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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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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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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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험 (2)

DUMMY

파죽지세.

마왕군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좋은 설명은 없었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제이 파치노가 전사했다. 왕국은 서둘러 이 사실을 은폐했다. 하지만


“엘프의 숲이 함락됐습니다.”


“흑성이 함락됐습니다!”


“운하를 넘어 마물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국왕 이반 헬리온에게 전해지는 소식은 절망뿐이었다.


“동부의 상황은 어떻지?”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 안도할 구석은 나인데일 백작의 혜안이었다.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쯤 방어선을 구축해야 할 곳은 동부가 아니라 왕국이었을 테니까.


“좋지 않습니다.”


악재는 또 있었다.


“용사가 마왕에 패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동부는 특히 역병처럼 빠르게 퍼져 탈영하는 병이 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끓어 넘치는 냄비는 손으로 누를 수 없는 법인가?”


“아무래도 마왕이 전방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비해 용사는 두문불출하니 그 사실이 병사들의 공포를 더욱 자극한 거 같습니다.”


“도망쳐봤자 숨을 곳이 없거늘.”


“탈론이 소문낸 자를 찾아내 일벌백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국왕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용사가 죽었다면?

그다음은 누가 막을 것인가?

국의 마음에 자연스레 ‘영웅’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


사방이 순백의 공간이었다.

신목을 만났을 때와 차이가 있다면 그곳은 계속 뻗어가는 백색이었다면 이곳은 벽으로 꽉 막혀있는 듯한 백색. 1주일만 지내도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공간 같았다.


‘그래도 맞는 거 같긴 한데.’


소설에 묘사된 비석과 검집에 꽂힌 검.

내가 생각하는 성검의 시험장 입구와 똑같았다.


스릉.


검집에 꽂힌 검을 뽑았다.

소설과 차이가 있다면

내 손에 들린 검이 성검이 아니라 레텐토라는 점.


[힘을 얻으려는 자, 5개의 시험을 통과해야 할지니.]


내가 레텐토를 뽑고 비석을 봤다.

문구는 또 같았다.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


시간이 지나도 아무 변화가 없었다.


‘원래도 이랬나?’


소설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문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기다려도 문이 생기지 않았다. 이 뜻은 하나다.


‘네가 문 따고 알아서 들어와라.’


텃새도 이런 텃새가 없었다.


“훗.”


하지만 난 하늘을 보며 웃었다.

어디선가 날 보고 있을 성검을 향해.

녀석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척.


내가 발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절공검 제1식으로 공간을 긋자


찍.


공간이 찢어지며 희미하게 문이 보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몇 번의 칼질을 통해 공간을 찢자 문이 보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금수저, 금수저 하는 건가? 출발선이 정해진 삶과 출발선부터 찾아야 하는 삶이 이렇게 차이 난다.


끼이이익.


문 너머에서 제일 먼저 나를 맞이한 건 차디찬 북부의 삭풍이었다.


“카오오오오오!!!”


눈보라 안에 스컬 드래곤의 포효가 섞여 있었다. 잠시 후,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스컬 드래곤이 쿵쿵 소리를 내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시험이었다.


내가 레텐토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스컬 드래곤은 소드 마스터와 절공검 3성에 도달한 나를 막지 못했다.


서걱.


절공검 제4식 낙하로 녀석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잠시 후


우웅.


녀석의 시체 너머로 하나의 문이 보였다.


“이번에는 그래도 직접 열어주네.”


단계가 지날수록 점점 강한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리아 블러드레인은 어딨지?”


2단계에서는 맥그리거가

3단계에서는 카마킨이

그리고


“카일! 너는 내가 반드시 처리한다!”


4단계에서는 그로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마. 죽어서 정말 지긋지긋하구나.”


치열한 사투 끝에 그로마를 처치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팔은 올라가지 않고

입에서는 피가 역류했으며

시야는 흐릿하게 보였다.

말 그대로 만신창이 상태.


파앗.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 보였다.


“후우~”


그 자리에 앉아 마나를 갈무리했다.

