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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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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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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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DUMMY

2010년 8월 5일 목요일 오후 6시 확장된 세토바다 가운데.


“생각보다 더 심각하네.”


천천히 서쪽으로 저물어가는 태양.

물론 계절이 계절인 탓에 아직은 제법 높게 떠올라 있기는 했지만 저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부드럽게, 그리고 제법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아니, 그것은 해변에서 맞는 그것보다 훨씬 차갑고 또한 때때로 따갑기도 했다.


손님이라고는 자신을 제외하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부산발 오사카행 정기선의 갑판.

사실 부산에서 탈 때는 자신 외에 다른 손님들이 제법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제는 제국의 소속이 된 대마도시나 구주도의 북부 하관시, 즉 시모노세키항에 대부분 내렸으며 정작 목적지인 [일본]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 이해는 간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선 대한제국과 일본국 사이의 정규통로는 이런 해로 뿐 아니라 항공로도 있었으니까.

물론 괴물들의 발호와 어떤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로 인해 일주일에 단 두 번 밖에, 그것도 도쿄와 센다이, 두 곳 밖에는 직항하지 않았으며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통 일본에 일이 있는 사람들은 항공로 쪽을 택하지 지금처럼 해로를 택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 해로가 특별히 더 항공로 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다.

부산을 출발하여 대마도의 항구와 하관시의 항구를 거쳐 간신히 흔적만이 남아 있는 시코쿠의 동쪽 끝의 도쿠시마시 항구를 한 번 들린 다음 최종 목적지인 오사카의 항으로 가는 한일해로 역시 지금은 상당히 안전한 해로라는 것이 세간의 인식. 게다가 항공로와는 달리 해로의 정기선은 매일 두 번 운항한다는 것 까지 생각을 해 보면 가장 일반적으로 두 나라 사이를 오가는 방법이 이것일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이 적은 것은...


“여기 역시...화산과 해일이었던가.”


자신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 세계로 온 것은 올 해 2월.

공식적으로는 자신은 대마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 [아바타]의 기록 뿐. 하지만 거기에서 율하는 잠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자신의 그 과거는...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만들어진 기록에 의하면 자신은 분명 대마도의 엄원시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거기에서 초등교육학당과 중등학당을 졸업하여 한양으로 올라온 것으로 되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 [기록]에 의하면 부모님은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었으며 다른 일가친척 또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이 육신이 살아온 그 기록 자체가 남아 있다고 하면...대마도의 엄원시에는 이런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이 육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 그대로 만들어진 육신이며 자신의 그 신분은 거짓 신분증을 만드는 것 처럼 임의로 만든, 말 그대로 서류상의 신분일 뿐 지금의 자신이 자신을 인식하기 전의 이 육신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가 말이다. 새삼스럽다면 새삼스러운 의문이었지만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약간 복잡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이 앞쪽이 과거에는 일본 관서지방이었다는 거지?”


지금 자신이 지나고 있는 곳은 과거 혼슈 히로시마현과 시코쿠의 에히메현 사이의 좁은 세토내해의 항로. 과거였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야 안쪽에 양쪽의 땅이 보였을 것이다. 물론 현실세계에서의 자신은 일본여행은 고사하고 단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 확신은 하지 못했지만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지만 그렇겠지? 처참해 보이지만...”


“응. 확실히.”


율하와 함께, 율하의 머리 위에 앉아 율하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콜린.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하지만 그 처참한 모습만큼은 분명히 그녀의 머리속에 각인해 둔다.

과거에는 꽤나 넓은 육지였을 땅. 지도상으로 보았을 때 그 면적은 제국의 반도부분과 비교를 해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크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 땅을 찾아 볼 수 없다.


“이것 또한...그 해룡들의 짓일까?”


가끔 가다가 보이는 부서진 암초나 높은 산이었던 부분이 군데군데 솟아난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바다의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 그 부분을 바라보며 가만히 그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 콜린.


“동해용족의 용궁이 해저화산의 폭발을 막지 못해 무너진 것과 비슷하겠지.”


그래, 그게 타당할 것이다.

