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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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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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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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스승과 제자 (3)

DUMMY

“측면 성벽! 방어 성공했습니다.”


승전보가 울렸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병사들에겐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타르칸이 제자 하나는 잘 키웠구나.”


다리아가 성벽을 지나가며 흘리듯 얘기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공교롭게도 탈리아의 옆을 지나갈 때였다.


“지금 나 들으라고 한 소리니?”


“그럴 리가. 왜 발끈해? 자격지심 있어?”


“뭐? 허.”


탈리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 전쟁 중에 갑자기 왜 저래?’


구울이 기어 온다.

오크가 사다리를 내린다.

하늘에선 화살비가 교차했고

와이번은 여전히 포효하고 있다.

두 여인은 그 와중에도 설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이! 이자벨라!”


탈리아가 보란 듯이 자기 제자들을 불렀다.


“네. 스승님.”


“네.”


조이와 이자벨라의 표정은 자못 비장했다.

왜냐면 탈리아의 표정이 살벌했으니까.

그녀가 하늘 위로 손가락을 올렸다.


“데려와.”


두 여인 다 차마 “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살벌했으니까. 탈리아의 시선이 다리아에 고정됐다. 그녀의 눈이 말했다.


‘보여줄게. 우리 제자가 얼마나 뛰어난지.’


하지만 두 제자의 반응은 달랐다.


“알겠습니다.”


조이가 탈리아의 의도를 단번에 의도한 것과 달리


“생포해요? 시체로 가져와도 돼요?”


이자벨라는 한 번에 그 뜻을 파악하지 못했다.


‘섬뜩.’


탈리아의 눈이 말했다.

그걸 말해야 알아?


“이자벨라님. 이쪽으로.”


조이가 말없이 이자벨라를 끌고 왔다.

그리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


조이의 설명을 들은 뒤

먼저 움직인 쪽은 이자벨라였다.

그녀가 정령화 상태로 방어막을 뚫고 올라갔다.


“하나, 둘, 셋, 넷···.”


이자벨라가 손가락으로 와이번을 하나하나 찍었다. 그녀에겐 여전히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었다.


‘도대체 몇 마리를 데려오라는 거야?’


그때였다.

이자벨라의 뒤로 와이번 한 마리가 아가리를 벌린 채 날아왔다.


“일단 한 마리.”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저 손바닥을 펼쳐 독을 살포하기만 할 뿐.


“키엑. 켁. 켁.”


와이번의 벌린 아가리로 독이 들어갔다.

녀석이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쿵.


녀석이 몸을 축 늘어트린 채 방어막 아래로 떨어져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 마리만 데려오라는 건 아니겠지?”


결국 이자벨라가 선택한 전략은 다다익선(多多益善).


‘부족한 것보다 넘쳤을 때 죽이는 게 더 쉽지.’


생각을 마친 그녀가 전방으로 무색무취의 독을 살포했다.


“키에에엑!!! 켁. 켁···.”


이자벨라를 노리고 아가리를 벌렸던 와이번들이 파리 떨어지듯 방어막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한편,


“릴리.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조이가 탈리아의 또 다른 제자 릴리에게 다가갔다.


“물론이죠.”


“스승님이 와이번 좀 데리고 오라 해서.”


“아~”


릴리도 조이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들었다.

그야 자신의 스승은 여전히 다리아를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으니까.


쩌적. 쩌적.


릴리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허공에 작은 얼음 발판이 생겨났다.


“고마워요~”


조이가 사뿐사뿐 얼음을 밟고 방어막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방어막을 뚫고 나왔을 땐


“키에에엑!”


와이번이 아가리를 벌린 채 조이에게 달려들었다.


“숫자로는 안 될 거 같네.”


와이번이 조이에게 접근했다.

그 순간


팟.


조이가 몸을 유연하게 회전하며 와이번의 몸 위에 올라탔다.


“가만있어!!”


그녀는 미리 준비한 고삐를 와이번의 아가리에 물린 후 부드럽게 몸통으로 넘어가 안장을 올렸다.


“조금 아플 거야. 계속 아프기 싫으면 말 들어. 알았지?”


와이번에게 경고를 탈린 후


푹!


조이가 화살을 날려 와이번의 몸과 의자를 고정했다.


“키에에에엑!”


와이번이 등 위에 올라탄 조이를 떨어트리기 위해 날뛰었다. 조이의 몸이 나풀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고삐를 잡은 채 버텼다. 길들이기 위한 기 싸움에 들어간 것.


