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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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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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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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절공(切空)

DUMMY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서서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위에서 떨어진 빗물은 대지로

병사들과 마물들이 뒤섞인 피를 씻어내며 지하로 흘러갔다.


우릉.


하늘이 으르렁댔다.

이윽고 낙뢰 하나가 두 남녀 사이에 꽂혔다.


“카...일... 너..는 내가... 반..드시.”


그로마는 죽어서도 앵무새처럼 카일만 외치고 있었다.


주륵.


마주 보고 있는 이자벨라의 입가에 핏물이 흘렀다. 언데드가 됐어도 그로마는 그로마였다. 암흑 마나를 사용했고 움직임이 날랬으며 원거리 공격은 물론 근접전까지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콰아아앙!


그때였다.

카일이 태어나고 자란,

성준오가 카일의 몸으로 다시 시작했던 공작성에 폭음이 들렸다.


‘공자님.’


“카...일···.”


그로마가 다시 쇄도했다.

입은 계속 카일을 외치고 있었지만

시선은 이자벨라에게 머문 상태.

비가 오고 벼락이 치는 대기에 연속해서 폭음이 들렸다.


“포이즌!!”


그로마가 암흑 구체를 날리면

이자벨라가 독으로 중화했다.

포이즌이 뒤를 잡았지만

그로마의 주먹이 그녀를 강타한다.

이자벨라도 정령의 힘을 두른 채 쇄도했다.

치열한 공방전.


“카...일···.”


그로마는 카일을 없애기 위해


‘절대 보내지 않는다.’


이자벨라는 카일을 지키기 위해

성 밖에서 치열한 난타전을 펼쳤다.


***


레텐토와 인파니아가 격돌했다.

성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전투의 양상은 단순했다.

베려는 카일과

막으려는 메피스토.


후웅! 서걱.


무수히 오가는 공방전 속,

카일은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다.


‘확실하다. 녀석은 예전보다 약해졌어.’


다리아에게 들었다.

그녀가 메피스토의 팔을 벴을 때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거기다 이미 유바르의 힘에 노출이 된 상태.


“5분. 그 이상은 무리야.”


유바르와의 거래를 생각했다.

이미 다리아를 구하기 위해 유바르의 힘을 끌어 썼다.


4분.


그것이 카일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감춘 건가? 소진한 건가?’


정보를 탐색하는 건 메피스토도 마찬가지. 치열한 공방 속, 그도 카일을 관찰했다. 눈의 움직임, 호흡, 그리고 레텐토에 두른 오러 블레이드까지. 그리고 결론을 도출했다.


‘유바르의 힘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그렇다면 이 판은 메피스토의 판이었다.


카일은 고전했다.

육체의 격이 밀렸고

검술에서 밀렸다.

보법을 밟아도 따라 잡히고

검을 휘둘러도 막히기 일쑤.


‘이 정도면 괜찮다.’


카일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예전이었다면 뻗지도 못한 검이다.

검집에만 있던 레텐토가

지금은 날카롭게 녀석을 노려간다.

결국 휘두르면 언젠간 베이기 마련.


그 찰나의 순간 수십합이 오갔다.

공격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첫 번째 경합의 승자는 메피스토였다.


“헉. 헉. 헉. 헉.”


카일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온몸에 얇은 자상이 쌓였다.

메피스토는 지독한 사냥개였다.

목덜미를 물어뜯지 못하면

살점이라도 반드시 물어뜯었으니까.


“죽을 각오로 덤벼라.”


그럼에도 메피스토는 경계했다.

언제나 그랬다.

자신의 앞을 막은 용사들은

하나같이 밀리는 와중에도

비장의 수를 숨기고 있었으니까.


화륵.


카일의 레텐토가 빛났다.

녹빛 오러 위,

모든 것을 녹일 불꽃이 불타올랐다.

메피스토가 자세를 다잡았다.

자신의 자리를 절단한 힘이다.

저 힘을 막느냐 막지 못하느냐로 이 승부는 결정된다.


‘절공검 제1식.’


선공은 카일이었다.

그의 몸이 안개에 휩싸였다.

메피스토는 망설임 없이 전진했다.

검을 뽑기 전에 막으려는 전략.

하지만 이번 승자는 카일이었다.


‘지평선 베기!!’


레텐토가 메피스토의 목을 노렸다.


쾅!!!


메피스토가 인파니아로 방어했다.

