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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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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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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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너라는 변수가 (3)

DUMMY

양측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하지만 온도 차는 극명했다.

필사적으로 몰아붙이는 제이 파치노.

인파니아를 든 오른손만으로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메피스토.


치열하게 합을 주고받은 후

누군가에게는 필사적인 공격이

누군가에게는 미적지근한 탐색전이 끝났다.


“이 자리에서 죽을 건가?”


“이 자리에서 죽이는 거지.”


메피스토가 피식 웃었다.


“어리석구나.”


“어리석지. 안 그러면 세상 구하겠다고 이런 미친 짓을 할까?”


“용사는 어리석어선 안 된다. 그 누구보다 약아야지.”


“애초에 용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하는 거다.”


메피스토가 여유롭게 웃었다.

하지만 제이 파치노는 그러지 못했다.

손이 떨렸고 식은땀이 흘렀고 메피스토에게 당한 내상이 몸을 엄습했다.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카일은 초조했다.

그는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계속 토테미넴을 재촉했다.


“10분은 있어야 돼요.”


“3분으로 끝냅시다.”


그 사이,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됐다.

메피스토에게 기울어진 균형추가 중심을 잡았다.

우노아의 합세 덕분.

그녀는 적재적소에 화살을 날렸다.

마치 혈액순환 하듯 흐르는 메피스토의 공격 경로에 침을 꽂아 넣는 것처럼.


‘찾아야 한다. 분명 녀석에게도 있을 거다.’


카일이 눈을 부릅뜨고 전투를 지켜봤다.

마물에게 있어 심장은 마석이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무의식적으로 그곳을 보호하며 전투에 임한다. 보법, 어깨 움직임, 시선이 향하는 곳,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방어하는 곳까지.


성검과 마검이 부딪쳤다.

주변에 굉음이 일었고

공기가 진동했으며

사방으로 돌풍이 몰아쳤다.


핏. 핏. 핏. 핏.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씩이지만 성검이 메피스토에게 닿기 시작했다.

메피스토의 자세가 변했다.

쓰지 않던 한쪽 손으로 인파니아를 잡았다.


‘그 잠깐 사이 성장했다고?’


그는 알지 못했다.

제이 파치노의 특성은 흡수다.

전투 중 무의식적으로 검법을 흡수하고

몸으로 체화했으면

머리로 응용해 파훼법을 만들었다.


‘맞다 저런 게 있었지.’


카일이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제이 파치노.

그는 이 세계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이면 주인공 버프가 있기 마련.


쾅!!!


처음으로 희망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검을 맞대던 메피스토가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이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합세한다.”


다리아가 움직였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승기를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

그녀는 검성다웠다.

제이 파치노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철저하게 메피스토를 압박해갔다.


‘빨리. 빨리. 빨리.’


카일도 조바심이 났다.

그는 알고 있다.

이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라는 걸.

제이 파치노는 다친 상태다.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


“됐어요. 팔 움직여보세요.”


카일이 왼쪽 팔을 위아래로 움직여봤다.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몸을 회복한 카일도 전장에 난입했다.


‘가자. 결말을 바꾸러.’


***


확실히 토테미넴의 마법은 굉장했다.

잠깐 사이에 몸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내가 메피스토의 우측을 노렸다.

좌측은 다리아, 정면은 제이 파치노, 후방은 우노아와 샤를이 잡았다.


3개의 각기 다른 오러 블레이드

쏟아지는 8서클 마법.

미간은 노리는 화살.

암흑 마나와는 상성인 신성력까지.


탓!


처음으로 메피스토가 우리와 거리를 벌렸다.

그와 동시에


쾅!!!!!


우리가 접근 못 하도록 암흑 마나를 사방으로 발출했다.


“헉. 헉. 헉. 헉.”


우리의 소모 값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제이 파치노의 안색이 너무 창백했다.


힐끗.


내가 토테미넴을 바라봤다.

제이 파치노는 회복이 필요하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야. 내가 생각해본 게 있거든. 네가 우리를 죽이는 거랑 우리가 가축을 죽이는 거랑 같은 이치라고 했잖아.”


“그렇지.”