“조이님! 도와드릴까요?”


위태롭게 매달린 조이의 옆으로 이자벨라가 날아왔다.


“아니요. 제가 혼자 해결할게요. 안 그러면 혼날 것 같거든요.”


“아.”


이자벨라가 단번에 이해한 뒤 멀어졌다.


“무슨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와이번이 몸을 180도 뒤집었다.

조이는 허벅지로 몸을 지탱하며 보호막 위에 떨어져 있는 와이번들을 바라봤다.


‘숫자로는 안 되겠고. 퍼포먼스로 승부해야겠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위험천만한 곡예.


파짓.


조이는 와이번이 날뛸 때마다 와이번에 몸이 박힌 화살에 전기를 날렸다.


“키에에엑!”


녀석은 여전히 거칠게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날아!”


조이가 고삐를 틀어쥐며 외쳤다.

하지만 녀석은 굽히지 않았다.


파지직.


“날아!”


그녀가 재차 명령했다.

하지만 와이번은 죽은 것을 각오한 듯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파직!


“날아!”


500미터.

400미터.

300미터.

100미터.


와이번은 여전히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듯 지상으로 빠르게 낙하했다.


“조이님!”


결국 이자벨라가 옆으로 따라붙었다.


“아직이에요.”


어느덧 거리가 10미터 남짓 남았을 때


“날아!!!”


조이가 고삐에 마나를 흘려 녀석의 대가리를 틀었다.


“키에에에엑!”


결국 기 싸움의 승자는 조이였다.


“가자!”


조이가 와이번을 길들이자 하늘의 길이 열렸다.


“탈론님. 마법사들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탈리아가 탈론에게 제안했다.


“괜찮겠습니까?”


탈론도 보았다.

그녀가 와이번을 조련하는 것을.

하지만 위태로워 보였다.


‘고작 와이번 한 마리에 올라탄 엘프가 뭘 할 수 있다고.’


탈론의 표정을 읽은 걸까?

탈리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지켜보세요.”


하늘은 더 이상 와이번만의 것이 아니었다.

조이가 잡고 있던 고삐를 놓았다.

그리고 허벅지에 힘을 줘 상체를 고정했다.


“키에에에엑!”


와이번이 동족들 사이로 역주행했다.


팡! 팡! 팡!


그때마다 조이는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조이의 손을 떠나는 족족 와이번의 날개를 뚫고 지나갔다. 그렇게 통에 있는 화살을 다 소진했을 땐 하늘에 남아있는 와이번이 채 20마리가 되지 않았다.


“이자벨라님. 돌아가요.”


조이가 하늘을 한 바퀴 선회한 뒤, 이자벨라와 함께 성벽으로 복귀했다.


“다녀왔습니다.”


조이가 탈리아 옆으로 길들인 와이번을 주차했다.


“수고했다.”


차가운 말투와 그렇지 못한 표정.

탈리아의 얼굴에 흐뭇함이 넘쳤다.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려 다리아를 바라봤다.


‘돌아보면 안 돼. 돌아보면 안 돼.’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까?

다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칼데아를 휘두르고 있었다.


“스승님. 그냥 돌아보시죠.”


결국 보다 못한 카일이 다리아에게 다가왔다.


“지금은 전쟁 중이다. 한눈팔 틈이 어디 있다고.”


“소드 마스터가 구울 잡으면서 무슨 한눈입니까? 이렇게 버티는 게 더 추합니다.”


“우리 카일 자르온님께서는 이 다리아의 제자가 아니라 저기 저 늙은 엘프의 제자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추해집니다.”


결국 다리아가 마지못해 뒤를 돌아봤다.

탈리아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봤냐? 이년아?’


호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적진에서 날아오던 독무가 멈췄다.


“카일 자르온님. 이 성벽에 돌멩이보다 못한 스승께서 한 가지 부탁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 삐졌네.’


카일의 생각대로였다.

다리아의 얼굴이 말하고 있었다.

나 완전 섭섭해!


“스승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네? 제가 뭘 했길래 그렇게 말씀하시는지요?”


“하···. 정말. 제안이 뭡니까?”


다리아가 독무가 걷힌 전방을 가리켰다.


“시체 골렘 10기. 오우거 30마리. 트롤 30마리. 그 정도는 돼야 이 스승님께서 면이 설 것 같습니다.”