지나치게 수축한 근육을 이완시키고 조급한 마음을 달랬으며 미친 듯이 공회전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지막 시험.

4번째가 그로마였다면 다음은 메피스토 혹은 그에 준하는 강자가 나올 게 자명한 일이었다. 생전보다 약하다고는 하나 지금의 내 몸 상태로는 겨우 이기거나 죽을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끼익.


몸을 갈무리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


눈앞,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척.


다리아가 칼데아를 겨누고 있었다.


“진짜 너무하네.”


그녀가 칼데아를 뽑으며 도약했다.

절공검 제4식. 낙하.

다리아는 최선이자 최악의 상대였다.

그녀의 검법을 아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찍.


칼데아가 지나간 자리 공간이 찢어졌다.

절공검은 무시무시한 검법이다.

평소 다리아와 대련은 자주 했지만

목숨 걸고 나를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 다리아는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쾅!


하지만 죽을 수는 없는 일.

칼데아의 금빛 오러 블레이드와

레텐토의 녹빛 오러 블레이드가 충돌했다.

다리아는 검성이란 명성이 전혀 부족하지 않을 실력으로 나를 압박했다.


같은 절공검이지만 우리는 달랐다.

그녀의 절공검엔 부드러움이

나의 절공검에 강직함이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강직함이 부드러움을 앞서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부드러움이 강직함을 압도하기도 한다.


쾅!


하지만 우리는 같은 검법을 구사하는 사제지간.

그녀의 검로는 예측하기 쉬웠고

그녀도 나의 검에 잘 반응했다.


뚝. 뚝. 뚝.


서로의 몸에 상처가 쌓이기 시작했다.

다리아는 상처가 생기는 와중에도 집요하게 나를 압박했고 이미 데미지가 쌓일 대로 쌓인 나는 조금씩 그녀의 검이 버거워졌다.


‘끝을 봐야 한다.’


내가 억지로 그녀를 차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자세를 잡았다.

나는 절공검 제2식을

그녀는 절공검 제1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쾅!


서로가 약속이라도 한 듯 대지를 박찼다.

레텐토가 그녀의 심장을 찔러 들어갔다.

반대로 칼데아가 내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푹. 서걱.


살점이 뚫리는 소리와

살점이 썰리는 소리.

레텐토가 다리아의 심장을 꿰뚫었다.

반면 칼데아는 내 목을 얕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칼데아가 내 목 앞에서 멈췄다.

한 끗 차이였다.

같은 검술을 사용하는 두 소드 마스터의 경지가 대동소이하면? 결국 승패는 아주 사소한 차이가 가른다. 우리의 승패를 가른 차이는 육체였다.


나는 그녀보다 키가 크고 팔이 길며 레텐토도 칼데아보다 검신이 길다. 그녀의 검은 딱 그 길이만큼 내 목을 베지 못했다. 하지만


서걱.


마지막의 마지막 긴장을 놓아버렸다.

칼데아가 지나간 자리,

공간이 찢어지며 상처가 더욱 깊어졌다.


“커헉.”


손으로 급하게 목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피가 미친 듯 쏟아졌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털썩.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근육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쿵! 쿵! 쿵! 쿵... 쿵···.


심장 박동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몸이 차가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어가고 기어갔다.

왜냐면 전방에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문이 생겼으니까.


“하... 하···.”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싸움은 이자벨라와의 전투였다. 하지만 지금 최악의 싸움이 갱신됐다. 죽는 와중에 문고리를 돌리는 일. 지금 나에겐 그게 가장 힘든 싸움이다.


덥석.


움직이지 않는 손을 억지로 들어 문고리를 잡았다.

체중을 이용해 손잡이를 내리고

어깨로 밀자 문틈으로 하얀빛이 쏟아졌다.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 방법뿐이었다.

더 이상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야가 더욱 비좁아졌다.

몸에 서서히 마비가 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으면 턱으로 기어가면 그만.


쿵...... 쿵..........


생명의 불꽃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빛으로 들어가는 게 더 빨랐다.


파앗!


어두웠던 시야가 다시 밝아졌다.


