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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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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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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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모래성

DUMMY

“공자님.”


“남작님.”


“카일.”


“남작님.”


“야.”


“카일로 하자.”


파르테온을 구한 후 국왕에게 정산받았다.


“나 이반 헬리온이 대륙의 영웅 카일 자르온에게 남작의 작위는 물론 다스릴 수 있는 영지를 하사하노라.”


원래는 공작을 원했다.

하지만 그럼 내가 피곤해진단다.

지금도 충분히 피곤한데.


“우와 공자님! 정말 토지가 넓어요.”


“그렇지?”


“근데 정말 개판이에요!”


우리가 받은 땅은 자르온 공작령과 나인데일 백작령 아래 위치한 작은 영지. 이곳은 원래 시골 변방 귀족의 영지였는데 그로마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고 한다.


“근데 말만 영웅이지 대우가 이게 뭐예요? 토지도 너무 작은 거 같은데.”


“처음엔 작게 시작해야지. 작은 토지부터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나중에 큰 토지를 운영할 수 있으니까.”


“공자님 어디까지 커지시려고요?”


“이미 큰데?”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이자벨라가 내 등짝을 후려쳤다.


“나는 명성 말한 건데. 무슨 생각 한 거야?”


“저···. 저도 명성 말한 거예요! 이제 겨우 남작 작위 받았는데 벌써 자만하면 안 되죠.”


“그런 것 치고는 얼굴이 너무 빨개졌는데?”


“마크가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가요!”


이자벨라가 황급히 자리를 떴다.

물론 다른 것도 크긴 하다.

영지의 재건은 역시 믿고 쓰는 드워프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도대체 나를 언제까지 부려 먹을 셈이냐?”


공작령에서 뚝딱뚝딱 망치질하고 있는 드워프들을 내 영지로 데려왔다. 하지만 몇몇 드워프들은 끝까지 공작령에 남았다.


“우리가 시작한 일인데 우리가 마무리 지어야지!”


장인의 고집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크는 데려왔다.


“저랑 약속했잖아요. 설마 또 술 마시고 잊어버린 건 아니죠?”


“크흠···.”


마크가 열심히 눈을 굴렸다.

눈을 굴리는 그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그가 레텐토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가 내 복부에 주먹을 꽂지 않았다면

그도 파르테온에서 시체가 되지 않았을까?


“공자님. 마크랑 언제 약속했어요.”


“약속 안 했는데?”


“네?!”


“그냥. 평소에 자주 깜빡깜빡하잖아. 일단 던져본 거지.”


“와~”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안 그래도 양심에 찔리는데.

하지만


펑!


포이즌도 간만에 등장해 독기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마왕이 여기 있었구나.”


물론 이런 대화에 안 끼어들 다리아가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스승님. 제자가 마왕이 됐습니다.”


“닥쳐라.”


말은 가볍고 유쾌하게 했지만 실상은 막막했다.


“하~”


이미 다 지어진 호텔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회장님이 아니다. 나는 제로부터 이 영지를 일구어야 할 영주가 됐다.


“안 되겠다. 이자벨라, 스승님. 드워프들을 부탁할게요.”


“어디 가셔요?”


“그간의 노고를 치하받아야 할 거 같아.”


***

자르온 공작성은 드워프의 손을 통해 훨씬 기품있고 고풍스러운 건물로 변모했다.


“이야~ 건물이 아주 멋있어졌어. 아주 좋아.”


군데군데 보수가 필요하고 다 무너져가던 공작성은 이제 강남에서도 100억은 줘야 들어갈 수 있는 하이앤드 아파트급의 건물이 됐다.


끼익.


내가 문을 열고 간 곳은 식당.

식당도 예전과는 달랐다.

나는 마치 1박에 3천만 원을 내야 머무를 수 있다는 7성급 로열 스위트룸에 머무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 품격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참. 피곤하게들 산다. 피곤하게들 살아.”


공작령을 복구한 장본인이 공작성에 떡하니 왔는데 마중 나오는 이 하나 없었다. 뻔했다. 또 집무실에 궁둥이 붙이고 앉아 서로 기 싸움을 하고 있을 거다. 과연 내가 누구의 집무실에 먼저 갈 것인가.


“응 어림도 없어~ 너희가 와~”


팡.


먼저 온 쪽은 공비였다.


“카일. 왔으면 어머님에게 인사하러 오는 게 예의이거늘.”


“오셨습니까. 어머니.”


“그래. 이곳엔 무슨 일로?”


“아들이 작위와 토지를 받고 금의환향했는데 차 한잔 내주시지 않습니까?”