그 와중에 녀석은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도 최대한 호흡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개소리라도 좋다.

지금은 잠시라도 제이 파치노가 회복해야 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잠자리를 주며 추위를 막아주고 더위를 막아준다. 그거랑 내가 태어난 공작령을 무참히 짓밟고 엘프의 숲을 태우며 파르테온을 궤멸 직전까지 만든 네가 같다고 볼 수 있나?”


궁금했다.

과연 녀석은 어떤 말을 할지.

녀석이 내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은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답했다.


“나는 그냥 인색한 주인이라.”


말문이 막혔다.

이리 어이없는 답변이라니.


“사냥감은 언젠가 사냥당한다. 터전이니, 추위를 막아주느니. 어차피 죽을 생명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더 말해봐야 소용없었다.

논리가 같다고 이념이 같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녀석은 절대 살아서 이곳을 나가면 안 된다.


“강하구나. 인정한다. 그저 길에 지나다니는 들개라고 생각했는데 사냥꾼을 물어뜯을 늑대는 되는 거 같구나. 나도 진심으로 가겠다.”


메피스토가 인파니아에 마나를 주입했다.

말 그대로 검은 오러 블레이드.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녀석의 오러 블레이드는 닿는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맹렬히 타오른다는 점이다. 내가 제이 파치노를 바라봤다.


끄덕.


제이 파치노와 토테미넴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 파치노님. 긴장하세요.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선공은 메피스토였다.

우리는 계속해서 3방향으로 분산해서 전투를 이어갔다. 녀석의 첫 선택지는 바로 나였다.


후웅!


인파니아가 내 허리를 노렸다.


‘부딪치면 안 된다.’


판단이 서는 즉시 나는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내 눈 위로 검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지나갔다.

그 사이 다리아가 뒤를 노렸다.

하지만


쾅!


인파니아에 부딪힌 다리아의 몸이 순식간의 절벽에 처박혔다.


“카일님! 5분! 5분만 버텨주세요!”


우노아가 나를 보며 소리쳤다.

뒤에서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5분.

그 사이, 샤를과 우노아, 토테미넴이 필살의 공격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언제나 나와 다리아의 칼춤은 유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쏟아지는 빗물을 작은 우산으로 막듯 처절하고 위태로웠다.

몸이 온전할 거란 생각은 버렸다.

마기가 몸을 잠식해 갔다.

하지만 급소만 내주지 않는 선에서 필사적으로 버텼다.


‘5분이 이렇게 길었던가?’


이 악물고 버텼다.

생에 가장 중요한 5분이니까.

그 와중에도 두각을 나타낸 건 제이 파치노였다.

그는 재능이라는 무의식에 빠진 사람처럼 미친 듯 검을 휘둘렀다. 나와 다리아 둘만 있었다면 절대 5분을 버틸 수 없었을 거다.


“성스러운 속박!”


그리고 마침내 5분이 지났다.

메피스토와 제이 파치노가 검을 맞댄 사이


파앗.


바닥에 따듯한 금색 빛의 마법진이 형성됐다.


촤라라라락.


마법진에서 금빛 사슬이 나왔다.

사슬은 메피스토의 팔을 속박하고

다리를 속박하고 목을 속박했으며

종국에는 인파니아까지 속박했다.

하지만


서걱!


메피스토가 인파니아를 휘두를 때마다 사슬은 힘없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토테미넴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법진에서는 잘리고 부서진 사슬이 사라지기 무섭게 새로운 사슬이 메피스토를 구속했다.


드디어 금빛 사슬이 메피스토의 몸을 완전히 속박했다.


“으아아아아아!”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속박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토테미넴은 필사적으로 버텼다.


“쿨럭.”


입에서 피가 나오고 눈의 모세 혈관이 터졌으며 코에선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버텼다.


“오래는 못 버팁니다.”


“충분하네.”


그 사이, 샤를의 캐스팅이 끝났다.


“헬파이어!”


대지가 진동했다.

메피스토의 발아래 붉은 마법진이 형성됐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돌과 공기마저 태워버릴 지옥 불이 메피스토를 삼켰다.


“......”


이번엔 반대로 녀석이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지독한 녀석이었다.

불기둥이 사라진 뒤


털썩.


