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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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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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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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3)

DUMMY

“내 이름은 유바르. 널 이곳에 부른 장본인이지.”


기분 탓인가?

그녀의 말이 중의적으로 들렸다.


“무슨 말이죠?”


절로 말이 공손하게 나갔다.

일단 신이라는데.

화난 건 화나는 거고

사회생활은 사회생활이니까.


“말 그대로야. 널 이곳에 불렀다고.”


말을 하며 유바르가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켰다. 난 왜 계속 그녀의 말이 중의적으로 들릴까?


“제가 의심 가는 부분이 있어 확실하게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곳에 정확한 의미가 뭡니까?”


유바르가 나를 보며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었다.


“네 생각이 맞아. 널 이 글리셰 대륙으로 부른 장본인, 성준오의 영혼을 죽은 카일 자르온의 육체에 집어넣은 존재. 그게 나야”


순간 정신이 멍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었다.

갑자기? 왜? 어째서?

내가 왜 이 바닥에서 이렇게 구르고 다치고 아파해야 할까?


“왜 하필 접니까?”


하지만 그 모든 걸 뛰어넘는 질문.

내가 그녀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이었다.


“그냥.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서.”


“그냥? 그냥? 그냥???? 사람을 이 죽을 고생시키고 그냥??”


“아. 미안. 인간의 사고방식과 신의 사고방식이 조금 달라. 너희식 표현으로 따지면 운명이지. 네가 차에 치여 죽는 순간이 카일 자르온이 죽는 시간과 맞물렸거든. 이 또한 신의 뜻.”


허무했다.

만약 그날 내가 죽지 않았다면?

카일 자르온의 몸에는 다른 영혼이 들어왔을까? 아니면 소설 속 세상처럼 그냥 죽은 채로 시간이 흘러갔을까?


“아 물론 네가 눈에 띈 것도 컸지.”


“제가요? 왜요? 머리가 없어서?”


“재는 게 없어서.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 얘기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또 있다.


“그러면 다음 질문. 석영이는 누굽니까? 사실 인간이 아닌 창조주. 뭐 그런 겁니까?”


이곳은 석영이가 창조한 세상.

녀석이 창조한 세상에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석영이는 그냥 인간이 아닌 건가?


“걔는 그냥 인간이야.”


“여긴 걔가 만든 소설 속 세상이잖아요. 당신들 위에 있는 창조주. 뭐 그런 거 아닙니까?”


“쉽게 얘기하면 소설 속 세상이 아니라 원래 있던 세상을 김석영이 작품으로 묘사한 거지.”


“당신이 개입해서? 굳이 왜?”


그녀의 설명은 간결했다.

마왕 메피스토가 생각보다 강하게 강림했다. 제이 파치노로는 위험할 수 있어서 보험이 필요했다. 그 보험이 나였고 선별 대상은 무속성 소드 마스터의 독자.


“뭐 일단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그냥 넘어가죠. 제가 보험이라 칩시다. 메피스토가 강하게 강림했다는 건 뭡니까?”


“6,666명의 영혼. 용사가 탄생하는데 이렇게 많은 영혼이 필요할까?”


단번에 이해가 갔다.


“그러면 달의 신 루나는 뭡니까? 루나교의 신자 6,666명이 희생됐는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습니까?”


“걔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거지. 그래서 네 영혼이 카일 자르온에 빙의해도 가만히 있었던 거야. 걔도 자기 신자들이 마왕 강림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건 싫었으니까.”


방대한 정보가 머리로 흘러들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유바르는 천천히 기다려줬다.

뭐 이래저래 복잡한 과정이 많았지만 내가 불려 온 이유는 이거였다.


“마왕이 사고 쳐서 달의 신 루나가 자존심 상했으니 보험인 네가 수습해라. 이거 맞습니까?”


“뭐. 굉장히 많이 비약하고 생략했지만 뼈대는 그게 맞아.”


“그러면 마지막 질문.”


“더 해도 되는데.”


“당신은 정의의 편입니까?”


그녀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와 대화할수록 이질감을 느꼈다.