일본이 지금처럼 된 것은 지금으로 부터 약 5~60년 전 이라고 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제국이 청과 북쪽에서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는 동안 일본 역시 남방의, 하지만 청과는 달리 [육지]가 아닌 바다를 통해서 끊임없이 열도를 공격하는 해양괴물들에 의해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던 때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괴국과의 싸움으로 인해 과거에 있던 여러 가지 감정적인 문제와 싸움보다는 인간의 국가끼리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었고, 대한제국과 일본, 그리고 청과 오에 의해 남쪽으로 크게 밀려났으며 발할라의 발호로 인해 더 이상 동방의 식민지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된 유럽의 열강들이 물러난 이후 괴물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멸망한 베트남의 레왕조의 자리를 차지한 또 다른 괴국들에 의해 끼어 버린 중화국, 이렇게 아시아의 동쪽에서 그나마 국가의 꼴을 유지할 수 있는 세 국가끼리의 연합.


하지만 그 때 공교롭게도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아니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 보면 두 사건은 결코 별개의 사건이 아닐 것이다. 그 때는 거의 짐작하지 못했고, 또한 했다고 해도 확인할 길이 없어 넘어가기는 했지만 남쪽에서 부터 크게 일어나 중국과 일본의 해안가를 크게 덮친 거대한 해일은 거의 단일한 이유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원인이 하나일 것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피해지역이 되었던 장강의 하류, 즉 상해를 위시한 장쑤성과 저장성의 해안과 일본의 관서지역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해는 갔다. 과거 300여 년 전에 해저화산의 폭발로 인해 멸망했다는 동해용족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그런 힘을 지닌 북방의 교룡족이 태평양의 판에 충격을 주어 다른 해저 화산을 폭발시키고 나아가 거대한 해일을 일으킬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 때 그 일이 아니었다고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괴국에 대항을 했을 테고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글쎄, 그건 모르는 일이지.”


조심스레 희망스러운 이야기를 꺼냈던 콜린의 의견에 고개를 젓는 율하.


“어째서?”


“잘 되었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의 갈등이나 분규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지금조차도 그러한데 상황이 더 나았다고 하면...모르는 일이지.”


“그건 너무 인간들을 믿지 않는 거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어쨌든 그럴 거야. 왜냐하면 그건 그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잘 모르겠네. 그건.”


“물론 콜린의 말처럼 잘 풀렸을 수도 있겠지. 한중일이 손을 잡고 청의 세력을 약화시켜 중국이 다시 황허 일대를 회복하여 제국과 함께 청을 견제하고 서쪽의 투르크와 연결하여 오를 압박하여 5대 괴국 가운데 2개국의 세력을 위축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제국 역시 일본과 함께 남방부에 신경 쓸 여력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상의 경우. 모두가 이기심을 버리고 특정한 소규모의 집단에 집중했을 때만 가능성이 있는 일이겠지.”


“집단이기주의?”


“꼭 그런 건 아냐. 아니...나도 사실 잘 모르겠어. 아는 척을 했다고 해도 결국에는 내 개인적인 경험과 논리에 의해서만 사물과 사건을 편향해서 바라볼 뿐일 테니까.”


그렇게 말을 하며 조금은 허허로운 시선으로 먼 바다를 바라보는 율하.

처음과는 다르다. 확실히 이 세상에 처음 왔을 때에 비해 지금의 그는 사고의 폭이나 여유, 그리고 되돌아봄의 정도가 많이 달라졌다. 그것은 역시 마도사의 길을 걸으며 지능을 조금씩 올리고 여러 지식을 쌓아갔기 때문일까?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아직 자신은 미숙하고 불완전하다.


“흐음.”


“아무튼 그건 일어나지 않은 과거의 만약. 어쨌거나 현실은 이렇잖아? 일본은 절반이 되었고, 제국은 그 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청에 막혀 버렸으며 중국은...세개로 나누어졌으니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우린 반드시 이번 교룡들의 음모를 막아야 해.”


“율하는 설마...그들이 그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편이 합당하겠지. 300년 전 해저화산을 폭발시켜 용궁과 동해요족을 무너뜨리고 몰살시켰듯이 해저화산을 조금만 자신들의 의도대로 터뜨린다면 해일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한게 아니니까.”


“하지만...”


