말 믿기 힘들거나 하기 힘든 말을 할 때만 돌려 이야기 한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그대가 보여주는 모습은 도저히 17살의 소년의 모습이라 보기는 힘들군.”


“그,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말 그대로의 이야기다.”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 하며 처음보다는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그렇게 곤란해 할 건 없다. 어차피 이건 그대를 추궁하려고 하는 것이나 의심스러워하는 건 아니니까. 다만 말 그대로 본 군주는 그대를 특이하게 보는 것 뿐이다. 물론 마도사의 지망생에 영감이 뛰어난 것만으로도 특이하겠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대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군.”


“저는 군주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뭐 어느 쪽이건 상관은 없다. 그리고 그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도 아니고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한 다음 고개를 정면으로 돌린 다음 눈을 감는다.


“한 마디로 저 애늙은이 같다는 말씀이시군요.”


“많이 듣는 이야기라 생각이 되는 구나.”


“가, 가씀씩 듣습니다만, 그렇게 자주 듣는 건 아닙니다.”


“후후후, 그런가?”


“......”


“그대는 어째서 본 군주가 저 안쪽에 관심을 두는지 궁금하지 않나?”


“그건-”


“괜찮다. 그대는 본 군주의 호위. 무례가 아닌 한에서 본 군주에게 질문할 권한을 그대에게 허락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감히 군주님께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찌하여 군주님께서는, 황실에서는 나한의 제단 안쪽에 관심을 지니시는 지...”


“이건 황실의 문제가 아닌 본 군주의 문제다.”


“네?”


“그대는 본 군주가 황실의 한족에서 얼마만큼의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본 군주는 현재 제국의 한이신 아버님의 다섯째로 본 군주의 위로 남자 둘, 여자 둘의 손 윗 형제가 더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첫째 되는 분은 본 군주의 7살 위의 오라버님으로 제국의 한태자라 불리는 위치에 있으신 분이지.”


“네. 그건 학당에서 배웠습니다.”


“그 뿐이 아니라 황실의 한족들 전부가 인간들과는 다른 호인족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건 알지 못합니다.”


“후후, 그러한가? 그래, 그런 건 제국민의 상식이겠지. 하지만 그 가운데, 본 군주의 형제 가운데 하나가 현재 위태로운 상태라는 건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일이겠지.”


“...예?”


“본 군주가 현재 그대에게 말하는 건 비밀이지만 비밀이 아닌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리고 이걸 그대에게 말하는 건 그대가 그대의 비밀의 일부를 본 군주에게 말한 대가이자 본 군주가 그대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화, 황송하옵니다.”


“본 군주의 바로 손위 되는 남자형제, 그래...세간에는 우석이라 불리우며 남해왕이라는 직함을 지닌 오라비가 하나 있다. 나이는 본 군주보다 한 살 위. 하지만 현재 그는 병상에 앓아 누워 있지.”


“제국의 의술이나 능력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입니까?”


“병이라 생각하는가?”


“아닙니까?‘


“확실히...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병이 아니라 천형(天刑)에 가까운 일족의 굴레다.”


“일족의 굴레.”


“그대는 어째서 우리 일족이 갑자기 세상에 나타나서 괴물들과 싸우고 인간, 그리고 그와 유사한 다른 아인종들과 연합하여 대한제국을 건립 할 수 있었는지 알고 있는가?”


“저는...학당에서 배운 제국의 역사대로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대가 말하는 영감이라는 것도 거기에 대해 알려주지 않던가?”


“송구하옵니다. 하지만...실례가 아니라면 제가 감히 추리를 해 보아도 되는 겁니까?”


“해 보도록 하거라.”


“그건 이 땅의 지하에 있다는 무수한 지하의 유적들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지요.”


“......”


“제가 잘못짚은 것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리고 거기까지 예상했다고 하면 그 이후의 일도 생각을 해 보았겠구나.”


“송구하옵니다.”


“아니, 괜찮다고 분명히 본 군주가 말했다.”


“그렇다면...혹시 한족이라는 것은, 아니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인종, 아니 인간을 포함하여 현생의 모든 [인간]들은 고대유적, 그리고 그 안에 잠든 인왕, 그리고 나한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


“역시, 이건 지나친 생각이겠지요?”


“놀랍구나.”


“군주님?”


“본 군주는 놀랍다고 했다. 방금 그대가 한 그 이야기는 오랜 세월동안 한궁의 학사들이 자료를 수거하고 연구를 한 끝에 잡은 방향과 놀랍도록 유사한 이야기다.”


“그렇습니까?”


“물론 한궁의 학사들은 우리 한궁에서 주는 녹봉을 받아먹는 만큼 그런 초라한 결과를 내는게 두려워서 좀 더 지지부진했던 경향이 있기에 느렸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러했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 전에 한 권의 고서를 찾아낼 수 있었지.”