왜냐면 나를 불러온 이유가 너무 형편없거든. 한쪽은 자신의 이름이 마왕 강림에 필요한 수단으로 전락해 자존심이 상했고 한쪽은 정의 수호를 위해 날 부른 거처럼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 전에 질문. 네가 생각하는 정의는 뭔데.”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


“아~ 그래? 그러면 정의 편 맞네. 너한테 힘을 줄 수 있으니까.”


“더 해도 된다고 했으니 하나 더 질문하겠습니다.”


“그래.”


“절 부른 진짜 목적이 뭡니까?”


그녀의 심드렁한 대답을 듣고 알게 됐다.

그녀는 정의나 수호하자고 나를 부른 게 아니다.

그것보다 더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혹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가벼운 목적.


“그야 재밌으니까.”


“재미?”


“한쪽이 너무 일방적으로 지면 보는 맛이 떨어지잖아.”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했다고 화가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서걱.


레텐토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러 그녀의 목을 벴다.


“왜 화를 내고 그래.”


하지만 그녀의 목은 잘리지 않았다.

공간이 찢어지지도 않았고.


“정의의 수호니, 숭고한 희생이니 이런 건 다 상대적이야. 너희 역사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이기는 게 곧 정의다. 그래서 난 정의를 자처하지 않아. 그저 도움이 필요하면 힘을 빌려주고 싸움을 구경하는 거지.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어딨다고.”


내가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신이 망가진 걸까?

아니면 그냥 종족의 우월함에서 나오는 사고방식의 차이일까?


“그래. 그럴 수 있죠.”


입장 바꿔 생각해봤다.

우리도 소싸움을 축제로 만들고

투견장에서 도박한다.

그녀에게 있어 나는 소면서 투견이었다.


“생각보다 꽉 막혀있진 않네.”


“종족의 우월함에서 나온 생각이겠죠. 우리가 소와 투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듯 당신도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죠. 생각보다 신이라는 거 별거 없네요.”


“맞아. 너희보다 조금 우월할 뿐. 우상화하고 신성시한 건 언제나 너네잖아. 그리고 너희가 정말 날 숭배해서 종교를 만들었겠니? 침략하고 통치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수단이라 종교를 만든거지.”


“이제 대화는 이쯤 하시죠. 그래서 성검의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습니까?”


“성검의 힘은 못 얻어.”


다시 한번 속이 끓어올랐다.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개고생시켜가며 여기 불렀는데 성검의 힘은 줘야지!”


“성검은 한번 선택한 사람한테만 그 힘을 주는 아이야.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라지만 나도 어떻게 못 해.”


“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침착해야 했다.

결국 화내고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나만 손해다.


‘카일. 침착해라. 그녀도 분명 나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나를 이 장소에 불렀을 터.’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눈을 떴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녀가 날 왜 불렀을까?

대화를 유추해봤다.


-한쪽이 너무 일방적으로 지면 보는 맛이 떨어지잖아.


지금의 구도는 메피스토의 일방적 강세.

그건 유바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하나.


“그러면 당신 힘이나 빌려주시죠. 그래도 태양신인데. 힘이 없진 않겠죠.”


생각해보면 이미 대화 속에 답이 있었다.


- 아~ 그래? 그러면 정의 편 맞네. 너한테 힘을 줄 수 있으니까.


유바르의 눈이 빛났다.

그녀가 혀를 날름했다.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눈앞에 거울이 나타났다.


딱.


그리고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저울 한쪽에 사과 크기의 빛나는 보석이 나타났다.


끼익.


저울이 아래로 기울었다.


“신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는 그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지금부터 너를 시험하겠다.”


“자격이라면 이미 시험 통과로 증명되지 않았나요?”


“그 통과는 나를 만나기 위한 절차였을 뿐.”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네.


딱.


그녀가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저울 옆, 작고 귀여운 인형 하나가 올라갔다.


“레이첼을 내놓아라. 그게 힘을 얻는 대가다.”