온몸이 검게 익은 메피스토가 드디어 대지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우리는 쉬지 않았다.


피융!


‘얻었구나.’


우노아가 제이 파치노의 동료인 이유.

그녀는 후에 빛의 정령과 계약한다.

그리고 지금, 그 효과가 발휘됐다.

한 발이었던 화살이 3발, 5발, 6발, 10발로 세포 분열하기 시작했다.


툭. 툭. 툭. 툭.


무릎 꿇고 있는 메피스토의 몸에 10발의 화살이 박혔다. 빛은 메피스토의 살을 파고들어 서서히 녀석의 피부를 녹이기 시작했다.


‘할 수 있어.’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천재일우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생각이 끝난 즉시 내 몸은 메피스토에게 쏘아지고 있었다.


타앗.


석양이 지고 있었다.

석양이 지며 한 지점을 가리켰다.

메피스토의 목덜미,

다 타버린 머리카락 아래로 녀석의 붉은 마석이 보였다.


촤락. 촤락.


위기를 느낀 메피스토가 토테미넴이 건 사슬을 풀려 했다. 하지만


“빨리!”


토테미넴은 바닥에 피를 흥건하게 쏟으면서도 마법을 쉽게 풀지 앉았다.


‘절공검 제4식!’


내가 레텐토를 들며 도약했다.


파앗!


레텐토에 주입할 수 있는 모든 마나를 주입했다.


‘낙하!’


그때였다.


섬뜩.


내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이건 함정이다.

하지만 몸을 틀 수 없었다.

아니 틀면 안 됐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거면 된다.’


쨍그랑.


그 사이, 메피스토가 토테미넴이 만들었던 사슬을 끊어냈다.


“커헉.”


토테미넴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샤를은 탈진됐고 우노아도 한동안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마무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 길. 나는 제이 파치노가 녀석의 심장에 검을 찔러넣을 수 있게 길을 만들면 된다.


이미 목숨은 내던졌다.

모든 것을 담아 레텐토를 내려쳤다.


콰아아아앙!


녀석이 인파니아로 내 검을 막은 뒤 목을 잡았다.


“커헉!”


쨍그랑.


순식간에 숨이 막히며 시야가 어두워졌다.

레텐토마저 놓쳤다.

하지만


씨익.


나는 웃었다.

목이 부러져도 괜찮았다.

너는 목이 꿰뚫릴 거니까.


“섬멸!”


제이 파치노의 성검이 녀석의 마석을 찌르고 들어갔다.

메피스토가 나를 급히 던졌다.

그리고 제이 파치노의 성검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절공검 제3식.’


다리아가 검을 휘두르는 경로에 나타났다.


‘상천!’


인파니아가 막혔다.


“찔러!!!”


“하압!”


푹.


제이 파치노의 성검이 메피스토의 목덜미를 뚫었다.

동시에


쨍그랑.


녀석의 목덜미에 있던 마석이 깨졌다.


‘해냈다!’


“헉. 헉. 헉. 헉.”


제이 파치노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털썩.


일어나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서서히 태양이 지고 있었다.

이것은 흡사 소설의 마지막 결과.

한 가지 차이는 있었다.

내가 주변을 둘러봤다.

샤를도 우노아도, 토테미넴도 모두 살아있었다.


“하하. 하하하하하.”


웃음이 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결말이었지만 모두 해피엔딩이었다.

그때였다.


“피해라!!!”


다리아의 다급한 외침이 들었다.


“다리아?”


무슨 소리야?

피하라니?

메피스토는 죽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린 순간


푸욱.


“커헉.”


메피스토의 인파니아가 제이 파치노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제이!!!!”


내가 소리쳤다.

녀석의 몸에 성검이 박혀있다.

하지만 녀석은 계속 움직였다.

무릎을 꿇고 있던 녀석이 기괴하게 삐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촤악!


녀석이 목에 박힌 성검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씨익.


녀석이 나를 보며 웃었다.


“카일.”


녀석의 부름이 내 심장을 짓눌렀다.


“너라는 변수가 제이 파치노를 죽게 만든 거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말이 나를 무너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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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4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3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3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5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7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9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4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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