카일이 다리아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스승님. 지금 제자를 사지로 몰아넣으시려는 겁니까?”


“시체 골렘과 오우거, 트롤은 성벽과 성문을 무너트릴 잠정적 위험 요소. 독무가 걷힌 지금이라면 그 잠정적 위험 요소를 처리할 수 있는 적기겠죠. 왜요? 이 스승이 너무 추해서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것 같습니까?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


말을 마친 다리아가 성벽 위에 올라갔다.


“아~ 살아서 뭐 하나. 이 추한 스승. 성벽 아래로 떨어져 몬스터나 썰다가 콱 죽어버려야지!”


카일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알겠습니다. 우리 스승님 말씀인데 제자는 잠자코 따라야죠.”


“에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다리아가 몸을 배배 꼬았다.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가고

굳었던 표정이 펴졌다.


‘하. 검성 제자 하기 힘드네.’


카일은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지 못하고 아래로 하강했다.


“키에에엑!”


구울들이 흥분했다.

갑자기 내려온 사냥감.

너도나도 한입 하기 위해 달려든 것.

하지만


쾅!


폭음과 함께 구울들이 날아갔다.

이번엔 다리아의 시선이 탈리아에게 꽂혔다.


‘잘 봐라.’


카일이 검을 휘둘렀다.

그는 토끼 굴에 던져진 사자였다.

마물들의 목을 베고, 팔을 자르고, 다리를 썰어가며 유려한, 그러면서도 잔인한 칼춤을 췄다.


10분.


시체 골렘 10기, 오우거 30마리, 트롤 30마리를 도륙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카일의 압도적인 무위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병사들. 이윽고


“와아아아아아아!!!”


카일이 성벽 위로 돌아왔을 땐

병사들의 사기는 최고조로 올라가 있었다.


‘봤냐?’


다리아가 눈빛으로 응수했다.

이렇게 해서 1대1.


“저 왔습니다.”


카일의 몸은 어느새 몬스터의 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잘 돌아왔다. 아니~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거 참.”


다리아는 카일이 몬스터의 피로 범벅되든 말든 연신 자랑스럽다는 듯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


‘하~ 이게 뭐 하는 건지.’


그, 순간 카일은 조이와 눈이 마주쳤다.

조이가 카일을 향해 싱긋 웃었다.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주세요.’


그녀의 눈이 말했다.

카일이 다리아를 바라봤다.

이 혼란스러운 전쟁통 속

그녀는 카일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래. 뭐 어려운 일이라고.’


***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카일을 포함한 지휘관들은 모두 당황했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언데드에겐 낮과 밤이 없다!’


그 사실을 알기에 신속하게 병력을 재배치했다. 하지만 마물의 진격은 첫날을 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를 말려 죽이려는 의도겠지?”


처음 의견을 낸 건 론다 후작이었다.

그의 의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우리보고 오라는 거군요.”


카일의 말대로였다.

딜레마였다.

병사들을 지키자니 식량이 줄고

식량의 소비를 늦추자니

병사들을 사지로 던져야 했다.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탈론이 국왕을 바라봤다.

국왕은 고민했다.

무엇 하나 쉬운 선택이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의 침묵이 흐른 후

국왕이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처치해야 할 적이네. 저들이 오지 않으면 우리가 가는 수밖에.”


수뇌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서 농성하는 것보다

밖에서 싸우는 게 살 가능성이 더 컸다.


“우리가 진군하기 위해선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게 있습니다.”


탈론이 빠르게 회의를 주도해갔다.


“라플레아스겠지.”


탈리아의 말대로였다.


“녀석이 지금 독무를 뿜지 않는 건 독을 만들어내는 중이라 그럴 겁니다. 녀석을 제거하려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카일이 소설에서 읽은 내용을 모든 이들에게 고민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보를 안다 한들 작전을 짤 수가 없었다. 그야 라플레아스를 죽이기 위해선 적진 한 가운데로 들어가야 하니까.


“탈리아.”


이때 정적을 깨고 다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자들 경쟁은 충분히 시켰으니 이젠 우리가 보여줘야지.”


“무슨 소리야?”


“라플레아스는 너랑 내가 처리한다.”


다리아가 선포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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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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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1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9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6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5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8 4 12쪽
113 약속 23.08.02 203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4 4 12쪽
» 스승과 제자 (3) 23.07.30 199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3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4 4 13쪽
106 영웅 (3) 23.07.26 200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4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5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6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3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7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20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5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5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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