“...... 알프레도. 차를.”


공비가 집사장을 보내고 얼마 후 에드가가 도착했다.


“카일. 성에 왔으면 형에게 얼굴을 비추지 그랬느냐. 서운하게.”


“식당에서 보면 서로 좋잖아요. 가족들끼리 얼굴 마주 보고 대화도 하고.”


물론, 이건 내 생각.

두 사람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숨 막히는 어색함이 이어졌다.

그때


“차 한잔 마시고 얘기 나누도록 하시죠.”


공비의 집사장인 알프레도가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는 차를 내왔다. 다행이었다. 이 어색한 공기가 차의 향긋함으로 조금은 누그러졌다.


쪼르르르르르.


우아하다.

주전자와 찻잔 사이가 이리 높거늘,

홍차는 찻잔을 쓰다듬듯 회전하며 한 방울도 튀지 않고 그 자리에 고요하게 머물렀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다시 이어지는 정적.


“하아~”


한숨이 나왔다.

다 큰 어른들이 뭐 하는 짓인지.

별수 있나?

두 사람이 대화할 마음이 없으면 물꼬는 내가 터야지.


“우리 솔직해집시다. 어머니도. 형님도. 결국 제가 누구한테 먼저 오나 기다리고 있던 거 아닙니까?”


두 사람이 침묵했다.

동의했다는 뜻.


“참 피곤하게들 사십니다. 그래서 오늘 두 분 다 피곤하게 살지 마시라고 제가 이곳에 왔습니다.”


“노선을 정하겠다는 뜻이냐?”

“노선을 정했구나?”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한마음이 됐다.


“마음이 이리 잘 맞는데 평소에도 사이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습니까?”


내 실없는 농담에 두 사람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두 사람 앞에 손바닥을 활짝 펴 보였다. 두 사람이 눈으로 물었다.


‘무슨 의미냐?’


“여러분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성의 표시를 하라는 얘기군.”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공비는 기뻐했고 에드가는 서운해했다.


“어머니 말대로입니다. 그냥 툭 까놓고 얘기하겠습니다. 어머니 알프레도를 저한테 주시죠.”


“뭐?”


내 영지에 가장 필요한 건 소프트웨어다.

이자벨라가 아무리 일을 야무지게 한다 해도 혼자서 영지의 모든 일을 다 할 순 없다. 그런 면에서는 알프레도는 영지의 운영을 맡기기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형님. 길버트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다음은 치안.

새로 만들어지는 영지라 치안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선 무력도 심성도 길버트가 맡는 게 딱이다.


“잠깐 이건 내가 손해 보는 장사 같은데? 길버트는 애초에 네 사람이었다. 에드가가 호위 기사로 임명해 강제로 뺏어갔을 뿐.”


공비가 이의를 제기했다.

한편으로는 참 대단했다.

이 와중에도 두 사람 사이에서 저울질하다니.


“형님이 전장에서 절 구해준 적 있어서요. 전장에서 쌓은 전우애는 가산점이 붙습니다.”


“불공평하다.”


“원래 불공평한 게 인생 아닙니까?”


내가 이렇게 나오니 공비도 더 이상 반발하지 않았다.


“자 어떻게 하실래요?”


“데려가라.”


먼저 선수를 친 건 에드가였다.

공비는 당황했다.

에드가가 이렇게 쉽게 나에게 길버트를 넘길 거라 생각하지 못한 것.


“나도 넘기겠네.”


“정말입니까? 천천히 잘 생각해보세요.”


“넘겨야지. 내 아들이 이제 막 영지를 받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거 같은데. 어미로서 내 사람 하나 주지 못할까?”


“알겠습니다. 두 사람 다 제 영지 발전에 이리 도움을 주시는 성은이 망극할 따름입니다.”


두 사람이 눈을 깜빡였다.


“둘 다 받겠다고?”


“네. 두 사람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것. 이게 알프레도와 길버트를 받는 조건입니다.”


왜?

내가 설마 두 사람 중에 선택할 줄 알았나? 어림없지. 나는 사람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고귀하고 가치 있으니까.


“전 제 영지 다스리기 바쁜 사람입니다. 서로 견제를 하든, 암투를 벌이든 맘대로 하십시오. 단! 두 사람이 싸우느라 공작가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여겨지면 레이첼과 율리안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그러려고 받은 영지니까요.”


***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날 밤, 알프레도와 길버트는 카일 자르온 남작령 행 마차에 몸을 실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이곳입니까?”


알프레도가 마차의 창문을 열어 내 영지를 둘러봤다.