“게다가 메이신이 말한 것 처럼 동해의 지팡이의 힘이 충분히 충전되었다고 하면...충분해.”


율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메이신이 언급했던 동해의 용신의 경고가 이해가 갔다. 동아시아의 절반이 물에 잠긴다. 그것은 결코 허황된 재앙영화 속의 내용이 아니게 된다. 만약 그 힘이 사실이라면, 동해의 지팡이와 완성된 해인의 힘이 하나가 되어 태평양의 판 전체를 흔들고 그 전체에 거대한 지진과 화산을 일으키게 된다면....그건 비단 동아시아에 해당하는 재앙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한제국과 일본, 중국...그리고 미국까지.”


“현재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강대한 인간들의 국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세상에서 지워지거나 혹은 그 힘을 잃게 되겠지.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교룡들이 새로 세울 나라가 될 수도 있고.”


“대체...그 교룡들은 정체가 뭘까?”


콜린은 율하의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어이없다는 듯 멈칫하다가 어두운 목소리로 그 소리를 중얼거렸다.


“모습은 그대로겠지. 단지 다른 괴물들 보다 좀 더 음흉하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놈들이라는 거겠지. 그들은...우리와는 다르니까.”


“우리 인간을 비롯한 여러 아인들은 인왕계획의 결과물이잖아. 하지만 그렇다면 그 괴물들은 뭘까? 그들 역시 비슷한 계획의 결과물? 아니면 다른 무언가? 그리고 어째서 인간과 괴물들은 서로 싸워야 하는 걸까?”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그녀의 의문.

하지만 그 의문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건 율하도 잘 알고 있었다.

머리쓰는 일로만 따지자면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이 그녀였다.

자신의 앞에서는 일부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대부분은 이미 그녀도 생각하고 있었으며 어떤 의미로 한 발 더 나아가서까지 생각을 하곤 하는 게 콜린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답을 낼 수 없는 질문들. 거기에 대해 지금은 율하가 답을 해 줄 수 없었다.


“미안.”


“율하가 왜?”


“어쩌면...나 때문이니까. 모든 게.”


율하는 제국을 떠나기 전 소군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든 것은 자신으로 인해 생겨난 일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녀의 뜻은 그게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과거에 뭔 짓인지는 몰라도 이런 짓을 저질렀던 자신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 복잡했을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 어떻게 보면 만악의 근원은 자신이다.

왜 자신은 과거에 마도시대를 일으켰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만든 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멸망을 시켰을까?

게다가 일을 하려면 확실하게 할 것이지 어설프게 해서 이런 저런 문제가 지금의 세계까지 이어지게 했던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콜린.”


“응?”


“게이져는...왜 날 선택했을까?”


“에?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야?”


“처음 내가 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있어. 나는 [신]과의 계약으로 인해 이 세계에 왔다고 했어. 물론 그 때는 단순히 제비뽑기라고 했지. 우리 세상, 우리 종족 가운데 26000명을 예비 리스트로 뽑고 그 가운데 일곱 명을 뽑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나라고 했어.”


“그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조금 상충하는 게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때 내게 처음 다가온 게이져가 이미 그렇게 하기로 행동양식이 고정되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겠지. 아니면 그게 내가 기억하는 [최초]이며 그 사이에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 어딘가에 틈이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분명한 건 26000명 가운데 나를 택했다고 했다는 거야.”


“우연...은 아니겠지.”


“응. 아닐 거야. 물론 없지는 않겠지. 과거 내가 [파고스]라 불린 존재와 접했고, 그 사실을 저 높은 곳에 있는 존재들이 주목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 그리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내가 지닌 영적인 능력의 잠재력을 높게 보았을 수도 있고. 응. 그건 인정을 하겠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초기]야. 지금은 엄연히 그 초기로 부터 1억년 이상이 지닌 이후의 시간. 게이져는 왜 나를 다시 깨웠으며 이 불완전한 가상세계를 이어나가게 했을까?”


“......”


“알아. 이것 역시 답할 수 없는 거겠지. 지금도...어쩌면 모든 일이 끝난 후에도. 하지만 콜린이라면 혹시 뭔가를 알까 해서 말을 해 봤던 것 뿐이야.”


