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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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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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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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스승과 제자 (2)

DUMMY

전쟁에 들어가기 하루 전,


“세상에. 전혀 예상 못 한 인물이 나를 찾아왔네?”


이자벨라가 베인을 찾아왔다.


“무슨 일? 카일한테 뽀뽀한 거 때문에 찾아왔나?”


“그런 거 아니거든요!”


이자벨라가 버럭 화를 냈다.

그녀가 화를 내든 말든

베인은 턱을 괸 채 특유의 야릇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방금 그 말 듣고 엄청 후회하긴 했는데···.”


이자벨라가 말꼬리를 흐렸다.

베인은 그런 이자벨라가 귀여웠다.


“맞는 거 같은데? 그때 복수?”


“아니라니까요!”


이자벨라가 씩씩댔다.

베인이 그런 이자벨라에게 다가가 어깨동무했다. 그리고 귀에 속삭이는 야릇한 목소리.


“그래도 내가 입술은 남겼잖아.”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이자벨라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베인은 그런 이자벨라가 좋았다.

타격감도 타격감이지만 태생부터 선한 마음을 가진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힘이 있었다.


“이거나 받아요.”


이자벨라가 베인에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이게 뭔데?”


“열어보지는 마시고요!”


이자벨라의 말에 베인은 주머니 속에 담긴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 맞네. 복수하러 온 거!”


“계속 그러면 저 진짜 화내요.”


“알겠어. 알겠어.”


베인이 이자벨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이제는 포이즌 슬레이어라 불리며 대륙의 영웅으로 여겨지는 이자벨라였지만 베인 앞에만 서면 여인 앞에 소녀가 되는 기분이었다.


“미우나 고우나 공자님 도와준 사람이니까. 공자님 도와준 사람이면 저한테도 도움을 준 거나 마찬가지예요.”


“너무 고마운데. 그럼 나도 보답을 해야지.”


“보답은 무슨. 됐어요.”


용무가 끝난 이자벨라가 베인의 방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베인은 아직 용무가 끝나지 않았는지 나가려는 이자벨라를 뒤에서 꽉 안았다.


“만약 이 전쟁이 끝나도 카일이 미적지근하잖아? 그러면···.”


베인이 이자벨라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이자벨라의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베인의 말을 도중에 끊진 않았다.


***


붉은뱀 용병단과 리자드맨 군단이 충돌했다. 리자나르는 악랄했다.

창으로 거리를 벌려 일방적으로 공격했고 용병단이 안으로 파고들라치면 체내에 머금고 있던 산성액을 뿌렸다.


“수적 우위를 이용해라. 녀석들을 포위해.”


용병단의 대응도 신속했다.

조장은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했고

병사들은 마치 한 몸처럼

조장의 명령을 따랐다.


“지금이다!”


용병단이 포위한 리자드맨을 사방으로 압박해갔다. 하지만


풍덩.


녀석들은 본인들이 위기라 느끼면 성벽 아래 강물로 투신했다.


‘지랄 같네.’


베인의 상황은 더 안 좋았다.

단도와 삼지창의 거리 차가 그랬고

전방으로 뿜는 산성액이 그랬다.

하지만 그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단도를 찔러봐도


미끄덩


리자나르의 피부가 단도의 궤도를 바꿔버렸다.


‘이걸 어째야 하나?’


한편,


“측면 성벽! 뚫렸습니다!”


탈론의 귀에 이 소식이 들어간 건 베인이 리자나르를 만나고 얼마 안 돼서 벌어진 일이다.


“측면이?”


탈론이 턱이 올라갔다.

여전히 구울이 떨어졌지만

방어막은 건재했다.


“침입 경로는?”


“강입니다! 리자드맨이 성벽을 타고 기어 올라왔습니다. 그중에는 특히 강한 개체가 있었는데 수비대장 제라드와 마운트는 이미···.”


“성내에 있는 제1 예비군을 파견하게 그리고 지휘는···.”


탈론이 주변을 훑어봤다.

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라드가 잡혔다는 건 상대도 소드 익스퍼트 상위급의 강자. 그럼 보낼 수 있는 이가 한정된다.


‘탈리아님은 내 권한 밖, 이자벨라는 와이번을 토벌하고 있고, 다리아님과 카일도 성벽을 돌아다니며 필사적으로 방어를 하는 상태.’


탈론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탈론의 고민을 읽은 걸까?

카일이 성벽을 휘저으며 탈론의 옆으로 다가왔다.