하지만 자기 육체가 성벽에 처박히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실로 압도적인 힘. 카일은 쉬지 않고 메피스토를 몰아붙였다.


성이 무너졌다.

레이첼이 잠들던 방도

율리안이 꿈을 키우던 방도

알프레도를 얻고 길버트를 협상대에 올렸던 식탁도 모두 박살 났다.


메피스토는 구르고 또 굴렀다.

연합군이 본다면 함성이 터져 나올 광경.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극명히 대비됐다.


씨익.


메피스토는 웃고 있었다.

그가 선택한 전략은 철저한 소모전.

유바르의 힘은 유한하다.

메피스토는 이 약점을 철저히 공략했다.


카일은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감정을 보이는 건 하수나 하는 짓. 그럴수록 더욱 침착하고 집요하게 메피스토를 공략해갔다. 하지만 그의 검은 닿을 듯 닿을 듯 메피스토에게 닿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다.

불길이 약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카일은 더욱 집중했다.

위력이 떨어졌을 뿐,

유바르의 힘은 아직 남아있으니까.


바닥을 구르던 메피스토가 일어났다.

그가 인파니아에 암흑 구체를 씌운 뒤

힘 대결을 유도했다.


쾅!!!!!


씨익.


메피스토는 웃었다.

위력이 현저히 줄었다.

날아가던 몸이 뒤로 밀려날 뿐.

상황이 변했다.


처음에는 메피스토가 밀렸다.

그러다 대등해졌고

그 후엔 카일을 압박했다.

카일의 대처도 신속했다.

그는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주도권을 내주며 한 방을 노렸다.


“할 수 있겠나?”


이 상황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한 마디. 그만큼 메피스토는 여유를 찾았고 카일은 궁지에 몰리기 시작한 거다.


“질문이 틀렸어.”


방어하는 와중에도 유바르의 힘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할 수 있겠나가 아니라 해야 하는 거야!”


“불가능하다.”


메피스토가 인파니아를 들어 올렸다.


‘빈틈!’


카일은 동작이 커진 메피스토의 가슴팍에 레텐토를 박아 넣었다. 메피스토는 검이 가슴에 박히는 와중에도 눈을 치켜떴다.


푹.


희비가 갈렸다.

카일의 얼굴엔 당혹감이

메피스토의 얼굴엔 미소가.

레텐토가 메피스토의 가슴을 꿰뚫기 전, 유바르의 힘이 사라지고 말았다.


“마지막에 이런 도박을 한다고?”


“도박이 아니다. 계산이지.”


그들이 펼친 공방은 검만이 아니었다.

상대의 호흡, 체온, 공격의 속도.

그 속에서 오는 심리상태.

카일은 유바르의 힘이 약해지는 걸 최대한 속이려 했다. 하지만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 한 방울. 그 한 방울이 메피스토에게 확신을 줬다.


텁.


이제는 마무리할 차례.

메피스토가 카일의 목덜미를 잡아채 들어 올렸다.


“컥!”


카일의 몸이 공중에 떴다.


쨍그랑.


숨이 막혔다.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됐고

시야가 흐려지며

레텐토마저 떨어트렸다.


푹.


카일의 복부에 인파니아가 박혔다.

메피스토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복부에 박힌 인파니아로 카일의 속을 헤집었다.


“끄아아아아악!”


카일이 참아왔던 비명을 뱉었다.


푹!


인파니아에 카일의 피가 묻어 나왔다.

카일의 옷이 점점 붉어졌다.

레텐토를 짚고 일어나야 하는데 떨리는 몸은 카일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결국인가? 드디어 인가?’


메피스토는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지 않았다. 세월에 풍화한 듯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 자신은 결국 이기려고 했던 걸까? 드디어 이 긴 생이 끝나길 바랐던 걸까?


“카일!! 피해!!!”


검은 그림자가 메피스토에게 쇄도했다.


푸욱!!!


피륙음이 들렸다.

메피스토의 가슴이 뚫렸다.

뚫고 나온 것은 순례자의 곡도.


촤악!!


순례자가 곡도를 빼 다음 공격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메피스토가 더 빨랐다.


서걱.


메피스토가 순례자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그녀의 몸에 생긴 붉은 시선.


“어?”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분명 다리는 그 자리에 있는데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순례자!!!”


순례자의 몸이 사선으로 어긋났다.

그리고


쿵.


결국 상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엘사.”


생명이 꺼지는 와중에도 순례자는 엘사를 생각했다. 그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머리카락 색깔은? 얼굴에 주근깨는 있을까? 몸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럴수록 엘사가 잡아줬던 따듯한 손이 생각났다.