“...나라면 알 것 같기도 한데.”


“어?”


“나는 그녀의 일부. 물론 그와 함께 그녀로 부터 독립된 개별적인 존재. 하지만 대충은...은 알 것 같아.”


“대체...”


콜린은 율하의 머리 위에서 부웅 떠서 얼굴의 앞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계속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인지 역시나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

하지만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양손을 율하의 볼에 가져다 댄다.


“하지만 말하지 않을 거야.”


“어?”


“왜냐하면 나는 나. 그녀는 그녀. 비록 내가 그녀의 한 조각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니까. 응.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을래.”


“콜린.”


“그리고 율하이기 때문이야. 그건.”


“나...이기 때문에?”


“응. 나는 과거의 율하는 몰라. 물론 어쩌면 알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몰라. 하지만 지금의 율하와 같다고 하면 그 결과가 어땠든 간에 한 번 더 믿어보고 싶어질 거야.”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못 믿을 사람이라 보는데.”


“피- 그건 대부분이 그렇지. 아주 극소수의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이나 말이야.”


“하하하.”


“그보다도 이제 곧 저녁 아니야?”


“시간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그래도 오사카에 도착하라면 2시간 정도는 더 가야 해.”


“응? 하지만 저 앞에 있는 거. 저기 육지 아냐? 그렇다면 벌써 시코쿠의 도쿠시마인지 뭐지 거기 아냐?”


“어? 벌써?”


율하는 콜린이 가리키는 부분을 보았다.

아직은 날이 밝기에 착각을 할 일은 없다.

그렇기에 저 멀리 보이는 무언가 거대한 덩어리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보였다. 하지만...


“에?”


“아냐. 아냐. 저건.”


잠깐 시간은 확인한 다음에 확신을 가지는 율하.

그래, 저건 콜린이 말한 것 처럼 시코쿠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재앙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섬의 흔적도 아니다. 율하가 이 배에 전반적으로 펼친 영적 장막의 영역에 슬며시 들어오기 시작하는 기이한 괴리감.


살의는 아니다.

위협도 아니다.

단지 그것은...


“괴...물?”


“저, 전방 1시 방향!!”


“꺄앗!!”


“해자대는? 해자대로부터의 연락은?”


그것을 율하와 콜린이 확인한 그 순간 사방에서 잡혀 들려오기 시작하는 아비규환.

물론 그것들은 승객들의 그것은 아직 아니다. 얼마 없는 승객들은 아직 이 배의 항로 앞쪽에 무엇이 나타났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달랐다. 처음에는 단지 거대한 섬의 흔적이라고만 생각한 앞쪽의 장애물. 그렇지만 그 장애물은 배가 자신의 항로대로 흘러감과 함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여 이 배가 있는 곳으로 접근해 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그것이 [괴물]이라는 것을 눈치 챈 승무원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거북?”


“기록에 의하면 고래의 등을 섬이라 생각해서 올라탔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꺼-어어어어-”


목을 절반을 물에 담그고 마치 섬처럼 보이는 등껍질만이 수면 위에 드러나게 한 채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거북모양의 괴물. 그 크기는 이 배의 십 수배에 달할 정도였으며 그 위압감 또한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것이 내뿜는 이 영적인 파장은 이 배를 적이나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기 보다는 단순히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기이하고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말 그대로 배로 돌진을 하는 그것.

승무원들은 물론이고 선장조차도 그 갑작스러운 괴물의 출현과 공격에 당황한 듯 비명만이 가득 율하의 영적 장막을 울릴 뿐이었다.


“율하.”


“정말...한 시도 쉴 틈이 없구먼.”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선수 쪽으로 급히 달려가는 율하.

자연스럽게 품에서 빠져나와 손에 들리는 마도서 사령의 책.

원래대로라면 저런 괴물들은 일본의 해자대나 해양청의 순찰에 의해 파악되고 해결되었어야 했을 문제다. 물론 저런 크기의 괴물이라면 단기간 내에 해결 될 리가 없으니 오늘 하루 혹은 내일까지 해상로를 봉쇄하고 제국의 해군과 연계해서라도 처리를 해야 할 문제. 하지만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해자대와 해양청은 저것을 발견하지 못한 듯 했고 그로 인해 이 여객선은 갑작스러운 괴물의 공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우연일까?