“고서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언어로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기록된 고서. 하지만 그 안에서 학자들은 몇 가지 공통된 흐름과 도표, 그리고 그림을 찾아내어 어느 정도의 해석을 할 수 있었다.”


“그건 어떤 것입니까?”


“그대가 아까 전에 마도서의 사본을 지니고 있다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그 또한 마도서의 사본이거나 혹은 복사본일 것이라 우리는 추정하고 있다.”


“마도서!!”


“흥미가 있는가?”


“송구하옵니다만...그렇습니다.”


“후후, 그대가 그렇게까지 열을 내며 흥미를 보는 건 처음이로구나. 지금까지는 그저 본 군주나 다른 고리의 요원들의 말에 적당이 맞장구를 치는 정도로 반응할 뿐이었는데 말이지.”


“그것은 말입니다.”


“본 군주는 이해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리의 다른 일에도 그 정도의 열성을 보일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군주의 심정이구나.”


“유의하겠습니다.”


“그래,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더라? 그래, 마도서의 사본 내지 복사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의 발견. 참고로 이야기를 하자면 그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건 본 군주가 아래에 둔 태석, 그러니까 환주의 스승이 되는 자가 하고 있단다. 그렇기에 환주 역시 그대가 지닌 마도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보는 것뿐이지.”


“그 말씀은 한궁 내에 정확한 의미의 마도사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적어도 본 군주가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그러하다. 허나 또 모르는 일이지. 정보를 다루는 자의 입장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안주하는 게 가장 위험한 것이니 말이다.”


“그, 그러하시군요.”


“그렇기에 우리는 그대가 말하는 마도사에 대해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어차피 우리가 발견한 마도서에 기록된 내용들, 거기에서 우리가 발견할 술법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도력이나 도력기를 이용해서도 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니 말이지. 아니면 다른 종족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처음 그대가 또 다른 마도서를 지니고 마도력을 쓸 수 있다고 했어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


“허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새로운 내용이 그 마도서라 추정되는 고서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지.”


“그게 무엇입니까?”


“인형제작의 술.”


“인형제작?”


“제목은 그러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인형을 말하는 게 아니더군.”


“설마?”


“그 설마는 그대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게다. 그건 다름 아닌 [육체]를 만드는 기술. 비록 그 술법 가운데 우리가 복원 할 수 있었던 건 비록 7할 정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위력에 대해 알 수 있었지. 그리고 그 예시로 나와 있던 것이 바로...”


“한족, 즉 수인족 가운데 호족인 한족이로군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님께서는...”


“지금은 나를 비롯하여 소수만이 알 뿐이지. 본 군주와 제국의 한이신 아버님, 그리고 한태자이신 첫 째 오라버님과 원로분 몇 분만이 알 뿐이지.”


“후우.”


율하는 혼란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군주가 이야기를 꺼낸 그 이야기는 자칫 잘못하면 제국이, 아니 세상 전체가 혼란스럽게 변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세상의 근간이 뒤흔들릴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로 즉 이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아인종이 고대의 시기에 인형제작의 술로 제작된 피조물일 수도 있다는 그런 엄청난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본 군주는 그대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기를 조금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본 군주의 사람 보는 눈은 제법 정확하다고 정편이 난 터. 그대가 자신의 비밀의 대부분을 밝힌 이상 그대는 어느 정도는 믿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대는...”


“현재 군주님께서 찾으실 수 있는 유일한 마도사의 후보이기도 할 겁니다.”


“잘 아는 군.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하지만 그렇다면 조금 더 일찍 제게 어떤 제재나 회유가 들어왔어야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제가 마도사라는 게 밝혀진 건 처음 군주님을 뵈었을 때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그 때는 환주도...”


“그래, 사실 그래서 어느 정도 지켜보기도 했다. 환주가 먼저 그대에게 접근을 해서 무언가를 한다고 했다면 그것을 빌미로 한궁 내에 본 군주가 장악하지 못한 루트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지. 허나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에 지금까지는 그대를 그냥 두었던 것 뿐이다.”


“저를 통해 환주를 떠 보려 하신 겁니까?”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기분 나빴다고 하면 본 군주가 직접 사과하도록 하지. 허나 본 군주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대를 불러들인 것이다.”


“끄응.”


율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칼을 긁었다. 물론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것 보다는 자신이 생각보다 더 복잡한 입장에 놓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그렇게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건 나중의 이야기. 아까 전에 본 군주의 손 위 오라버님인 우석 남해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지. 그 분이 그렇게 된 것이 천형이자 우리 일족의 안에 내재된 폭탄과도 같은 약점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상 본 군주는 일단 그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 나타난 것이 인왕의 고대수로라 불리는 유적이었으며 그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이 나한의 제단이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구나. 한궁에 있는 또 다른 고서로는 그곳이 현생인류의 시발점인지도 모른다는 기록도 있었으니 말이지.”