“아직 눈치채지 못했습니까?”


“무슨 말인가?”


“지원이라면 이미 갔습니다.”


“지원이 갔다고?”


탈론이 주변을 둘러봤다.


“아!”


그리고 눈치챘다.

성벽을 채우고 있던 묵직한 존재감에 가려진 숨은 강자. 베인이 사라졌음을.


“그녀로 괜찮을까?”


하지만 그다음에 따라붙은 꼬리표는 안심이 아니라 의심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카일은 단호했다.

아니 그녀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저와 함께 사선을 헤쳐온 여자입니다. 그리고 베인한테는 특별한 능력이 있거든요.”


“특별한 능력?”


“자존심이 강한 여자거든요. 아마 쉽게 이기진 못해도 쉽게 지지도 않을 겁니다.”


‘비장의 무기도 있고.’


믿음과는 별개로 베인은 위태로웠다.

그녀는 여전히 고전했고

공략법은 오리무중에

리자나르는 지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날 붙잡아두면 원군이 올 거라고 생각하나? 착각이다. 그 전에 네 목이 꿰뚫릴 거다.”


베인은 자기 피부를 뚫지 못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리자나르의 삼지창이 더욱 맹렬하게 그녀를 노렸다.


“못생겼는데 말까지 많네.”


말과는 달리 베인은 여유롭지 않았다.

전투는 가면 갈수록 형세가 기울어졌으니까.

리자나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베인의 보법과 공격패턴, 습관에 적응해갔고 그 결과


퍽!


“큭.”


리자나르의 창대가 베인의 얼굴을 후려쳤다.


퉤.


입안이 순식간에 터져 피가 고였다.


‘정신 차려야 한다.’


턱을 살짝 스친 걸까?

베인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속은 메스껍고

시야가 일순 흐려졌다.


퍽!!


그리고 그 틈을 리자나르가 아니다.

녀석의 갈퀴 달린 발이 베인의 복부를 가격했다.


쾅!


베인이 성벽에 처박혔다.


‘끝이군.’


베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숨은 쉬고 있지만 의식이 흐릿했다.

마치 물속에 빠진 느낌.


저벅. 저벅. 저벅.


저 멀리서 리자나르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일어나야 하는데.’


머리와 몸의 괴리가 발생했다.

머리는 일어나라 아우성치지만

떨리는 몸은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척.


리자나르가 삼지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베인의 목을 꿰뚫으려는 순간


캉!


붉은뱀 용병단 부단장 볼트가 할버드로 베인의 앞을 막았다!


“비켜라. 물에선 숨도 쉬지 못하는 하등한 녀석아.”


리자나르가 막혀있던 삼지창을 재차 찔러넣으려 했다. 하지만 볼트는 할버드를 든 채 그 자리에 태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힘 자랑을 하고 싶은 건가? 받아주지.”


리자나르가 삼지창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


볼트가 마나를 끌어올리며 저항했다.

하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리자나르의 삼지창의 볼트의 살갗을 뚫었다.


“끄아아아악!”


기합이 비명으로 변했다.

리자나르의 삼지창은 어느새 볼트의 갑옷을 지나 대흉근을 뚫고 심장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볼트?”


베인의 시야가 맑아졌다.

몸에 격통이 일었다.

하지만 베인은 생각했다.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


볼트가 고개를 돌려 베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눈빛을 교환했다.

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푸우!”


볼트가 입에 머금고 있던 핏물을 뿜었다.

리자나르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고

그 순간


푹!


베인이 던진 단도가 리자나르의 눈꺼풀을 뚫고 왼쪽 눈을 찔렀다.


“카오오오오오!”


리자나르가 짐승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파충류도 짐승처럼 우는 건 처음 알았네.”


“이 하등한 것들이! 너희는 내가 죽인다!”


리자나르가 순식간에 삼지창을 찔렀다 뺐다.


“커헉.”


심장을 관통당한 볼트의 눈이 흐려졌다.

하지만 베인은 감성적일 시간이 없었다.


‘침착해라.’


베인이 하나 남은 단도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너에게 가르쳐 줄 기술이 있다.”


타르칸과 수련하던 시절을.


“저한테요?”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무기가 다른데 저한테 검술을 전수해주신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무기는 상관없다.”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길래 무기가 상관이 없습니까?”


“나인데일류의 오의라고 할 수 있지.”


베인이 눈을 깜빡였다.

오의란 자고로 검술의 정수.