아니면 이것 역시 자신이 여기에 있기 때문일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여기에 있고, 자신의 손이 닿는 범위의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아지단!”


“일본이 주인을 반겨주는 군.”


“시끄러워. 그 보다도 [꿰뚫기형]으로 가겠어.”


“효율적일까?”


“생성거리는 배로부터 10m의 앞쪽. 그 정도면 밀려도 최소한의 충격으로 회피 가능해.”


“알겠다. 주인. 그러면 가자. 인왕의 주인.”


“아...네.”


그렇게 율하의 양 옆으로 날아오르는 두 수호령과 마도서의 정령.

그리고 율하 역시 한손에 마도서를 굳게 잡아들고는 선수로 달려나간다.


“위, 위험합니다.”


“괜찮아요.”


그런 자신을 제지하려는 갑판의 선원 몇몇.

하지만 율하는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고는 온몸에 반투명한 장막을 둘러 선수의 줄을 잡고 옆으로 급선회를 하는 배의 움직임을 이겨낸다.


정면의 앞쪽, 아직은 멀지만 곧 가까워질 수면에 검은 그림자를 그리며 아까 전 보다 깊게 잠긴 거대한 괴물의 흔적. 아마 저것은 배의 아래로 들어가서 곧장 등껍질로 아래를 들이받아 두동강이를 내 버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히익?”


율하의 손에서 번쩍거리는 기운을 본 듯 가까운 곳에서 기겁하는 승무원 하나.

제국인인지, 일본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눈에는 괴물보다는 율하가 더 무서워 보이는 듯 했다. 그러고 보면 제국에서도 도력이나 이런 것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고 했던가? 하긴,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자신은...


“[로마나- 브라드...]”


“[파딘 타]”


[마도서 사령의 책 아지단 제 81장 - 1급 변환차력 마도파사술. 꿰뚫기형(Impalement)]


양 옆으로 떠오른 콜린과 아지단의 주술이 가볍게 덧씌워 지면 별다른 영창 없이 일정한 공간에 역탄을 만들어 낸 율하의 마도의 꼬챙이가 촘촘히 정면을 가리기 시작한다.


“께에에에-”


거대하고 기괴한 울부짖음.

그와 함께 꼬챙이 형이 펼쳐진 지점에서 거대한 물보다가 인다.

그와 함께 흥건하게 바다 위를 적시는 비릿한 내음.


“우왓?”


쿵....


하지만 그 갑작스러운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급히 좌현으로 선회를 하다가 속도가 맞지 않은 것일까?

돌진하던 속도 그대로 온몸에 꼬챙이를 박아 넣은 채 그 속도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던 거북의 몸체가 배에 그대로 부딪히는 충격이 온몸을 울린다.


“우와앗?!”


“꺄아앗!!”


물론 그것은 거북이 배를 두동강 내기 위해 돌진하던 속도에 비해서는 약한 것이라 뒤집어 지지는 않았지만 크게 기울어지며 선수가 큰 각도로 위로 치켜 들린 채 허공에 뜨는 여객선. 그리고 그와 함께 율하, 그리고 그의 바로 뒤쪽에 있던 한 승무원의 몸이 그 배보다 더 높게 허공에 튕겨졌다.


작가의말

여러가지로 지명을 썼지만 사실 지도가 없으면 알아보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음...그냥 대충 한중일 사이의 지명이며 일본은 관서가 완전히 날아갔고, 큐슈는 제국령이 되었다고면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소군은 귀여움의 역할이 아닌데 왜 계속 귀여워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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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6 13.12.12 1,331 36 23쪽
»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3 13.12.10 1,455 31 21쪽
160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09 1,593 44 26쪽
159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05 1,684 34 26쪽
158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7 13.12.03 1,656 51 22쪽
157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30 1,545 35 25쪽
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9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14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8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45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57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13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41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9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85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7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8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6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7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5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4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2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9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5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6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9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90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8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61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8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5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2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5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1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2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8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8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8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3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3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2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7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5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7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3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3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4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9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7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2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7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2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5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4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6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6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3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80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50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8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4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1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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