“그래서 군주님께서 여기에 그렇게 신경을 쓰신 것이군요.”


“그렇다. 본 군주의 오라버님 되는 분의 일, 또한 한족을 비롯한 모든 인종이 발족에 대한 것까지. 만약 거짓이라 밝혀지만 그 마도서의 일 또한 거짓이며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일이 될 것이고, 거짓이 아니라고 하면...또 다른 전환점이 될 터이니 말이지.”


그렇게 말을 하며 보다 깊은 눈동자로 율하를 바라보는 그녀. 율하는 그런 그녀의 앞에서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마도사라 스스로를 밝히고 마도서의 사본을 들고 다니는 제가 핵심의 키가 될 건 자명한 일이군요.”


“가급적 협조를 해 주었으면 하는 게 본 군주의 마음이다. 본 군주와 한궁과 제국,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를 위해서라도 말이지.”


“하아.”


“그리고 본 군주는 아직 그대가 처음 본 군주의 앞에서 했던 말을 기억한다.”


“무, 무엇을 말입니까?”


“그대는 그대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했다. 더 큰 가능성을 위해서 모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이지.”


“모험과 도전까지는 말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입니다.”


“훗, 같은 뜻이다. 그래...그리고 그대는 본 군주에게 이리 말을 했지. 본 군주에게 너그럽다고 말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본 군주는 지금 조금 기분이 나쁠 뻔하였다. 허나 이번에는 넘어가도록 하지.”


“송구하옵니다.”


“하여튼 그렇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군주의 일을 하고자 한다.”


“예?”


“본 군주, 소군은 대한제국의 군주로서, 또한 정보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제국민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제국을 만들고 싶다. 이번 일은 그 기초를 쌓는 것에 불과한 일이지.”


“설마, 군주님...”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다. 그리고 말하지 않았던가? 군주로서, 기관의 장으로서라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는데 아닌가?‘


“아닙니다. 제가 잠시 넘겨짚었습니다.”


잠시 그녀가 앞으로 새로운 한으로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뜻은 아닌지 하고 오해했던 율하는 가슴을 몰래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차피 그럴 이유는 없다. 본 군주의 오라비 되는 한태자께서는 본 군주보다 더 뛰어나신 분이시니 말이지.”


“그렇습니까?”


“그렇다. 그렇기에 본 군주가 그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마.”


소군군주는 그렇게 말하며 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을 그에게 내밀었다.


“군주님?”


“그대, 이율하는 본 군주를 도와 고리, 아니 단지 그런 제약을 넘어 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 보지 않겠는가?”


율하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제안 아닌 제안을 하는 그녀의 말에 숨을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눈치가 느린 것도 아니다. 평범하게 들리지만 지금 자신에게 권하는 그녀의 권유는 평범한 고리의 요원으로 해야 할 임무를 말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 아마도 이것은 자신을 그녀의 심복으로 삼겠다는 이야기. 자신이 크게 착각했거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일까? 왜 자신일까?


“군주님, 그것은 제가 마도사이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있지. 하지만 그 보다는 지금까지 그대가 본 군주에게 보여준 모습 그대로를 본 평가의 결과다. 즉 그대가 이율하, 본인이기 때문에 하는 제안이다.”


“한 가지, 조건을 걸어도 되겠습니까?”


“무엇이지?”


“나중에라도 군주님께서 말씀하신 한궁의 마도서를 한 번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작 조건이 그것 하나인가?”


“나머지는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부하가 되어야겠죠.”


“...본 군주의 이름을 업었다고 해도 비리는 감싸주기 힘들다는 건 알아두도록.”


“하하,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후후,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군. 후우, 이제 조금 힘이 돌아오는 구나.”


“이런, 혹시 무리하셨던 겁니까?”


“수인화, 그것도 불꽃을 동반한 변화는 본 군주라고 해도 가볍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면 이제 슬슬 제대로 들어가보도록 하자꾸나.”


“제가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그런 목적으로 그대를 데리고 왔다고 했을 것이다.”


“아, 잠시 깜빡했습니다.”


그렇게 소군군주와 율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전히 짙은 그림자에 잠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안쪽.

나한의 제단.

그렇지 않아도 평범한 장소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방금 전 소군의 이야기를 들은 탓에 율하는 조금 더 긴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인류, 아니 모든 아인종들의 발원지일지도 모른다고 추정되는 이곳.


“과연...무엇이 나올련지.”


율하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군의 말을 들으며 먼저 그 안쪽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14장 종료.


오늘은 조금 많이 연재했...지만 원래 이렇게 해야하는 건데 말이죠. 뭐, 올해 예비군도 끝났고, 4년차도 끝나서 이제 더 이상 제게 동원은 없지 말입니다. 으하하하핫. 


아마 내일도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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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4 48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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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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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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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7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3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2 70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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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2 7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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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7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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