“영지의 크기와 규모로 보아 최대 인구는 5,000명, 적정 인구는 3,000에서 3,500명이 좋겠군요.”


“딱 보면 각이 나옵니까?”


알프레도가 ‘그게 뭐 어려운 일이야?’ 싶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이쪽은 길버트입니다. 혹시 길버트가 공비 세력 아니라고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아니죠?”


“일할 사람이 일만 잘하면 되지 사이가 중요합니까?”


“아!”


방금 확신이 섰다.

이 사람이라면 맡길 수 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영지는 많이 변했다.

아니,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야~ 같이 가!”


난민이었던 이들은 이제 어엿한 자르온 남작령의 영지민이 됐고


“엄마!!!!! 엄마!!!!”


“우리 아기 무슨 일이야?”


부모들은 걱정 없이 아이들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거리가 만들어졌으며


“엘프야? 진짜 엘프?”


“세상에.”


엘프들도 거리낌 없이 사절단을 보낼 수 있는 어엿한 남작령이 됐다.


“탈리아님! 여기까지 무슨 일로!”


“축하할 겸, 외교 계약 맺을 겸, 중요한 사실도 알리려고. 그 얘기는 성으로 가서 얘기할까?”


“귀빈실로 모시겠습니다.”


엘프들 접객은 알프레도에게 맡겼다.

귀빈실에 앉은 사람은 4명.

나와 이자벨라, 다리아 탈리아였다.


“야. 마침 잘 왔다. 요즘 오른쪽 어깨가 잘 돌아가지 않는데 이것 좀···.”


“꺼져.”


다리아와 탈리아가 서로를 바라보며 정답게 인사를 나눴다.


“탈리아님. 정말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미리 언질이라도 주시지. 그럼 모시는데 소홀함이 없었을 텐데.”


“우리끼리 있을 땐 편하게 하렴. 말투 너무 오글거린다.”


“알겠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마. 제이 파치노 일행이 마왕과의 대결에서 패해 엘프의 숲으로 피난 왔다. 지금은 정양 중이고.”


탈리아의 얘기를 듣고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어차피 제이 파치노의 패배는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으니까.


“제이 파치노는 다시 일어날 겁니다.”


“일어나야지. 그거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 난 너 때문에 온 거야.”


“저요?”


“신목이 떨고 있어.”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신목이 보여준 내 미래.

마왕 메피스토의 검이 내 복부에 검을 꽂는 장면.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신목이 나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뭔가 아는 눈치구나.”


“네. 그 부분은 제가 잘 대비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니 걱정은 안 하마. 그러면 무거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는 로드와 영주로써 얘기하고 싶은데.”


“말씀하시지요. 로드님.”


“영지민의 교육에 관심이 있나?”


“아이들이 말을 떼고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 시작하면 그들에게 글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지위나 성별에 상관없이.”


탈리아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이 세계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온 지성인이다. 이 정도는 당연한 일.


“교사는 정했고?”


“초빙하고는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귀족들 콧대가 워낙 높아야죠.”


“그러면 우리랑 교육 협정 맺는 건 어때?”


“내용은요?”


“간단해. 엘프는 인간 세상에 나와 그들의 마법과 지식, 사냥법, 글을 배운다. 인간들은 엘프의 숲에서 궁술과 정령술, 각종 약초 채집 술을 배운다.”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초특급 제안이었다. 근데 이 협정을 맺기에 내 영지는 너무 초라했다.


“우리 영지엔 아직 선생님이 없는데요?”


“나. 라프타 출신인 거 까먹었어?”


“그들도 결국 귀족인데 제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걱정하지 마. 귀족이기 전에 교육자인 사람, 그리고 이 정책에 흥미 있는 사람. 페름에게 말하면 알아서 잘 구해줄 거야.”


“좋은데요!”


내가 영지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교육이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이야. 그때였다.


섬뜩.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하는 소름 끼치는 기운이 느껴졌다. 잠시 후


콰아아아앙!


대지를 흔드는 폭발 소리가 들렸다.


***


탓.


폭발한 곳으로 카일, 다리아, 탈리아가 도착했다.


섬뜩.


그곳에 있는 3명은 느낄 수 있었다.

소드 마스터와 엘프로드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저 모래 먼지 속에 있었다.


“그대가 카일 자르온인가?”


먼지가 서서히 걷혔다.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


그곳에 마왕 메피스토가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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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4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09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7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4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1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3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4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2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1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2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6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1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2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8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6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1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2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8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4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6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8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3 3 12쪽
»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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