푹!


그 사이, 카일이 마지막 공격을 날렸다.


“!”


메피스토가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봤다.

그의 가슴에 박힌 작은 단도.

엘사가 메피스토를 혼내주라며 건넨 단도였다.

그리고 그 단도엔 유바르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너만 시간 싸움한 줄 아냐?”


심리전을 건 건 카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부러 몰아붙였다.

이유는 하나.

메피스토의 시간 개념을 흔들어야 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유바르의 힘을 남겨뒀고 메피스토는 보기 좋게 넘어갔다.


거기에 도박까지.

카일은 메피스토가 자신을 한 번에 죽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순간이니까. 카일의 예상은 적중했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례자라는 행운까지 따랐다.


“끄아아아악!”


메피스토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유바르의 힘이 그를 정화했다.


“허억. 허억. 허억.”


카일이 비틀거리며 레텐토를 잡았다.

시야가 흐려졌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천천히. 이럴 때일수록 조급하면 안 된다.’


카일이 심호흡을 뱉었다.

몸은 떨리고

시야는 흐려지며

손이 떨려왔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더 고요하게 만들었다.


“카일! 카일! 카일!!!”


흡사 악귀의 모습.

메피스토의 피부는 꺼멓게 그을렸고 성대는 녹아 흘렀으며 눈은 붉게 물들었다.


쨍그랑.


메피스토가 인파니아를 놓쳤다.

그러자 성스러운 불꽃도 인파니아로 옮겨붙었다. 불꽃은 말하고 있었다. 암흑 마나는 자신이 맡을 테니 메피스토는 네가 처리하라고.

“죽여버리겠다!!!”


악귀가 도약을 준비했다.


“......”


하지만 카일은 여전히 멈춰있었다.

몸을 가다듬은 채 발도 자세를 준비했다.

카일이 무거워진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저기구나.’


드디어 그의 약점이 들어났다.

가슴에 박힌 붉은색 마석.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저 마석을 베야 한다.


“크아아아아아!”


메피스토가 도약했다.

목적은 하나.

카일의 목을 물어뜯는다!


‘이 발도에 모든 것을.’


‘절공검 오의’


카일이 남은 생명력을 쥐어짰다.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휘두르는 단 한 번의 발도.


“끼히히힣히히히히히!”


메피스토가 기괴하게 웃었다.

그는 생각했다.

결국 카일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과 죽음의 줄타기를 하던 와중

결국 죽음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고.


‘절공(切空)!’


너무나 부드러운

그러나 강력한 발도술.


“에?”


메피스토의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카일은 죽었다.

근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어느새 검을 휘두른 뒤였다.


쩌적.


메피스토의 눈앞에 공간이 찢어졌다.


“에?”


순수한 악의와 순수한 의문이 교차한다.


쩌적.


처음엔 도약했던 다리가 찢어졌다.


서걱.


그다음 메피스토의 팔과 다리가 찢어졌다.


“끼익! 죽여버릴 거야! 죽어!!!”


하지만 메피스토도 멈추지 않았다.

팔과 다리는 필요 없다.

그저 날카로운 이빨과 아가리만 있다면

녀석을 물어뜯을 수 있다.


“키힉.”


메피스토는 웃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카일은 결국 자신을 베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메피스토가 카일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순간,


쩍.


얼굴이 반으로 갈리며 턱이 떨어졌고


쩌적.


가슴팍에 박힌 마석이 반으로 쪼개졌으며


솨아아아아.


그가 카일의 몸을 통과했을 땐 모든 것이 가루로 변한 잿더미밖에 남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아···.”


카일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인파니아.

인파니아는 유바르의 힘에 정화된 듯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카일이 쥐고 있던 레텐토를 놓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자벨라.’


애초에 목숨 건 전투였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쉬웠다.

만약 여기서 살아 돌아간다면

그녀랑 많은 걸 하려고 했는데.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 그녀가 아른거렸다.

눈을 감는 순간 이별이다.


이자벨라가 카일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녀가 손을 뻗었다.

카일이 손을 뻗으려 했다.

하지만 눈이 감기는 게 먼저였다.


이별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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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 절공(切空) 23.08.10 211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6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8 4 12쪽
113 약속 23.08.02 203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4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8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3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4 4 13쪽
106 영웅 (3) 23.07.26 200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4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5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6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3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7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20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5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5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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