서걱.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구슬을 반으로 쪼갰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사람 목숨 가지고 저울질하는 거야. 근데 뭐? 레이첼을 내놓으라고?”


“작은 희생으로 큰 희생을 막을 수 있다.”


“그럴듯한 개소리 집어치워라. 한 아이 목숨도 지키지 못하는데 무슨 대륙을 구하겠다고.”


“어리석구나.”


“잘난 신께서 투견의 마음을 어찌 아시겠습니까~”


나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럼 이건 어때?”


그녀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반대편에 레이첼의 인형이 사라지고 안대를 쓴 순례자의 인형이 나타났다.


“네 가슴에 칼 박은 여자야. 이 정도면 내가 밑지는 장산데.”


느껴진다.

내 눈빛이 어떤지.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생물이 자신을 가축 보듯 보는 기분이?


“야. 적당히 해. 나도 많이 양보한 거야.”


항상 여유롭고 발랄했던 유바르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갔지만, 그 차가움이 나에겐 청량한 바람처럼 느껴졌다.


“아까 뭐 들었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사람 목숨 가지고 저울질하는 거라니까. 아 짐승의 말이라 못 알아들었나?”


그녀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유바르의 힘을 얻기 위해 고뇌한다.

대륙의 존망과 소중한 이의 목숨.


그녀는 그 사이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신의 손에 놀아나는 건 여기 불려 온 것으로 충분했다.


“다음부터는 보험 들 때 그냥 들지 마세요. 정작 필요할 때 보장받지 못할 수 있으니까.”


내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조소를 날리며 몸을 돌렸다. 죽은 샤를이 나에게 알려줬다. 사람 목숨 희생해 얻은 힘도 녀석을 막을 순 없었다.


“지금 이대로 나가면 넌 메피스토에게 죽는다.”


“신경끄세요.”


유바르의 힘은 분명 매력적이다.

어쩌면 그녀의 말이 맞을 거다.

작은 희생을 통해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으니까. 방법이 하나였다면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을 거다. 하지만 나에겐 또 다른 방법이 하나 남아있었다.


***


이자벨라의 시선이 순례자에게 고정됐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 이상 카일님을 공격할 일은 없습니다.”


“그 말을 믿으라고요?”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엘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카일님의 가슴에 곡도를 찔러넣은 과오. 평생 속죄하며 살아갈 겁니다.”


이자벨라도 카일에게 들었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에 검을 박아넣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자신이 만약 카일의 목숨을 담보로 순례자에게 독을 뿌리라 하면 망설이지 않고 뿌릴 거다. 그때였다.


쿵! 쿵!


지반이 흔들렸다.


쿵! 쿵!


진동은 점점 가까워지고 천장에서는 흙덩이가 쏟아졌다.


“으악!”


“괴물이다!”


“모두 피해! 악!”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사들의 비명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강하다.’


이자벨라가 몸에 정령의 힘을 두르고 순례자가 곡도를 꺼냈다.


“강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잠시 후


쾅! 쾅! 쾅!


백작가의 무덤을 지키는 철문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굉음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문이 볼품없이 휘어졌다. 이윽고.


콰아아아앙!


하이머 백작가의 무덤으로 향하는 철문이 부서졌다.


그르르르르.


족히 3미터는 될법한 몬스터가 양손에 도끼를 든 채 걸어왔다.


‘저게 오크라고?’


이자벨라가 다가오는 적을 보며 긴장했다.

원래 오크의 크기는 아무리 커봐야 2미터.

하지만 눈앞에 걸어오는 오크는 흡사 오우거라 해도 믿을 만큼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파루무투.

흑성에서 로이스 변경백에게 심장이 뚫린 뒤 메피스토의 힘으로 언데드가 돼 부활한 오크로드였다.


이자벨라가 순례자를 바라봤다.

이왕이면 혼자 처리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오크로드 파루무투는 너무 강한 존재였다.


“아까 말했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카일이 성검의 시험에 들어간 지 5일째 되던 날 벌어진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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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4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4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3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1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3 4 13쪽
»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5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6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9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3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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