그런 정수를 자신한테 가르쳐 줌은 물론

검이 아닌 단도로도 구사할 수 있다고?


“명색이 제자고 스승인데 아무것도 안 가르쳐주면 내가 뭐가 되겠느냐?”


타르칸이 베인을 보며 말했다.

신기했다.

제자를 양성해본 게 처음이 아니었지만, 베인은 유독 특별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마지막 제자라 그랬던 걸까? 아니면 자신을 강하게 해준 기연이라 그런 걸까?


“잘 들어라.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오의. 정말 위급한 순간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기술이다.”


베인이 심장에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톡 톡 눌렀다.


키이이잉.


마나 하트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쓰나미가 일듯 마나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큭.”


베인이 격통을 참아가며 폭주하는 마나를 단도로 보냈다.


파앗!


일순 단도 위로 거대하고 붉은 마나의 칼날이 생성됐다.


‘나인데일류 오의.’


‘산사태!’


그리고 떨어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붉은 칼날.


서걱!


붉은 칼날이 리자나르를 할퀴고 지나갔다.


“헉. 헉. 헉. 헉. 헉.”


베인이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리고 주저앉아 전방을 바라봤다.

칼날로 생긴 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뚝. 뚝. 뚝


양팔이 잘린 채 피를 뚝뚝 흘리는 리자나르의 모습이 보였다.


“카오오오오!”


녀석은 이성도 상실한 채 짐승의 목소리를 내며 베인에게 달려들었다.


콰직.


녀석이 아가리를 벌려 베인을 물었다.


“옳지.”


녀석의 이빨에 살점이 뜯겨나가고

하얀 뼈가 보이기 시작했다.

베인은 사력을 다해 버텼다.

그리고 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그것만 먹어서 배가 차겠어.”


베인이 팔을 물고 있는 리자나르의 아가리를 억지로 벌렸다. 그리고


휙!


이자벨라가 준 주머니를 입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륵?”


녀석의 눈이 데굴데굴 굴렀다.

잠시 후


“키에에에에엑!”


주머니에서 퍼진 이자벨라의 독이 리자나르의 장기를 녹이기 시작했다. 데굴데굴 구르던 몸은 이윽고 몸으로 확장됐다. 녀석이 바닥을 기며 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덥석.


베인이 리자나르의 꼬리를 잡았다.


“너 때문에 볼트가 죽었어.”


리자나르가 성벽을 기어 아래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탁.


베인이 발을 성벽에 고정한 채 버텼다.

녀석이 몸부림쳤다.

도망치려는 자와

붙잡으려는 자의

처절한 싸움.


리자나르가 공중에서 파닥거렸다.

베인은 손의 힘이 서서히 빠져갔다.

하지만


까득.


이 악물고 볼트의 시체를 보며 버텼다.

그리고 얼마 뒤


축.


독에 내장이 녹아버린 리자나르가 혀를 길게 내뺀 채 그 자리에서 죽었다. 베인도 그제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쿵!


성벽 아래로 떨어진 리자나르의 시체가 터졌고 대지 위에 자란 풀들은 녀석의 피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이겼다!!!!”


베인이 젖 먹던 힘을 다해 외쳤다.

용병단을 이끌고 사지에 들어간다.

그리고 승리한다.

여기까지가 단장의 역할이었다.


“단장이 적장을 물리쳤다!”


“우리의 승리다!”


“와아아아아! 밀어붙여!”


그녀의 외침은 들불이었다.

용병들의 사기를 불태웠고

적들의 전의를 집어삼켰다.


“녀석들이 도망간다!”


“놓치지 마!”


결국 리자드맨은 등을 보였고

이 기회를 놓칠 용병들이 아니었다.


“하아. 하아. 하아.”


베인은 그 자리에 누워 하늘을 올려봤다.

여전히 와이번이 날아다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이 푸르게 보였다.


‘하. 정말. 그 남자랑만 엮이면 매번 바닥에 처박힌다니까.’


베인이 눈을 감고 카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덕분에.’


그다음 떠오른 사람은 타르칸 나인데일이었다. 만약 카일을 만나지 않았다면 타르칸 나인데일도 만나지 못할 그녀였다.


‘스승님. 오의. 이렇게 쓰는 거 맞죠?’


베인이 타르칸에게 질문했다.

이때


휘이이이잉.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이 베인의 땀을 식혀줬다.


“알겠습니다.”


베인은 홀가분한 상태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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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4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4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1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4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2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1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2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8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4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6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8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3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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