쿵. 쿵. 쿵. 쿵.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갖다 댔다.

꺼져가던 심장 박동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몸을 살펴봤다.

근육은 여전히 쪼그라들어 있고

머리는 푸석한 상태.


"그래도 이게 어디냐."


그제야 나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성당?’


가본 적 있는 성당이다.

이자벨라와 함께 성도 헬리오 시티에 갔을 때 관광명소로도 유명했던 유바르교의 대성당. 그곳이 분명했다.


내가 사방을 살피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수녀복을 입고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태양처럼 따듯한 노란색 머리카락에 노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성검?”


성검에 모습은 조금 의외였네.

나에게 준 시험의 난이도를 보아 아주 못돼먹은 중2병 어린아이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닌데?”


그녀가 나를 보며 장난기가 어린 미소를 지었다.


“웃어?”


‘누구는 지금 죽기 직전에 턱으로 기어들어 와서 겨우 살아나왔는데 웃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아. 미안미안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장난이 지나쳤지?”


그녀가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편해지긴커녕 더욱 화딱지가 났다.


“장난? 힘들게? 아니 그보다 너 누구야? 누군데 여기서 사람 열받게 실실 쪼개고 있어?”


“내 이름은 유바르. 널 이곳에 부른 장본인이지.”


유바르?

어?

유바르?

내가 아는 그 유바르?


“맞아. 네가 아는 그 유바르.”


내 표정을 읽은 그녀가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


메피스토는 그로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금은 분열됐다 하나 위기에 처하면 거짓말처럼 뭉치는 게 그들입니다. 뭉치기 전에 없애야 합니다.


메피스토는 그로마의 말을 착실히 이행했다.

엘프의 숲을 불 지르고

흑성을 함락시켰으며

파르테온을 멸망시켰다.

메피스토는 계속해서 압박했다.

결국 인간과 엘프가 손을 잡았다고 하나 반쪽짜리 연합.


“그로마. 조금만 더 기다려라. 오래 돌았지만 이제 곧 끝난다.”


백작가의 성벽 위, 검성 다리아, 엘프 로드 탈리아, 소드 마스터 타르칸이 밀려드는 마물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털이 서는 긴장감이 그들을 엄습했다.


“앞으로 며칠 남았지?”


탈리아가 전방에 일렁이는 마물의 검은 물결을 보며 다리아에게 물었다.


“5일.”


“제자라는 녀석이 늙은이한테 참 무리한 요구를 하고 떠났구나.”


“늙은이가 아니라 스승이다. 이년아.”


“맞지. 스승. 온몸이 트롤의 근육과 피로 뒤범벅된 스승.”


“고맙다. 방금 그 말을 통해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탈리아가 ‘무슨 개소리야?’ 싶은 표정으로 다리아를 바라봤다.


“만약 나에게 죽을 위기가 생기잖아?”


“그럼 죽어야지.”


“아니. 너를 방패 삼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날 거다.”


그때였다.


척.


메피스토가 손을 전방으로 뻗자

마물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진군했다.


“모두 전투 준비!”


“엘프들은 활을 들어라!”


두 지도자의 외침에 병사들이 무기를 들었다.


“5일이라 그랬지?”


“왜 못할 거 같아?”


“나는 무리한 요구라고 했지 불가능한 요구라고는 안 했는데.”


“그래. 어디 한번 버텨보자. 옛날에는 이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많았다.”


“옛날이라고 하지 마. 늙어 보이니까.”


“너 정도면 늙고 주름진 엘프가 맞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탈리아는 겨누고 있는 활시위로 자신의 옆에 있는 다리아의 미간으로 틀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쏟아지는 마물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한편


‘어디로 간 것이냐?’


메피스토가 성벽 위를 바라봤다.

다리아와 탈리아, 타르칸까지.

하지만 정작 중요한 칼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암흑 포털 너머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남부로 가보거라. 거기에 카일이 있다면 죽이고 돌아와라.”


검은 그림자가 암흑 포털 너머로 다시 자취를 감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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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5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8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3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3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 시험 (2) 23.07.21 205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5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7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9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4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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